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대전환 시대 교육 개혁 이룬다”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임명되면서 정부 출범 이후 6개월 만에 1기 내각 인선이 모두 완료됐다. 이 장관은 7일 오후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교육부가 스스로 대전환해야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며 교육 개혁의 뜻을 밝혔다. 대입의 경우 ‘미세 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 장관은 입시 피로도가 높은 교육 현장을 인지하고 있는 바,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춰 속도 조절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은 늘 있었으나, 더 이상 교육 개혁을 늦춰선 안 되는 상황”이라며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디지털 대전환을 이미 경험하고 있으며, 학생 인구는 반토막났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등은 첨단 과학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패권 경쟁의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며 “우리 교육 현장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저항은 물론이고 이념 갈등의 증폭으로 전혀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 당국의 관료주의와 행정 편의주의도 꼬집었다. “교육 현장을 지원해야 하는 교육 당국의 관료주의와 행정 편의주의도 교육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교육부 개혁 의지를 밝혔다. 지시와 통제가 아니라 파트너십과 수평적 협력을 통해 교사, 학교, 대학, 지자체, 교육청, 타 부처, 산업계, 미디어 등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면서 현장의 변화를 유도할 것을 주문했다. “과감한 변화를 원할수록 교육 주체에게 자유와 자율을 폭넓게 허용하고 이들이 개혁에 나서도록 환경을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이번에 10년 만에 복귀, 역대 두 번째로 ‘두 번’ 교육부 장관에 올랐다. 이 장관이 해결해야 하는 현안은 산적해 있다. 교부금 개편, 자사고 전환 여부 결정 등 정파 싸움에 얽힌 문제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대입 개편이다. 유불리 문제가 여전한 통합형 수능과 수학, 정시 위주의 현 대입이 안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10년 만에 돌아온 이주호.. 교육 공백 메우고 진영 싸움 갇힌 현안 해결할까>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18개 부처 장관 중 마지막 공석을 채웠다. 이로써 5월10일 정부 출범 이후 반년 만에 1기 내각 인선이 모두 완료됐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10월28일 인사청문회에서 자녀 이중 국적, 사교육업체 출연금 지원 논란 등이 불거진 이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판단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4일까지 재송부해달라 요청했고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오늘 오전 임명을 강행했다. 이 부총리는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윤석열 정부 14번째 고위직 인사가 됐다.

이 장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교과부 장관으로 임명돼 924일 동안 장관직을 지킨 인물로, 유은혜 전 장관에 이어 문민정부 이후 두 번째 장수 장관이다. 교육부는 8월8일 박순애 전 장관이 사퇴한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새 장관을 맞게 됐다. 이 장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 정책을 설계해 자사고 도입을 주도한 인물이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추진해 당시 자사고가 급증하기도 했다. ‘자율’ ‘경쟁’에 방점을 둔 정책을 주로 추진해왔다.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전수 실시 정책을 펴고, 입학사정관제 등 대입자율화 정책도 주도했다.

10년 만에 교육 정책 최전선으로 복귀했지만 수많은 숙제가 쌓여 있다. 이 장관은 산적한 현안 해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교부금 개편부터 반도체 인력 양성 논의,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여부 결정, 교육 정책 주체 정리 등이다. 유불리 문제가 여전한 통합형 수능과 수학, 정시 위주의 대입이 안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주목된다.

4년 예고제를 시행하는 대입을 한순간에 바꾸긴 어렵다는 것은 이미 전 정권에서 사교육 폭증 등으로 드러난 사실이다. 방향을 틀었을 때 문제되는 상황을 모두 예측해 봐야 하는 셈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도 중요한 숙제다. 정부는 교부금 일부를 대학이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각 시도교육청의 반발이 심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대학 경쟁력의 하락세로 재정 지원은 시급한 상황이다. 이 장관이 앞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실상 등록금 동결 기조를 보여 교부금 개편을 통한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 2028대입개편.. 교육 정책 주체 누가 되나
수요자에게 사실상 가장 중요한 것은 대입 개편이다. 전 정부의 통합형 수능 시행과 정시 확대의 기조를 통해 시장 역시 이미 ‘정시를 겨냥한 수학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태. 하지만 잇따른 고교학점제와의 엇박자와 정시 확대로 인한 재수생 증가, 통합형 수능의 문이과 유불리와 수학 한 줄 세우기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관심이다. 특히 대입의 경우 사소한 변화에도 시장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불안해진다는 전 정권의 전철을 반면교사 삼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이 장관 역시 ‘안정’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정부에서 수시/정시 비중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을 때 참담했다. 현장에서 수업이 안 바뀌었기 때문에 답 없는 논쟁을 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새 대입개편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고교학점제 등 몇 가지 변화에 따라 입시가 맞춰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미세 조정이라고 할까. 이번 정부에서는 학부모/학생에게 큰 변화를 느끼게 하는 건 소극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대입 개편보다는 교실 변화에 주력하면서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2026년부터 10년 단위의 ‘국가교육발전계획(2026~2035)’에 따라 수립/추진할 것을 시사하며 ‘대입 주체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잇따른다. 국교위는 국가의 중장기 교육 정책 방향을 마련하고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10년 단위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세우는 업무를 맡는다. 그렇다면 교육부와 교육청은 대입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지 정리된 바 없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은 떨어지고 수요자의 피로감은 쌓여가고 있다. 2028대입개편 전 업무 분담을 명확히 해야 수요자의 혼란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 ‘빈익빈 부익부’ 교부금 개편.. ‘하락세 대학 경쟁력 살리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을 둘러싼 논쟁도 해결해야 한다. 정부는 내국세 총액의 20.79%와 국세 교육세로 이루어진 교부금 중 교육세 일부인 3조6000억원을 대학교 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17개 시도교육청과 교원 단체, 교육 관련 단체, 학부모 단체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 식의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송언석(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현황’ 자료에 따르면 교육교부금을 본래의 목적이 아닌 교직원 무이자 전세 대출이나 대북 지원에 사용하는 등 엉뚱한 곳에 사용하는 실태다. 특히 선거 전후 학생들에게 노트북/태블릿PC를 나눠주거나, 1인당 최대 30만원의 현금을 살포한 사례는 남아돈 교부금의 민낯을 보여준다.

초중고 예산이 남아도는 동안 대학 경쟁력은 계속 하락세다.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등록금 동결과 부족한 정부 지원으로 인한 재정 악화로 연구성과를 내기 위한 투자 유치와 국제적인 교육환경 조성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학 관계자들도 ‘타 국가에 비해 부족한 재정 지원으로 연구협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OECD 교육지표 2022’에 따르면 초중고 교육 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인 데 반해 대학 교육 예산은 최하위권이다. 한국의 1인당 공교육비 예산은 초등학교는 36개국 중 5위, 중/고교는 2위이지만, 대학 교육에 투입되는 예산은 36개국 중 30위다.

부족한 재정 지원 아래 간신히 버티고 있는 대학들이 어떻게 미래 교육을 이끌어 나가게 도울지 생각하는 것도 최우선 과제다. 교육부는 대학들을 평가해 국고를 지원하는 대학기본역량진단 개편안도 연내 마련하기로 했던 상태다. 과거 입학정원 감축에 초점을 맞춘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시행했지만, 획일적 평가로 대학 자율성이 침해됐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현재의 대학기본역량진단으로 개편했다. 이 또한 대학들이 평가를 두고 부담이 크다고 지적하자 교육부는 최하위 한계대학을 뺀 모든 대학에 추가 평가 없이 재정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장관은 앞선 인사청문회에서 대학에 대한 ‘규제 없는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학이 지역 인재 양성, 평생 역량 개발의 중심지가 돼 지역 혁신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과감히 규제를 개혁하겠다”며 “대학에 대한 정부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도 중앙정부가 설계/평가하는 방식에서 대학이 주도적으로 설계/제안하는 방식으로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 2022 교육과정 개정과 자사고 존치 결정, 반도체 인재 양성안 
당장 고교학점제가 반영되는 2022 교육과정 개정은 올해 안에 고시해야 한다. 이를 마치면 연내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반고 전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교육부는 자사고 존치를 골자로 한 새 고교 체제 개편안 시안을 연내 마련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 6월 개편안을 확정 짓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고교서열화를 이유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2025년 일반고 일괄 전환이 예고됐지만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자사고의 존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특히 현 정부는 자사고 존치를 국정 과제로 정한 데 이어 자사고 설계자 이 장관을 임명, 자사고/외고의 존치가 유력하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 인재 양성 계획도 구체화해야 한다. 이 장관은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반도체 디지털 등 첨단 분야에 대한 연구 지원을 확대하고,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학생 개별 맞춤 교육을 진행할 것을 예고했다. “반도체 디지털 등 전략적으로 국가 발전에 필요한 첨단 분야에 대한 연구 지원을 확대하고 교육계 산업계 관계부처와 함께 국가 차원의 인재 양성 아젠다를 발굴하는 한편 해외 인재가 우리나라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유입/정착 지원책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정원 증원도 포함된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으로 반발했던 지방대 총장들과 논의 중인 고등교육혁신 마스터플랜 역시 올해 안에 내놓기로 했던 바 있다. 중장기적으로 이 부총리는 인공지능 기술 등을 활용한 에듀테크를 내세워 학생 개개인의 진로와 적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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