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열풍 통합수능 겹친 정시확대에 역대급 재수반수/사교육 난맥상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지난 문 정부에서 ‘조국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서울 소재 대학에 적용한 ‘정시40% 룰’이 당분간 이어지고, 2028대입개편에도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교육계 우려가 가득하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14일 취임100일을 맞아 진행된 간담회에서 ‘정시40%를 풀어줄 건가’라는 질문에 대해 “등록금/입시 이슈는 취임해서 1~2년간은 얘기하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수능 40% 선발은 이미 정해진 것이어서 더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입시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입제도에 대해 당분간 손대지 않을 계획”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장기적인 대입제도의 경우 국가교육위원회 업무이므로 잘 협의해서 10년 계획에 잘 담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장관이 6월경 발표되는 2028대입개편안에 대해 “지금의 입시기조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 밝혀온 만큼 2028학년에도 정시40%가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 교육관계자는 “입시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해도 지난 문 정부에서 ‘조국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서울 소재 대학의 정시40%를 사실상 강제한 것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은 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수능이 40% 확대된 상황이 참담하다고 말하면서, 이미 정해진 상황이라 그대로 간다는 것 역시 무책임하다. ‘당분간’이라는 기간도 그게 1~2년인지, 2027학년까지 적용될지, 2028대입개편 이후에도 적용될지, 국교위에 대입제도 개선을 떠넘기면서 10년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 결국 입시와 같이 민감한 사안을 방치해 의대 열풍과 통합형 수능과 맞물린 정시 확대의 폐해로 초4학년부터 수학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사교육 난맥상이 벌어지고 역대급 재수반수 확대 현상을 방관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 장관 취임 당시 교육계에서는 지난 문 정부에서 반복된 교육정책 뒤집기로 현장 혼란이 극에 달해 ‘경험 있는 신중한 장관’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이번 정시40% 발언으로 오히려 예전보다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교육부 신년 업무보고에서도 현안은 뒷전이고 시급한 쟁점이 아닌 에듀테크 AI교육 등 뜬구름 잡는 정책들만 제시하고 있어 기대보다 더 큰 실망감을 안겼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한 교육관계자는 “N수생과 사교육비 역대급 폭증은 물론이고 수학 줄 세우기 학습 효과로 초등학생조차 미적분을 선행학습시키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져도 교육계에서는 ‘2028대입개편에는 바뀌겠지’라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취임 100일이 지났음에도 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정시40%를 이어간다고 확정하며 처음에 가졌던 기대감은 분노로 바뀐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장 정시 비율 조정이 어렵다면 2028대입개편 시행 전에 문제 많은 통합수능이라도 미리 개선해 놔야 하는데 4년 예고제 핑계로 개선의 의지조차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앞서 이 장관은 통합수능의 최대 부작용인 ‘이과 침공’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통합수능 자체를 고치지 않는 이상, 대학 전형방법을 미세 조정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 한 교육전문가는 “지금 당장 개선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2024대입시행계획이 정해진 상황이라 이르면 2025대입부터 개선안이 반영되는 만큼 2022, 2023, 2024까지 3년간 수험생을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2028학년 대입개편안의 향배에 따라 2027까지 유지되는 통합수능의 문제점을 제대로 바로잡을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대입제도 변경계획 당분간 없어.. ”정시40% 유지”>
정부의 정시 확대 기조는 2028학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 장관은 “수능 40% 선발은 이미 정해진 것이어서 더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입 제도에 대해 당분간 손대지 않을 계획”이라며 정시 확대를 못박았다. 2019년 11월 발표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서 지목된 수도권 상위 대학 16개교에게 2023학년까지 정시40% 확대를 강제했는데, 향후에도 40% 룰을 유지한다는 얘기다. 

지난 2019년 문 정부는 ‘조국 사태’에 대한 타개책으로 학종/논술전형 비중이 높은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 2023학년까지 수능전형 비중을 40%까지 확대할 것을 사실상 강제하는 내용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따라서 2021학년 29%였던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은 2023학년 기준 40%로 일제히 확대됐다. 그 결과 의대 열풍에서 시작된 N수생 확대, 사교육비 급증 등 부작용이 증폭됐다. 수능 N수생 비중은 2023수능까지 31.1%로 매년 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다. 이는 1997학년 33.9% 이래 26년 만 최대 규모다. 통합수능 시행과 정시 확대가 맞물리면서 이과생 비중도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통합수능 이전 수학 가형 지원자는 33%였다가 2022수능에서 46.3%로 확대된 뒤 2023수능은 50%까지 치솟았다. 게다가 사교육비 역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해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해왔다.

정시 확대와 통합수능 시행의 부작용이 겹겹이 쌓인 대표적인 예는 현재 대입판 전체를 뒤흔드는 ‘의대 열풍’이다. 한 교육관계자는 “정시40% 확대로 시작된 의대 열풍은 통합수능의 폐해까지 겹치면서 역대급 재수반수를 이끌어냈고 과고 영재학교의 설립목적까지 위태롭게 한다. 강남8학군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의대 열풍은 역대급 사교육으로 번지고 있다. 2023정시에서 보여주었듯이 연세대 반도체 전자 같은 주력 전형까지 최초합격자가 1명도 남지 않을 만큼 의대 열풍은 압도적이다. 심지어는 SKY 의약계열에서도 추합이 발생할 정도로 블랙홀 같은 의대 열풍은 심각해진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문한 반도체 인력양성 등도 제대로 될 것인지 의문이다. 입시니까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그대로 2028까지 방치하겠다는 건 무책임한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2027학년까지 유지되는 통합수능 폐해가 갈수록 커져가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통합수능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교육계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달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교협, 입학처장 간담회를 열고 통합수능 부작용인 ‘이과 침공’과 대학별 보완책 마련 상황, 문이과 통합 취지에 맞는 대입전형의 필요성 등을 논의했다. “고교 수업에서는 이미 문이과가 사라졌지만 대입에선 문이과를 구분하는 현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며 “수능 과목으로 인해 입시에서 불리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능 난이도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대학과 소통해 개선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이과 유불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통합수능 자체를 없애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데 수능의 큰 틀은 2028대입개편에서 바꿀 수 있다. 근본적 해결 없이는 통합수능을 개선할 뾰족한 방법이 없어 개편안을 마련한다고 해도 대학들의 미세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한 교육전문가는 “결국 2027대입까지 통합수능의 부작용을 알고서도 수험생들을 외면한다는 얘기냐. 통합수능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2028대입개편이 제대로 될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현 중2학년이 대입을 치르는 2028대입개편안을 올해 6월경 발표하고 확정된 내용은 내년 2월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 장관은 앞서 2028대입개편은 변화가 클수록 불안감을 초래해 사교육 시장이 폭발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만큼 지금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 밝혔다. 대입개편 관계자들도 지금의 입시 기조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 정시40% 룰이 2028대입에도 포함될지 우려를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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