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오류 발생 시 지난해 이어 '2년 연속 출제오류'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17일 실시한 2023수능의 최종 정답이 29일 오후5시 확정된다. 평가원은 앞서 17일부터 21일까지 이의신청을 받아 검토를 진행 중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문항은 영어 23번이다. 주어진 지문을 읽고 주제로 가장 적절한 것을 찾는 독해 문항으로 3점이 배점됐다. 수능 이의신청 게시판에 올라온 일부 수험생들의 지적에 따르면, 23번 지문은 미국의 법학자이자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교수인 캐스 선스타인의 저서 '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일부 단어와 문장기호 조사 등을 제외하고 사설 입시학원 1타 강사 A씨가 제공한 사설 모의고사 지문과 동일하다.

평가원은 “사설 모의고사는 지문 중 단어의 뜻을 확인하는 문제, 수능은 지문의 주제를 찾는 문제로 문제 유형이 다르다”며 우연의 일치라고 선 그었다. 다만 지문의 독해와 이해에 있어 해당 모의고사를 푼 학생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전원정답 처리'를 요구하는 의견이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2023수능에서 출제오류가 발생하면 평가원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출제오류'라는 오명을 쓰게 되는 셈이다. 지난 2022수능에서 논란이 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경우 심사 결과 ‘문제에 이상 없다’고 최종 판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수험생들의 법정소송까지 이어졌고, 결국 평가원의 정답결정이 취소. 전원 정답처리 된 바 있다.  

17일 실시한 2023수능의 최종 정답이 29일 오후5시 확정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17일 실시한 2023수능의 최종 정답이 29일 오후5시 확정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23수능의 이의신청은 총 663건으로 영어가 349건으로 가장 많고, 사회탐구 115건, 국어 71건, 수학 56건, 과학탐구 43건, 한국사 15건 순으로 나타났다. 제2외국어/한문은 11건, 직업탐구는 3건이 접수됐다. 다만 일부 게시물은 중복된 내용 혹은 이의신청을 반박하는 내용으로 실제 이의신청 검토 대상은 줄어들 수 있다. 

올해는 문제의 오류를 지적하는 이의신청은 다소 적은 편이지만, ‘듣기평가 음질 불량’ ‘사설 모의고사와 동일 지문 출제’ 등의 문제로 영어에 이의신청이 집중됐다. 개별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 중에는 영어 23번에 대한 이의가 127건으로 가장 많았다. 한 수험생은 "차이라고는 문장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사어의 유무 차이, 문장 기호의 차이 정도 밖에 없다. 해당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지문을 읽지도 않고 정답을 골랐다고 한다"며 형평성에 매우 어긋난다고 호소했다. 다른 수험생은 "수많은 수험생들이 듣는 대형 인강 사이트 내 1타 강사의 모의고사 정도는 충분히 검토했어야 한다. 사설을 통해 해당 모의고사를 푼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문제는 출제되지 말았어야 한다"며 전원 정답 처리를 요구했다. 그 외 영어듣기 평가의 음질 불량을 지적하는 이의신청도 쇄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급 불수능'으로 꼽힌 지난해 수능의 경우, 평가원 홈페이지 이의신청 전용 게시판을 통해 접수된 이의신청은 총 1014건이었다. 과목별로 영어가 496건으로 가장 많고, 과학탐구 233건, 사회탐구 146건, 국어 108건, 수학 19건 등의 순이었다. 그 중 실제 심사 대상이 된 473건, 76개 문항에 대해 심사한 결과, 모든 문항에 대해 ‘문제 및 정답에 이상 없음’으로 판정했다. 특히 많은 오류 제기가 이뤄졌던 영어 34번,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해서도 ‘문제에 이상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다만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경우 수험생들의 소송까지 이어졌고, 법정까지 가서야 결국 '출제오류' 판정을 받아들였다. 출제오류 사안을 차치하더라도 2022수능은 첫 통합형 수능의 구조적인 한계로 인한 문이과 유불리 문제의 대책이 없었던 점, 난이도 조절 실패로 역대급 불수능이었던 상황에서 출제오류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수험생들은 ‘사상 초유의 수능’을 경험한 세대로 남게 됐다.

가장 최근 평가원이 자발적으로 수능 문제 이의제기를 받아들인 건 5년 전 2017학년 수능이다. 2017학년 수능에서는 2014학년과 2015학년 연속된 출제오류 이래 2년 만에 2건의 출제오류가 확정된 바 있다. 평가원이 발표한 이의신청 심사결과에 따르면 물리Ⅱ 9번 ‘정답 없음’, 한국사 14번 ‘복수정답’으로 처리됐다. 한국사는 기존 정답이던 1번 외에 5번을 선택한 경우도 정답으로 인정됐고 물리Ⅱ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전원 9번 문제에서 정답을 받았다.

수능에서 처음 출제오류가 발생한 건 2004학년 수능이다. 2004수능에서는 국어 17번 문항의 출제오류를 인정했다. 4년 뒤인 2008학년에는 물리Ⅱ, 2010학년에는 지구과학Ⅰ 19번에서 복수 정답 처리가 된 선례를 남겼다. 2014학년 수능 세계지리 8번에서는 법정공방 끝에 1년 만에 정답이 바뀐 초유의 사례가 발생했다. 당시 평가원은 사회탐구영역 세계지리 관련 이의신청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1년 후인 2014년 서울고등법원은 문제오류를 인정했다. 2015학년에는 외국어영역과 과학탐구영역(생명과학Ⅱ)의 2개 문항에서 출제오류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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