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 최다’ 2023수능 검정고시 3.1%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코로나19로 주춤했던 고교생의 학업중단율이 다시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통계서비스를 통해 전국 고등학생의 학업중단율을 분석한 결과 2021학년엔 1.5%로 전년 1.1%에 비해 0.4%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학년엔 코로나19로 인해 등교 일수가 적어지고 해외유학이 감소하면서 자퇴율이 대폭 낮아졌지만, 다시 등교수업이 확대되자 빠르게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정고시 조기진학 대안교육 등 자발적 의지로 학업을 중단한 ‘기타’ 인원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2021학년은 등교가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시점으로 전체 학업중단자 규모가 코로나19 이전을 하회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발적 학업중단자는 눈에 띄게 늘었다. 2021학년 학업을 중단한 고등학생 2만131명 가운데 기타에 해당되는 인원은 1만2337명으로 전체의 61.3%라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인 8903명에 비해서 대폭 확대된 것은 물론 코로나19 이전인 2019학년 1만2252명(51.3%)보다도 인원이 증가했다. 자발적 학업 중단 인원이 2017학년 1만1558명(47.2%), 2018학년 1만2128명(48.6%)에 이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대급 자퇴’가 발생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정시 확대 기조에 따라 장기적인 대입의 전략으로 검정고시를 택한 학생이 많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시 최대 전형인 학종도 수상기록 등 비교과 영역이 계속 축소되고, 교과전형 역시 정시 확대와 함께 늘어남에 따라 사실상 내신 불이익을 만회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학생들이 공교육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수능에 접수한 응시인원 중 검정고시 출신 비율은 계속해서 늘고 있는 추세다. 2022수능에 접수한 응시인원 중 검정고시 출신 비율은 2.8%로 1995수능에서 5.4%를 기록한 이후 2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연이어 2023수능에선 3.1%로 또 한 번 상승하며 1년 만에 기록을 경신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정시 확대 기조가 유지되면서 학업중단율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실제 사교육 업체에서는 수능을 위한 ‘전략적 고교 자퇴’ 후 재수생처럼 수능 준비를 권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육전문가는 “통합형 수능 시행에 정시 확대까지 겹친 상황에서 검정고시는 공교육의 이탈을 부추기는 강력한 요인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저학년 내신이 좋지 않을 경우 아예 검정고시의 통로로 사교육으로 정시 준비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위축이 불가피한 공교육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정시 확대가 교우관계, 비교과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길러줄 수 있는 학교생활을 포기하게 만드는 교육정책이라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로 주춤했던 고교생의 학업중단율이 다시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0학년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학업중단율이 하락한 특이점이 있다. /자료=베리타스알파DB
코로나19로 주춤했던 고교생의 학업중단율이 다시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0학년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학업중단율이 하락한 특이점이 있다. /자료=베리타스알파DB

 

<2021 전국 고교 학업중단율 1.5%.. 2020 ‘코로나19 영향’ 1.1%>
2021학년 전국 고교에서 학업을 중단한 학생은 2만131명으로 학업중단율은 1.5%다. 최근 고교 학업중단율은 대체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2010학년 2%에서 2015학년 1.3%까지 하락했지만, 2016학년 이후로는 연속으로 상승해왔다. 2016학년 1.4%, 2017학년 1.5%, 2018학년 1.6%, 2019학년 1.7%의 추이다. 2020학년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학업중단율이 하락한 특이점이 있다. 학업중단율 1.1%로 전년 대비 절반가량 줄어든 1만4439명이 학업을 중단했다. 2010학년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었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해 학교에 등교하는 일수가 적어지면서 학교를 그만둘 이유도 줄어들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출국 길이 막히면서 유학이나 어학연수 등이 어려워진 영향도 반영됐을 수 있다.

지역별로는 세종의 학업중단율이 가장 높았다. 2021학년 세종의 학업중단율은 2.2%로 1만818명 가운데 236명이 학업을 중단했다. 이어 충북 1.8%(732명), 충남 1.7%(970명), 강원 1.6%(627명), 경기 1.6%(5640명), 경북 1.6%(1060명), 서울 1.6%(3412명), 전남 1.6%(738명), 광주 1.5%(636명), 대구 1.5%(951명), 대전 1.5%(620명), 인천 1.5%(1093명), 전북 1.5%(765명), 부산 1.4%(1056명), 경남 1.3%(1104명), 울산 1%(318명), 제주 0.9%(173명) 순이다. 

학업중단 사유에는 질병 가사 부적응 해외출국 기타 퇴학 유예 면제 제적 9개 사유가 있다. 9개 사유 가운데 학업과 관련해 자발적으로 학업을 중단하는 것과 관련이 높은 사유는 해외출국과 기타다. 해외출국의 경우 유학 어학연수 이민 파견동행 등의 사유다. 기타의 경우 조기진학 종교 방송활동 등 자발적 의지의 학업중단으로 고교 자퇴 후 검정고시를 통해 대입을 준비하는 인원도 포함된다. 

<‘자발적 학업중단’ 61.3% 최다.. 검정고시 확대 영향>
고교 학업중단 사유로는 검정고시 대안교육 조기진학 방송활동 등 자발적 의지로 학업을 중단한 기타항목 비율이 압도적이다. 2021학년엔 전체 학업중단자 2만131명 중 기타 인원이 1만2337명으로 61.3%에 달했다. 전체 학업중단자 중 자발적 의지 학업중단자의 비율은 계속해서 확대되는 추세다. 2017학년 47.2%(1만1558명), 2018학년 48.6%(1만2128명), 2019학년 51.3%(1만2252명), 2020학년 61.7%(8903명)의 추이다. 코로나 영향이 반영된 2020학년을 제외하면 절대적인 인원 역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학령인구는 계속해서 줄고 있는 반면 학업중단 학생 수는 늘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사교육 영향력이 높은 정시가 확대되면서 일찌감치 고교학업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로 빠지고 있는 인원이 늘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검정고시를 장기적 대입 전략의 하나로 택한 이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능 응시자 중 검정고시생의 비율은 상승하고 있다. 2022수능에 접수한 응시인원 중 검정고시 출신의 비율이 2.8%로 1995수능에서 5.4%를 기록한 이후 27년 이내 최대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종로학원은 “학종에서 자소서 수상기록 등 비교과 영역들이 계속 축소되어 내신 불이익을 만회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정시가 확대된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2023수능에서는 검정고시생 규모가 더 늘었다. 3.1%로 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검정고시 인원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2015학년 1만4054명(2.2%), 2016학년 1만3043명(2.1%), 2017학년 1만1526명(1.9%), 2018학년 1만1121명(1.9%), 2019학년 1만1331명(1.9%), 2020학년 1만2439명(2.3%), 2021학년 1만3691명(2.8%), 2022학년 1만4277명(2.8%), 2022학년 1만5488명(3.1%)이다.

수능은 반복학습이 유리한 특성상 검정고시생을 비롯한 N수생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실제 사교육 업체에서는 수능을 위한 ‘전략적 고교 자퇴’ 후 재수생처럼 수능 준비를 권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적 고교 자퇴를 권하는 일은 사교육이 활발한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대치동 한 유명 중등 사교육 업체의 설명회에서는 고교 자퇴 후 내신 성적을 신경쓰지 않고 정시 확대에 맞춰 재수생처럼 수능 준비를 하는 것이 대치동 트렌드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 2021학년 서울 학업중단자 수가 많은 곳은 강남구(306명) 노원구(283명) 강서구(267명) 송파구(237명) 서초구(214명) 순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이 자발적 학업 중단을 선택한 경우다.

<이주호 장관 “정시40% 유지하겠다”.. 공교육 이탈 늘어나나>
문제는 정시 확대 영향으로 인해 앞으로도 학업중단율이 더욱 상승할 전망이라는 것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14일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된 간담회에서 ‘정시40%를 풀어줄 건가’라는 질문에 대해 “입시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입제도에 대해 당분간 손대지 않을 계획”이라고 못박았다. 앞서 이 장관이 6월경 발표되는 2028대입개편안에 대해 “지금의 입시기조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 밝혀온 만큼 2028학년에도 정시40%가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시 확대의 경우 사교육 영향이 큰 전형으로, 2019년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지시 이후 수요자들은 정시 확대에 맞춰 사교육과 교육특구로의 진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엔 전년 통합수능 유불리 학습 효과, 상위대학으로 간판을 올리기 위한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 전년 대입에 실패한 문/이과생의 대입 재도전, 꾸준히 이어져온 의약계열 쏠림 현상, 최근 정부의 반도체 등 첨단학과 육성 정책 등이 여러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역대급 N수생과 검정고시생이 배출됐던 바 있다. 2023수능 N수생 비중은 31.1%로 1997수능 33.9% 이래 26년 만 최대 규모다. 통합수능 시행과 정시 확대가 맞물리면서 이과생 비중도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 입시전문가는 “정시 확대로 검정고시가 공교육의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위축이 불가피한 공교육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가장 결정적 요인은 최상위권을 중심으로 한 정시 확대다. 검정고시는 최소 2년을 준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정시 비율이 매년 늘어나는 현재 상황이라면 충분히 대입전략의 하나로 고려해 볼 만하다. 특히 내신경쟁이 치열한 교육특구의 경우 저학년에서 내신이 밀린다면 곧바로 사교육을 통해 확대될 정시를 준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며 “의도하진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교육당국이 나서 검정고시 부추기는 정책을 쓴 셈이다. 교우관계, 비교과 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길러줄 수 있는 학교생활을 포기하게 만드는 교육정책이라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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