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진 통합수능 학습 효과’.. 의대 열풍 영향도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올해 11월16일로 예정된 2024학년 수능에서 이과생 비율이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종로학원이 예측한 올해 수능의 이과생 비율은 52%로, 지난해 50%라는 사상 최고 비율을 기록한 데 이어 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합형 수능 실시 이후 이과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의약계열 열풍, 정부의 첨단산업 인재육성 정책 발표 등 취업에서 이과가 유리하다는 인식이 커진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통합수능 체제에서 고득점을 받기 위해서는 사실상 이과 과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통합수능의 표점 산출방식에 따르면, 같은 선택과목을 고른 응시생들의 원점수를 표점으로 변환할 때 공통과목의 평균점수에 비례해 산출되도록 설계돼 있다. 즉, 수학에 강한 이과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미적분의 공통과목 평균점수가 문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확률과통계 공통과목 평균보다 높기 때문에 미적분을 선택한 응시생들의 변환표준점수가 확률과통계 응시생 점수보다 높아지는 식이다.

이과 상위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과생들이 인문계 학과에 교차지원하는 이른바 ‘이과 침공’이 올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통합수능에서 수학이 결정적인 변별력을 가진 과목이 된 만큼 이과생이 문과에 교차지원할 경우 문과생보다 더욱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대 인문/사회계열 합격자 64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1.6%(330명)가 이과생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전년 44.4%보다도 7.2%p가 늘어난 규모다. 간호와 자전은 이과생 비율이 100%였고 문과 최고 학부인 경제는 74%, 경영은 67%나 됐다. 입시업계에서는 “이과생이 문과에 교차지원한다면 문과생은 사실상 속수무책”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11월16일로 예정된 2024학년 수능에서 이과생 비율이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올해 11월16일로 예정된 2024학년 수능에서 이과생 비율이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24수능 이과 비율 52% 예상.. 이과 재수생 57.2% ‘증가’>
종로학원이 2024수능에서 이과생이 대략 52%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현 고3 재학생이 치른 지난해 고2 11월 모의고사의 이과생의 비율은 50%로 나타났고, 본 수능에서는 재수생이 가세하면서 52% 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종로학원의 표본조사에 따르면 재수생 중 이과생의 비율은 지난해 53.9%에서 올해 57.2%로 증가한다. 지난해엔 동일 시점 기준 고3 재학생의 이과생 비율이 47.9%였고, 본 수능은 50%가 되면서 ‘사상 첫 이과 절반’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1년 만에 최고 비율을 경신하는 셈이다. 

이과생의 비율은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2012수능까지 30%대 비중이던 이과 비율은 2013수능에서 41.4%로 올라섰고, 이후 통합수능이 첫 실시된 2022수능에선 48.9%까지 상승했다. 이과에게 유리하다는 학습 효과가 반영되면서 통합수능 2년 차에 접어든 2023수능에선 사상 처음으로 절반인 50%에 육박했다. 인원으로 살펴보면 이과생이 21만834명, 문과생이 21만528명으로 이과생의 수가 문과생을 넘어섰다. 종로학원은 “최근 10년새 이과생 비율이 10%p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이과 쏠림이 가속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과생 비율은 고3 재학생과 재수생을 불문하고 모두 증가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년 고2 11월 교육청 학력평가 응시자를 기준으로 고3 재학생의 문이과 선택 비중을 추정해 보면 2020수능 44.6%, 2021수능 45.2%, 2022수능 46.4%, 2023수능 47.9%로 증가하다가 2024수능엔 50%로 급격하게 증가한다. 재수생이 가세하는 본 수능 때는 통상 고3 이과 비율보다 더 높게 나타나는 패턴을 보여왔다. 본 수능에서 이과 비율은 2020수능에서 45.8%, 2021수능에서 46.3%, 2022수능 48.9%, 2023수능 50%의 추이를 보였고, 동일한 흐름대로라면 2024수능에선 52%로 예상된다. 

<‘이과 침공’ 심화 우려.. 교육부 “개선책 마련하겠다”>
이과 쏠림 현상이 급격해지면서 일각에선 이과 침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2023수능에서는 선택과목별 점수 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이과생의 문과 침공’이 더욱 극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학에서 표점 최고점은 미적 145점, 확통과 기하 각각 142점으로 3점 차다. 국어는 언매 134점, 화작 130점으로 4점 차다. 지난해 수학 3점 차, 국어 2점 차에서 국어 표점 격차가 2점 더 벌어진 결과다. 

지난해 통합수능 2년 차에 ‘이과생들의 문과 침공’(이과 침공) 부작용이 극심해면서 교육부와 대학은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고교 수업에서는 이미 문과 이과가 사라졌지만 대입에선 문이과를 구분하는 현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며 “수능 과목으로 인해 입시에서 불리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능 난이도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대학과 소통해 개선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올해 교육부는 이과 침공을 해소한 대학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내용의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발표했다. 올해 사업의 연차평가에는 각 대학에서 문이과 통합 등 2015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 맞게 전형을 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지표를 일부 조정하고 배점이 추가됐다. 사업 기본계획에 명시된 개선안은 필수 응시과목 폐지, 탐구 영역 변환표준점수 통합 산출 등이다. 

다만 현행 문이과 통합수능 체제는 2027대입까지는 유지된다는 점에서 대학들이 개선안을 내놓아도 미세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문이과 유불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통합수능 자체를 없애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통합수능 시행 첫해인 2022학년부터 이미 문제점을 인지하고도 내버려두었다가 학습 효과로 사태가 더욱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2025대입에서야 미세 조정안을 반영한다는 얘기는 2022대입부터 2024대입까지 3년간 수험생만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2028대입개편안의 향배에 따라 2027대입까지 유지되는 통합수능의 문제점을 제대로 바로잡을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확정한 새 고교 교육과정을 처음 적용 받는 학생들이 치르는 2028대입개편안을 2024년 2월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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