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등 5개교 선제적 학제개편.. '반도체학과 증원과 국고확보'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2025년까지 전국의 96개 대학이 자율적으로 입학정원 1만6197명을 감축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대학구조조정의 일환이다. 이들 대학에는 혁신지원사업비 1400억원이 별도 지원된다. 교육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학의 적정규모화 계획 현황과 적정규모화 지원금 배분 결과를 15일 공개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5월까지 대학/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에 선정된 233개 일반대/전문대에 2022~2025년 입학정원 감축 계획 등을 담은 '적정규모화 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번 사업참여 대상은 233개 대학 가운데 정원내 미충원 규모 대비 90% 이상으로 입학정원 감축과 학부-대학원간 정원 조정, 성인학습자 전담 과정 전환, 입학정원 모집 유보 등 계획을 수립한 대학이다. 96개 대학이 2021년 정원 내 미충원 규모의 90%이상을 줄이겠다며 정원감축에 동참했다. 

자율적으로 정원을 감축하겠다고 나선 96개 대학 가운데 비수도권 대학은 전체88%를 차지한 반면 수도권 대학은 12%에 불과해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학관계자는 “정원을 한 번 줄이면 돌이킬 수 없어 수도권 대학은 참여가 저조한 반면, 지방 대학은 정원을 줄이면 재정난이 심화될 수 있음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동참하고 있는 상황”라며 “지난 번 윤석열 대통령의 반도체 10만 인재양성을 위한 첨단학과 증원 정책도 수도권 중심으로 이어져 지방대학의 반발이 거셌다. 이번 사업을 통해서도 드러났듯 수도권-비수도권 대학의 격차는 극단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결국 지방대의 소멸위기를 재촉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하는 주체는 정부가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를 두고 “두 사업의 정책 목적은 별개이며, 적정규모화 계획 인정 기준이 있다. 첨단학과 정원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이후 종합적 검토를 통해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대학의 자율적인 정원 감축만으로는 학령인구 급감세를 대응하기에 불충분 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 문재인 정부가 대학의 정원조정을 대학 자율에 맡긴 결과 계획적으로 조정이 필요했던 정원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원미달 등 지금의 대학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박근혜정부 주도로 진행된 1주기(2016~2018)에는 정원이 3만3044명이 줄었지만, 문재인정부가 진행한 2주기(2019~2021)에는 1만4287명만 감소해 2주기감축인원은 1주기의 43.2% 수준에 그쳤다. 

한 교육전문가는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은 2015년~2023년을 3주기로 나눠 정원감축을 추진해왔다. 애초 목표는 1주기 4만명, 2주기 5만명, 3주기 7만명을 감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2021학년까지 입학정원 감축은 7만여명에 그쳐 2023학년 정원미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9만여명의 추가정원 감축이 필요한 상태. 전 문재인 정부가 대학의 정원조정을 대학 자율에 맡긴 결과 이같은 신입생 미충원 문제를 자초한 것이지만, 새정부에서도 이를 그대로 이어가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대학구조조정의 일환으로 2025년까지 전국의 96개 대학이 자율적으로 입학정원 1만6197명을 감축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대학구조조정의 일환으로 2025년까지 전국의 96개 대학이 자율적으로 입학정원 1만6197명을 감축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대학 적정규모화.. 비수도권88%, 수도권12%>
학령인구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대학의 자율혁신 및 특성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반대와 전문대 총 96개교에서 2022~2025년까지 입학정원 1만6197명을 감축한다고 교육부가 이날 밝혔다. 

이번 자율적 정원 감축에는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충원의 어려움을 겪는 비수도권 대학의 참여가 높았다. 96개 대학 중 비수도권 대학은 87.9%(1만4244명)를 차지한 반면, 수도권 대학은 12.1%(1953명)에 그친다. 지역별로 부산/울산/경주권 19개 대학의 감축 인원이 4407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충청권 23개 대학 4325명 ▲호남/제주권 17개대학 2825명 ▲대구/경북/강원권 15개 대학 2687명 ▲수도권 22개 대학은 1953명의 인원을 감축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인서울 일반대’는 고려대 서울시립대 국민대 서울과기대 한성대 홍익대 6개교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가톨릭대 대진대 단국대 루터대 을지대 한신대 인천가톨릭대 7개교다. 전문대는 서울의 경우 명지전문대 한양여대 2개교, 수도권은 서정대 여주대 용인예술과학대 인천재능대 인하공전 수원여대 농협대 7개교다. 

96개 대학에게 ‘적정 규모화 지원금’으로 총1400억원이 지원된다. 신입생 미충원으로 재정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비수도권 대학에 86%의 지원금이 배분된다. 비수도권 대학 1200억원, 수도권 대학 200억원이다. 

‘적정 규모화 지원금’은 선제적 감축 지원금과 미충원분 감축 지원금으로 나뉜다. 2021년 미충원 규모보다 더 감축하는 선제적 감축에 대해서는 총 840억 원이 지원된다. 미충원분에 대해서만 감축하는 데 대한 지원금은 총 560억 원이다. 감축 인정 인원 1인당 지원금은 일반대의 경우 선제적 감축 3270만 원, 미충원분 감축 650만 원이며, 전문대는 선제적 감축 1514만 원, 미충원분 감축 251만원이다.

대학별 지원금 규모는 적정규모화 인원으로 인정된 인원수에 따라 산출됐다. 순수 입학정원 감축은 모두 적정규모화 인원으로 인정됐다. 학부 정원을 줄이고 대학원 정원을 늘리거나 성인학습자 전담 과정으로 전환한 인원, 모집유보 정원은 절반만 인정됐다. 

지원금은 대학의 자율혁신계획 및 적정규모화 추진을 위해 대학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며, 지원금 규모 등을 고려해 2022년, 2023년 혁신지원사업비 이월 범위를 우대한다. 

내년부터는 수도권-지방대학 간 균형 있는 적정규모화 추진을 위해 일반재정지원대학 257곳에 대해 2년간의 신입생/재학생 유지충원율을 점검한다. 올해 1차 점검에서 권역 내 유지충원율 하위 30~50% 수준 대학에는 적정규모화 컨설팅을 제공하고, 내년 하반기 2차 점검 하위 대학에 적정규모화를 권고해 그 이행 실적에 따라 2024년 혁신지원사업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대학/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비 배분 방식도 개선해 지방대 지원 비율을 올해 총 사업비의 61%에서 65% 이상으로 확대한다. 윤석열 정부의 고등교육 분야 국정과제와 주요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향후 5년간 ‘고등교육 발전 마스터플랜’도 연말까지 수립할 예정이다. 대학의 자율적인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규제 혁파, 재정 지원, 지방대 균형발전 등에 대한 종합적인 청사진을 제시한다. 

교육부 김일수 고등교육정책실장은 “대학의 자발적 적정규모화 노력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 재정지원을 토대로, 대학들이 강점분야를 중심으로 특성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향후 정부도 고등교육 재정지원을 지속해서 확충하여 대학 전반의 혁신 및 균형발전을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고대등 5개교 선제적 학제개편 '눈길'..반도체학과 증원과 국고확보 두마리 토끼>
이번 사업에 선정된 '인서울' 일반대는 고려대 서울시립대 국민대 서울과기대 한성대 홍익대 등 6곳이다. 이중 고려대 서울시립대 국민대 서울과기대 4곳은 앞서 윤석열 정부가 증원을 예고한 반도체 관련 학과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단국대 대진대 루터대 가톨릭대 을지대 한신대 인천가톨릭대 7개교 중 반도체 관련 학과를 운영중인 대학은 단국대가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정원감축으로 인한 국고 인센티브를 챙겨가며, 반도체 등 첨단학과 증원으로 입학정원도 보전받는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교육부는 7월 ‘반도체인재양성 방안’으로 2027년까지 반도체 관련 대학 학부생 2000명, 대학원 1102명의 입학정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대학들이 첨단학과 정원을 늘리기 쉽도록 ‘4대요건’규제도 완화했다. 정부 시책의 방향성이 정해진 가운데 반도체관련 학과를 운영하는 5개교는 교육부에 보다 더 과감한 학부생 구조조정 계획을 제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선제적으로 학제개편을 단행한 대학들은 국고 확보와 반도체 정원증원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국고지원금은 단국대와 고려대(서울)가 각 11억3800만원으로 가장 많고 서울과기대 5억5900만원, 서울시립대 3억1700만원, 국민대 2600만원 순이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정원감축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서울권 대학들은 순수 정원 감축보다 대학원 입학정원으로의 전환을 중심으로 자발적 적정규모화 계획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두 사업의 정책 목적은 별개이며, 반도체 등 첨단분야 정원증원은 지역에 상관없이 기회를 줄 예정이다. 첨단학과 정원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이후 종합적 검토를 통해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자발적 적정규모화 계획을 제출한 국민대 고려대(서울) 단국대 서울과기대 서울시립대 5개교는 2023학년 반도체 학과에서 신입생 총 241명을 선발한다고 종로학원은 이날 밝혔다. 2023학년 수시모집 인원은 고려대 반도체공학과20명, 서울시립대 물리학-나노반도체물리학2명, 국민대 전자공학부(지능형반도체융합전자전공)67명, 서울과기대 지능형반도체공학과22명, 단국대 융합반도체공학전공59명 등이다. 2023정시는 고려대 반도체공학과10명, 국민대 전자공학부(지능형반도체융합전자전공)28명, 서울과기대 지능형반도체공학과8명, 단국대 융합반도체공학전공25명 등이다. 이 중 고려대는 SK하이닉스와의 협약에 의해 설치된 계약학과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고려대 등 서울에 있는 주요 대학은 반도체 분야 육성 정책 등의 정부 시책과 맞물려 선제적 조치를 통한 경쟁력 있는 학과 집중 육성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최근 수험생들의 이공계열 선호로 인한 쏠림 현상 가속화로 대학가에서는 향후 문과 중심의 구조조정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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