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기숙사 생활.. 도우미 ‘해성 멘토링’ 눈길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국토의 남단 경남 남해군에 위치한 농어촌 전국단위 자율학교 남해해성고는 전형적인 농어촌 지역의 ‘사교육 없는 공교육 중심 학교’로서, 단순한 한계 극복을 넘어 공교육 롤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공교육 전문가 신종찬 교장 체제 3년 차를 맞이하며 더욱 탄탄히 자리잡은 경쟁력은 최근 5년간 서울대 합격 실적 중 최고치를 기록하며 증명됐다. 2022대입 서울대 합격자는 전년 3명에서 3명 더 늘어난 6명이다. 90명 안팎의 선발인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전국 150여 개 중학교에서 선발된 우수 학생으로 구성해 전교생 기숙, 교과/비교과 정규(자율) 동아리 활성화로 개개인의 자기주도적 학업 능력을 키워준다.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과 야간 수월성 수업, 소그룹 학습 멘토링을 운영하고 해성 멘토링을 통해 맞춤식 진로/진학 컨설팅을 진행한다. 해성 멘토링, 다양한 자율 동아리, 창체활동 등 교육과정의 다양화로 개인별 전문성과 창의성을 함양한다. 2+1 확대 학급과 다양한 선택 과목 운영으로 수업의 내실화도 꾀한다. 학습활동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인성 함양과 협동심 강화를 위한 해성 농장과 텃밭은 남해해성고만의 특색 활동이다. 지역 초중학교 소외 학생을 위한 교육 재능 기부 동아리도 운영한다.

남해해성고는 교육과정과 연계한 진로/진학 체계를 구축해 학종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내 왔다. 정시 확대의 흐름 속에서 수시/정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대비에도 적극적이다. /사진=남해해성고 제공
남해해성고는 교육과정과 연계한 진로/진학 체계를 구축해 학종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내 왔다. 정시 확대의 흐름 속에서 수시/정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대비에도 적극적이다. /사진=남해해성고 제공

<‘교육과정과 연계한 진로진학 체계’.. 한 발 앞선 고교학점제 대비>
남해해성고는 꾸준한 대입 실적을 통해 경쟁력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학년당 90명 안팎의 규모에도 대도시 명문고 못지않은 실적을 꾸준히 내고 있기 때문이다. 2018대입부터 2022대입까지 최근 5년간 진학 실적을 살펴보면 서울대 17명, 연세대 23명, 고려대 46명의 실적을 냈다. 가장 최근인 2022대입에서는 서울대 6명의 합격 실적을 내기도 했다. 연세대 4명, 고려대 12명의 실적이다. 서울대 합격 실적은 2020학년 4명, 2021학년 3명, 2022학년 6명 순으로 꾸준하다. 

비결은 탄탄한 진로/진학 체계 구축에 있다. 2014학년부터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정책과 대학 평가정보를 통해 발 빠르게 대응해 왔다. 특히 2015개정교육과정이 도입된 2018년부터 교육과정과 연계한 진로/진학 체계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학교 환경에 최적화된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함으로써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도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교육과정에 맞는 학생평가를 통해 개별적 진로/진학에 맞춘 학생들의 성장과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2019년부터 고교학점제 선도 학교, 2021년부터는 글로벌 융합 교과 특성화 학교를 운영하며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른 대비를 선제적으로 해왔다. 학생 수요를 충실히 반영한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 운영을 기조로, 다양한 진로 트랙과 84개의 선택 과목을 개설/운영하고, 교사 1명당 평균 3.5과목의 다과목을 지도하는 등 정규 교육과정 속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탐구 활동 기회를 갖고 심화 지식을 확장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1학년 지정 과목 사회 문제 탐구에서부터, 사회 탐구 방법, 과학 과제 연구, 수학 과제 탐구 등의 연구 과목과 철학 심리학 교육학 등의 교양 과목도 함께 개설/운영하고 있으며, 4차산업 혁명 시대에 필요한 지식 정보 처리 역량 육성을 위해 통계 특강을 온라인 실시간으로 운영했다. 수업 유연화와 통섭적 사고력 향상을 위한 학교 자율적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다양한 교과목의 융합 프로젝트형 수업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운영/참여함으로써 학생의 교과선택권을 최대화해 지역적 환경 제약을 극복해 고교학점제의 정착에 한발 나아가고 있다.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학생에게 수업의 주도권을 부여하고 이를 토대로 모든 교과의 토론/발표 수업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탐구 수행 활동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문제 해결력과 프레젠테이션 역량이 높을 뿐 아니라 그에 따른 학생들의 과제 결과물과 학업 만족도도 높다는 설명이다.

<‘학종 강점’ 탄탄한 교내 프로그램>
다양한 대입 전형 가운데서도 여전히 상위대 대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학종에서 주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데는 체계적인 교내 프로그램의 역할이 컸다. 학생들의 수업 활동과 탐구 노력이 그만큼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다. 내신 성적 받기가 어려워 대학에 가기 힘들지 않겠냐는 우려가 기우인 이유다. 학종은 내신 성적의 의미를 정량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교과 수업/비교과 활동에서 이뤄지는 자기 주도적 탐구 역량, 문제의 본질에 대한 학문적 태도를 정성적으로 평가한다. 문제에 대한 도전, 학문에 대한 도전을 통해 스스로를 성장시켜 나간다면 모든 대학에서 충분히 그 가치를 알아줄 것이라는 것이 남해해성고 측의 설명이다. 

해성 S-Dream 프로그램을 운영해 공교육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실천적 인성 교육을 위해 학교 농장을 운영하고 재능 기부 활동을 통해 나눔/배려를 실천한다. 전통 예절 체험(향교)과 명사 특강을 통해 실천적 삶의 지혜를 함양한다. 해성 멘토링 활동으로 사제 간 행복한 학교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메타인지 학습(성장 마인드셋) 함양 교육을 위해 스포츠 클럽, 멘토링 상담, 또래 상담으로써 행동하고 참여하는 자세를 기른다. 플립 러닝, 협동 학습, 토론을 바탕으로 기본 개념을 탐구하고 지식 역량을 배양한다. 학술제, 세다 토론, 심화 융합 프로젝트를 통해 지식의 적용/응용력을 연마한다. 진로와 연계한 차별화된 교육과정, 개별화에 최적화된 진로/진학 지도 등도 진행한다. 수업 유연화(자율적 교육과정)를 통한 진로 심화 교육, 진로 스터디(멘토링)의 활성화로 모둠 활동/발표 학습을 다수 실시하고 초청 대입 설명회/간담회, 실시간 온라인 강의 등으로 고교-대학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생/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교 운영으로 신뢰성도 높이고 있다. 학생회 중심의 기숙사 생활과 학교 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효/사랑 실천을 통한 회복적 생활 교육과 개방형 독서 교육, 학년 카페와 SNS를 활용한 학교/학부모 소통을 진행한다. 세계시민 양성을 위한 글로벌 융합교육도 실시한다. 글로벌 융합 교과 특성화 학교를 운영하며 다양한 원어 자료를 활용한 주제 중심의 영어 심화 수업, 선택 교과와 연계한 의사소통과 작문 중심의 외국어 수업을 진행한다.

교내에서 이뤄지는 교과수업/비교과 활동을 통해 자기주도적 탐구역량과 문제의 본질에 대한 학문적 태도를 최대한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수업 방법과 탐구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남해해성고 관계자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른 정시 확대 변화에도 이 기조는 유지되고 있으며, 정시를 생각하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해 모든 학생이 최선의 선택과 진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요소 중 하나다. 주중에는 야간 심화선택형 교과프로그램(소인수 5인 이하, 수월성 수업)과 기초 교과 학력 향상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토요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는 특기 적성 프로그램과 예체능 프로그램이 있다. 특기 적성 프로그램은 프랑스 자수반, 식물 테라피반, 경시반, 실험반, 토론반, 학습 동아리 등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예체능 프로그램으로는 골프반, 배드민턴반, 배구반, 국궁반, 오케스트라반 등이 있다.  

1학년 특색활동으로는 문화 유적 답사, 바래길 체험 활동이 있다.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진로와 연계해 영상/편집 등에 관심을 일으키는 계기를 마련하는 연계성 있는 활동이다. 남해 바래길 4코스(고사리밭 길)-화석산지-남해바다정원으로 이어지는 일정이다. 체험 활동 후 반별 특색 활동을 진행한다. 조별/개인별 활동 사진, 디카시 쓰기 등의 내용으로 사진첩을 디자인한 후 제작한다. 

2학년 특색활동으로는 SWOT 분석을 통한 본인의 강점/약점/기회/위협 등을 분석하며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진다. 강점(Strengths)은 나는 어떤 역할, 분야에 자신이 있는지, 약점(Weaknesses)은 내가 고쳐야 할 점(생활 태도, 공부, 성적, 대인 관계 등)은 무엇인지, 기회(Opportunities)는 약점 개선 또는 강점 강화를 위한 전략, 위협(Threats)은 나를 둘러싼 외부 위험 요소를 파악한다. 디자인 씽킹 활동은 공감-문제 정의-아이디어 발상-프로토 타입-테스트 단계를 거치는 활동이다. 시나리오 재판 활동은 법 원리와 재판 절차를 쉽게 이해하고 합리적인 사고 능력을 함양할 수 있게 하면서도 재판 제도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한 활동이다. 

그렇다고 수시 학종 대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수능전형이 확대되는 등, 수능전형 준비가 중요한 상황이다. 수시 수능최저를 충족해야 함은 물론이다. 남해해성고는 소규모 선택형 방과 후 수업(주말 포함), 야간 수월성 수업, 온라인 강의 활용 시간 확대 등 수능을 준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모든 교사가 적극 지원 중이다.

<전원 기숙사 생활 적응 돕는 멘토 선배/교사.. ‘친인척 입학 비율로 증명되는 만족감’>
남해해성고는 남학생은 3인1실, 여학생은 4인1실의 기숙사 생활을 한다. 대부분의 재학생이 중학생 때까지 부모님 도움 없이 스스로 생활을 해 본 적이 없다는 점에서 처음에는 낯설고 힘든 게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달 정도 지나면서부터는 신입생 모두 기숙사 생활에 잘 적응하고 주어진 환경도 잘 극복해 나간다는 학교 측 설명이다. 적응을 위해서 멘토 선배를 비롯한 모든 교사가 돕고 있다. 학교 모든 교직원은 학생들과 제2의 가족 공동체인 해성 멘토링을 구성해 학습/생활 전반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해성 멘토링은 1인의 멘토 교사와 학년별 3인의 멘티 학생, 총 10명으로 구성된다. 재학생과 졸업생의 친인척 입학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학교에 대한 학부모, 학생들의 만족감과 믿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수업료, 학교 운영비는 무상이며 방과 후 수업(주중 8교시, 주중 야간/주말)은 방과 후 선택과목 개수에 따라 개인차가 발생한다. 주중 8교시 방과 후 수업료는 월 3만~4만원, 야간 수월성 수업은 과목당 월 4만원, 주말 방과 후 수업은 학기별 7만원 정도다. 일부 방과 후 학교 운영의 경우는 매달 개별 수업료에서 1만5000~2만원 정도 교육청 지원금이 있다. 기숙사비는 월 12만원이며, 급식비의 경우 점심은 정부 지원(무상)이고 조식/석식은 합해 월 26만원(1식 4200원) 내외다. 야식(간식)의 경우는 주중 1일 3000원 수준으로 월 7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농어촌 자율학교’ 기회 살려 도약>
지금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남해해성고는 한때 폐교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농어촌 학생 수가 급감하며 2000년대 초반 전교생 수가 150명을 밑돌았기 때문이다. 줄어만 가는 남해 지역 학생들로는 정원을 채우기조차 쉽지 않았다. 당장 학교 운영을 이어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했다.

반전이 시작된 것은 2004년 농어촌 자율학교 지정이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학생 수가 줄어 존폐 위기에 놓인 농어촌지역 고교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 아래 자율학교를 지정하고 교육과정 편성/운영권과 선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자율학교 지정은 지역적 불리함에 허덕여야 했던 남해해성고가 현재의 ‘명문고’가 될 기틀을 마련하게 된 계기였다. 이후 자율학교로 지정된 곳들의 흥망은 고교별로 엇갈렸지만, 남해해성고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최소한의 지원자를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면서 폐교설은 자취를 감췄다.

자율학교로 지정되며 발전에 박차를 가하던 남해해성고에 또 다른 ‘호재’가 등장한 것은 2006년의 일이다. 남해해성고 근방 힐튼 남해골프&리조트 등을 보유한 에머슨퍼시픽그룹(현 아난티그룹)의 이중명 회장이 재단인 해성학원의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막강 지원의 ‘날개’를 달았다. 취임 전부터 남해해성고에 1억원의 장학금을 기탁하는 등 관심을 보여오던 이 이사장은 교실을 증축하고 전교생 기숙사를 건립하는 등 교육환경 개선에 적극 나섰다. 학생들을 향한 애정도 남다르다. 학교 방문 시에는 전교생이 모두 먹을 수 있을 만큼의 많은 치킨을 들고 방문해 ‘치킨 페스티벌’을 열기도 한다. 학생들이 야간 면학을 하는 와중에 운동장에서 모두 함께 치킨을 먹는 행사다.

남해해성고는 최근 신종찬 교장의 부임으로 재도약하고 있다. 신종찬 교장은 대입실적이 탁월한 휘문고에서 교감을 지냈고 공교육 최고 대입 전문가로 꼽힌다. 신 교장은 신동원 전 휘문고 교장 등 원로들의 퇴임 이후 미림여고 주석훈 교장과 함께 한동안 공교육 입시전반에서 독보적 영향력을 행사한 서울시내 진학교사 모임인 대학진학지도지원단(서울교육청)과 서진협(서울 진학지도 협의회)을 대표하는 공교육 스타로 꼽혀왔다.

<원서 접수 12월19일부터 21일까지>
남해해성고는 올해 남녀 구분 없이 4학급으로 총 92명을 모집한다. 지역균형선발(남해군) 18명, 일반전형선발(타 시도군) 74명으로 세분화된다. 중학교 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 법령에 의해 중학교 졸업자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 중학교 졸업 학력 검정고시 합격자 등이 지원 가능하다. 

전형방법은 중학교 내신100%다. 교과80%+비교과20%로 세분화된다. 교과는 성적 존재 학기에 한해 학기별 동일 배점을 부여한다. 비교과는 출결상황 봉사활동 학교활동을 반영한다. 합격 커트라인은 매년 달라지지만 3개년 합격자 상위 80%까지 평균 석차 백분율을 보면 5~7%다. 남해해성고는 중3 학부모와 학생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심층 상담기간(11월28일~12월11일)을 지정해 두었다. 입학 원서 제출 전 학교 홈페이지에 안내되어 있는 상담 일정을 참고하고 상담을 통해 지원 가능 여부를 문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올해 원서 접수 기간은 12월19일부터 21일 오후5시까지 사흘간이다. 전형은 22일부터 27일까지 진행하며 최종 합격자를 12월28일 오전10시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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