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 “미지급 보전금 지급 안한다”.. 경기 포함 10개 교육청 '정상지급'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게 지급하지 않은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이 지난 10년간 1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규 의원(국민의힘)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회통합전형 미충원에 따른 보통교부금 명목으로 서울교육청은 921억9096만원을, 인천교육청은 37억5391억원을 교육부에게 지급받았다. 하지만 막상 지역 내 학교는 단 한차례도 보전금을 수령하지 못했다. 대전교육청 역시 10년간 13억1840만원의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을 교육부에게 지원받았지만 2014~2015년의 2년치 3억2218만원만 학교로 전달했다. 사회통합전형 선발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 광양제철고는 전남교육청의 권고에 따라 10%의 인원을 사회통합전형으로 선발하고 있으나, 정작 미충원된 인원에 대한 보전금 2억7811만원은 지급받지 못했다. 교육부가 정상적으로 지급한 보전금 972억1920만원 가량을 서울등 4개 교육청이 가로챈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서울교육청이다. 금액도 압도적으로 큰데다 미지급 보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적반하장식 태도 때문이다. 서울교육청은 올해부턴 보전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면서도 지난 10년간 미지급된 922억원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겠다고 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교부금 편성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는 이유다. 자사고 관계자들은 "매년 서울청이 교육부에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인원을 보고해 교부금을 신청했다면 해당 예산이 학교로 내려오는게 당연하다. 미지급한 지원금은 서울교육청이 어떻게든 예산을 편성해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강원 경기 경북 경남 광주 대구 부산 울산 전북 충남 10개 지역은 교육부로부터 지급받은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을 해당 학교에 정상적으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과 동일한 진보교육감이 재임했던 경기교육청의 경우 안산동산고와 폐지 소송이 이어질 만큼 강성 태도를 보여왔지만, 그 과정 속에서도 사회통합 미충원에 대한 보전금은 정상적으로 지급해 서울교육청의 안일한 대응을 돋보이게 했다. 경기교육청은 지난 10년간 117억2574만원의 보전금을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 전달했다.

결국 서울 자사고와 학부모연합회는 서울교육청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보전금 명목으로 내려온 예산이 어디로 전용됐고, 누가 예산 전용을 허가했는지를 명백히 밝혀내겠다는 목적이다. 인천교육청은 아직까지도 사회통합전형 지급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교육감과 사립학교 간 간담회를 거친 후 최종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천청 관계자는 “지급여부를 포함해 지급규모, 지급방식 등이 아직 정해지진 않았다. 다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은 자사고와 외고의 사회통합 모집인원이 미충원될 경우 정부가 입학료 결손액 등을 보충해주는 지원금이다. 모집정원의 20%를 사회통합전형으로 의무선발하도록 법으로 지정해둔 것에 대한 교육 당국의 책임 보전차원에서 만들어졌다. 보전금을 미지급했다는 사실이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회통합 미달의 책임이 국가에게 있기 때문이다. 애초 현실적으로 모집이 불가능한 인원을 자사고와 외고가 의무적으로 선발하도록 법으로 강제해 뒀으면서, 교육부로부터 교부금을 넘겨받은 교육청이 지급하지 않은 채 ‘나 몰라라’ 식 태도를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특목고와 자사고가 사회통합의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해 재정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설정된 사회통합 의무선발 비율로 자사고와 특목고가 재정적 부담을 억울하게 짊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교육부에서 지급되는 보전금을 시도교육청이 중간에서 가로챘다는 점은 일부러 자사고의 재정 상황을 악화해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사회통합전형 미충원에 따른 보통교부금 명목으로 서울교육청은 921억9096만원을, 인천교육청은 37억5391억원을 교육부에게 지급받았지만, 막상 지역 내 학교는 단 한차례도 보전금을 수령하지 못했다. /사진=인천교육청 제공

<‘행방불명’ 사회통합 미충원 보전금.. 서울 자사고 784억원, 외고/국제고 137억>
교육부가 지난 10년간 각 시도교육청에 사회통합전형 미충원에 따른 보전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했으나, 서울 인천 대전 전남 4개 교육청은 이를 각 학교로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에서 가로챈 격이다.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사회통합전형 미충원에 따른 보통교부금 기준재정수요액 연도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자사고와 외고/국제고에게 미지급된 규모는 서울만해도 921억9096만원에 이른다. 서울교육청은 현재 일반고로 전환된 곳까지 총 23개 자사고의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인원과 관련해 784억4766만원의 교부금을, 6개 사립외고와 관련해 137억4330만원의 교부금을 확보했으나 막상 학교 측에는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 

인천교육청은 총 37억5391만원을 자사고와 외고에 10년간 단 한차례도 지급하지 않았다. 인천청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인천포스코고 1개교의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 명목으로 총 11억7826만원을 교육부로부터 지급받았다. 인천외고 1개교와 관련해서 지급받은 보전금은 25억7565만원에 이른다. 매년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인원을 교육부에 보고해 확보한 예산이다. 

대전교육청은 대전대성고 대전대신고 2개 자사고의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인원을 토대로 2013년부터 매년 1억원 내외의 보전금을 확보했으나 2014년과 2015년 2년간만 학교로 해당 예산을 전달했다. 교육부가 사회통합전형 미충원에 따라 대전교육청에 지급한 교부금은 10년간 13억1840만원에 이르지만, 학교까지 전달된 보전금은 3억2218만원뿐인 셈이다. 전남교육청은 모집인원의 10%를 사회통합전형으로 선발한 광양제철고의 몫 2억7811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광양제철고는 옛 자립형 사립고 출신으로 사회통합 20% 선발 의무가 적용되지 않으나, 시도교육청과 합의 하에 10%에 달하는 인원을 사회통합전형으로 모집하고 있다. 

전국 시도교육청 17개 중 지난 10년간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 지급 대상인 자사고 외고(사립) 국제고(사립)이 있었던 곳은 14개다. 이 중 서울 인천 대전 전남을 제외한 강원 경기 경북 경남 광주 대구 부산 울산 전북 충남 10개 지역은 교육부로부터 지급받은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을 해당 학교에 정상적으로 지급해왔다고 밝혔다. 현재는 일반고로 전환된 울산 성신고, 대구 경신고 경일여고 대건고, 광주 송원고, 전북 남성고 군산중앙고도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일반고로 전환하는 대건고의 경우에도 자사고로 선발한 인원이 재학 중인 기간 동안 계속해서 사회통합 미충원 보전금이 지급된다”고 했다. 

상산고와 현대청운고 등 자립형사립고 출신으로 사회통합전형 의무선발이 적용되지 않는 학교는 지급대상에서 제외됐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상산고는 교육청과 교육부에서 사회통합 선발을 권고하고 있고, 미달 인원에 대해서는 일반전형으로 전환해 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회통합에서 미달이 발생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미충원 보전금도 지급되지 않는다. 다만 도내 자사고였던 남성고와 군산중앙고에는 일반고 전환 이후에도 지급대상 인원이 재학중인 기간에는 정상적으로 미충원 보전금을 지급해왔다”고 설명했다. 2023학년 기준으로 울산 광주 전북교육청은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을 지급할 대상교가 없다.  

<사회통합 의무선발 20%.. ‘미달 불가피한 구조’>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등 특목고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특수목적고 지정/운영에 관한 훈령에 따라 정원의 20%를 사회통합으로 의무선발해야 한다. 경제적 능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사회통합 운영의 당위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지원 학생이 턱없이 부족해 매년 심각한 미달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서울 광역단위 자사고 16개교는 2016학년 이화여고가 유일하게 1.18대1(모집 84명/지원 99명)로 1대1을 넘긴 이후 최근 7년 동안 단 한 번도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최근 원서접수를 마감한 2023학년 사회통합 경쟁률은 0.36대1(1296명/473명)로 0.31대1(1359명/427명)을 기록한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2017학년 0.33대1(1709명/566명), 2018학년 0.25대1(1702명/427명), 2019학년 0.28대1(1611명/449명), 2020학년 0.28대1(1555명/439명), 2021학년 0.29대1(1520명/436명), 2022학년 0.31대1(1359명/427명)에 이어 올해 역시 전 학교가 미달을 피하지 못했다. 정원의 20%로 규정한 사회통합 모집인원을 16개교나 되는 서울 광역자사고가 모두 흡수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외고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서울에 소재한 대원외고와 한영외고, 인천에 소재한 인천외고의 경우 최근 5년간 일반에서 매년 1대1 이상의 경쟁률을 보여왔지만, 사회통합에서는 단 한 번도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 “사회통합 모집인원을 채우기 위해 각종 장학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라고 설명했다.

사회통합을 중심으로 결원이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재정 악화가 심각해지면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와 특목고는 일반고와 달리 무상교육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학생들의 학비만으로 운영비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달된 사회통합의 인원을 일반으로 전환할 수도 없어서 부족한 학생 수로 인한 재정적 손실은 그대로 감수해야만 한다. 최근 일반고로 전환한 자사고 관계자는 “사회통합의 경우 학생이 거의 충원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정원 대비 재정 결손 비용이 해마다 늘어 재단에서는 이를 충당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년 발생하는 사통 미달.. ‘20% 강제’ 개편해야>

사회통합 의무선발로 인한 자사고와 특목고의 부담은 이전부터 계속 지적해왔던 내용이다. 매년 사회통합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자사고와 외고는 대거 발생하고 있다. 올해 역시 외고 21개교, 서울 광역자사 16개교, 전국자사 4개교, 비서울 광역자사 4개교가 미달을 빚었다. 추가모집 인원만 살펴보더라도 사회통합인원의 미충원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특목자사고 추가모집규모는 정원내 기준 총 1632명이며, 이중 사회통합전형 모집인원은 1219명으로 95%에 이른다. 일반전형의 경우 최초 모집인원 1만3479명 가운데 추가 모집인원이 1%의 비중에 그치는 반면, 사회통합전형은 최초 모집인원 3542명 중 34.4%가 추가모집으로 이월됐다. 

사회통합을 중심으로 모집인원에 미달이 대폭 발생하면서 재정 악화는 불가피한 구조로 접어들었다. 이러한 재정적 부담이 법적으로 의무화된 사회통합 비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교육 당국에도 재정을 보전해야 할 책임의 잣대를 들이밀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육부가 제정한 ‘사회통합 미충원 보전금’을 교육청의 판단 하에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자사고와 특목고의 재정 악화를 교육청이 부추겼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임기 초기부터 자사고와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사회통합 의무선발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회통합은 특정 자격조건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학령인구 비중이 적은 지방 학교일수록 더 낮은 경쟁률을 보일 수밖에 없다. 특별전형을 줄이고 일반전형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경제적 능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사회통합 운영의 당위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한편으로는 사회통합 의무선발 비율 20%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매년 사회통합 미달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회통합의 필요성과 별도로, 매년 심각한 미달을 겪고 있으므로 의무선발 비율 20% 충원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