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세계지리 2022생과Ⅱ 소송끝에 오류판정'..'9번 수능 출제오류 가운데 2개 선례'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17일 치러진 2023학년 수능에 출제오류가 없다고 29일 밝혔다. 평가원은 "출제에 참여하지 않은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이의심사실무위원회의 심사와 이의심사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쳤다"며 접수된 663건의 이의신청 중 실제 심사 대상이 된 214건 67개 문항에 대해 모두 '문제/정답에 이상 없음'이라고 판정했다. 특히 사설 모의고사와 동일한 지문을 출제해 가장 많은 이의신청이 제기된 영어 23번 문항은 심사 대상에 오르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항/정답 오류에 관한 사항이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평가원의 결론에도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설 모의고사와 수능 문제의 유형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지문의 독해와 이해에 있어 해당 모의고사를 푼 학생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평가원의 '오류없음' 결론은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해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경우 평가원이 ‘출제오류 없음’으로 최종 판정을 내렸지만, 응시자 92명이 평가원을 상대로 낸 법정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전원정답 처리된 전력이 있다. 지금까지 수능에서 출제 오류로 인정된 것은 2004 언어, 2008 물리Ⅱ, 2010 지구과학Ⅰ, 2014 세계지리, 2015 영어, 2015 생명과학Ⅱ, 2017 한국사, 2017 물리Ⅱ, 2022 생명과학Ⅱ 총 9건이다. 특히 2014학년과 2022학년 수능에서 발생한 출제오류는 평가원이 정답 확정발표 시 출제오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소송까지 이어진 끝에 판정이 번복된 사례다. 

21일 오후6시 종료된 2023수능 개별 문제/답안 이의신청 결과, 663건(중복포함)의 이의신청이 제기됐다. 듣기평가 음질불량 등의 지적이 잇따른 영어 과목이 349건으로 가장 많고, 사회탐구 115건, 국어 71건, 수학 56건, 과학탐구 43건, 한국사 15건 순으로 나타났다. 제2외국어/한문은 11건, 직업탐구는 3건이 접수됐다. 

평가원이 2023 수능에 제기된 663건의 이의신청 중 실제 심사 대상이 된 214건 67개 문항에 대해 모두 '문제/정답에 이상 없음'이라고 판정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개별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이 가장 많이 접수된 문항은 영어 23번이다. 해당 문항의 지문이 대형 입시학원이 배포한 사설 모의고사 지문과 흡사하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막판 이의신청 접수가 급증했다. 수능 이의신청 게시판에 올라온 일부 수험생의 지적에 따르면, 23번은 지문이 미국의 법학자이자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인 캐스 선스타인의 저서 ‘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일부 단어와 문장기호 조사 등을 제외하고 사설 입시학원 1타 강사 A씨가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 지문과 동일하다. 평가원은 “사설 모의고사는 지문 중 단어의 뜻을 확인하는 문제, 수능은 지문의 주제를 찾는 문제로 문제 유형이 다르다”며 우연의 일치라고 선 그었다. 다만 지문의 독해와 이해에 있어 해당 모의고사를 푼 학생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전원정답 처리'를 요구하는 의견이 제기됐다. 

수학 12번에 대한 이의신청도 다수 제기됐다. 신청자들은 “문제 조건으로 제시된 n이 임의의 자연수인지, 특정 자연수인지 알 수 없다”며 “문제의 발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시험에 유불리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조건이 명확하지 않아 문제를 이해하는 혼란스러웠다는 입장이다. 사탐의 동아시아사 10번도 이의신청이 쇄도했다. 1번 선지의 ‘송과 대립하였다’라는 문장에서 ‘송’이 구체적으로 누가 세운 송을 지칭하는 건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수험생은 “선지 1,3번을 복수로 인정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며 “수험생 입장에서는 선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많은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역대급 불수능'으로 꼽힌 지난해 수능의 경우, 평가원 홈페이지 이의신청 전용 게시판을 통해 접수된 이의신청은 총 1014건이었다. 과목별로 영어가 496건으로 가장 많고, 과학탐구 233건, 사회탐구 146건, 국어 108건, 수학 19건 등의 순이었다. 그 중 실제 심사 대상이 된 473건, 76개 문항에 대해 심사한 결과, 모든 문항에 대해 ‘문제 및 정답에 이상 없음’으로 판정했다. 특히 많은 오류 제기가 이뤄졌던 영어 34번,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해서도 ‘문제에 이상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다만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경우 수험생들의 소송까지 이어졌고, 법정까지 가서야 결국 '출제오류' 판정을 받아들였다.

2022수능에서 논란이 된 생명과학Ⅱ 20번 출제오류 사태는 소송전까지 이어지면서 역대 출제오류 논란 중 가장 큰 파장을 일으켰다. 평가원이 출제오류를 처음부터 인정하지 않고 ‘출제오류 없음’으로 결론내면서 혼란이 커졌다. 결국 생Ⅱ 응시자 92명은 평가원을 상대로 생Ⅱ 20번 정답결정처분 취소소송과 정답결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하며 소송전으로까지 치달았다. 출제오류 사안을 차치하더라도 2022수능은 첫 통합형 수능의 구조적인 한계로 인한 문이과 유불리 문제의 대책이 없었던 점, 난이도 조절 실패로 역대급 불수능이었던 상황에서 출제오류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수험생들은 ‘사상 초유의 수능’을 경험한 세대로 남게 됐다.

2020수능에서 접수된 이의신청은 총 344건으로, 평가원은 실제 심사 대상 91개 문항 236건에 대해 심사를 거쳐 91개 문항 모두에 대해 부가설명 없이 ‘문제 및 정답에 이상 없음’으로 판정한 바 있다. 2019수능에는 시험이 치러지기 직전 국어영역에서 오탈자 2개가 발견되면서 오류와 관련해 논란이 있었다. 오류가 시험 시작 전에 발견된 것은 다행이지만 시험지 인쇄 전까지 발견하지 못해 정오표를 만든 사실은 비판거리가 됐다. 2019수능은 ‘불수능’이라는 논란과 함께 이의신청이 991건에 육박하기도 했다.

2018수능에서는 수능 두 달 전에 실시한 9월모평에서 출제오류가 발생해 수능의 출제오류 여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수능당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당시 민찬홍 수능검토위원장이 직접 수능 출제오류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해온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사탐의 생활과윤리 18번을 비롯한 수능 문항들에 대한 이의신청이 969건에 달했으나 모두 오류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2014수능과 2015수능의 연이은 출제오류로 영역별 출제위원과 검토위원 수를 늘리는 개선책을 발표한 이후에도 2017수능에서 오류가 2건 발생해 우려를 낳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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