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확대 통합형 수능 수혜 기대’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대구의 대표적 교육특구 수성구의 일반고인 대구 경신고는 일반고임에도 불구하고 2020대입부터 3년 연속 의대 실적 톱5에 들며 전국구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자사/광역자사를 제외한 일반고 중에서 단연 전국 1위다. 베리타스알파 자체 조사에서 의대 합격자를 2020대입 108명, 2021대입 84명, 2022대입 75명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실적도 마찬가지다. 일반고로 전환한 이후 2021대입 12명, 2022대입 8명의 합격자를 배출하며 꾸준한 성과를 과시하고 있다. 정시 실적이 더욱 주목받는 학교였지만 교육 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 수시 대비에도 소홀하지 않으면서 만만치 않은 서울대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2022대입에서 의대 모집인원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2023대입 역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상태에다 상위대 중심의 정시 확대에 수학 중심의 통합형 수능 체제로 ‘정시와 자연계가 강한’ 경신고의 저력은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공부하기 최적화된 학교’ ‘정시와 수시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학교’ ‘교사가 학생보다 더 열정적인 학교’라는 재학생의 평가는 ‘왜 경신고여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되기 충분하다.

대구 경신고는 일반고 전환 이후에도 자사고 시절의 실적을 꾸준하게 유지하며 전국구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대구 경신고 제공
대구 경신고는 일반고 전환 이후에도 자사고 시절의 실적을 꾸준하게 유지하며 전국구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대구 경신고 제공

<의대 실적 일반고 ‘부동의 톱’>
대구 경신고는 베리타스알파가 자체 조사를 시작한 2020대입 이후 3년 연속 의대 합격자 배출 일반고 톱을 기록하고 있다. 특목/자사고를 모두 포함한 전체 순위에서도 톱5를 벗어나지 않는다. 가장 최근인 2022대입 의대 합격자는 75명이며, 약대 19명, 치대 10명, 한의대 6명, 수의대 6명을 배출해 의학계열 전체 116명의 실적을 냈다. 

최근 12년간의 의학계열 실적을 살펴보면 2022대입에서는 의대75명/약대19명/치대10명/한의대6명/수의대6명이었고, 2021대입에서는 의대84명/치대7명/한의대15명, 2020대입에서는 의대108명/치대25명/한의대11명이었다. 2019대입에서는 의대117명/치대18명/한의대18명, 2018대입 74명/20명/14명, 2017대입 67명/11명/16명, 2016대입 91명/12명/11명, 2015대입 156명/17명/6명, 2014대입 81명/-/9명, 2013대입 41명/-/11명 등 의학계열 합격자를 배출해왔다. 2012대입에서는 의치한 통합 52명, 2011대입에서는 의치한 통합 42명이었다.

의학계열 실적이 의미하는 바는 그만큼 자연계에 강하다는 것이다. 서울대 실적만으로 드러나지 않는 자연계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이 의학계열 실적이다. 자연계 최상위권의 경우 ‘서울대보다 의대 행’을 택할 정도로 의대 열망이 크다.

정시에 강한 학교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 주도의 정시 확대로 인해 대입에서 정시가 가진 중요도가 더 높아진 배경을 놓고 보면 경신고가 가진 경쟁력이 더 부각된다. 서울 소재 16개대(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의 정시 수능위주 비율이 40%를 넘어선다. 의학계열 실적이 정시 강세와 맥을 같이하는 이유는 의대 선발구조와 연관이 깊다. 2022학년 의대 선발규모는 수시 61.6%, 정시 38.4%로 수시이월인원까지 합하면 절반을 넘기는 수준이다. 전체 대학 평균 정시 문호가 22%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상위권 자연계에서는 서울대 일반 모집단위와 타 의대를 두고 저울질했을 때 서울대보다는 의대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대 실적만으로는 진가를 다 보여주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서울대 실적 역시 보여주고 있다.

정시 추합까지 모두 포함한 최근 12년간 서울대 실적을 살펴보면 2022대입에서는 서울대 합격자 8명/서울대 의대 합격자 3명, 2021대입 12명/3명, 2020대입 7명/2명, 2019대입 8명/3명, 2018대입 8명/1명, 2017대입 8명/2명, 2016대입 12명/2명, 2015대입 20명/6명, 2014대입 10명/2명, 2013대입 16명/3명, 2012대입 11명/2명, 2011대입 15명/2명 등이다.

서울대 의대 입시에서 학종으로 매년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받는다. 허준일 진학부장은 “서울대 의예과 학생부종합전형에서 10년간 연속으로 합격자를 배출하고, 의예과 단수 합격자 수를 공개할 수 있는 학교는 전국적으로도 몇 없다”고 설명한다. 경북대 의예과의 경우 합격자가 2020대입 30명, 2021대입 15명, 2022대입 13명에 달해 ‘경북대 의예과는 경신에게 물어보라’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다.

의학계열 실적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2022대입에서는 연세대 17명, 고려대 15명, 서강대 12명, 성균관대 13명, 한양대 22명, 중앙대 32명, 경희대 19명, 2021대입에서는 연세대 22명, 고려대 19명, 서강대 9명, 성균관대 33명, 한양대 18명, 중앙대 33명, 경희대 21명, 경북대 133명, 2020대입에서는 연세대 29명, 고려대 23명, 서강대 15명, 성균관대 29명, 한양대 13명, 중앙대 27명, 경희대 10명, 경북대 169명 등의 합격실적을 냈다.

경신고의 실적은 학교유형의 변화에도 큰 부침없이 그대로 유지되어왔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자사고일 때나 일반고일 때나 꾸준히 높은 실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고로 지정되기 이전 일반고 자원으로 배출한 2011~2013대입과 자사고 자원으로 배출한 2014~2020대입의 성과에 큰 변동이 없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정시+수시 체제 안착 중.. ‘순증 교육과정’ ‘학종 어프로치’>
대구 경신고는 기본적으로 정시 실적이 우수한 학교다. 철저한 수능 대비 학습 관리, 대학별 전형 연구팀 운영 등 정시 대비를 위한 체제가 제대로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신고는 정시 대비뿐만 아니라 이에 더해 수업/평가/상담 체계를 대대적으로 혁신 중이다. ‘정시+수시’ 체제의 안착과 학종에 대한 제대로 된 대비를 위해서다.

경신고의 특색인 ‘순증 교육과정’은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100% 보장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자구책이다. 심화융합독서, 철학, 고급수학1, 창의융합과제연구, 화학실험, 생명과학실험, 고급물리학, 고급화학, 고급생명과학 등의 과목을 온/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이 아닌, 학교 내에서 이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박병주 교무부장은 “공동교육과정의 질적 저하 등 현실적인 문제가 대두되는 시점에서, 심화과목, 소인수선택과목 이수가 명문 대학 학종에 필수 조건이라는 점, 수준 높은 수업을 통해 학생의 지식과 사고의 확장 능력을 신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교과 수업은 그간의 강의식 교사 주도형 수업에서 탈피, 모든 교과에서 학생 참여형 탐구능력 향상 수업을 강화하고, 그 수행 과정을 평가에 적극 반영함과 동시에 이를 학생부에 누가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학과 수업 프로그램 ‘강의하는 아이들’은 모둠별로 수학 교과 원리에 대해 탐구한 후, 사전 토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전체 수업에서 발표를 하고, 이를 교사와 동료들이 피드백하는 과정을 통해 수학적 개념과 원리에 대한 이해도를 향상시킴은 물론 협동 학습 능력 및 의사소통 능력 신장을 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수학적 원리를 내면화하고, 이를 일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 수학 교육의 궁극적 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2022학년의 경우에는 AI 기반 실시간 교사 피드백 시스템 등을 구축한 점이 눈에 띈다. 이성재 교사(수학)는 “학생들이 자기주도적 탐구 역량과 협동학습 능력의 발전, 특히 수학적 사고력과 활용능력 신장을 눈여겨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종 어프로치’는 시기별 학습/진학 코칭 프로그램으로, 교내 고3 대입지도 전문교사들을 강사로 위촉해 운영 중이다. 기존 담임 중심의 상담/진학 관리 체제와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특별 상담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허준일 진학부장은 “‘학종 어프로치’를 통해 자연스레 정시, 수시 대비와 전반적인 학교생활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고, 아울러 학생부 기록에도 큰 도움이 된다. 선생님들이 자신이 맡은 학생들의 활동 과정을 빠짐없이 기록해 학생부 내용이 충실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수업과 평가 방식을 바꾸고, 빈틈없는 상담 체계를 마련하니 학생부의 내용도 질적으로 충실해지고 있다. 자연스레 본교 수시 대비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부모의 진학 역량 강화를 위해 희망 신청을 받아, 수시로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상담을 실시하고 있어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교사의 열정으로 일군 진학 시스템>
경신고가 달라진 입시환경에 어느 학교보다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교육 환경과 대입 전형의 변화를 포착하고 움직인 교사들이 열정 덕분이다. 3학년 담임은 학기 시작(2월), 6평 직후(6월), 수시원서 작성(8월), 정시원서 작성(12월) 등 연간 3~4회 진학지도 워크숍을 진행하고, 수능 이후에도 수능 성적 반영 방식에 따른 대학별 유불리에 대한 정보를 분석, 공유한다. 특히 수시와 정시가 마무리되면 그 결과를 분석해 다음 해 입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경신고의 강력한 힘이다.

주요 대학 입학사정관을 수시로 초빙해 대입 정보를 공유하는 간담회를 연간 20여 회 개최함으로써 대학별 전형 특징에 대한 생생한 정보도 수집, 활용하고 있다. 1,2학년 담임은 연중 입시 동향 파악, 시기별 상담 및 학습 지도 활동을 진행한다. 모든 교사가 학생별 내신 성적, 모의고사 성적, 학생부 내용을 분석해 최적의 학습 전략 및 대응 방안을 수립,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2015 및 2022개정교육과정 스터디, 고교학점제 대비 연수 등 진학과 교육과정의 연계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경신고 진학부는 유튜브 ‘경신에서 대학가기’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언택트 진학지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고심한 결과다. 진학부장이 진행하는 입시설명회, 교과학습법 등 교사 브리핑, 우수 졸업생들의 인터뷰 등이 모두 유튜브 채널에 담겨 있어, 재학생은 물론 예비 고교생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대입시행계획 발표, 수시 지원 등 시기마다 선제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해 우수한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다.

<독서 기반의 다양한 확장 활동>
경신고의 독서 연계 활동은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창의주제활동 등을 기반으로 ‘100권 독서’ ‘주제 탐구’ 등이 학급별 특색 활동으로 진행 중이다. 이병일 교사(영어/3학년 담임)는 “자유학기제를 거쳐서 진학한 아이들이라 모둠별 탐구 활동과 독서 활동에 대해 놀라울 만큼 적극적이고, 그 수준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학교와 교사가 적극적인 만큼 학술 연구 중심 동아리가 활성화되어 창체동아리의 수준 역시 남다르다. ‘경신의 독서, 토론, 실험 동아리는 무조건 OK다’라는 말이 지역에서 통용될 정도다.

학생들의 하루 일과는 ‘20분 아침독서’로 시작되고, 주중 학급특색시간을 배정해 독서와 토론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평일 점심, 저녁 시간과 방과후 오후4시부터 6시까지, 학급특색시간 등을 이용해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여 물리적으로 독서와 친숙한 환경도 만들었다. 독서에 대한 심리적 접근성을 높여 독서를 생활화하고, 편안한 독서 환경을 통해 독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높였다. 다양한 독후 활동 중 하나가 ‘독서-페임랩, 통섭이야기’다. ‘융합독서’ ‘심화융합독서’ ‘창의융합과제연구’ 등 소인수심화과목 수업과 연계하여 학기 단위로 대주제를 선정하고, 독서를 기반으로 해 토의와 토론, ‘나만의 생각’ 작성, 개인 리서치, 팀프로젝트, 페임랩 등의 연계 활동이 이루어진다. 이 수업과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허준일 진학부장(국어)은 “‘독서는 또 하나의 성적이다’는 말처럼 독서를 기반으로 교과 수업을 확장하고, 이를 연계 활동으로 풀어내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지식과 사고의 확장을 경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과정 질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공간 혁신’의 효과>
경신고는 공간 혁신에 대한 고민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학교 공간 혁신, 탄력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실질적인 교육과정의 질적 개선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2020년 11월 스터디 카페, 2021년 2월 에듀테크존, 올해 2월 수학점핑교실, 10월 커리어존 등의 시설을 구축하며 다양한 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시설들은 소인수선택과목 수업, 멀티미디어 융복합수업 등 학생 활동 중심 수업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됐다. 학교 바깥 시설에 버금갈 정도로 쾌적하고 세련되게 구성되어 있어, 소인수선택과목 수업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는 가변형 공간(폴딩도어로 공간 분리), 개인 학습과 독서 등이 가능한 스터디카페,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학생의 진로진학에 대한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진로탐색 공간, 교사 전문성 신장을 위한 스터디 및 연구 공간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수학점핑교실의 경우, 대구교육청 ‘수학점핑교실’ 프로그램과 연계, 인공지능 플랫폼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 학습이 가능하도록 구축 중이며, 첨단 AR VR 수학교구를 기반으로 하는 온/오프라인 수학 학습 공간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수학점핑교실에 비치된 300여 권의 수학 도서를 읽고 주제탐구 PPT를 구글클래스룸을 활용해 친구들에게 발표하고 피드백하고 있다. 아울러 수학동아리 시간에는 이안리플리카 카메라 만들기 및 원리를 분석하는 메이커활동과 VR기기를 활용한 공간도형 이해 수업을 진행하며, 교내 수학QR대전에서는 교내 각 교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문제를 전교생이 풀고 경쟁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교육특구 ‘수성구’ 시발점.. 재단 전폭적 지원 뒷받침>
대구 경신고는 지금의 ‘교육특구’ 대구 수성구의 시발점을 만들고 키운 빌더(builder)라고 봐도 손색이 없다. 수성구 논밭 한복판에서 출발했으나 인근 고교와 서울대 진학자 수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지역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어 대구/경북 곳곳에 흩어져 있던 명문이 수성구로 집결했고 서울 강남구 못지않은 교육열이 더해지며 지금의 수성구가 됐다.

현재의 대구 경신고로 자리잡기까지 재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됐다. 경신교육재단의 교육에 대한 헌신은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 법인에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학교 발전과 탁월한 학교 문화 형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반고에서 출발, 2011학년부터 자사고로 운영되던 대구 경신고는 2018학년 일반고로 다시 전환했다. 정부의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과 학령인구 감소 등 외부변화에 선제적으로 움직인 결과다. 학부모의 우려가 만만치는 않았지만, 경신고의 명성이 단지 ‘자사고’라는 점만으로 다져진 것이 아니기에 일반고 전환에 따른 타격은 크지 않았다. 경신 특유의 교육 철학을 기반으로 철저한 학력 관리 프로그램과 체계적인 상담 시스템을 운영해 매년 안정적인 대입 실적을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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