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적 분광학적 시그너쳐에 기반한 선도적 혁신 기술

[베리타스알파=정우식 기자] 서울대는 약학대학 천연물과학연구소 소장 오동찬 교수팀이 유전자적 분광학적 시그너쳐에 기반한 천연물 연구를 통하여 신약의 원천 물질인 천연물의 논리적 발굴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고 보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으로 다학제적 화학 분야에서 최고 학술지 중 하나인 '미국 화학회지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Genomic and Spectroscopic Signature-Based Discovery of Natural Macrolactam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천연물, 즉 생명체가 생산하는 생리활성물질은 항생제, 항암제, 면역억제제, 콜레스테롤 저하제 등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신약으로 개발돼 온 신약의 원천물질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신규 천연물의 발굴은 신약개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신규 천연물 탐색은 발견하고자 하는 물질의 구조적인 선택과 같은 논리적인 접근 없이 무작위적 탐색에 의존하여, 효율적인 신규 천연물 발굴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논리적인 천연물 발굴 플랫폼 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천연물은 지금까지의 선입견과 같이 '하늘에서 주는 선물'이 아니라, 천연물을 생산하는 생명체의 유전자로부터 생합성돼 이를 유전자적 시그너쳐로 탐색할 수 있다는 사실과 천연물이 구조적으로 유사성이 높다면 공통적인 분광학적 시그너쳐를 나타내 발굴하고자 하는 물질의 생산을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 지금까지 시도된 바가 없는 선도적인 혁신 기술을 적용하여, 논리적이고 효율적인 천연물 발굴 플랫폼 개발에 성공했다.

통상적으로 일반인들이 천연물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과 달리, 미생물 유래 천연물은 그 생합성에 필요한 유전 정보가 유전자에 코드화돼 있어, 그 유전자의 발현에 따라서 해당 천연물이 생산된다. 따라서, 발굴하고자 하는 천연물 구조를 선택했다면 우선적으로 해당 구조의 생산에 필요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미생물을 선별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동찬 교수 연구팀은 선택한 천연물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유전자를 보유한 미생물을 선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특정 천연물의 생합성에서만 반드시 필요한 유전자적 시그너쳐를 생명정보학적 기술로 알아낸 후, PCR 방법을 적용, 선별하는 것이다.

선택한 천연물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유전자를 보유한 미생물이라고 하여, 모두 다 그 천연물이 생산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 이러한 유전자가 휴면 유전자로서 발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동찬 교수 연구팀은 실제로 선택한 천연물이 생산되는지를 분광학적 시그너쳐를 통하여 해당 천연물을 분리하지 않고 복잡한 추출물 상태에서 감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것은 자연계에는 0.36%로 희소하게 존재하지만 핵자기공명 분광법으로 감지할 수 있는 원자량 15 질소를 통하여 이루어졌다. 이를 위해 유전자적 시그너쳐로 선별한 미생물을 배양할 때, 원자량 15 질소를 공급함으로써, 미생물이 만드는 천연물에 포함되는 질소에 원자량 15 질소가 과량 포함되도록 했다.  

원자량 15 질소를 이용하여 핵자기공명 분광법에서 통상적으로 활용되는 핵자기공명법이 아닌 수소와 질소를 동시에 이용하는 2차원 분광법을 구현함으로써 표적 천연물의 분광학적 시그너쳐를 추출물 상태에서 감지하는데 성공했다. 오동찬 교수 연구팀은 개발한 유전자적 분광학적 천연물 발굴 플랫폼을 거대환락탐 (macrolactam) 계열의 물질을 선택적으로 발굴하는데 적용하여 그 효율성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1000개가 넘는 미생물의 유전체 (DNA) 라이브러리를 구축했고, PCR 기법으로 라이브러리를 검색하여 거대환락탐 생산을 코드화한 유전자적 시그너쳐를 수집했으며, 이를 계통분류학적으로 분석했다. 이 분석에서 거대환락탐 계열 물질의 세부 타입 또한 유전자적 시그너쳐를 통하여 예측할 수 있어 논리적인 천연물 발굴의 전략을 제시할 수 있었다.

유전자적 시그너쳐로 선별된 미생물을 배양, 추출하여 수소-질소 2차원 핵자기 분광법을 적용, 실제로 거대환락탐 천연물이 생산되는 미생물을 확인했으며, 수소-질소 2차원 핵자기 분광법의 패턴 분석으로 유전자적 시그너쳐로 예측한 거대환락탐 계열 안에서의 물질 세부 타입도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를 통하여, 거대환락탐 계열 안에서 각 세부 타입별 물질을 발굴, 그 구조를 분광학적으로 분석, 규명했다.

첫 번째 물질로는 미국 연구진에 의하여 2007년 보고가 됐으나, 물질의 구조가 의심스러웠던 salinilactam이라는 물질이었다. 연구팀의 심층 분석으로 기존에 보고된 물질의 구조가 잘못 돼 구조를 수정해야 함을 제시했다. 두 번째 물질은 연구팀이 무안 갯벌에서 채집한 박테리아에서 생산된 신규 거대환락탐이었으며, 이 물질은 대장암 세포주에 강한 저해 활성을 나타내었다. 세 번째 물질은 송장벌레 공생 박테리아에서 생산된 거대환락탐으로서 16각형, 6각형, 6각형을 가지고 있는 특이한 신규 천연물로 규명됐으며, 병원균인 황색포도상구균 (Staphylococcus aureus)의 세포벽 합성의 주요 효소를 저해하여 신약개발을 위한 원천물질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를 통하여 향후 천연물 발굴에 있어서 논리적이면서 효율적인 탐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학술적인 연구에서의 활용은 물론, 논문의 공저자인 서울대 약학대학 제약학과 윤여준 교수와 오동찬 교수가 공동으로 설립한 ㈜몰젠바이오 (대표: 윤여준 교수)의 천연물 발굴 플랫폼 기술로 활용될 것이다. 이 플랫폼 기술의 적용으로 천연물로부터 신약개발이 보다 촉진될 것이며, 향후 신약개발을 위한 천연물 발굴 전략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대 약학대학 천연물과학연구소 소장 오동찬 교수팀이 유전자적 분광학적 시그너쳐에 기반한 천연물 연구를 통하여 신약의 원천 물질인 천연물의 논리적 발굴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서울대 제공
서울대 약학대학 천연물과학연구소 소장 오동찬 교수팀이 유전자적 분광학적 시그너쳐에 기반한 천연물 연구를 통하여 신약의 원천 물질인 천연물의 논리적 발굴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서울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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