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합 수학 변별력 강화할 듯’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2023정시 결과 수학 1등급의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이 입시 커뮤니티를 분석한 결과 2일 발표된 2023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정시최초 합격자 중에 국어 3등급대 학생도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에서도 국어 3등급, 중앙대 창의ICT공과대학에서는 국어 4등급 합격생이 나왔다. 이들은 모두 수학에서 1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학원은 “국어와 수학 간 난이도 격차가 매우 커진 상황이 원인”이라며 “수학이 우수한 학생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고 정시 결과를 분석했다. 

2023통합수능에서 국어 표점 최고점은 134점(언매)이고, 수학 표점 최고점은 145점(미적)으로 국어와 수학 격차가 11점까지 발생했다. 수학에서 저조한 성적을 받았다면 국어에서 고득점을 받았더라도 상위대에 합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대로 수학 고득점 학생의 경우에는 국어에서 저조한 성적을 받더라도 상위대에 합격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국어뿐 아니라 탐구에서 성적이 저조하더라도 수학에서만 고득점을 받는다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셈이다. 2022수능의 경우 국어 언매 표점 최고점은 149점, 수학 미적 표점 최고점은 147점으로 국어와 수학 간 격차가 단 2점에 불과했다. 

추가 합격자가 발표되면 국어 4~5등급, 탐구 4등급 이하에서도 상위대 합격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추가 합격은 최초 합격자보다 합격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수학만’ 등급이 높은 수험생이 이례적으로 상위대에 합격하는 경우는 수학 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대학과 학과에서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정시최초 합격자 등록은 7일부터 9일까지 진행되며, 10일부터는 정시추가 합격자가 발표된다. 정시추가 합격으로 인한 합격 등록과 최종 마감은 17일이다. 

종로학원이 입시 커뮤니티를 분석한 결과 2일 발표된 2023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정시최초 합격자 중에 국어 3등급대 학생도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종로학원이 입시 커뮤니티를 분석한 결과 2일 발표된 2023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정시최초 합격자 중에 국어 3등급대 학생도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국어 3~4등급도 서울 상위대 합격.. ‘통합수능 영향’>
종로학원이 입시 커뮤니티를 분석한 결과, 2일 발표된 2023서울대 정시최초 합격자 중에 국어 3등급대 학생도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어 3등급, 수학 1등급, 영어 1등급, 탐구 2과목 각 2등급/3등급의 학생이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에 최초 합격한 결과다. 국어 성적이 저조하고 수학 성적이 높은 수험생의 합격 사례는 서울대 외 상위대에서도 상당수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대 창의ICT공과대학에서는 국어 4등급, 수학 1등급, 영어 3등급, 탐구 2과목 각 1등급/3등급의 수험생이,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에는 국어 3등급, 수학 1등급, 영어 2등급, 탐구 2과목 각 1등급/3등급의 수험생이 합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문계 역시 국어 3~4등급 학생이 상위대에 합격한 사례가 나왔다. 국어 3등급, 탐구 3등급/2등급인 학생이 수학 2등급, 영어 1등급을 받아 경희대 경제학과에 최초 합격했고, 국어 4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수학 2등급, 영어 1등급, 탐구 1등급/2등급을 받아 숙명여대 경영학부에 최초 합격했다. 

종로학원은 등록포기로 인한 정시추가 합격자가 발표되면 최종 합격선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서울대 합격생의 약 20% 학생이 타 대학 중복합격으로 최종 등록을 포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역시 추가 합격자 발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합격자 중에서는 국어 4~5등급, 탐구 4등급 이하까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현상은 수학 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대학 및 학과에서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계에서 수학 비중이 높은 대학은 서강대(43.3%) 서울대(40%) 서울시립대(40%) 중앙대(40%) 고려대(37.5%) 순이며, 인문계에서 수학 비중이 높은 곳은 중앙대(45%) 서강대(43.3%) 서울대(40%) 서울시립대(40%) 한양대(40%) 고려대(35.7%) 순이다. 대학별 수학 반영비율이 높은 학과 기준이다.

올해 정시 결과는 통합수능 체제가 결국 ‘수학 한 줄 세우기’ 평가 방식이라는 비판에 힘을 실어주는 셈이 됐다. 국어와 탐구 성적의 영향력이 미미할뿐더러 수학 한 과목만으로 두 과목의 불리한 점수를 충분히 만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학의 영향력이 막대해진 배경은 국어와 수학 영역 간 점수 차가 극대화된 데 있다. 2023수능에서 국어 언매 표점 최고점은 134점, 수학 미적 표점 최고점은 145점으로 점수가 11점 차까지 벌어졌다. 지난해엔 국어 언매 표점 최고점이 149점, 미적과 기하 각 147점으로 국어 수학 간 최고점 격차가 2점에 불과했다. 종로학원은 “통합수능 2년 차였던 2023수능에서는 공통/선택 과목 간 점수 차에 국어/수학 영역 간 점수 차까지 더해져 정시 지원에 상당한 혼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과’에서도 수학이 결정적.. ‘문과 침공’ 확대>
국어와 수학 간 난이도 차이에 따른 점수 격차가 크게 발생하면서 인문계 역시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과목은 수학이 됐다. 이에 따라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은 더욱 유리할 수밖에 없어졌다. 국어 만점을 받은 문과 지원자보다 수학 상위권의 이과 지원자가 인문계에서도 정시 합격의 우위에 있는 셈이다. 이과에게 유리했던 운동장이 더욱 기울어진 결과다. 

선택과목별 점수 차 역시 더욱 벌어지면서 ‘문과 침공’은 지난해보다 더욱 극심할 전망이다. 수학에서 표점 최고점은 미적 145점, 확통과 기하 각 142점으로 3점 차다. 국어는 언매 134점, 화작 130점으로 4점 차다. 지난해 수학 3점 차, 국어 2점 차에서 국어 표점 격차가 2점 더 벌어진 것이다. 

원점수에서 동일한 만점을 받았더라도 표점 격차가 나는 이유는 현행 수능 점수 산출 체계에 있다. 공통과목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은 집단이 선택과목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는 구조다. 예를 들어 수학에서 각각 A, B 선택과목을 고른 두 수험생의 선택과목 원점수가 같더라도 A 선택과목을 택한 집단의 공통과목 평균 점수가 B 선택과목 집단보다 높으면 선택과목 보정 후 점수는 A 선택과목을 본 수험생이 높을 수 있다. A 선택과목에 더 좋은 실력을 지닌 학생이 몰린 것으로 간주해 해당 선택과목 수험생이 일종의 보상을 받는다는 의미다. 

<2027대입까지 유지되는 통합수능.. 개선책 마련될까>
통합수능의 고질적인 문제인 선택과목 유불리 등 수능의 폐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교육계에서는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학들은 대체로 현행 교육과정의 융합인재 양성 취지에 따라 문이과 구분 폐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은 지난달 11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마련한 대교협, 입학처장 간담회에서 “개선책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통합수능) 도입 2년 차이기에 대입전형 운영결과 등 관련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대학은 문과생에 불리한 수학 선택과목 표준점수 산출방식을 바꾸거나 불이익을 주는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교차지원을 막는 것은 문이과 통합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에 문과생의 이공계열 지원을 허용해 기회를 확대하자는 대안도 있다. 

수학의 미적 기하, 탐구의 과탐 등 이과 선택과목 제한을 아예 없애자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나왔다. 선택과목의 난이도 차이를 조정하지 않으면 쉬운 과목을 택하는 또 다른 유불리 문제가 발생하지만 통합수능에서는 이를 완전히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입시 전문가는 “과목지정을 해제하면 쉬운 과목으로 쏠림이 우려되지만 대학들이 점수 산출에서 미적과 기하에 가산점을 주는 식으로 보완할 수 있다. 미적을 안 배운 학생이 공대에 입학하면 대학이 합격자를 대상으로 입학 전후에 가르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2024대입 시행계획이 정해진 상황이라 개선책이 마련되더라도 이르면 2025대입부터 개선안이 반영된다. 문제는 현행 문이과 통합수능 체제는 2027대입까지는 유지된다는 점에서 대학들이 개선안을 내놓아도 미세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업계 한 전문가는 “통합수능 시행 첫해인 2022학년부터 이미 문제점을 인지하고도 내버려두었다가 학습 효과로 사태가 더욱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2025대입에서야 미세 조정안을 반영한다는 얘기는 2022대입부터 2024대입까지 3년간 수험생만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2028대입개편안의 향배에 따라 2027대입까지 유지되는 통합수능의 문제점을 제대로 바로잡을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확정한 새 고교 교육과정을 처음 적용 받는 학생들이 치르는 2028대입개편안을 2024년 2월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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