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대가의 가설 뒤집어'

[베리타스알파=박원석 기자] 서울대는 생명과학부 이일하 교수가 식물이 겨울저온을 인지하는 기작을 이해하기 위해 춘화처리에 의해 발현이 유도되는 유전자 VIN3 (VERNALIZATION INSENSITIVE3), COOLAIR, COLDAIR, COLDWRAP이 발현되는 분자 기작을 연구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중 단백질 암호화 VIN3 유전자의 발현에는 생물시계가 관여함을 이미 발표했다. 생물시계가 겨울기간 날짜를 카운팅하는 수단으로 작용함을 밝힌 것이다.

COOLAIR, COLDAIR, COLDWRAP은 비암호 RNA 유전자인데, 이 중 춘화처리의 분자 기작에 관여하는 것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COOLAIR의 발현을 유도하는 기작을 이번 연구에서 밝혀냈다. COOLAIR promoter 부위에는 CRT/DRE라는 cis-element가 진화적으로 잘 보존돼 있다. 이 cis-element에는 저온 시그널의 master regulator인 CBF (CRT/DRE Binding Factor) 전사조절 단백질이 결합하여 저온 기간에 비례하여 COOLAIR의 전사를 증가시킨다.

CBF는 기왕의 연구 결과의 예측-CBF의 발현이 24시간 이후 뚝 떨어지므로 장기 저온에서는 CBF 발현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장기간의 저온(겨울 저온)이 가해지면 다시 발현양이 점차로 증가하는 특성을 가진다. CBF에 의한 COOLAIR의 발현 증가는 저온 2주 이후 다시 떨어지게 되는데 이는 CBF 단백질이 춘화처리에 의한 유전자 후성유전학적 비활성화에 의해 COOLAIR promoter에서 떨어져 나오기 때문임을 확인했다.

COOLAIR는 2009년 영국 John Innes Center의 Caroline Dean 교수에 의해 발견된 이후 C. Dean 교수에 의해 꾸준히 연구돼 춘화처리의 후성유전학적 기작에 대단히 중요한 key regulator로 작용한다고 발표됐으며, 두가지 관점에서 세계적 주목을 끌게 됐다. 첫째는 비암호 RNA 유전자가 생물의 발달 과정에 직접 참여함을 밝히면서 식물에서의 훌륭한 모범사례로 교과서적인 발견으로 각광을 받았다. 둘째는 비암호 RNA 유전자가 후성유전학의 대표적인 분자 PRC2 (Polycomb Repressive Complex2)의 기능을 어떻게 돕는지를 밝힌 역시 교과서적인 발견으로 주목받았다.

C. Dean 교수는 이러한 연구내용을 지난 십여 년간 30여 편의 Cell, Nature, Science 혹은 자매지에 발표해 왔으며 이 업적으로 영국의 최고의 과학자에게 수여되는 Royal Medal과 식물 분야의 노벨상이라 일컬어지는 Wolf Prize를 2020년 수상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COOLAIR를 완전히 제거한 식물에서도 정상적인 춘화처리 반응이 나타남을 보임으로서 COOLAIR가 춘화처리에 관여하지 않음을 명쾌하게 입증했다. 말하자면 Dean 교수의 지난 십여 년간의 연구 업적이 잘못된 가설과 잘못된 연구데이터 해석에 기인한 것임을 밝힌 것이다. 이는 가히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친 일대 사건이라 할만하다.

연구실의 입장에서는 식물이 겨울 저온을 인지하는 방식을 두 번째 발견한 것이라는 의의가 있다. 첫 번째는 생물시계를 이용한 겨울 기간의 날 수 카운팅 기작(Plant Cell, 2022년 발표)이고 두 번째는 usual suspect라 할 수 있는 저온 신호전달의 master regualtor인 CBF 전사조절 단백질의 작용 기작(eLife, 2023년 발표)이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일하 교수./사진=서울대 제공
CBF의 발형은 저온 처리후 24시간 이내에 급격히 사라진다. 그러나 이후 춘화처리 기간에 비례하여 서서히 다시 증가한다. 반면 COOLAIR의 발현은 춘화처리 초기 2주까지 발현이 증가하고 이후에는 발현이 급격히 줄어든다. 춘화처리 초기에는 FLC 유전자의 3'-end에 있는 COOLAIR promoter의 DRE cis-element에 CBF 단백질이 붙어 COOLAIR의 전사가 유도된다. 그러나 춘화처리 후기에는 FLC 유전자가 전체적으로 후성유전학적 비활성화 돼 COOLAIR의 발현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된다. /사진=서울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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