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 2.7%p 증가.. 사각지대 ‘검정고시’ 평가잣대 보완 지적도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2일 서울대가 2023정시 최초 합격자를 발표하며 교과평가 원년인 2023 서울대 정시에 대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는 2023학년에 교과평가를 본격 도입했다. 논란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재수생 독식의 흐름을 끊은 반전카드로 평가된다. 재학생 비율이 3년 만에 40%대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2020학년부터 2022학년까지 3년간 서울대 정시에서 재학생 비율은 매년 37% 전후였지만 교과평가 반영 후 40%대까지 상승했다. 반면 재수생 비율은 3년간 58%를 웃돌았던 데서 올해 57%대로 낮아졌다. ‘2023 서울대 정시모집 선발결과’에 따르면 올해 정시모집에서 재학생 비율은 지난해 38.4%에서 2.7%p 상승한 41.1%다. 반대로 재수/삼수 이상의 비율은 57.3%로 지난해 58.5%에서 1.2%p 하락했다. 정시 지균 신설과 교과평가 반영이 영향을 준 것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이번 교과 반영으로 재수생 증가와 재학생 감소의 추세가 꺾였다. 도입의 성과가 드러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본 취지였던 ‘공교육 안정화’에도 한발짝 다가섰다는 평이다. 포항제철고 최도식 진학연구부장은 “교과평가 반영이 수업 태도나 의지 등에 대해선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며 “공교육 살리는 분명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수생 강세 속 강남3구의 독점은 막지 못했다. 베리타스알파의 2023 서울대 합격자 배출 톱10을 살펴보면 중동고 선덕고 등 교육특구 내 남학교의 정시 실적이 두드러진다. 특히 일반고 1위인 낙생고와 숙명여고 역시 성남과 강남 소재 고교로 교육특구 출신이다.

교과평가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미미했다’고 입을 모았다. 휘문고 심재준 진학부장은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는 없다. 서울대도 애초에 교과평가를 당락 나누는 잣대로 활용한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포항제철고 최도식 부장 역시 “학교 아이들 모두 수능 성적이 좋아서 합격한 케이스다. 내신 성적이 안 좋아 우려했지만 아무래도 교과이수현황에서 진로에 맞춘 심화과목이수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중동고 이승용 진학기획교사 역시 “학생들이 애초에 지원할 때 교과평가를 감안하고 지원해 아슬아슬하게 쓰진 않으려고 했다. (학생이) 생각한 결과와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고 전했다. 서울대 역시 교과평가가 변수가 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입학본부 관계자는 “평가 기준도 명시했고 교사연수 등을 통해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물론 교과평가로 인해 정시 합불이 뒤집힌 사례도 존재했다. 휘문고 심 진학부장은 “교과평가로 합불이 갈린 경우도 있긴 하니 이에 집중하면 영향력이 컸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그게 아니다. 관점의 차이다”라고 설명했다. 사교육 업계 역시 영향력은 작지만 뒤집힌 사례도 존재했다고 전했다. 수능위주전형인 정시 특성상 대부분 수능 성적 순으로 합격한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일부 일반학과에서는 수능 성적이 다소 미흡해도 더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을 넘어서 합격한 사례가 일부 존재했다는 것이다.

수험생은 자신의 내신 성적이 어느 정도의 위치인지, 교과평가를 얼마나 대비해야 하는지 예측하고 나섰다. 일반전형은 2단계에서 20%, 지균은 40%로 반영하는 교과평가의 영향력이 실감하기로는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간 서울대의 인터뷰와 요강 등을 분석해보면 내신 정량평가보다는 ‘모집단위에 대한 역량’ 정성평가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4전형계획에서는 전공 연계 교과이수 과목을 제시하고 있어 학과에서 무리 없이 수학할 수 있는 전공적합성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이념이 돋보인다.

하지만 교과평가를 둔 갑론을박은 현재진행형이다. 공교육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는 적합하나 검정고시생 등 범위 밖 학생에 대한 고려가 적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례적인 정시 내신 반영이라는 선택을 진행했지만 교과평가 반영에 대한 설명과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극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반고 학생의 문호를 넓히고 공교육을 활성화시킨다는 서울대의 취지는 타당하나 입시 혼란을 막기 위해 보다 세부적인 정보공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직 정량평가인 경우 불합격 시 수능 점수가 부족했다는 판단이 가능하지만 교과평가 도입으로 수능 점수 때문인지 학생부 때문인지 불합격 사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깜깜이 입시’가 되지 않으려면 대학알리미 입시 결과를 공개할 때 학과별 세부 합격선과 학생부 평가 방식을 정밀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비록 5점의 작은 점수일지 몰라도 합불을 가를 만큼 중요한 요소다. 정량평가 요소가 있는 정시에서 학생부 역시 학생이 본인 합격선을 유추할 수 있게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대인재 김용욱 데이터룸 팀장은 “학생이 불합격 요인을 예측하려면 최소한의 점수/결과 공개는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아직 충원 기간이므로 분석시기가 이르다는 입장이다. 입학본부 관계자는 “간단하다. 학생부에서 충실성 보이지 않았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이라며 “아직 우리도 열어 볼 수 없다. 표점 활용하는 방식이 대학/학과마다 다른데 어떻게 합격 결과를 유추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23정시에 서울대가 교과 정성평가를 도입했다. 이후 정시 합격자가 발표되자 학생과 전문가들은 교과평가의 영향력과 그 성과, 보완할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서울대 제공
2023정시에 서울대가 교과 정성평가를 도입했다. 이후 정시 합격자가 발표되자 학생과 전문가들은 교과평가의 영향력과 그 성과, 보완할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서울대 제공

 

<서울대 교과평가 ‘교과이수 충실도, 교과성취도 평가’>
서울대 교과평가는 2022정시에 도입한 교과이수 가산점을 개편해, 학생의 교과이수 충실도와 교과성취도의 우수성을 본격 평가요소로 활용한다는 취지다. 학생부의 교과학습발달상황(교과 이수현황, 교과 학업성적,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만 반영한다. 과목 이수 내용, 교과 성취도, 교과 학업 수행 내용 등을 평가한다.

평가 등급은 A B C 3개 등급 절대평가 방식이다. 모집단위 학문 분야 관련 교과(목)을 적극적으로 선택해 이수하고 전 교과 성취도가 우수하며 교과별 수업에서 주도적 학업태도가 나타난 경우 A등급을 부여한다는 설명이다. 2명의 평가자가 독립적으로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므로 AA(5점) AB(4점) BB(3점) BC(1.5점) CC(0점)의 5개 조합이 나오게 된다.

서울대 정시는 일반전형과 지역균형(지균) 두 전형으로 나뉜다. 일반전형은 수능100%로 2배수를 통과시킨 뒤 1단계80%+교과평가20%로 반영한다. 지난해 신설한 지균은 수능60%+교과평가40%의 일괄합산 형태다.

서울대의 정시 내신 반영은 정시를 40%까지 강행해야 하는 상황 속 ‘묘수 풀이’를 통해 정시 확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 평가받는다. 정시 확대가 주는 영향은 이미 교육특구/재수생 확대라는 게 일반적 상식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정시 교과 반영과 지균 신설은 교육특구와 재수생 싹쓸이를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서울대는 ‘모집단위에 대한 역량’을 겨냥하고 있다. 수능 선택 내역과 학생부 이수 내역을 함께 살피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교 시절 ‘경제’를 중점적으로 공부해 온 학생이 수능에서도 경제를 선택하고, 대학 모집단위 역시 경제학부를 선택하는 경우 일관성이 있고 학생의 진로/적성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셈이다.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는 “고교 시절부터 관심 학과에 대한 공부를 이어오고 수능 선택과목 역시 관련 분야를 택했다면 대입 후에도 만족도와 성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역시 내신 정량평가보다는 교과목에 집중하라고 전한다. 대성학원 김원중 실장은 “2024학년엔 연계 교과목과 핵심 권장과목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학생은 이 이수과목을 충족했는지, 권장과목을 맞춰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포항제철고 최 부장은 “애초에 등급 평가가 아닌 교과이수 현황을 보는 것”이라 전했고 휘문고 심 부장 역시 “서울대가 애초에 이걸(교과평가) 당락 잣대로 활용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진로에 맞춘 심화과목을 이수했는지 등 진로 역량을 확인한다는 조언이다.

- 교과평가 성과 ‘재학생 증가, 재수생 하락’.. “공교육 살리는 분명한 요소”
이번 서울대의 교과평가는 교육특구와 재수생 싹쓸이를 완화했으며 공교육을 살렸다는 평이 잇따른다. 서울대가 2일 발표한 ‘2023 서울대 정시모집 선발결과’에 따르면 고3 재학생의 비중은 41.1%로 지난해 38.4%보다 확대됐다. 삼수 이상 N수생 비중은 57.3%다. 재수생 39.7%, 삼수 이상 17.6%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재학생 비율은 매년 37% 전후였지만 교과평가 반영 후 40%대까지 오른 셈이다. 반면 재수생 비율은 3년간 58%를 웃돌았다면 이번에 57%대로 낮아졌다. 정시 지균 신설과 교과평가 반영이 영향을 미친 셈이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이번 교과 반영으로 재수생 증가와 재학생 감소의 추세가 꺾였다. 도입의 성과가 드러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사교육업체와 고교 현장 역시 취지에 적극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포항제철고 최 부장은 “개인적으로 이 시스템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합불을 왜 넣냐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공교육을 살리는 분명한 요소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태도나 의지 이런 부분은 그래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문가 “영향력 미미하나 교과 역전 사례 존재”.. 최상위권 의대 예외>
입시 전문가들은 이번 2023정시를 분석하면서 서울대 교과평가의 영향력이 그리 크진 않았지만 역전 사례도 분명 존재한다고 전했다. 한편 최상위권 의대의 경우 수능 점수 순으로 합격 커트라인이 형성돼 교과평가 영향력이 적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으로 분석했다. 휘문고 심 부장은 “몇 점으로 합불이 나뉜다고 판단하면 영향력이 클 수 있겠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다. 대부분의 학생이 정시 지원 시 진학사에 성적을 많이 넣어보는데 대부분 본인 학생부를 BB로 넣었다”고 전했다. 중동고 이 부장 역시 “예상 외로 너무 큰 영향을 준 건 아닌 것 같고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지도하는 선에서 예측한 범위 내에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대 역시 설명회 등에서 B를 많이 부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아이들도 그에 맞춰 성적을 받으려고 했다. 아슬아슬하게 쓰진 않았다”고 말했다. 포항제철고 최 부장은 “등급을 평가하는 게 아니고 교과이수 현황 다루는 것이라 내신 성적이 정말 안 좋다고 A B C 성적이 낮게 나오진 않을 것”이라며 “(포항제철고) 학생들도 수능 성적이 좋아서 다 붙었다. 합격권 아이들은 BB가 아니겠나 싶다”고 전했다.

사교육업체 역시 같은 맥락이다. 종로학원 임 대표는 “추합까지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영향력은 미미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애초에 내신이 불안했던 학생들은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울대 정시 모집 폭은 1000명 이상 늘었지만 지원자 수는 5000명대에서 올해 4000명대로 감소했다”며 내신 반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1단계 합격자 수능 성적 분포(최고점-최저점)가 20점 이상일 경우에는 환산식상 수능 점수를 6점 이상 역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시대인재 김 팀장 역시 “교과평가 영향력은 굉장히 작았다는 게 제 생각이다”고 전했다.

특히 영향력은 최상위권인 의대에서 더욱 작게 느껴졌다. 대성학원 김 실장은 “아직은 추정치이지만 서울대 의대는 수능 점수 역전이 없어 보인다. 다른 학과는 좀 보인다”고 전했다. 시대인재 이용석 수석팀장은 “학원에서 합격한 의대 일반전형은 전부 다 BB인 것 같다. 왜냐면 수능 점수 순으로 합격했기 때문이다. 1등부터 14등까지 수능 점수 순으로 다 붙었다”고 전했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의대에 갈 정도면 이미 내신이나 수능 모두 잘 관리해왔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최상위권 의대에서는 특히 학생부를 전공과 무관하게 다뤄온 것이 아니라면 교과평가보다는 수능의 영향력이 높았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반학과는 뒤집힌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대인재 이 수석팀장은 “지균은 두 명 정도 교과 역전 사례가 있었다. 한 명이 충분히 정시 합격 성적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떨어지고 본인보다 낮은 점수가 붙었다. 그렇다고 (평가지표별 세부점수가) 직접 확인이 안 돼 확신은 어렵다. 지균은 ‘현역’이 대다수라 파악이 어려웠다. 현역 중 내신 우수하거나 수시 성적이 우수한 데도 정시로 온 아이들이 정시에서 역전한 것 같다”는 설명이다.

입시 커뮤니티에서는 서울대 교과평가를 두고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본인의 학생부가 B일지 C일지를 유추해 보기도 하고 평가기준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진=오르비 캡처
입시 커뮤니티에서는 서울대 교과평가를 두고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본인의 학생부가 B일지 C일지를 유추해 보기도 하고 평가기준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진=오르비 캡처

 

<‘뭘 보겠단 거지?’ 교과평가 기준 두고 수험생 ‘혼란’>
서울대 교과평가 도입을 두고 고교 현장을 비롯해 사교육업체까지 발칵 뒤집혔다. 수능위주전형인 정시에 교과평가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사례도, 설명도 부족하다는 이유다. 정시요강에 교과평가 방식을 설명한 페이지 역시 반 페이지뿐이다. 한 학생은 “서울대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과 교과평가를 다룬 기사 등에서 교과평가 방식을 유추했다. 요강의 설명은 두루뭉술해 와닿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일 서울대 정시 합격자가 발표되고 ‘오르비’ ‘포만한’ 등 입시 커뮤니티 역시 혼란이었다. 절대평가 방식인 A B C등급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2명의 평가자가 등급을 부여하므로 교과평가 조합은 AA(5점) AB(4점) BB(3점) BC(1.5점) CC(0점)의 5개다. 한 학생은 “뭘 기준으로 보는 거지? 어느 정도 성적 아래면 B C 이렇게 기준을 정한 건가, 세특을 더 많이 볼라나? 진짜 모르겠네 그냥 덜덜 떨면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또 다른 학생은 “서울대 내신 평가 기준 공개 요청”이라며 자신의 성적이 어떻게 평가된 것인지 설명이 듣고 싶다고 전했다. 정량평가가 가능한 수능 점수는 수험생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기 쉽지만 정성평가의 경우 수험생이 본인의 성적을 예측하고 지원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수능 성적만으로는 서울대에 입학할 성적이 되지만 교과평가에서 미흡하다고 평가되어 탈락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있다. 해당 학생은 “교과평가를 고려해 수능 성적을 높이거나 지원을 신중히 생각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심정을 밝혔다. /사진=포만한 캡처
수능 성적만으로는 서울대에 입학할 성적이 되지만 교과평가에서 미흡하다고 평가되어 탈락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있다. 해당 학생은 “교과평가를 고려해 수능 성적을 높이거나 지원을 신중히 생각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심정을 밝혔다. /사진=포만한 캡처

 

- 컴공 410.8점 ‘불합격’.. 사교육업체 ‘이례적’
이례적인 탈락 사례도 존재했다. 입시 커뮤니티 ‘포만한’에는 표점 410.8점의 학생이 서울대 컴공에 지원했지만 불합격한 사례가 등장했다. 이 학생은 게시글을 통해 ‘억울하네요 ㅋㅋㅋ 의대 가라는 건가’라며 심정을 토로했다. 댓글 역시도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종로학원이 8일 공개한 서울대 합격선에서도 서울대 컴공은 409점이었다. 시대인재 김 팀장 역시 “서울대 컴공 합격선은 410점으로 추정된다. 409점에서도 합격자가 발생했다. 서울대 의대는 415점으로 추정된다”며 “내신에서 CC를 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설명이 불가하다”고 전했다. 해당 학생은 이후 게시글을 통해 KAIST 무학과 선발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단국대 의대와 연세대 컴공에도 합격했다고 한다. 베리타스알파가 해당 학생을 인터뷰하자 학생은 “진학사 점수 공개를 봤을 때 409점BB까지 최초합격했고 나도 BB를 받았으면 최초합격했을 것이다. 탈락한 이유는 내신에서 BC나 CC를 받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내신을 상쇄할 만한 점수를 받았어야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전했다.

<“세부 평가항목과 결과 공개해야” VS ”결과공개 어려워”>
교과평가를 두고서는 ‘수험생의 입시 혼란을 막기 위해 세부적으로 결과가 공개돼야 한다’는 의견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모인다. 특히 일부 전문가는 서울대의 교과평가 취지에는 동의하나 평가결과를 공개해야 입시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종로학원 임 대표는 “서울대가 이후 대학알리미에서 입시결과를 공개할 때 최대한 정밀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량평가 가능한 수능 입결 말고도 정성평가인 학생부 평가 역시 세부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밀하게 공개가 되지 않으면 수험생의 혼란은 가속화할 것이다. 학과별 평균점수와 1등과 꼴등의 점수 차까지 알려줘야 합격선 예측이 가능하다”며 “입결을 정밀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소위 말해 ‘깜깜이 입시’가 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2024학년에 고려대까지 교과평가를 도입해 이번 서울대의 사례가 고려대까지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시대인재 김 팀장 역시 “취지는 타당하나 내신이 안 되는 학생의 선택지인 정시에서까지 교과평가를 진행하니 학생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어 “교과평가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 떨어진 학생도 본인이 학생부 C를 받고 떨어진 것인지, 수능 점수가 모자라서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성학원 김 실장은 “면접보고 왜 떨어졌는지 안 알려주는 것처럼 교과 정성평가 결과를 알려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교과평가는 부수적인 요소로 봐야 한다”며 “대부분 BB로 예측했겠지만 생각보다 서울대가 AA를 많이 줬을 수도 있다. 수험생이 ‘난 A일 거니 역전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을 건넸다.

서울대 역시 더 이상의 평가결과 공개는 없을 것으로 못박았다.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는 “사전에 평가기준을 명시해줬는데 왜 헷갈려 하는지 모르겠다. 정성평가는 분석평가다. 공정하게 하려면 서로 다른 조건을 전제로 들어가야 해 같은 평가가 될 수 없다. 애초에 모집단위마다 어떤 과목을 들으라고까지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간단한 문제다. 학생부에서 충실성이 보이지 않았다면 좋은 평가를 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서울대 교과평가 사각지대 ‘검정고시’.. 제출서류 설명 미흡 ‘지적’>
서울대 정시 내신반영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검정고시생은 고려 범위 밖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2023 서울대 정시모집 선발결과’에 따르면 검정고시 출신은 2022학년 3%(33명)에서 2023학년 1.6%(22명)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입시 전문가들 역시 “검정고시가 합격하는 것은 특이 케이스일 것” “검정고시 학생이 다수 불합격한 것에 대해 취재가 필요하다”고 전해왔다.

수험생은 ‘평가 과정은 공정했으나 검정고시 학생이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져 실질적인 불평등이 발생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입시 커뮤니티에도 검정고시 학생 중 CC(최저점 0점)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올라오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생부가 없는 검정고시생이 불리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검정고시 출신이라고 평가방법에 큰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학생부가 없는 경우 모집요강에 안내한 대로 대체서식을 제출하면 되고 이를 기반으로 평가를 진행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 역시 “검정고시생은 학생부 대체서식 활용해서 자율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올해 학생들도 그에 맞춰 잘 제출했다”고 전했다.

서울대가 2023정시요강에서 안내한 학생부 대체서식을 보면 학습내용에는 수능 영역, 검정고시 과목을 포함한 2015개정교육과정의 고교 교육과정 편제 과목 중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10개까지 골라 학업능력 향상을 위해 활동/학습한 내용을 기재할 수 있다. 작성분량은 1개 활동당 10개까지 작성할 수 있으며 1개 항목당 글자 수는 100자 이내로 제한된다. 증빙자료는 A4 용지 단면 기준 20페이지 이내로 제출 가능하다. 다만 공인어학시험 성적 등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는 항목은 작성할 수 없다.

문제는 이 서류들이 어떤 활동을 드러내라는 것인지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특히 요강에는 검정고시 출신자의 서류에 대해서 ‘검정고시 출신자는 검정고시 성적표 제출을 권장하며, 청소년생활기록부(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평생학습이력증명서(국가평생교육진흥원) 등 국가공인기관의 학업 관련 이력을 제출할 수 있음’이라는 설명 단 한 줄이 적혀 있다. 이 정보만으로 학생들이 알아서 서류를 발급할 곳을 찾아 학업을 이수하고 제출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점에 대한 고려로 대부분의 대학에선 검정고시 학생의 서류 점수를 수능 성적에 의한 비교내신으로 처리하고 있다.

서울대에 검정고시 제출서류로 무엇을 제출해야 할지 물어보자 서울대 측은 자퇴 직전 다니던 학교 학생부, 검정고시 성적표, 평생학습기록 등을 제출하라고 설명했다. 미인가국제학교/외국인학교/대안학교 등을 다닌 학생은 관련 서류 제출도 가능했다. 학원 또는 인터넷강의 수강증명서도 제출 가능했다.

- 학생부 대체 평생학습 ‘강좌당 20만원에서 50만원’
검정고시생이 서울대 정시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검정고시 준비, 수능 성적 관리, 학생부 대체서식 마련 등이다. 자율성을 부여한 서울대의 취지와 달리 그 부담이 학생에게로 향하는 점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비판도 있다. 학생부 반영의 경우 ‘모집단위 관련 교과 성취도’를 평가한다는 명확한 기준이 있지만 학교 밖에서 ‘모집단위 관련 과목’을 이수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학업을 수행한 활동’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청소년생활기록부뿐 아니라 평생학습이력증명서도 활용된다. 하지만 외부 평생학습기관에서 수강할 시 강좌당 20만~50만원의 수강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정시에 지원한 검정고시생 A씨는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평생학습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는 데 경제적인 부담이 되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A씨는 “평생학습은 교육 수요에 따라 개설되는 경우가 많다. 평생학습 수요층이 주로 중장년층이라 경영경제와 사회복지사 관련 자격증을 위한 사회복지학이 주로 개설된다”며 “만약 내가 서울대 철학과를 쓰고 싶다면, 철학 관련한 서류를 구해 와야 할 텐데, 철학에 관한 과목은 개설된 곳이 거의 없다. 철학과뿐 아니라 경영/경제/사회복지학과 외 학과는 서류를 구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전했다. 이어 A씨는 “고등학교 학생들도 내신과 수능을 동시에 준비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부담은 감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알맞은 서류를 구비하기에 정보가 너무 적고 공급도 적다”고 지적했다.

제출서류 틀이 정해지지 않은 탓에 학생들은 공부에 집중하기보단 ‘공부한 것 티 내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식이다. 평생교육원 수강 기록을 증명하기도 하며, 서울대에 직접 찾아가 일반물리학 서적을 읽기도 하며, 공부계획표를 제출하기도 한다. 시대인재 김 팀장은 “서울대의 교과평가 취지는 타당하지만 보통 자퇴를 하면 대학 진학 방법이 정시뿐인데 이마저도 교과평가를 하니 학생들에겐 병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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