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틀 아니라 미세조정 그칠 듯’.. ‘2027학년까지 유지되는 통합수능’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통합수능 2년 차에도 ‘이과생의 문과 침공’(이과 침공) 부작용이 극심해지자 교육부와 대학이 개선책을 마련키로 했다. 다만 2024대입 시행계획이 정해진 상황이라 개선책이 마련되더라도 이르면 2025학년 대입부터 개선안이 반영된다. 문제는 현행 문이과 통합수능 체제는 2027학년 입시까지는 유지된다는 점에서 대학들이 개선안을 내놓아도 미세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업계 한 전문가는 “통합수능 시행 첫해인 2022학년부터 이미 문제점을 인지하고도 내버려두었다가 학습 효과로 사태가 더욱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2025에서야 미세 조정안을 반영한다는 얘기는 2022, 2023, 2024까지 3년간 수험생만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2028학년 대입개편안의 향배에 따라 2027까지 유지되는 통합수능의 문제점을 제대로 바로잡을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확정한 새 고교 교육과정을 처음 적용 받는 학생들이 치르는 2028학년 대학 입시 개편안을 2024년 2월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통합수능 2년 차에도 이과생의 ‘문과 침공’ 부작용이 극심해지자 교육부와 대학이 개선책을 논의한다. /사진=대전교육청 제공
통합수능 2년 차에도 이과생의 ‘문과 침공’ 부작용이 극심해지자 교육부와 대학이 개선책을 논의한다. /사진=대전교육청 제공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입학처장 간담회를 열고 통합수능 부작용인 ‘문과 침공’과 대학별 보완책 마련 상황, 문이과 통합 취지에 맞는 대입전형의 필요성 등을 논의했다. 간담회는 전체 모집인원 중 정시 수능 위주 전형으로 40% 이상을 뽑는 주요 대학 입학처장들이 참석했다. 참석 대학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한국외대 한양대다.

이 장관은 “고교 수업에서는 이미 문이과가 사라졌지만 대입에선 문이과를 구분하는 현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며 “수능 과목으로 인해 입시에서 불리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능 난이도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대학과 소통해 개선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이날 대체로 현행 교육과정의 융합인재 양성 취지에 따라 문이과 구분 폐지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은 “개선책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통합수능) 도입 2년 차이기에 대입전형 운영결과 등 관련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위권 대학 대부분 자연계는 수학의 미적분 또는 기하, 탐구는 과학을 필수로 지정하고 있다.

대학들은 문과생에 불리한 수학 선택과목 표준점수 산출방식을 바꾸거나 불이익을 주는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교차지원을 막는 것은 문이과 통합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에 문과생의 이공계열 지원을 허용해 기회를 확대하자는 대안도 있다. 대학들은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도입 후 입학한 신입생을 위해 서로 다른 교과이수 이력이나 관심 영역 등을 고려해 융합형 인재로서 전공에 필요한 소양을 쌓을 수 있는 교육을 고민하고 있다”며 교육부의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수학의 미적 기하, 탐구의 과탐 등 이과 선택과목 제한을 아예 없애자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나왔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각 대학이 전형방법을 바꿔 이과 모집 지원자들에게 미적과 기하, 과탐을 필수 지정한 것을 없애면 된다”고 말했다. “선택과목의 난이도 차이를 조정하지 않으면 쉬운 과목을 택하는 또 다른 유불리 문제가 발생하지만 (통합수능 체제에서는) 이를 완전히 극복하기는 어렵다. 과목지정을 해제하면 쉬운 과목으로 쏠림이 우려되지만 대학들이 점수 산출에서 미적과 기하에 가산점을 주는 식으로 보완할 수 있다. 미적을 안 배운 학생이 공대에 입학하면 대학이 합격자를 대상으로 입학 전후에 가르치면 된다”고 말했다.

통합수능의 고질적인 문제인 선택과목 유불리, 출제오류 등 수능의 폐해도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이 장관의 관련 발언 이후 간담회가 마련된 것이다. 이날 구체적인 개선책은 찾지 못했지만 교육부와 대학이 향후 입시 전형의 변화를 모색하자는 데는 합의했다. 교육부는 “대교협, 대학과 향후 미래인재 양성과 고교 교육과의 연계성 제고 측면에서 대입전형이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하면서, 바람직한 대입제도 개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2023수능에서도 선택과목별 점수 차는 더욱 벌어지면서 ‘문과 침공’은 지난해보다 더욱 극심할 전망이다. 수학에서 표점 최고점은 미적 145점, 확통과 기하 각각 142점으로 3점 차다. 국어는 언매 134점, 화작 130점으로 4점 차다. 지난해 수학 3점 차, 국어 2점 차에서 국어 표점 격차가 2점 더 벌어진 것이다. 

원점수에서 동일한 만점을 받았더라도 표점 격차가 나는 이유는 현행 수능 점수 산출 체계에 있다. 공통과목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은 집단이 선택과목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는 구조다. 예를 들어 수학에서 각각 A, B 선택과목을 고른 두 수험생의 선택과목 원점수가 같더라도 A 선택과목을 택한 집단의 공통과목 평균 점수가 B 선택과목 집단보다 높으면 선택과목 보정 후 점수는 A 선택과목을 본 수험생이 높을 수 있다. A 선택과목에 더 좋은 실력을 지닌 학생이 몰린 것으로 간주해 해당 선택과목 수험생이 일종의 보상을 받는다는 의미다. 

실제 종로학원이 수능 이전인 4일부터 16일까지 이과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1263명의 응답자 기준 이과생 59%가 올해 정시에서 문과 교차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보다 교차지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67.2%가 그렇다고 답했다. 

수학과 국어의 표점 격차뿐 아니라 2023정시에서 상위대학의 탐구 변환표준점수를 살펴본 결과 대부분의 대학에서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에 불리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전년보다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이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입을 모았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이번 수능은 수학이 결정적인 변별력을 가진 과목이 됐다. 지난해 이과생에게 유리했던 운동장이 더욱 기울어져 국어에서 만점 받은 학생도 수학 상위권에게 뒤처지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과생이 문과에 교차지원할 경우 지난해보다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되며, 문과생은 사실상 속수무책”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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