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확대에 양극화 가속화 우려.. 2022정시 서울 46.3%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4일 일부 언론들은 ‘’서울대 양극화’ 심화…신입생 3명 중 2명 ‘수도권 출신’’ ‘개천 아니, 강남에서 용난다?…서울대 입학생 10명 중 1명은 강남 출신’ 등의 제목으로 서울대 수도권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서울대 입학생의 64.6%가 수도권 출신이며 그 중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의 비율이 11.9%로 쏠림 현상과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한 강민정(더불어민주) 의원실 공개 자료가 출처다. 기사들의 골자는 ‘전체 고교 졸업생 중 수도권 학생 비율(48.6%)과 서울대 입학생 비율(64.6%)을 비교해 보면 무려 16%p나 높다’며 ‘특정 계층과 지역 쏠림으로 인한 양극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수도권 쏠림이라는 현상이 아니라 원인이 빠졌다는 점이다. 마치 입시운영의 주체인 서울대의 잘못인 것처럼 비쳐질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과연 서울대 입학생 64.6%가 수도권 출신이라는 사실이 입시운영 주체인 서울대가 입시를 잘못 운영하고 있다고 비난받아야 하는 일일까. 교육전문가들은 오히려 ‘학종 본산’ 서울대가 교육약자 배려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서울대 입학생 수도권 쏠림을 현상만 지적하기보다 원인인 ‘정시 확대’를 문제삼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국 사태’의 수습책으로 이뤄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정시 확대 지시로 4년 예고제까지 무시해가면서 입시지형을 정시 확대로 뒤엎은 것이 서울대 수도권 쏠림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울대는 ‘강제’로 밀어붙인 정시 확대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대응책들을 내놓으면서 교육 현장의 눈길을 끌어왔다. 정시 확대를 강제하며 지균 유지가 어려운 2022학년 입시에서도 서울대 지균의 축소폭은 일반전형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게 잡았고 올해는 되려 정시에서 교과를 반영하는 고육책까지 내놓은 상태다. 정시 지균 신설 또한 교육특구와 재수생 ‘싹쓸이’를 상쇄하고자 한 선택으로 읽힌다. 서울대 지균의 경우 과고 외고 등 ‘특목고 전성시대’에 만들어져 당시 일반고의 대표적 서울대 통로였고 학종이 10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지방과 서울강북 일반고의 서울대 문호로 자리잡은 상태다. 결국 서울대는 상대적으로 교육약자인 지방과 서울강북 일반고의 문호를 지켜 인재의 다양성을 지키는 ‘선한 입시’의 기조와 정시 확대 요구의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시 확대 정책으로 가속화되었지만 사정을 따져보면 서울대 입시에서 수도권 쏠림과 교육특구의 강세는 너무 당연한 얘기다. 재학생 수만 보면 수도권 출신은 48.7%에 달한다. 2022학년 입시를 치룬 2019년 고3 재학생 44만2989명(2021년 기준 교육통계서비스 ‘학년별 학급수 및 학생수’) 가운데 서울 7만4486명, 경기 11만6156명, 인천 2만4947명으로 21만5589명이 수도권 고교에 재학한다. 여기에 정시 확대와 통합형 수능으로 늘어난 N수생 수도 영향을 준다. 서울대가 3월 공개한 ‘2022 서울대 신입생 최종 선발 결과’에 따르면 2022학년 수시/정시 합산 최종 등록자 중 N수생 비중은 21.9%(753명)였으며 정시만 살펴보면 57.6%(630명)가 N수생이었다. 결국 수도권 고3과 N수생까지 포함하면 입학생 과반이 수도권 출신인 점은 당연한 결과다. 수도권 학생 수가 기본 변수라면 정시 확대 정책은 여기에 불을 붙인 최대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수도권 쏠림 심화는 서울대 입시운영의 잘못이 아니라 N수생 비율이 높은 교육특구로 학령인구가 쏠리고 지역편중을 불 붙인 것은 문재인 정부의 정시 확대 때문이라는 게 올바른 시각인 셈이다.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서울대 입학생의 지역편중이 큰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정시 확대는 더 큰 지역 불균형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서울대 입학생의 지역편중이 큰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정시 확대는 더 큰 지역 불균형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서울대 입학생 수도권 64.6%?.. ‘학령인구 밀집과 고입 지형 이해해야’> 
강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2학년 서울대 합격생 3396명 중 서울 36%(1225명), 경기 24%(812명), 인천 4.6%(158명)로 수도권 출신이 64.6%(2195명)의 비중이다. 이는 학생들의 인구분포와 자사고/과고/외고/국제고/영재학교 등 일반고 외 고교유형을 살펴보면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 2022학년 입시를 치룬 2019년 고3 재학생 44만2989명 중 서울 7만4486명, 경기 11만6156명, 인천 2만4947명으로 48.7%(21만5589명)가 수도권 출신이다. 여기에 점점 증가하고 있는 N수생 규모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수도권의 경우 선발효과가 큰 특목자사고 등이 다수 운영되고 있는 지역으로 지역 간 정확한 수치를 비교할 수 없는 구조다.

<원인인 정시 확대에 초점 둬야.. ‘사교육으로 N수’> 
초점을 맞춰야 하는 요소는 정시 확대로 인한 양극화다. 강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합격자 중 강남 3구 출신은 403명(11.9%)이다. 정시가 특성상 사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고, 반복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수생과 교육특구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교육계의 오래된 상식이다.

최근 서울대의 정시 입결로도 충분히 흐름은 파악할 수 있다. 2007~2018학년 서울 소재 고교 서울대 최종 등록자 통계를 보면, 11년간 정시에서의 교육특구 출신 서울대 등록자 비율이 꾸준히 상승해왔다. 가장 최근인 2022학년 서울대 등록자 톱100 실적에서도 강남 8학군 일반고의 독점을 비롯한 교육특구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일반고의 경우 톱100에 이름을 올린 40개교 중 11개교가 서울 교육특구 고교였다. 톱100에 이름을 올린 10개 광역자사고에서도 6개교가 서초구 강남구 양천구 등 교육특구에 있었다.

지난해 정시 결과에서도 서울 쏠림을 확인할 수 있다. 2022정시에서 전체 등록자 1060명 중 서울 출신이 491명으로 46.3% 차지했다. 수시의 경우 서울 출신 등록자는 734명으로 수시 전체 등록자 2336명의 31.4%다.

재수생의 증가도 고려요소다. 서울대 정시 최초 합격 졸업연도별 현황을 살펴보면 2018학년부터 작년까지 늘 재학생보다 재수생의 비율이 높았다. 정시30%가 강제된 작년을 살펴보면 재학생이 420명(38.4%), 재수생이 641명(58.5%)으로 거의 6대4의 비율로 재수생이 압도적이다. 사교육을 통한 반복학습은 결국 재수생에게 유리한 결과로 작용하는 셈이다.

서울 경기 지역에는 선발효과가 큰 특목자사고가 몰려 있다는 고입 지형도 이해해야 한다. 특목자사고와 영재학교 등의 경우 서울대 진학률이 일반고에 비해 압도적이다. 2021년 세종시의 고3학생 수는 3410명으로 그 다음으로 작은 규모인 제주 6281명의 절반 수준이지만 2022서울대 합격자는 47명으로 제주, 울산을 제쳤다. 이는 전국단위 모집인 세종영재의 존재 덕이다. 서울시(구) 입학생 현황을 살펴봐도 231명을 배출한 강남구 1위에 이어 종로구가 181명으로 2위에 위치한다. 서울과고의 존재 때문이다. 4위의 광진구 역시 대원외고의 영향이며 5위의 은평구도 하나고의 영향이다. 선발효과가 큰 고교의 존재로 지역 간 정확한 수치를 비교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2023정시 교과평가 반영, 지균 신설.. ‘서울대의 교육약자 배려’> 
서울대는 올해 정시에서 지균을 신설하고 교과평가를 반영하는 등 교육특구 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보였다. 2023정시 지균을 신설함으로써 지균의 전체 비율을 적정선에서 유지했기 때문이다. 2023학년 수시 지균은 17.1%이지만 정시 지균까지 합한 지균 전체는 21.2%로 확대된다.

정시 교과평가 반영 역시 왜곡돼 가는 교육 현장을 바로잡을 대책으로 기대된다. 이미 정시 확대로 공교육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민형배 의원(무소속)과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회가 일반계 고교 교사 261명을 대상으로 ‘일반계 고등학교 고3 교실 수업 미참여 학생 실태조사’를 공동 실시한 결과 고3은 학급당 불과 5명만 수업에 참여한다는 현직 교사들의 진단이 나왔다. 서울대는 이번 교과평가 반영에 대해 ‘학생부의 교과학습발달상황을 반영해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도 고교 생활에 충실히 임할 것을 권장하는 취지로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교과의 경우 특목자사고, 우수 명문고 등 수능 점수의 격차가 크지 않은 고교에서는 합불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시에서도 내신 영향력을 강화함으로써 강남 8학군 일반고의 독점이나 재수생 우세를 어느 정도 상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2024학년에도 교육약자를 배려하는 행보를 이어간다. 정원외로 모집하던 기회균형 특별전형(농어촌)을 내년부터 수시 정원내 기회균형 특별전형(사회통합)으로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4전형계획에 공개된 5개 전형의 모집인원을 살펴보면 수시 일반에서 1394명(42.4%) 지균에서 476명(14.5%) 기균(사회통합)에서 159명(4.8%)을 모집하며, 정시 일반 1119명(34.1%), 지균 136명(4.1%)을 모집한다. 기균 4.8% 신설로 비록 지균 전체 비율은 18.6%로 떨어지지만 지균과 기균을 더한 교육약자를 위한 배려는 23.4%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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