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열풍 정시확대와 통합형수능 겹쳐 사교육/재수반수 확대에 반도체 무력화까지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14일 취임 100일을 맞은 현장 전문가들의 소회는 혹시나 했던 기대를 무력화시킨 ‘역시나’일 것이다. 장기 수장 공백 끝에 발탁이기도 했지만 재임 100일 동안 ‘안갯속 뜬 구름’으로 거대 담론을 띄운 대신 현안은 철저하게 가닥조차 잡히지 않으면서 기대보다 더 큰 실망감을 던졌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특히 이 장관에 대한 실망감은 신년 업무보고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올해 교육부 청와대 업무보고는 ‘에듀테크’ ‘디지털 교과서’ ‘AI 기반 교과과정 프로그램’ 등 뜬구름 잡는 정책들로 가득했다. 현안은 뒷전이고 신임 장관의 업무추진 가닥을 보여주기보다 대통령 인수위의 기존 교육정책을 그대로 담았다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 혼란을 더욱 부추긴 건 이 장관 본인이다. 장관 취임 이후 주요 매체별로 돌아가며 언론 인터뷰로 던진 교육정책과 구상이 교육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와는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시급한 현안은 그대로 외면한 채 뜬구름 같은 이주호 장관 구상에 역시 뜬구름 같은 업무보고로 구체화한 인수위 밑그림이 따로 노는 현실을 확인해야 했다. 이 장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취임떡 돌리듯 매체별 인터뷰로 뜬구름 같은 구상들을 던졌다. 한계가 분명한 상황도 이해가 가지만 산적한 현안들을 풀어낼 가닥이라도 잡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이 제쳐 둔 가장 큰 현안은 고입 대입 전반의 생태계를 무력화시키는 의대 열풍으로 보인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정시 40% 확대로 시작된 의대 열풍은 통합형 수능의 폐해까지 겹치면서 역대급 재수 반수를 이끌어냈고 과고 영재학교의 설립목적까지 위태롭게 한다. 강남8학군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의대 열풍은 역대급 사교육으로 번지고 있다. 2023정시에서 보여주었듯 연세대 반도체 전자 같은 주력 전형까지 최초 합격자가 1명도 남지 않을 만큼 의대 열풍은 압도적이다. 고입 대입 전반적 생태계가 의대 열풍으로 무기력화하는 모습이다. 이 장관과 청와대가 뜬구름을 잡는 동안 반도체 인력 양성은 제대로 될 것인지 의문이다. 입시니까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그대로 2028까지 방치하겠다는 건 무책임한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블랙홀 같은 의대 열풍에 대한 대처 방식과 관련해 2028대입 개편의 진행 방향도 이 장관이 큰 변화 없을 것임을 시사하면서 전반적으로 회의적 반응이 많다. 정시 확대와 통합수능이 맞물리면서 학습 효과로 인한 N수생 확대, 이과생의 교차지원을 통한 ‘이과 침공’, 문과생의 수능최저 미충족 등 수능의 폐해는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다. 최근 이 장관이 통합수능의 최대 부작용인 ‘이과침공’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통합수능 자체를 고치지 않는 이상, 대학 전형방법을 미세 조정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 한 교육전문가는 “지금 당장 개선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2024대입 시행계획이 정해진 상황이라 이르면 2025대입부터 개선안이 반영되는 만큼 2022, 2023, 2024까지 3년간 수험생을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2028학년 대입개편안의 향배에 따라 2027까지 유지되는 통합수능의 문제점을 제대로 바로잡을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 장관은 2028대입개편에 대해 “대입은 미세조정하고 대입 개편보다는 교실 변화에 주력하면서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관계자들도 6월경 발표하는 대입개편안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 전망했지만, 수학 줄 세우기, 정시 확대로 늘어난 사교육비, N수생 확대, 의약계열 쏠림 등을 유발하는 교육정책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도 더 큰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문 정부의 반복된 교육정책 뒤집기로 뒤틀린 교육정책 정상화가 우선인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고입에서는 5년간 이어져온 자사특목 폐지 논란은 존치로 못박으면서 일단락됐지만, 2025고교학점제 도입과 고교 전 학년 내신 절대평가 적용이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이 장관은 지난해 12월 고교학점제 도입 시기를 2025년 3월1일로 명시하고, 고1 공통과목에 절대평가인 성취평가제를 적용할지 여부는 올해 2월 중 발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 여건과는 거리가 멀고, 대입 개편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교학점제를 강행하면 수능 과목으로 쏠릴 수밖에 없어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고1~3 내신 절대평가 도입은 특목자사 등이 내신 불리함에서 벗어나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학점 부풀리기’ 문제 등도 고려해야 한다. 대학 입장에서는 내신 변별력이 약화되면 유사 고교 등급제, 수능 중요도 상승, 새로운 형태의 선발시험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학 등록금 인상 문제도 불거졌다. 이 장관은 8일 ‘2023년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 기본계획’ 보도자료를 통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올해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 감사드리며, 교육부 정책 기조에 동참하지 않고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는 유감을 표한다”고 등록금을 올린 대학에 사실상 경고장을 보냈다. 그렇지만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을 추가로 지원하거나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을 제재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밝혀 반쪽짜리 경고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대학 등록금 규제를 처음 도입한 장본인이 이주호 장관이다. 15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악화된 대학재정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결자해지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장관이 교육정책을 공개하는 방식도 구설수에 올랐다. 이 장관이 앞서 언론사 인터뷰에서 밝힌 교육이슈만 해도 절대평가 도입, 대학 예산 지자체 이양, 일반고 IB과정 도입, 교대/사대 전문대학원 개편, 유보통합 등 역대급 이슈였지만 날이 갈수록 실효성보다 풍선 띄우기 성격으로 인해 피로감만 심해졌다는 게 중평이었다. 이 장관의 인터뷰는 지난해 △11월21일 조선일보 ‘이주호 “대학 예산, 지자체에 넘기겠다… 외고는 폐지 안 해”’ △11월28일 중앙일보 ‘이주호 “文정부 정시확대, 참담하다…일반고 살리기 집중할 것”’ △12월2일 경향신문 ‘이주호 교육부 장관 “교대·사대도 전문대학원으로 현 정부 임기 내에 개편할 것”’ △12월11일 연합뉴스 ‘이주호 “2025년부터 교육청이 어린이집 관리…유보통합 본격화”’, ‘이주호 “수시모집 역풍 반성해야…교사 책임 가장 커”’ △12월12일 국민일보 ‘[단독] 이주호 교육 “고교 1~3학년 내신 절대평가 검토”’ △12월13일 국민일보 ‘이주호 인터뷰 “지금 초등생이 대학갈 땐 수능 없을 것”’ 등이다.

이 장관의 인터뷰 기사가 나간 뒤에는 어김없이 해당 발언이 언론에 도배됐고, 이후 논란이 거세지면 해명과 사과문 발표가 이어지면서 “언론사가 교육정책 협의 기관이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한 교육전문가는 “이처럼 중대한 국가 주요 정책방향을 발표하려면 정책연구와 의견수렴, 논의 등을 진행한 뒤 기자회견을 통한 공식절차를 거치는 게 순서인데, 교육정책을 하나씩 툭툭 질러 놓고 여론을 살피는 것이 실제 정책을 하는 입장에서 과연 옳은 방식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역대 두 번째로 ‘두 번’ 교육부 장관에 올랐다. 지난해 11월7일 취임사에서 “교육부가 스스로 대전환해야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며 교육 개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4대 개혁 분야로 ▲학생맞춤 ▲가정맞춤 ▲지역맞춤 ▲산업맞춤을 설정하고 10대 핵심정책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학교 교육력 제고 △교사 혁신 지원 체제 마련 △유/보 통합 추진 △늘봄학교 추진 △과감한 규제혁신/권한 이양 및 대학 구조개혁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학교시설 복합화 지원 △핵심 첨단분야 인재 육성 및 인재 양성 전략회의 출범 △4대 교육개혁 입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통합수능 부작용.. 2027수능까지 수험생 뒷전>
교육계에서 가장 시급한 현안은 2028대입개편이지만 어떻게 개편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지금까지 대입제도가 학생부위주 혹은 수능위주로 재편될지 등 그 어느 것도 정해진 바 없어 교육계 혼란이 가득하다. 한 교육전문가는 “아직까지 교육정책의 가닥도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뜬구름만 던지는 교육공약으로 불확실성만 키워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5학년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2028대입개편은 4년 예고제에 따라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지만, 아직까지 어느 것도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고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논서술형 수능, 수능 자격고사화 등의 화두를 던져 놓고 대입개편은 아직 청사진조차 제시되지 않았다. 정책의 불확실성은 학부모에게 불안을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결국 사교육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정시 확대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 장관은 1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주요 대학 모집인원의 40%를 정시 수능위주전형으로 뽑도록 한 방안에 대해 “등록금/입시 이슈는 취임해서 1~2년간은 얘기하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수능 40% 선발은 이미 정해진 것이어서 더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입 제도에 대해 당분간 손대지 않을 계획”이라고 못박아 교육계 원성이 자자하다. 그러면서 민감한 입시제도 손질은 국교위에 떠넘겼다. 이 장관은 “장기적인 입시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업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올해 상반기 시안을 마련할 예정인 2028대입개편안과 관련 있는지는 답하지 않았다. 한 교육전문가는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도록 2028대입개편도 지금의 입시와 큰 변화가 없다고 밝혔지만, 지난 문 정부의 정시 확대와 통합수능이 겹치면서 N수생 확대, 의대 쏠림, 사교육비 증가, 공교육 황폐화 등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는 지금의 상태를 10년 가까이 끌고 가겠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대학 수업처럼 자율적으로 선택해 학점으로 듣는 고교학점제 시행과 정시 확대는 상충되는 성격을 가져 어떻게 개편될지에 대해 관심이 높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 2028대입개편에 맞춘 미래형 수능 역시 지금까지 논서술형 수능, 절대평가 수능 등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지만 이 역시 어느 것도 정해진 건 없다. 2021년 4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5고교학점제 등의 내용을 담은 ‘2022개정교육과정 추진계획’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논서술형 수능 도입에 관한 토론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서술형 답안 채점에 대한 공정성 시비 등은 아직까지 해소되지 못한 부분으로 우려를 낳는다. 논술 축소를 요구한 정부 교육정책 기조와도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보고서를 통해서도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른 수능을 절대평가로 치르는 방법, 수능을 두 번 치러 수시/정시, 절대평가/상대평가 등으로 이원화하는 방법 등이 제시됐지만 이 역시 정해진 건 없다. 다만 수능 절대평가 도입은 과거 2002년 수능 변별력을 약화시키고자 도입하고 1년 만에 철회한 전례가 있는 수능 9등급제보다 더 강력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도입 가능성은 극히 낮다. 

2027학년까지 유지되는 통합수능 폐해가 갈수록 커져가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통합수능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교육계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달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교협, 입학처장 간담회를 열고 통합수능 부작용인 ‘이과 침공’과 대학별 보완책 마련 상황, 문이과 통합 취지에 맞는 대입전형의 필요성 등을 논의했다. “고교 수업에서는 이미 문이과가 사라졌지만 대입에선 문이과를 구분하는 현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며 “수능 과목으로 인해 입시에서 불리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능 난이도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대학과 소통해 개선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이과 유불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통합수능 자체를 없애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데 수능의 큰 틀은 2028대입개편에서 바꿀 수 있다. 근본적 해결 없이는 통합수능을 개선할 뾰족한 방법이 없어 개편안을 마련한다고 해도 대학들의 미세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한 교육전문가는 “결국 2027대입까지 통합수능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수험생들을 외면하겠다는 얘기냐. 통합수능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2028대입개편이 제대로 될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교육계는 입시와 관련된 정책은 자칫 잘못하면 큰 후폭풍으로 돌아올 수 있어 2028대입개편의 완만한 속도조절을 요구했다. 고교학점제 등 여러 난제가 각종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교육정책은 입시에 반영된 이후까지 생각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2028대입개편에 맞춘 수능도 논서술형 수능, 절대평가 수능 등 지금까지 여러가지 방안이 제시됐지만, 이런 중차대한 사안은 10년 정도의 오랜 기간을 두고 개편할 일이지 이를 당장 내년에 발표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입시는 학부모와 학생, 교육계뿐 아니라 각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민감한 주제인 만큼 정부 입장에서도 현 시점에 과감하고 급진적인 개혁은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대입의 큰 가닥이 정해지고 나서 고입 등을 순차적으로 정리해야 하는데 교육부는 소극적인 자세만 취하고 있다. 여러 갈래로 흩어진 교육정책들은 방향성조차 제시되지 않아 학교 현장은 혼란에 휩싸였다. 이 장관은 2028대입개편은 미세조정을 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지난 문 정권에서 반복된 뒤집기로 뒤틀린 지금의 대입제도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앞서 2028대입개편은 변화가 클수록 불안감을 초래해 사교육 시장이 폭발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만큼 지금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 밝혔다. 교육부 역시 “2028대입개편은 큰 틀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고교 현장의 변화 등을 자연스럽게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2028대입개편은 대입정책 사전예고제에 따라 고교와 대학, 전문가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2024년 2월 전에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국교위도 중장기 대입개편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2028대입개편을 포함해 중장기적인 대입개편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고입개편.. ‘내신 절대평가’ 특목/자사 살리기 해법?>
고입개편안은 최근 ‘내신 절대평가’ 이슈가 관심의 대상으로 급부상했다. 고교 내신 전면 절대평가는 지난 문 정부가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발표하면서 2~3학년에만 절대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는데, 고1만 상대평가를 실시해 1학년 때 석차등급이 저조한 학생들은 2~3학년에 학교수업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지난해 교육부는 고교 1학년에도 내신 절대평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해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발표하면서 현 중2에게 적용될 고교학점제는 2025년 3월1일에 도입한다고 못박았지만, 고교 내신 전면 절대평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내신 절대평가 전면도입을 포함한 고교학점제 보완 방안은 상반기에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당초 교육부가 2월에 발표 예정이었지만 시도교육청이 성취평가제 도입 시 현장 혼란을 우려하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고교 1~3학년 전면 내신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특목자사 학생들은 내신 상대평가로 인한 불리함에서 완전히 벗어나면서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내신 절대평가를 적용하면 100% 학종으로 선발해야 하는데 앞서 학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그에 따른 정시 확대와도 엇박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변별력이 사라지면서 수능이나 대학별 고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유사 고교 등급제, 유사 본고사/선발시험 등 새로운 형태의 선발시험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학점 부풀리기’도 지적되면서 대입과 고입 지형 자체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입개편안은 자사고와 외고 등 특목고 존치가 뼈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문 정부의 2025년 일반고 일괄 전환 정책을 공식 폐지하는 게 핵심이지만, 일반고는 질적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원론적 해법을 내놓으면서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한 교육전문가는 “특목자사에 유리한 사인을 보내면서 동시에 일반고도 살린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고를 상향평준화하는 해법은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대입에서의 특목자사 유리함이 이어진다면 쏠림은 더 강해지고 입시경쟁은 일반고까지 확대돼 상향평준화가 아닌 오히려 악화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장관은 일반고 상향평준화 해법으로 IB교육과정 도입을 언급했다. 토론형 수업으로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활성화하고 교실을 깨울 수 있다고 봤다. IB가 국제적으로 수십 년간 운영돼 우수한 교육과정이라는 시각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장관은 공교육에 IB를 도입할 경우 교육 격차나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공교육에 도입하면 모든 학생이 경제력에 관계없이 비슷한 수준의 프로젝트형/토론형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반대의견도 팽팽하다. 대입 제도 개편 없이 IB를 도입하는 것은 공정성 논란 등 적지 않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한 교육전문가는 “수능위주 대입 체제를 유지하는 현 상황에서 IB도입에 대한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상대평가 체제인 수능과 내신에서 IB과정을 이수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공정하게 평가하려면, 그 방법부터 먼저 논의해야 한다. 절대평가 체제인 IB를 도입할 경우 평가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B과정(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은 미래형 교육의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스위스 국제학교협회와 유네스코 협력 하에 설립된 독립적 비영리국제기구가 주관하는 3~19세 대상 초중등 교육 과정이다.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으로 교육되고 있어 국제교육과정의 표준으로 인식된다. IB과정이 설치된 고교에 입학해 2년 이후 시험을 보고 통과하면 IB증서를 수여한다. IB디플로마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대입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어디에서나 IB과정을 마친 학생들은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받게 된다. IB가 교육과정으로 채택돼 운영되는 미국 영국뿐 아니라, 일본은 IB교육과정을 일본어로 번역해 공교육에 도입했으며, 한국에서도 2011년 경기외고를 최초로 특목고 위주로 운영되다가 일반고에서도 IB과정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고입개편에서 특목자사 존치가 확정된 가운데 고입 시기 역시 재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고입은 6월 영재학교를 시작으로 과고 등 전기고 입시가 마감되고 12월에는 전국자사고 외고 국제고 광역자사고 자율고 일반고 등 후기고 입시가 마감된다. 전문가들은 수요자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전기 후기의 구분 역시 모집단위에 따라 재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단위로 모집하는 영재학교 전국자사고와 농어촌 자율학교는 등은 전기모집으로, 광역단위로 모집하는 외고 광역자사고 등은 후기모집으로 나누는 방법이다. 한 전문가는 “수도권에 편중된 인재를 전국으로 분산시키고, 지방에 위치한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국단위모집이 가능한 학교를 전기에 선발하고 전기에서 떨어진 수험생은 후기에서 광역단위 유형에 응시하는 기회를 갖는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블랙홀 ’의대 열풍’.. “N수생 확대/사교육비 증가/’탈이공계’ 그대로 둘 건가”>
지난 문 정부의 정시 확대와 통합수능 시행 두 가지 요인이 겹치면서 현재 입시판은 ‘의대 열풍’에 휩싸였다. N수생 확대, 사교육비 증가, 영재학교/과고의 ‘탈이공계’ 현상 등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정시 40%를 유지한다고 밝히면서 의대 열풍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근 2023정시에서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합격한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 상당수가 의대나 약대로 이탈한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한다. 14일 기준, SKY 2023정시 추가합격 현황을 살펴본 결과 1198명이 정시에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134명, 고대 468명, 연대 596명으로 추합 인원은 서울대는 감소한 반면, 고대와 연대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KY 자연계 최상위권이 등록을 포기하는 이유는 의대 등 의약계열에 합격해 이탈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심지어 의약계열에서도 ‘SKY 이탈’이 존재했다. 현재까지 SKY의약계열 등록포기자는 50명. 서울대 14명, 고대 4명, 연대 32명이다. 서울대 의대는 여전히 추합이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치대 4명(일반 3명/지균 1명), 약학 6명(일반 4명/지균 2명), 수의예 4명(일반)이 이탈했다. 의약계열 가운데선 서울대가 최고 선호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타 대학 의대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의대 쏠림’은 윤 대통령이 앞서 반도체 인력 10만명 양성을 공약에 포함시키는 등 관련 정책을 거듭 강조해 온 것과도 정면 배치된다. 심지어 정부가 이공계 우수인재를 양성한다는 목표로 설립한 영재학교/과고마저도 의대로 이탈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 교육위원회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이 공개한 ‘영재학교/과고 의약계열 합격자, 등록자’ 자료에 따르면 2022수시에서 SKY 의약계열 합격자 가운데 21.9%는 영재학교/과고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시에서도 서울대 의대의 등록자 30%가 영재학교/과고 출신으로 나타나 충격을 안겼다. 올해 역시 통합수능의 학습 효과로 영재학교/과고 출신 N수생의 의대행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재학교/과고도 고교별로 의대 열풍을 막고자 장학금 환수, 졸업 포상 제외, 교사 추천서 미발급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교육계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의약계열 진학을 원천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강도 높은 제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한다.

<등록금 인상 움직임에 ‘유감’ 경고.. 해결책은 ‘글쎄’>
앞서 이 장관은 파격적인 대학 규제 완화를 약속했지만, 대학 등록금 인상은 별개인 모양새다. 대학들의 재정난이 십수 년째 이어지자 정부 지원을 포기하더라도 등록금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커진 가운데, 이 장관이 제동을 걸었다. 

이 장관은 8일 ‘2023년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가계 부담을 완화하고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려운 여건에서도 올해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 감사드리며, 교육부 정책 기조에 동참하지 않고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는 유감을 표한다”며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 경고장을 보냈다는 해석이다. 

그렇지만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움직임을 막을 수 있는 마땅한 정책수단은 없어 등록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가장학금Ⅱ 유형이 인상을 억제하는 유효한 정책수단으로 작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기존 국가장학금 규제 외에 다른 어떤 제재 수단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최근 대학들이 정부지원을 포기하고 등록금 인상에 나선 것은 대학 운영이 한계에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등록금 인상 법정 상한이 4.05%로 전년(1.65%) 대비 크게 높아지자 진주 청주 춘천교대 등 교대와 동아대 등이 국가장학금Ⅱ유형 혜택을 포기하고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 내년에는 등록금 인상률 법정 상한선이 5%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되면서 더 많은 대학이 등록금 인상에 동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 역시 재정 위기에 공감하고 있지만, 등록금 인상은 사회적 반발이 거센 만큼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등록금 인상 부담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대학생 단체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가 폭등으로 등록금 동결 유인이 사라졌음에도 방치한다면 등록금 인상을 묵인하는 것”이라며 “교육부는 사실상 등록금 동결 규제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고 규탄했다.

한 교육관계자는 “이 장관은 앞서 이명박 정부에서 등록금 상한제를 실시했고, 등록금을 올린 대학에 국가장학금을 지원하지 않는 정책도 2009년 처음 도입했다. 등록금 동결을 십수 년째 묵인해 오면서 대학 재정은 물론이고 경쟁력도 나날이 후퇴하고 있다. 대학도 살리면서 학생의 학비 부담도 줄이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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