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소관 유지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 산하 KAIST 지스트 DGIST UNIST의 4대 과학기술원(이하 과기원)의 예산을 교육부 산하 고등(대학)/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로 이관하려는 계획이 결국 무산됐다. 4대 과기원 예산의 주관 부처가 과기부에서 교육부로 넘어가게 되면 예산 확보 과정에서 일반 4년제대들과 경쟁이 불가피해 예산은 더 줄고, 하향 평준화될 것이라는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과기부는 4대 과기원 예산을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 ‘불수용’ 입장을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에 13일 최종 통보했다. 과기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기재부와의 원활한 협의를 통해 과기원의 설립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모색해 왔다”며 “과기부는 4대 과기원의 반대 입장을 기재부에 전달하고 최종적으로 이관하지 않기로 협의 완료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같은 날 이런 과기부의 입장을 수용해 기존의 4대 과기원 예산을 교육부 산하의 특별회계로 이관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초중등 교육에서 넘치는 교육교부금 재원 일부를 과학/기술 발전에 투입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4대 과기원 예산 특별회계 편입을 위한 5000억원 규모의 예산 증액도 국회에 요청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기재부 내부에서는 4대 과기원에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하려다 진실 공방에 빠져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허비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계는 기재부의 행정편의주의적 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관리감독 권한이 과기부에서 교육부로 넘어가 4대 과기원이 다른 4년제대와 동일 선상에서 통제를 받을 경우 고유 역할 수행에 침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음에도 과기원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독단적인 처사라는 것이다. 교육부 산하 일반 4년제대와 예산을 두고 경쟁하게 되면 과기원은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데다, 대학 경쟁력도 일반대처럼 하향 평준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예산의 주체가 바뀌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관계 부처는 물론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졸속으로 진행된 점도 문제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과기부 예산인데 과기부를 쏙 빼놓고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한 것부터 절차적 명분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전체 회의에서 기재부가 4대 과기원 총장들에게 예산 재원을 교육부 산하 고등(대학)/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로 옮기겠다고 전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그 자리에서 당장 과기부 배제 논란이 불거지며 “기재부가 과기부를 얼마나 우습게 알았으면 국회예산심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갑자기 예산 재원을 바꾸겠다는 얘기를 할 수 있느냐”며 강한 반발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도 같은 날 과방위 전체 회의에서 “기재부에 과기원과 일반대는 같이 갈 수 없다고 말했다”며 “과기부도 많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기재부가 이번 특별회계 이관 추진 과정에서 고등 교육 재정 수치를 부풀려 많아 보이게 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을 받자 이를 수용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과방위 조승래 의원은 13일 성명서를 통해 “과기원처럼 설립 목적부터 운영 방식까지 일반대와 다른 기관을 특별회계에 끼워 넣으려는 것은 고등 교육 재정 수치를 부풀려 많아 보이게 하는 꼼수”라며 “기재부는 실익도 없고 명분도 없는 과기원 특별회계 편입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법안 추진이 기존의 교육부가 내놓은 교육 정책의 방향과도 맞지 않아 실효성과 명분 모두 잃었다는 분석이다. 7일 임명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줄곧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앞서 인사청문회에서 “선진국에는 우리나라처럼 대학을 교육부의 산하 기관처럼 취급하는 나라가 없다”며 “대학에 대한 정부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도 중앙 정부가 설계/평가하는 방식에서 대학이 주도적으로 설계/제안하는 방식으로 혁신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4대 과기원은 과학기술인재 양성과 연구개발 목적 하에 세워진 과기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때문에 고등교육법에 근거하고 있는 교육부 관할 일반대들과는 다르게 특별법에 따라 과기부가 예산과 운영을 관장한다.

KAIST 지스트 DGIST UNIST의 4대 과기원의 예산을 교육부 산하 고등(대학)/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로 이관하려는 계획이 결국 백지화됐다. /사진=KAIST 제공
KAIST 지스트 DGIST UNIST의 4대 과기원의 예산을 교육부 산하 고등(대학)/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로 이관하려는 계획이 결국 백지화됐다. /사진=KAIST 제공

<4대 과기원 논란 어떻게 시작됐나.. “하향 평준화 반발에 결국 무산”>
발단은 지난 9월 이태규(국민의힘) 의원의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안 발의에서 비롯된다. 법안에는 유초중고 교육에 활용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덜어내 대학 경쟁력에 활용하자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그 적용 대상에 과기원도 포함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예산 승인권은 과기부 장관에서 교육부 장관으로 넘어가게 된다. 쉽게 말해 과기원의 예산 호주머니를 과기부에서 교육부로 변경하는 것이다. 

이에 기재부는 지난달 과기부에 4대 과기원 회계를 교육부 특별회계로 운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하지만 4대 과기원 예산 승인권이 과기부에서 교육부로 넘어가는 중대한 문제임에도 의견 수렴조차 없어 논란이 일었다. 7일 과방위 전체 회의에서 기재부가 4대 과기원 총장들에게 예산 재원을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로 옮기겠다고 전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기재부가 과기부 소관 예산을 과기부를 쏙 빼놓고 4대 과기원 총장과 직접적으로 추진하려 한 점에서 ‘과기부 패싱’ 논란이 일었다. “기재부가 과기부를 얼마나 우습게 알았으면 국회 예산 심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갑자기 예산 지원을 과기부에서 교육부 특별회계로 통째로 바꾸겠다는 얘기를 할 수 있느냐”고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도 같은 날 국회 과방위 전체 회의에서 “우리 부에서 기재부에 일반대와 4대 과기원은 같이 갈 수 없다(고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9일에도 기재부와 교육부 과기부 고위 관계자와 4대 과기원 총장은 특별회계 편입 문제를 놓고 화상 회의를 통해 의견을 공유했다고 알려졌다. 회의에서 4대 과기원 측은 ‘특별회계 편입으로 4대 과기원의 예산이 대학의 고유 역할 수행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의 입장을 내비치자, 이에 대해 기획부는 ‘특별회계 편입으로 과기원에 불이익은 없을 것’이란 취지로 설명했지만 결국 강한 반발은 넘지 못했다. 

4대 과기원 측은 수월성을 기반으로 한 연구 개발과 혁신 교육을 하고 있는 만큼 일반대와는 다른 측면이 있는데 특수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예산 편성 권한이 교육부로 넘어가 일반 4년제대와 같은 통제를 받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교육/연구활동에 제약을 받아 전체적으로 대학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교육전문가는 “국가의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과기원을 교육부가 통제하게 되면 일반대와 마찬가지로 나눠 먹기 식 배분이 이뤄질 수밖에 없어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아울러 교육부의 예산을 받게 되면 자연스레 교육을 중점으로 보는 교육부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고, 예산권과 관할권을 각기 다른 부처가 가진 사례는 없어 장기적으로는 예산뿐 아니라 관리 감독 권한도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걱정도 더해졌다.

이에 과기부는 4대 과기원 예산을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 ‘불수용’ 입장을 내놓고, 기재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과기부는 입장문을 통해 “12일과 13일 양일간 4대 과기원 총장을 대상으로 한 의견 수렴과 과기부 연구개발정책실장 주재 4대 과기원 부총장 등과의 화상 회의 등을 통해 4대 과기원 예산의 특별회계 이관에 대한 최종 입장을 확인했다”며 “4대 과기원 모두 특별회계로 과기원 예산을 이관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으며, 과기부는 이를 기재부에 전달하고 최종적으로 이관하지 않기로 협의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의로 4대 과기원의 예산과 운용은 기존과 같이 과기부가 그대로 맡아 진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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