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자연계) 4.2% 이공특 2.5%.. “학종100% 수시 중심 선발구조 선방 요인”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단독] “공짜 등록금 줘도 의대”…4대 기술원 중도탈락 5년간 1천 명’ ‘카이스트 등 과학기술원도 의대 징검다리? 중도탈락 5년간 1000명’… 중도탈락률을 근거로 KAIST 지스트 DGIST UNIST 등 4개 과기원의 의대이탈을 지적하는 보도가 8일 쏟아졌다. 5년간 1000여 명의 중도탈락자가 발생하는데 이 중 대다수가 의대 진학자로 추정된다는 논지다. 4개 과기원에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막상 과기원은 의대를 위한 ‘정류장’이 된 만큼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과연 과기원의 중도탈락과 의대이탈은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 만큼 정말 심각한 걸까.

실제 서울 소재 종합대와 비교하면 4개 과기원과 포스텍을 포함하는 ‘이공계특성화대’의 중도탈락률은 오히려 낮다고 봐야 한다. 최상위 대학인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최근 5년간 연평균 중도탈락률은 2%로 이공특 연평균 2.1%과 비슷하지만, 이 중 사실상 이공특과 ‘같은 무대’에 있는 자연계 학생만 비교하면 SKY의 수치가 훨씬 높아진다. 중도탈락자의 상당 부분이 자연계이기 때문이다. 2021학년(2022년 공시 기준) SKY 자연계 중도탈락률은 서울대 2.7%, 고대 5.7%, 연대 4.2%로 4.2%에 이른다. 같은 해 5개 이공특 평균 중도탈락률 2.5%보다 2배 가까이 큰 규모다. 통상 서울 중상위 대학에서 SKY보다 반수생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공특의 중도탈락률이 낮다는 점은 더욱 뚜렷해진다.

게다가 가장 최근 공시된 자료인 2021학년엔 SKY 자연계 중도탈락률이 전년 3.3%에서 4.2%로 크게 상승한 반면, 이공특은 2.7%에서 2.5%로 하락했다. 2022학년 약대 학부 신입생 모집이 시작되면서 당시 자연계 학생의 반수가 전반적으로 증가했으나, 이공특은 이 가운데서도 오히려 중도이탈이 감소한 것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최상위권 자연계 학생의 의대이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과기원을 비롯한 이공특의 경우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합대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중도탈락자 규모도 작고 최근에는 중도탈락자가 감소하기까지 했다. 의대이탈을 막으려는 이공특의 노력과 국가적 지원이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공특은 뚜렷한 진로와 확실한 입학전형으로 중도탈락 비율이 적은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신입생을 학종 100%의 수시 중심으로 선발하는 영향이 크다. 정시 수능전형과 수시 교과전형과 논술전형처럼 단순 시험 성적으로 합격과 불합격이 판단되는 전형에서 중도탈락자가 많이 발생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18∼2021학년 수도권 14개 대학의 주요 입학전형별 신입생을 분석한 결과 제적/자퇴 등 중도탈락률은 수능전형 출신이 16%로 가장 높았고, 학종은 6.8%였다. 2021학년 기준 5개 이공특은 모집인원의 97.5%(1765명)를 수시로 선발했고 정시로 선발한 인원은 2.5%(45명)에 불과했다. 세부 수시전형은 진로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드러내야 하는 학종과 특기자전형뿐이었고, 논술전형과 교과전형은 아예 운영하지 않았다. 반면 SKY는 수시 73.9%(7708명), 정시 26.1%(2720명)로 이공특보다 많은 비중을 정시 수능전형으로 선발했다. 수시 중에서도 적성과 무관하게 지원할 수 있는 논술전형 교과전형의 비중이 20%(1542명)에 달했다. 전형 구조부터 이공특의 중도탈락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더군다나 정시 40% 확대 의무가 적용되면 SKY를 비롯한 종합대의 중도탈락률은 높아질 가능성이 크지만, 과기원 등 이공특의 경우 의무에서 제외돼 중도탈락 증가에 대한 우려도 적다. 

중도탈락률은 매년 8월 대학알리미에 공시되는 ‘중도탈락 학생 현황’ 자료를 토대로 산출했다. SKY 자연계 학생은 알리미 ‘재적 학생 현황’ 중 자연과학/공학/의학계열을 기준으로 구분했다. 최상위 대학 재학생 가운데 발생하는 중도탈락자는 대부분 반수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중도탈락 사유는 미등록 미복학 자퇴 학사경고 등이 포함된다. 각 자료는 공시년도 전년 3월1일부터 당해년도 2월 말일까지를 기준으로 한다.

과기원의 중도탈락과 의대이탈은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 만큼 정말 심각한 걸까. /사진=KAIST 제공
과기원의 중도탈락과 의대이탈은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 만큼 정말 심각한 걸까. /사진=KAIST 제공

 

<2021학년 이공특 중도탈락 269명.. ‘유일하게 축소’>
KAIST 포스텍 지스트 DGIST UNIST 등 5개 이공특의 2021학년 중도탈락률은 2.5%다. 1만887명 중 269명이 중도탈락했다. 전년엔 재적 1만1026명 중 294명이 중도탈락해 2.7%였으나 재적인원이 139명, 중도탈락자가 25명 줄면서 비율이 축소됐다.

중도탈락 비율이 가장 높은 이공특은 지스트다. 6.1%(중도탈락 61명/재적 996명)로 전년 2.7%(26명/965명)의 두 배 높은 수치다. 자퇴가 전년 23명에서 2021학년 55명으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지스트의 일부 인원이 당시 새롭게 개교한 한국에너지공대(KENTECH)로 이동하면서 중도탈락이 급증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스트가 위치한 광주와 한국에너지공대가 위치한 나주가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너지공대는 세계 유일 에너지특화대학으로 개교와 함께 압도적인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정시와 수시 모두에서 전체 6개 이공특(KAIST/포스텍/지스트/DGIST/UNIST/한국에너지공대) 중 최고 경쟁률이었다.

이어 UNIST 2.6%(66명/2586명), KAIST 2.2%(100명/4616명), 포스텍 2.1%(35명/1695명), DGIST 0.7%(7명/994명) 순이다. 특히 전년 중도탈락 비율이 가장 컸던 DGIST는 전년 3.47%(33명/952명)에서 2021학년 0.7%(7명/994명)로 크게 낮아졌다. 특히 중도탈락자 중 자퇴인원이 전년 28명에서 2021학년 3명으로 25명이나 줄었다.

학교유형별로 보면 이공특만 유일하게 중도탈락 비율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SKY 중도탈락자는 2020학년 2.1%(1624명/7만5703명)→2021학년 2.6%(1971명/7만5872명)로 상승했고, 상위15개대(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는 2.84%(9613명/33만8988명)→3.08%(1만386명/33만7204명)로 상승했다. 거점국립대 역시 전년 3.71%에서 4.4%로 올랐다. 

한 교육전문가는 “이공특은 뚜렷한 진로와 확실한 입학전형으로 타 종합대에 비해 중도탈락 비율이 낮다. 특히 2022학년 당시에는 약대 학부 신입생 모집 이슈가 있어 상위권 자연계 수험생 사이에서 중도포기자가 급증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공특은 영향이 거의 없었다. 사회적 분위기로 자리잡은 의대열풍을 완전히 막을 순 없겠지만 이공특의 경우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공특 중도탈락률 2.5%, SKY 자연계 4.2%>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2017학년부터 2021학년까지 4개 과기원과 포스텍 등 이공특에 다니다가 학적을 포기한 학생은 총 1152명으로 연평균 230명, 전체 학생의 2.1% 규모다. 다만 5년간 중도포기자를 모두 더해 1000명이라는 큰 숫자를 만들어 여론을 호도한 것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이공특의 중도탈락은 타 대학에 비해 적은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최상위 대학인 SKY의 최근 5년간 연평균 중도탈락률은 2%로 이공특과 비슷하지만, 자연계 학생만 비교하면 SKY의 수치가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종합대의 중도탈락자 중 상당 부분은 자연계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1학년(2022년 공시 기준) SKY를 다니다 중도포기한 학생 10명 중 7명은 자연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체능계열을 포함한 SKY 전체 중도포기자는 1971명이고, 이 중 자연계 학생은 1421명으로 72.1%나 된다. 인문계 453명(23%)의 3배를 웃도는 규모다. 

자연계만 놓고 보면 2021학년 기준 SKY 중도탈락률은 서울대 2.7%, 고대 5.7%, 연대 4.2%로 평균 4.2%에 이른다. 같은 해 5개 이공특 평균 중도탈락률 2.5%보다 2배 가까이 큰 규모다. 지스트(6.1%) 1개교를 제외하면 UNIST(2.6%) KAIST(2.2%) 포스텍(2.1%) DGIST(0.7%) 4개교는 SKY 중 중도탈락률이 가장 낮은 서울대보다도 규모가 적었다.

<이공계 인재 양성 ‘국가적 과제’.. 의대이탈 방지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이공특의 중도탈락자가 타 종합대에 비해 적은 규모이긴 하지만 이공계 인재의 의대이탈을 막기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사회적으로 과도한 의대 진학 열풍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현 통합형 수능 구조상 자연계 학생이 의대로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종로학원은 “이공특 재학생의 경우 수학/과학이 우수하기 때문에 국어와 영어만 준비하면 된다. 정시에서 수학과 과학이 비중이 높다 보니 이공특 학생에게는 유리한 상황이다. 수학과 과학 역량을 바탕으로 한 수시 논술전형 역시 유리하다”며 “특히 조기졸업으로 입학한 과고 학생은 재수 삼수를 한다 하더라도 일반고 학생에 비해 시간 소모가 크지 않다는 특수한 상황도 있다”고 했다. 추후 의대이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중도포기하는 학생이 많아질수록 이공계열 학과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해진다. 이미 의대 재도전으로 마음이 기울어진 재학생이 교육 커리큘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뿐더러 학생 중도이탈로 인한 대학 측 예산 삭감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입시 관계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의대라면 재도전하겠다는 학생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최상위 인재가 의대 진학을 목표로 다년간 수능 준비에만 전념하는 것은 분명한 사회적 낭비”라고 말했다. 

반가운 사실은 최근 반도체 계약학과의 선호도가 수험생 사이에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 취업 보장은 물론 전액 장학금 등 전폭적인 특전을 제공하는 반도체 계약학과의 인기 상승세는 최근 3년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전국 39개 의대의 2023정시 평균 경쟁률은 정원내 6.67대1로 2022학년 7.19대1보다 하락했다. 수시이월 규모가 줄면서 의대 정시 모집인원도 줄었고 서울대 고대 연대의 최상위 학과 경쟁률 역시 2022학년보다 하락했는데도 의대 경쟁률이 낮아진 이례적인 모습이다. 입시 업계에서는 “자연계 최상위권이 취업이 보장된 반도체 관련 학과로 안정 지원하면서 의대 경쟁률이 전년보다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이공계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과고와 영재학교의 의학계열 진학을 제재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와 함께 이공계 처우 개선, 특전 제공 등 인재를 유입할 수 있는 긍정적인 대책까지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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