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민원 제기.. 목적 사업비도 원상복구 요구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서울 자사고가 지난 10년간 784억원의 사회통합 미충원 보전금을 미지급한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1일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접수했다. 민원 형식으로 먼저 청구한 이유는 미충원 보전금이 자사고 학생들의 교육 기본권과 평등권을 침해한 인권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향후 조사과정에서 부당한 사실이 밝혀지면 자사고 측은 형사고발이나 행정소송 등의 절차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는 사회통합 미충원 보전금을 지급하겠지만 그동안 지급하지 않은 보전금은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자사고 교장단연합회 학부모연합회 공동체대표는 “조희연 교육감은 교육부로부터 784억4771만원의 보전금 예산을 교부받고도 이 사실을 숨긴 채 학교에는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서울시 자사고는 학교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고, 일부 학교는 경영난으로 일반고로 전환했다. 자사고에 재학중인 학생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환경에서 교육받을 최소한의 권리마저 박탈당했다”며 미지급한 보전금을 즉시 지급하라고 밝혔다. 

자사고 측은 조희연 교육감에게 예산이 전용된 경위와 내역을 공개하고 사과하라고도 요구했다. 해당 예산이 있는 줄 몰랐다면 교육감으로서 직무유기, 알았다면 재량권의 남용이라는 입장이다. 자사고 측은 “지난 10년간 사회통합 보전금이 전영된 경위와 내역을 빠짐없이 공개해야 한다. 담당자가 교육감의 승인 없이 예산을 전용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법적 처벌을 면할 수 없고, 조희연 교육감 역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 운영에 필요한 목적사업비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사고 측은 사회통합 보전금 외에도 자사고가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이 서울시교육청에 의해 원천봉쇄됐다고 호소했다.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과 교육부의 자사고 재정지원 기준 표준안에 따라 자사고 역시 학교 운영에 필요한 목적 사업비를 교부받을 수 있으나, 서울시 교육청이 ‘사립학교 시설사업비 지원기준 및 집행지침’을 정해 자사고에 대한 재정 지원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사고 교장단은 “자사고 존립을 위태롭게 할 뿐 아니라 자사고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교육 기본권을 박탈하는 반교육적 처사다. 합리적 이유 없이 자사고 학생들을 차별적 취급하는 건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회통합 의무선발 20%.. ‘법적 강제사항’>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은 자사고와 외고의 사회통합 모집인원이 미충원될 경우 정부가 입학료 결손액 등을 보충해주는 지원금이다. 모집정원의 20%를 사회통합전형으로 의무선발하도록 법으로 지정해둔 것에 대한 교육 당국의 책임 보전차원에서 만들어졌다.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등 특목고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특수목적고 지정/운영에 관한 훈령에 따라 정원의 20%를 사회통합으로 의무선발해야 한다. 경제적 능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사회통합 운영의 당위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지원 학생이 턱없이 부족해 매년 심각한 미달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보전금을 미지급했다는 사실이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회통합 미달의 책임이 국가에게 있기 때문이다. 애초 현실적으로 모집이 불가능한 인원을 자사고와 외고가 의무적으로 선발하도록 법으로 강제해 뒀으면서, 교육부로부터 교부금을 넘겨받은 교육청이 지급하지 않은 채 ‘나 몰라라’ 식 태도를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특목고와 자사고가 사회통합의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해 재정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설정된 사회통합 의무선발 비율로 자사고와 특목고가 재정적 부담을 억울하게 짊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진보진영 측에서는 신입생 충원률이 낮은 탓을 학교의 역량 탓으로만 몰아가며 ‘자사고 죽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심지어 교육부에서 지급되는 보전금을 중간에서 가로막았다는 점은 일부러 자사고의 재정 상황을 악화해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행방불명’ 사회통합 미충원 보전금.. 서울 자사고 784억원, 외고/국제고 137억>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게 지급하지 않은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은 지난 10년간 1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규 의원(국민의힘)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회통합전형 미충원에 따른 보통교부금 명목으로 서울교육청은 921억9096만원을, 인천교육청은 37억5391억원을 교육부에게 지급받았다. 하지만 막상 지역 내 학교는 단 한차례도 보전금을 수령하지 못했다. 대전교육청 역시 10년간 13억1840만원의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을 교육부에게 지원받았지만 2014~2015년의 2년치 3억2218만원만 학교로 전달했다. 사회통합전형 선발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 광양제철고는 전남교육청의 권고에 따라 10%의 인원을 사회통합전형으로 선발하고 있으나, 정작 미충원된 인원에 대한 보전금 2억7811만원은 지급받지 못했다. 교육부가 정상적으로 지급한 보전금 972억1920만원 가량을 서울 등 4개 교육청이 가로챈 셈이다. 

전국 시도교육청 17개 중 지난 10년간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 지급 대상인 자사고 외고(사립) 국제고(사립)이 있었던 곳은 14개다. 이 중 서울 인천 대전 전남을 제외한 강원 경기 경북 경남 광주 대구 부산 울산 전북 충남 10개 지역은 교육부로부터 지급받은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을 해당 학교에 정상적으로 지급해왔다고 밝혔다. 현재는 일반고로 전환된 울산 성신고, 대구 경신고 경일여고 대건고, 광주 송원고, 전북 남성고 군산중앙고도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일반고로 전환하는 대건고의 경우에도 자사고로 선발한 인원이 재학 중인 기간 동안 계속해서 사회통합 미충원 보전금이 지급된다”고 했다. 

상산고와 현대청운고 등 자립형사립고 출신으로 사회통합전형 의무선발이 적용되지 않는 학교는 지급대상에서 제외됐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상산고는 교육청과 교육부에서 사회통합 선발을 권고하고 있고, 미달 인원에 대해서는 일반전형으로 전환해 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회통합에서 미달이 발생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미충원 보전금도 지급되지 않는다. 다만 도내 자사고였던 남성고와 군산중앙고에는 일반고 전환 이후에도 지급대상 인원이 재학중인 기간에는 정상적으로 미충원 보전금을 지급해왔다”고 설명했다. 2023학년 기준으로 울산 광주 전북교육청은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을 지급할 대상교가 없다.  

<'미지급한' 784억원.. 조희연 교육감 ‘나몰라라’>
가장 큰 문제는 서울교육청이다. 금액도 압도적으로 큰데다 미지급 보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적반하장식 태도 때문이다. 사회통합 미충원으로 인한 자사고와 외고의 재정적 부담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의 존재는 지난해 12월이 돼서야 드러났다. 학교 측은 보전금의 존재를 모르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자사고 측에서는 일제히 “보전금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 알았다면 결고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결원으로 인한 재정 악화로 굉장히 힘들었는데 교육청이 지원금을 가로막고 있었다니 허탈하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청은 올해부터 보전금을 지급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다만 지난 9년간 주지 않은 보전금은 따로 지급하지 않겠다고 선 그었다. 교부금 편성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기 때문에 보전금을 지급해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다. 자사고 관계자들은 "매년 서울청이 교육부에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인원을 보고해 교부금을 신청했다면 해당 예산이 학교로 내려오는게 당연하다. 미지급한 지원금은 서울교육청이 어떻게든 예산을 편성해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강원 경기 경북 경남 광주 대구 부산 울산 전북 충남 10개 지역은 교육부로부터 지급받은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을 해당 학교에 정상적으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과 동일한 진보교육감이 재임했던 경기교육청의 경우 안산동산고와 폐지 소송이 이어질 만큼 강성 태도를 보여왔지만, 그 과정 속에서도 사회통합 미충원에 대한 보전금은 정상적으로 지급해 서울교육청의 안일한 대응을 돋보이게 했다. 경기교육청은 지난 10년간 117억2574만원의 보전금을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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