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과’ 인문 17개 공학 3개.. ‘신설’ 인문 15개 공학 23개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최근 3년간 서울 소재 대학의 인문사회계열 학과가 17개 폐과됐다. 반면 공학계열에서는 23개 과가 신설돼 대조가 극명했다. 자연계 학과의 인기가 높아지며 이과 쏠림이 심화되는 가운데 인문계 학과는 소외된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교육부는 융합인재를 강조하며 통합형 수능을 도입하고 반도체 중심의 첨단산업 지원을 위한 정책들을 시행했지만 결과적으로 인문계는 아예 배제된 ‘수학 한 줄 세우기’ 입시를 통해 양극화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진정한 학문 간 융합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정책을 통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도 반도체에 이어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분야 인재양성에 힘을 쏟고 있어 첨단학과 확대, 인문계 축소의 흐름은 가속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폐합은 어문계열을 위주로 이뤄졌다. 삼육대는 지난해 중국어학과와 일본어학과를 통합해 항공관광외국어학부를 신설했다. 한국외대는 2020년 지식콘텐츠전공 영어통번역학전공 영미권통상통번역전공을 융합인재학부로 통합했다. 어문계열의 구조 변화는 올해까지도 이어진다. 2023학년엔 영어통번역학부 중국어통번역학과 일본어통번역학과 태국어통번역학과 프랑스학과 브라질학과 인도학과 러시아학과 등 8개 학과를 폐과, 일부 인원을 신설한 글로벌자유전공학부로 이동해 모집한다.

4차 산업 관련 학과와 공학계열 학과는 다수 신설됐다. 서울대의 기계공학부 항공우주공학과를 비롯해 고려대의 데이터과학과 스마트보안학부, 중앙대의 AI학과 첨단소재공학과, 한양대의 데이터사이언스학과 등 많은 대학이 첨단학과를 신설했으며 올해까지도 첨단학과 신설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삼육대는 인문사회계열이었던 경영정보학과와 IT융합공학과를 통합해 공학계열인 지능정보융합학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지난 3년간 서울 소재 대학 중 인문사회계열 학과 17곳이 통폐합되며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공학계열 학과는 늘어나 대비된다. /사진=한국외대 제공
지난 3년간 서울 소재 대학 중 인문사회계열 학과 17곳이 통폐합되며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공학계열 학과는 늘어나 대비된다. /사진=한국외대 제공

28일 강득구(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서울 소재 대학 학과 통폐합 현황’에 따르면 2019학년부터 2021학년까지 인문사회계열 학과 17개가 사라지고 공학계열 학과 23개가 신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문사회계열의 17개 학과는 통합 또는 통합신설로 인해 통합폐과됐으며 공학계열에서는 단순폐과 1개, 통합폐과 1개, 세부전공의 분리 신설로 폐지된 분리폐과 1개로 3개 학과가 폐과됐다. 신설된 학과의 경우 인문사회계열에서 9개가 단순신설되고 전공이 합쳐져 신설된 통합신설이 6개 학과로 집계됐다. 공학계열은 20개가 단순신설, 1개가 통합신설, 전공 분리로 인한 분리신설이 2개로 총 23개가 신설됐다.

일각에서는 인문계 경시 풍조 심화와 학과 간 불균형이 심화된 것이라며 지적했다. 지방의 대학가에서는 학과가 폐과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통폐합이 이뤄지며 학생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전임교원의 수가 줄어들면서 강의의 선택 폭이 줄어들고 강의 수준 저하로 이어진다는 이유다. 강 의원은 “대학에서의 인문학 중시 풍토와 인재 육성 등 국내대학 인문학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폐과나 통폐합이 아닌 인문학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평가지표를 바꾸고, 예산 지원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첨단산업 대폭 지원을 기반으로 자연계 학과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디지털 분야 100만 인재 양성’을 목표로 교원확보율만 충족하면 디지털 분야 첨단학과의 신/증설을 허용해 관련 학과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자연계 학과의 인기가 높아지며 이과생의 규모는 계속 커져가고 있다. 특히 올해 수능 지원자 중 미적분/기하의 비중은 50%를 기록했다. 통합형 수능 이전엔 통상 문이과 비율은 7대3 안팎이었지만, 첫 통합수능이 시행된 전년 수능에서 46.8%로 급격히 증가한 데 이어, 올해 수능에선 그보다 3.2%p 더 높아지면서 사상 처음으로 이과생이 절반까지 확대된 것이다. 작년 통합수능의 학습효과로 대학 간판을 높이기 위한 ‘문과 침공’까지 이어져 인문계 학과의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고교 역시 이과반을 확대해 이과 쏠림은 강화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지난 6월 종로학원이 전국 자사고 28개교와 2022대입에서 서울대 등록자를 다수 배출한 상위 일반고 24개교 등 52개 고교의 3학년 문/이과반 현황을 조사한 결과, 고교 3학년 총 564개 학급의 68.6%인 387개 학급이 이과반이며, 문과반은 31.4%인 177개 학급에 그쳤다. 8년 전 이들 52개교의 문이과 비율은 문과반 46.3%, 이과반 53.7%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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