5년 성과평가제 도입 ‘2030년 첫 평가’.. ‘실효성 있을까’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그동안 양적으로 성장해 온 영재교육을 내실화하겠다며 교육부가 내놓은 영재교육 종합계획이 여전히 ‘양적 확대’의 연장선상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19일 발표된 제5차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2023~2027)에는 영재학교 ‘신설’, 영재학급 ‘확대’, 영재교육 영역 ‘다양화’ 등 숫자를 늘리겠다는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현재 사교육 유발, 의대 쏠림 등 영재교육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작용을 해결하지 못한 채 또다시 양적인 확대에 집착한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다.

의대 쏠림 대책으로 내놓은 영재학교 운영에 대한 성과평가 제도 역시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교육부가 발표한 계획대로라면 영재학교 성과평가 제도는 2025년부터 시작하는 데다가 평가 주기가 5년이나 된다. 가장 빠른 평가가 2030년이 되어서야 이뤄지는 셈이다. 전 세계적인 기술패권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이공계 인재 양성이 당장 시급한 국가적인 과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재학교의 평가와 재정비는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이 크다. 더군다나 현재 영재학교는 의약계열 진학 현황만 살펴보더라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이 명확한 상황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영재학교 졸업생 중 의약계열 진학자는 9.1%(73명), 과고 졸업생 중 의약 진학자는 2.9%(46명)였다. 재수를 통한 진학자를 포함하면 더 늘어날 수 있다.

제5차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향후 5년간 영재교육의 방향과 과제가 담겼다. 교육부는 “관계부처, 전문가 시도교육청, 현장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뒤 중앙영재교육진흥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15일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은 다양한 분야의 숨은 인재를 발굴해 개인 특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그간 양적으로 성장해 온 영재교육을 내실화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SW/AI 영재교육 강화.. ‘영재학교/영재학급 확대’>
교육부는 정보(SW/AI) 분야 영재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일환으로 기존 8개 영재학교에 더해 영재학교 2개가 더 신설된다. 교육부는 AI와 바이오 핵심인재를 조기 양성하기 위해 과기원 부설 영재학교 설립 기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지스트 부설 광주AI영재학교, KAIST 부설 충북AI바이오영재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과기부와 함께 설립 관련 기획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교육계는 영재학교가 더 늘어나게 되면 고교 입시경쟁이 치열해져 사교육이 과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미 광주에 영재학교인 광주과고가 있고, 충북에도 이미 과고인 충북과고가 있는데 영재학교를 한 곳씩 더 만들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면서 ‘정치적 나눠먹기’라는 비판도 있다. 2022학년 기준 8개 영재학교 학생 수는 2300여 명이고, 이미 80년대 초반부터 영재교육의 일환으로 운영해 오고 있던 과고는 전국 20개이며, 전체 학생 수는 4900여 명이다. 충북과 광주의 AI영재고가 합류하면 영재학교는 총 10개교가 된다. 

국내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포화 상태에 접어든 영재교육을 확장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학부모는 “이미 설립된 과고와 영재학교부터 제대로 관리하고 교육해야 한다”며 "AI 역량과 바이오 융합 역량이 필요하다면 현재 운영하고 있는 과고와 영재학교에서 해당 과목의 시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정치적인 이유로 불필요하게 예산이 낭비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SW 영재학급도 확대한다. 현재 40개로 지정된 SW 영재학급은 2027년까지 100개까지, SW 영재교육원은 내년 5개를 시작으로 2027년 15개까지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영재학교와 과고를 대상으로 하는 SW/AI 특화 교육과정 운영 지원도 확대한다. 지원 대상교를 2022년 2개교에서, 2023년 7개교, 2024년 14개교, 2025년 28개교까지 확대하며 첨단기술 발전에 대응해 디지털 인재 조기 발굴과 육성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영재학교 과고 SW/AI 교육 지원 방안은 다양한 SW/AI 관련 교과목 개설 등을 통한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고, 연구 동아리 활동 등 교과 외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보 교사 정원을 추가적으로 확보하고, 필요시에는 박사급의 시간 강사도 채용할 예정이다. 일반학교 공동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인근교의 교사 워크숍 등을 통해 확산하겠다는 계획도 담겼다. 

수학 과학 분야뿐 아니라 예술 문화 분야의 영재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전통적인 음악 미술 분야 외에도 영상 미디어, 연극/영화, 만화창작 등 학생들의 새로운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예술 분야 교육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대학 부설 예술 영재교육원을 서울 경기 부산 세종 대구 광주 경남 충북 등 8개 시도에서 15개로 확대하고, 2027년에는 모든 시도에서 1개 이상을 운영할 계획이다. 인문사회 영재 기준도 마련하고, 발명/기업가 영재교육도 전국적으로 확산한다. 특히 영재학교와 고교의 연구교육 프로그램(R&E)과 IP교육을 연계한 ‘IP-R&E 프로그램’을 운영해 미래 IP 기반 연구자 양성을 추진할 예정이다. 

<영재학교 책무성 강화.. ‘5년 성과평과제 도입’>
영재학교의 설립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성과평과제가 2025년부터 도입된다. 과고의 경우 현재 5년 주기로 재지정평가를 받고 있으나, 영재학교의 경우 별도 평가 없이 운영되고 있다. 영재학교 학교운영 성과평가 제도는 영재학교 의대 진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영재학교/과고 입학전형 개선 방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평가지표에는 이공계 진학 비율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의약계열 진학 비율이 높은 학교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5년 주기로 시행하며, 평가단 구성 후 서면과 방문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평가 방향은 설립 취지와 인재상에 따른 운영의 타당성 탁월성 혁신성 다양성 등을 살펴보고, 운영 성과를 점검, 동반 성장을 도모하는 데 있다. 평가 지표는 학교의 자율 지표를 확대하는 한편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성+정량적인 종합적인 평가에 나선다. 컨설팅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지되, 타 영재학교와 내부 구성원이 참여하는 쌍방향 평가도 진행한다. 평가 기준은 정책 연구 결과를 토대로 영재학교와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숨은 고도영재 발굴.. ‘장기적 관찰 기반’ 영재판별/지원 체계 마련>
국가 수준의 숨은 영재를 발굴하기 위해 비형식적 추천 경로를 구축할 예정이다. 장기적인 행동 관찰, 관련 대회 수상 실적, 비공식적 활동 실적 등을 바탕으로 교원이나 일반인에 의해 고도의 영재가 발굴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는 영재교육기관이나 학교장의 추천에 따라 1단계 판별검사를 시행한 뒤, 1단계를 통과한 학생을 대상으로 선정심사위원회를 거쳐 고도영재(특례자)를 최종 선정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이후 학생의 특성에 따라 인지 사회 정서 역량의 균형적 발달을 지원하는 고도영재 교육/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각 학생에게 적합한 영재교육기관을 배치해 교육을 지원할 계획이다. 국가 수준의 고도영재 전문영재교육원을 지정해서 운영하거나, 전문가팀에 의한 학생 맞춤형 성장 지원, 1대1 전문가 멘토링 등도 검토 중에 있다. 

영재학급과 영재교육원의 선발 방식에도 관찰 추천제 적용을 권장한다. 선발전형 요소에서 관찰 추천 반영 비율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교사의 영재 선발 전문성 강화를 통해 선발 과정에서 교사 관찰 추천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영재학교에도 계층에 상관없이 잠재력을 갖춘 인재를 다양한 추천 경로, 정성적 평가를 통해 선발하는 입학전형 사례를 확산하고자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영재의 장영실전형이다. 장영실전형은 탁월한 역량을 보이거나 도전정신과 열정이 돋보이는 학생, 자기주도적 학습능력과 창의성을 갖춘 영재로서 잠재역량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로 일종의 특기자전형이다. 지필평가를 치르는 일반전형과 달리 학생 기록물 평가와 구술 면접 평가로만 선발한다.

<과고 조기졸업 ‘사실상 축소’.. 자율학교로 제정>
현재 약 30%의 수준인 과고의 조기졸업 비율은 사실상 축소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현재 조기졸업 규모가 과도해 내신경쟁이 치열해지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학교와 시도교육청의 의견이 있었다”며 과고의 조기졸업 대상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과고는 공동으로 ‘조기졸업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2025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학업성취도/지능검사 결과 등 대상자 선정 기준과 규모(비율)을 적정화하는 방향이 주요 골자다. 3학년 재학생 증가에 대비해 3학년 교육과정 평가를 내실화하고, 시도교육청과 공동으로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추가적인 학습/기숙 공간과 시설/기자재를 준비할 예정이다. 올해 공동 연구 수행 절차를 거쳐 내년 시도 지침과 학칙을 개정, 2025년부터 신입생 모집 공고 시 개선 방안을 포함한다. 

과고를 시도별로 자율학교로 제정해 교육과정상 자율성을 부여하겠다는 방침도 발표됐다.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해 탄력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여건을 제공한다. 자율학교로 지정되면 교장 교감의 자격, 학년도 기간, 학년제, 교과용 도서의 사용, 학교운영위원회의 설치, 수업 연한을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않는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 산학겸임교사의 채용범위, 학기 수업 일수를 달리 정할 수도 있다.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자율권을 부여하고,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은 시도교육청이 정하는 지침에 따르면 된다.

<일반학교에 영재교육 연계.. ‘재능계발 선도학교’ 확대>
일반학교 내에서도 재능 탐색의 기회를 확대한다. 교육부는 초중학교 교과활동, 창의적 체험활동 등에서 재능을 탐색/발견하는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영재교육기관과 연계해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재능계발 선도학교(가칭)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적 사회경제적 문화적 소외계층 비율이 높은 학교를 우선적으로 선정하면서 소외계층의 잠재력 있는 학생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다. 

일반학교 영재교육을 위해 영재학교와 과고의 지역 거점학교 역할을 강화한다. 영재학교 과고 개설 과목 중 일부를 일반학교 학생에게 개방해 관심 분야의 심화교육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영재/과고 우수 인프라를 활용해 실험실습 관련 학습 방법을 확산하고, 경진대회 지도 방안, 우수 기자재 체험 캠프/활용 연수 등의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