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대전동신 경기북과고 ‘눈총’.. 20개교 가운데 10개교 비난 자초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7일로 마감된 2023과고 원서접수 과정에서 수요자를 무시하느냐는 거센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올해 과고 입시에서 원서접수 마감당일에 경쟁률을 발표하지 않은 과고가 절반에 달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지원 시스템상 마감직후 경쟁률 확인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수요자에게 정보공개를 미뤘다는 얘기다.

경쟁률 비공개 상황이 가장 심각한 학교는 전북과고 대전동신과고 경기북과고 3개교다.  7일 원서접수가 끝난 전북과고는 엿새가 지난 13일에서야 최종 경쟁률을 발표했다. 마감 당일 전북과고는 “지원자 수 공개 여부에 대해 학교 차원에서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접수 마감일까지도 원서접수 결과는 물론 이를 공개할 것인지 아닌지조차 논의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전북과고에 지원한 수험생은 입시 경쟁률도 모른 채 마음 졸이는 추석 명절을 보내야 했다. 대전동신과고도 지난달 26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후 엿새 후인 1일에서야 최종 접수 결과를 발표했다. “전형위원회의 회의를 거쳐야 한다”는 이유다. 행정절차에 우선순위가 밀린 대전동신과고 수험생은 원서를 넣고 일주일가량 기다려야만 했다. 1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경기북과고도 나흘이 지난 5일에서야 최종 접수 결과를 공개했다. “지원자격을 충족하는지 내부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 다른 과고에 비해 지원자가 많은 경기북과고 특성상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고 발표시기 지연사유를 밝혔다. 세종과고와 제주과고는 이틀, 부산 울산 강원 전남은 마감을 하루 넘기고서 발표했다. 마감당일 소인이 찍힌 우편물까지 확인 후 접수 결과를 취합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다. “학교가 접수 결과를 마감당일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선 그은 과고도 있다. 결국 올해 20개 과고 가운데 접수 마감당일 경쟁률 공개를 하지 않은 학교는 절반인 10개교나 됐다.

고입과 대입을 포함한 모든 입시는 통상 마감당일 경쟁률로 표현되는 최종 접수 결과를 공개한다. 대입의 경우 학종에서 자소서 마감은 하루이틀 정도 늦어지지만 경쟁률은 동일하게 원서 마감날 발표한다. 일부 대학은 접수기간 마감당일까지 실시간 경쟁률을 공개하기도 한다. 입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이유는 입시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수험생에게 최선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반면 폐쇄적이고 행정편의적인 입시 운영은 수험생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원서를 넣은 수험생 입장에서 마감당일 경쟁률을 확인하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이다.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수요자인 수험생이다. 어떤 이유든 경쟁률 발표를 미루는 건 수요자를 무시하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경쟁률의 경우 내부적인 논의가 필요 없는 정보인데 즉각적으로 발표하지 않을 이유가 더욱 없다. 게다가 최근 고입 대입 모든 입시는 수요자 친화적으로 바뀌고 있다. 일부 대학은 실시간 접수 현황까지 공개한다. 수험생 입장에서 보면 원서를 넣고 경쟁률이 얼마나 될지는 가장 궁금한 정보일 수밖에 없다. 올해 과고들이 저지른 행태는 수요자 친화적 입시 흐름에도 배치될 뿐 아니라 수요자를 무시한다고까지 볼 수 있다. 통합형 수능의 학습효과로 올해 영재학교부터 과고 입시의 관심은 뜨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전형위원회나 교육청 보고 같은 구실을 대는 건 결국 수요자를 무시하는 행정편의주의로 입시를 진행하고 있다는 자백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올해 입시에서 경쟁률 발표가 가장 오래 미뤄진 과고는 대전동신과고다. 지난달 26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후 엿새가 지난 1일에서야 최종 접수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대전동신과고 제공
올해 입시에서 경쟁률 발표가 가장 오래 미뤄진 과고는 대전동신과고다. 지난달 26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후 엿새가 지난 1일에서야 최종 접수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대전동신과고 제공

<마감당일 발표 11개교.. 수험생 친화 입시 운영 ‘주목’>
내부적인 절차를 이유로 일주일가량 경쟁률 발표를 늦춘 학교가 있는 반면, 일자별 실시간으로 원서접수 현황을 공개한 학교도 있다. 부산일 한성 창원 경남 충남 경산 경북 대구일 인천진산 충북과고의 10개교는 마감당일 경쟁률을 공개했다. 인천과고는 마감일을 하루 넘긴 3일 최종 경쟁률을 발표했지만, 접수 마감시간이 2일 저녁10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빠른 시간 안에 정보를 공개, 마감당일 발표 과고를 인천과고까지 포함해 11개교로 볼 수 있다. 특히 접수 시작일부터 실시간으로 지원 현황을 안내한 창원과고와 경남과고는 수험생 친화적 입시 운영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한성과고도 접수 시작일부터 매일 지원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착한 과고’ 면모를 보였다. 절반의 과고가 마감 당일 접수 결과를 공개하는 행보를 보인 만큼 경쟁률 발표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사전공지 없이’ 공동출제 확대 이력도.. ‘행정편의주의적’ 접근 지속>
과고 입시에서 수요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비판은 이미 한 차례 불거진 바 있다. 작년 입시에서는 ‘사전공지 없이’ 2,3단계 면접문제를 공동출제해 논란이 있었다. 공동출제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모집요강에 사전공지 형태로 공동출제 사실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게 수요자 입장에서 과연 투명한 입시 운영이냐는 지적이다. 공동출제 방식을 미리 알고 입시를 대비하는 것과, 전혀 모르고 입시를 준비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과고 간의 공동출제가 작년 처음 있었던 일은 아니다. 강원 충청 지역의 강원/충남/충북과고 3개교는 2018학년부터, 서울 지역의 세종/한성과고 2개교는 2020학년부터 공동출제를 진행해왔다. 2022학년부터 공동출제는 대폭 늘어났다. 대구 경북 지역의 대구일/경산/경북과고 3개교,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부산/부산일/울산/창원과고 4개교, 인천 지역의 인천/인천진산과고 2개교, 전라 지역의 전남/전북과고 2개교로 전체 11개교다. 30일 오후3시 기준 전남/전북과고는 기출문제를 업로드하지 않았지만, 학교 취재결과 2022학년부터 2개교가 공동출제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개별출제를 진행한 학교는 20개교 가운데 경기북과고 경남과고 대전동신과고 제주과고의 4개교다. 

공동출제 사안이 공지되지 않을 시 관련 정보가 사교육에서만 돌게 돼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입시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하게 마련이다. 한 입시전문가는 “정답 개방성이 높은 ‘열린 문항’ 출제가 지시됨에 따라 학교별로 출제에 대해 느꼈을 부담은 이해한다. 다만 고입 역시 대입과 마찬가지로, 전년 대비 변경 사안이 있다면 사전에 공지해 공정하고 투명한 입시를 운영해야 한다. 이번 공동출제 사례처럼 진행 과정에서부터 입시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수요자 입장에서는 입시를 준비할수록 답답함과 불신만 쌓이게 된다. 특히 교육청 소속인 과고의 경우, 교육청도 과고 간 공동출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미참여 학교에는 공동출제를 장려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왜 요강을 통해 사전공지하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든다. ‘열린 문항’ 출제의 본래 목적이 사교육 유발 감소 효과에 있다는 사실은 잊고, 입시 수요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행정편의주의적’으로만 접근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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