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평가요소 간소화 후폭풍’.. ‘학종 대표학교의 학종 비난 빌미’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올해 KAIST 수시는 전년 대비 변화가 많다.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신설, 면접 절차 변경, 자소서 1번 문항 변경 등도 주목할 만한 변화이지만, 우수성 입증자료 제출, 6월모평 성적 제출(학교장추천전형) 등이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교 현장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수성 입증자료의 경우 소논문이나 논문을 제외하면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은 활동도 제출할 수 있다는 점, 6월모평은 수능 역량을 평가에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점에서 평가 기준에 대한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KAIST는 학생의 장점을 보다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취지이며, 평가에 직접 반영이 아닌 ‘참고사항’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부 기재사항이 점차 축소되는 상황에서 KAIST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기가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반영됐다. KAIST 입학 관계자는 “코로나 시국과 공정성 문제로 인해 각종 활동이 축소되거나 운영되지 않고 있다. 과연 교과만 가지고 공부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탐구활동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KAIST만의 평가방식을 가지고 학생의 장점을 최대한 보고 선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교육부가 주도한 과도한 학종 평가요소 간소화가 대학 입장에서 충분한 평가를 어렵게 만들어 이 같은 예외적인 상황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교육부가 현장에 내린 사인과, 대학이 충분한 평가를 위해 요구하는 자료 사이의 간극으로 인해 고교 현장에서는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고교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너무 손을 놓고 있다. 상위권 일부 학생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라고 조용히 넘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교육부 수장이 없는 상태에서 이해는 하지만 앞으로가 더욱 걱정된다.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AIST를 비롯한 과학기술원(과기원)은 특별법에 의해 설치된 것으로, 교육부가 아닌 과기부 산하 기관이라는 점에서 수시6회제한에서도 제외되는 등 각종 대입제한사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교육부가 제한하고 있는 사항들을 지켜야 할 의무도 없다. 하지만 입시를 준비하는 고교 현장과 수험생 입장에서 보면 공통적인 ‘대입의 룰’을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KAIST를 필두로 다른 과기원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다른 학교들도 이렇게 평가하고 싶은 욕구가 충분히 생길 수 있다. KAIST가 ‘과기원 맏형’인 만큼 현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표적 학종 운영 학교였던 KAIST가 부당한 ‘학종 때리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학종은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며 학생부 기재사항이 축소되고 자소서 추천서 등 각종 제출서류가 폐지되기에 이른 상태다. 한 고교 관계자는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이공계특성화대학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모범적 학종을 운영해 온 학종 대표학교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과기원은 학종100%에 가깝게 수시를 운영한다. KAIST의 논란은 특별법 설치에 따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학종 반대론자들에게는 결국 학종 시스템의 문제라는 공격을 받을 빌미를 제공한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올해 KAIST 입시에서 우수성 입증자료와 6월모평 성적 제출을 선택사항으로 둔 것에 대해 고교 현장에서는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올해 KAIST 입시에서 우수성 입증자료와 6월모평 성적 제출을 선택사항으로 둔 것에 대해 고교 현장에서는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우수성 입증자료 제출.. ‘학생부 기재 내용 제외한 활동 제출 가능’>
우수성 입증자료 제출의 경우 교내활동이나 학교장 승인을 받은 교외활동 등 지원자의 우수성을 입증할 수 있는 활동에 대해 자료를 제출하는 것으로, KAIST 측은 “고교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활동의 가치를 인정하며 지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학생부의 기재 내용 축소, 대입전형용 학생부에 반영되는 항목 축소로 학생부 기반의 평가에 대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교과 활동의 대입 반영 비중도 축소되면서 교내 대회활동, 동아리 활동 등 고교 현장의 다양한 활동의 참여가 위축되고 있다”며 “우수 과학기술 인재 육성에 기여하고자 우수성 입증자료를 받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우수성 입증자료로 제출 가능한 자료는 교내 경시대회 및 각종 대회 수상실적, 교과우수상, 봉사상, 선행상 등에 더해 그 외의 교내활동 실적(동아리활동확인서, 임명장 등 활동 증빙서류 등), 학교장의 승인을 받은 교외활동 등이다. 단 학술지에 게재된 소논문이나 논문은 제출할 수 없다. 자료는 총 3건, 건당 3페이지 이내로 제출 가능하며 1건당 1개의 PDF파일로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고교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한 고교 관계자는 “학생부에 기록할 수 없는 내용을 포함해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을 제외한 활동을 제출하라는 것이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비수도권 고교 관계자는 “대학입시 전체 룰의 측면에서는 말이 안 되고, 학생 입장에서도 굉장히 혼란스러울 수 있는 문제인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다만 학생부 간소화 등 현재의 시류로 인해 대학 측에서 평가할 대상이나 도구가 소멸되었다고 판단한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KAIST는 기본적으로 입시용으로 제공되는 학생부가 가장 우선이되, 대입에서 가려서 제공되는 부분을 본인이 제시해서 평가받고 싶다고 하면 보완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KAIST 입학 관계자는 “과학전람회나 연구활동 등 다양한 노력을 최대한 보고 같이 평가하려는 것이다. 교과뿐만 아니라 각종 대회 역시 중요한 활동이기 때문에 같이 반영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각종 비교과 활동 반영이 제한된 현 상태대로라면 교과 성적이 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다른 비교과 요소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해된다.

결국 근본적으로는 교육부가 주도한 학생부 기재사항 축소와 고교 프로파일 전면 폐지가 오히려 고교 현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지적된다. 학생부는 ‘학생부 신뢰도 제고방안’과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의해 기재사항이 계속해서 축소되는 추세다. 올해 고3 기준, 수상경력은 학생별 한 학기에 한 개만 제공하며 자율동아리는 연간 1개만 기재할 수 있다. 청소년단체활동은 단체명만 기재한다. 진로희망 분야는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다. 독서활동은 제목과 저자만 기입할 수 있다. 봉사활동은 기재하지 않는다.

학생부 기재사항 축소가 본격화되던 당시에도 현장에서는 ‘없애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다. 학생부의 하향 평준화로 이어져 학종 선발 도구로써의 학생부를 무력화시킨다는 우려가 컸다. 단순히 기재 간극을 줄이는 데 목적을 두다 보니 대학 입장에서는 평가할 통로가 사라지고, 고교 입장에서는 어떻게 경쟁력을 어필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형국이다. 비교과에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마땅치 않아, 정성평가를 가장한 내신평가가 되어가는 것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교 프로파일 폐지 역시 마찬가지다. 고교별 학업환경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사라지면서 오히려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고교가 불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한 고교 진학부장은 “많은 고교의 진학부장이 폐지된 학교 프로파일에 준하는 학교 안내자료를 상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제한이 오히려 고교 입장에서는 혼란을 야기하는 셈이다. 

<학교장추천 ‘6월모평 성적’ 제출 선택 가능.. 고교 현장 “반영방법 공신력 등 의문”>
KAIST 학교장추천전형 지원자에 한해 제출 가능한 6월모평 성적의 경우 필수 제출이 아닌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제출하지 않아도 무방하지만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교육계 인사는 “공정성 우려가 있으며 엉뚱한 일이 생겨날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 비수도권 고교 진학부장은 “오래 전에는 고교에서 여러 주요 대학에 모의고사 성적 통계나 특정 학생의 6월모평 성적을 브리핑하던 시절도 있었다. 마치 그때로 돌아가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고교 진학부장은 “결국 수능 성적을 보고 싶다는 얘기가 아닌가. 수시에서 수능 성적을 보고 싶다면 수능최저를 적용하면 되는데 6월모평 성적을 내라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수능최저는 11월 치르는 본 수능의 등급만 보고 적용하는 것이 수능최저인데 6월모평 성적표 자체를 내라는 것은 원점수든 백분위든 다 보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성적이 평가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는지 고교 입장에선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지적도 더해졌다. 수도권 고교 진학부장은 “정확히 어떻게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것인지 요강에도 명시되지 않고 있다. 올(All) 1등급, 100점이면 그 학생부터 우선해서 뽑는다는 건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6월모평을 통해 부족한 내신을 보정 받으려는 의도로 적극 제출하는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로 나뉠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6월모평 성적이 가진 공신력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모의고사는 학교뿐만 아니라 학원에서도 응시한다. 물론 잘 운용되겠지만 수능만큼 엄정하게 치러진다고 볼 수 있는가. 오롯이 그 학생의 성적이라고 볼 수 있는 건가”라며 우려했다.

하지만 KAIST는 6월모평 성적이 평가에 직접 반영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KAIST 입학 관계자는 “6월모평의 경우 전국에서 한꺼번에 보는 시험이니 어느 정도 학업역량을 발현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내신이 부족한 학생도 있을 수 있으니 수능에서 좀 더 장점을 보이고 싶은 학생들은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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