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교육부는 미적댈까?.. ‘타이밍 놓친 정시확대 철회’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도대체 왜 교육부는 미적댈까? 최근 연달아 터지는 ‘메가톤급’ 사건마다 교육부가 ‘무대책’ 혹은 ‘미봉책’으로 미적대면서 교육계 안팎의 비난은 커지고 있다. 최근 교육부를 둘러싼 이슈의 면면은 만만치 않다. 의대 쏠림 대책, 정순신 자녀 학폭 사태, 역대 최대를 경신하는 사교육비 문제... 상위대 입학처장을 지낸 한 전문가는 “3개 이슈의 공통점은 대통령실이 나설 만큼 국면 전환을 위해서라면 장관 경질까지 비화할 만한 파괴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게다가 교육부가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핵심 주무부처임에도 불구하고 무대책이나 미봉책으로 일관하면서 점차 대통령실에 맞서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도 심각하다. 정권을 거듭하며 피할 수 없는 자기부정이 쌓이면서 교육정책 뒤집기의 주범으로 몰린 교육부를 이젠 폐지할 수밖에 없다는 비난까지 몰리는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교육부는 한마디로 실기하면서 스텝이 꼬인 상태다. 이주호 장관은 2028대입개편을 겨냥해 정시 확대를 포함한 공정성 강화방안에 대한 검토 입장이라도 제시해야 했다. 4년 예고제를 빌미로 그대로 둘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거나 2028대입개편 역시 큰 변화가 어렵다고 운을 뗀 것 자체가 결정적 패착이 됐다. 의대 쏠림, 학폭 사태, 사상 최대 사교육비 모두 근본적 원인이 정시 확대에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시 확대를 손대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여서 터지는 사태마다 입장을 뒤집지 않고는 무대책이나 미봉책밖에 내놓을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진 꼴이다. 문제는 지금부터 더 심각해진다는 데 있다. 계속 미적대면 대통령실은 물론 여론의 비난에 맞선 국면으로 넘어가면서 장관 경질은 물론 부처 폐지까지 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심화된 의대 쏠림과 정순신 변호사 자녀의 학폭과 서울대 입학 논란, 역대 최대치인 사교육비 등은 한 가지 원인에서 비롯됐다. 전문가들은 정량평가 위주 입시를 골자로 대입지형을 뒤흔든 공정성 강화 방안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정기40%를 못박으며 ‘현행 유지’를 고수, 교육계 파장이 더 커지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심화된 의대 쏠림과 정순신 변호사 자녀의 학폭과 서울대 입학 논란, 역대 최대치인 사교육비 등은 한 가지 원인에서 비롯됐다. 전문가들은 정량평가 위주 입시를 골자로 대입지형을 뒤흔든 공정성 강화 방안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정시40%를 못박으며 ‘현행 유지’를 고수, 교육계 파장이 더 커지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정시40% 못박으면서 이슈마다 딜레마에 빠진 교육부>
최근 터진 이슈를 되짚어 보면 교육부의 꼬인 스텝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22일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등 첨단 인재 양성에 발목을 잡자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의대 쏠림 범부처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연일 언론들이 블랙홀이 심화하고 있는 의대 열풍의 실상을 보도한 뒤끝이었다. 대통령실까지 나서자 과기부가 과학영재 발굴육성전략을 수립했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과기부 대책은 어설프게 영재학교 조기졸업과 영재학교 확대에 맞추면서 의대열풍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열풍을 가속화하는 불쏘시개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맞닥뜨렸다. 의대 쏠림의 주 요인은 정시 확대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재수 반수생에 유리한 정시 확대를 통해 영재학교 과고 출신들이 의대로 몰려든 것이어서 정시 확대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영재학교 조기졸업과 영재학교 확대는 그대로 의대 열풍을 부추길 수밖에 없게 마련이다.

- ‘이공계 블랙홀’ 의대.. ‘윤 정부 반도체 인재 양성 주요 걸림돌’
전문가들은 해결책으로 수시 학종 선발을 제언한다. 성적에 맞춰 진로고민 없이 대학에 진학하는 경향이 있는 정시 수능전형보다는 면접을 통해 최소한의 인성 확인이 가능한 학종이 의료 인재 양성에 더욱 적합한 전형이라는 것이다. 특히 공정성 강화 방안 영향으로 학종의 입지는 줄었으며 ‘성적 줄 세우기’ 식 정량평가인 정시 수능전형과 수시 교과전형은 확대됐다. 전문직인 의대 입시에서 최소한의 인성확인조차 없는 셈이다. 특히 ‘최선의 대안’으로 평가받는 다중미니면접을 진행하는 전형의 규모는 2024대입에서 19.8%(598명)에 불과하다.

- ‘정량평가의 폐해’ 학폭 가해자의 서울대행.. 공정성 강화 방안 ‘현실판 ‘더 글로리’ 양산’
지난달 25일 돌출된 학폭 사태가 여야는 물론 여론을 뒤흔들었다.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학교폭력으로 징계를 받았음에도 서울대에 입학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이 확대되고 있다. 학생 학부모뿐 아니라 국회에서까지 주목하며 비난과 현안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 역시 윤 대통령이 학폭 근절 방안을 요구, 교육부는 학폭 대입 반영 방안을 검토한다는 반응이지만 정시 확대 상황에서 근본적 대책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수도권 대부분의 정시 전형은 수능100%로 운영한다. 학생부를 반영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학생부 제출 요구조차 하지 않아 사실상 학폭 전력을 확인할 수 없다. 면접 등 최소한의 인성 확인 요소도 없다. 정 변호사의 아들이 입학한 2020학년 서울대 역시 수능100%로 전형을 운영했다. 서울대의 경우 학폭 조치가 감점으로 반영되어도 수능 성적이 높았다면 가해자라도 충분히 입학할 수 있던 셈이다. 최소한의 학교 생활과 인성조차 확인이 어려운 ‘한 줄 세우기’ 정시가 결국 학폭 가해자의 대학 입학을 도왔다는 비판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결국 정시 확대 등 정량평가 중심의 대입 체제 부작용이라는 점에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 폐기가 정답이라고 입을 모은다. 학생부 기재가 제한되고 자기소개서마저 폐지되면서 학폭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전형인 학종은 입지가 줄어들고, 오직 교과 성적과 수능 성적의 정량평가만으로 대학 입학을 가능하게 만든 공정성 강화 방안이 주범이라는 것이다.

- 윤 정부 1년 차 사교육비 26조 ‘역대 최대’.. 사교육 양산 문 정부 정시 확대 ‘대못’ 뽑아야
7일 발표된 2022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도 여론을 뒤흔들기는 충분했다.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학생 수는 532만명에서 528만명으로 줄었지만 사교육비는 전년 23조4000억원보다 10.8%p 상승했다. 문 정부 취임 이후 반복된 입시정책 뒤집기로 수요자의 불안감을 증폭시켰고, 정책을 번복할 때마다 적응기간이 필요한 공교육의 경쟁력은 약화, 학생들은 학원가로 몰렸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장기간 교육부 수장 공백으로 개선 없는 교육정책이 이어지면서 사교육비 폭증은 예견된 결과였다. 정시 확대와 통합수능이 겹친 학습 효과로 N수생 확대, 의약 쏠림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야 하지만 교육부는 교육정책 개선에는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새 정부에서 사교육비가 26조를 기록했으면 대책도 함께 발표해야 타당한데 안일하게 상반기에 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정시40% 룰을 고수하고 통합수능은 대입 4년 예고제 핑계를 대며 지난 문 정부에서 왜곡된 교육정책들을 2028학년까지 이어가려는 점이다”라며 꼬집었다.

결국 연이어 터진 교육 관련 이슈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무대책으로 일관한 이유는 이주호 장관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잇따라 사건들이 터지기 직전 밝힌 정시40% 유지 입장이 최대 걸림돌이라는 해석이다. 4년 예고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설명까지 덧붙인 이 장관의 정시40% 유지 입장은 2028대입개편에 대해서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언급으로 이어졌다. 대학 한 관계자는 “2028대입개편을 앞두고 이 장관의 정시40% 유지 입장은 이미 초등 유치원생 시장에까지 ‘의대 가려면 학원으로 달려가라’는 신호를 던졌다. 지금까지 사교육비 역대 최대의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정시 확대였지만 향후 사교육비 역대 최대 경신의 빌미는 초중고 학부모는 물론 사교육 시장 모두 수학만 공부하면 된다는 신호를 던진 이주호 장관인 셈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역대 최대 사교육비 경신의 빌미를 던지다니... 아마 장관 경질이 아니라 교육부 해체로도 민심을 달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자기부정의 역사.. ‘대입정책 부작용 수습’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교육부가 내건 대입정책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엎어지면서 자기부정의 역사를 쌓았고 교육부 폐지론의 명분을 만들어왔다. 가장 극적으로 대입정책을 뒤집은 것은 문재인 정부였다. ‘조국 사태’ 이후 수습 차원에서 정시40% 확대를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지시하는 선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대통령 지시를 통해 정시 확대 방침을 공개하더니 교육부 차관이 상위대 총장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정시 확대를 압박했고 이후 공정성 강화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정시 수능전형과 수시 교과전형 등 정량평가를 대폭 확대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요자들의 안정성을 위한 대입정책 4년 예고제는 철저히 무시됐다. 

교육부가 쌓아온 자기부정의 역사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이다. 고교 공교육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학종의 확대를 위해 입학사정관을 늘리는 대학에 예산을 주는 것으로 시작된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이후 두 차례나 자기부정의 역사를 선보였다. 지난해부터 수도권 대학은 수능전형으로 30% 이상 선발하는 ‘정시30%’ 룰을 따라야 했고,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 서울 소재 16개 대학은 40%까지 확대된 정시 모집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정시 확대와 국고 지원을 연계한 점을 두고 ‘고교교육 기여’가 아닌, ‘사교육 기여’ 사업 아니냐는 비판도 쏟아졌다. 올해는 통합수능의 부작용인 ‘이과 침공’과 선택과목 유불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유불리를 낳은 통합수능 실시의 부작용을 통합수능을 만든 교육부가 나서 대책을 마련하는 대신 부작용을 봉합하는 대학에 예산을 나눠주는 걸로 막겠다는 발상 자체가 놀랍다고 전문가들은 비난한다.  

교육부 폐지가 이제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 한 전문가는 “교육정책을 정권마다 자기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뒤집은 정치인들에게 가장 큰 잘못이 있지만 교육부는 선을 넘어선 상태다. 현 체제로는 반도체 인재 양성도 가로막는 의대 열풍을 해결할 수도, 학폭 가해자들의 서울대 진입을 막을 방법도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통합수능까지 겹친 정시 확대로 인해 역대 최대 규모를 계속 경신하게 될 사교육비 문제다. 정시 확대로 망가진 공교육을 바로잡는 것도 불가능하다. 장관 하나 바꿔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라고 밝혔다. 또다른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가 뒤틀어 놓은 국가교육위도 심각하다. 현안에 대한 입장을 개진할 조직을 갖추지도 못했지만 해결의 의지조차 안 보이는 인원구성도 문제다. 교육전문가 하나 없는 대통령실도 문제다. 결국 대통령실이 말하는 3대 개혁에 걸맞은 대접을 하려면 교육부와 교육위 모두를 해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듯싶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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