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의도 및 해설 공개.. 논술고사는 11월 21일

[베리타스알파=함지현 기자]지난달 9일 치러졌던 고려대 오프라인 모의논술의 출제의도와 해설이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이번 모의논술은 선착순 1000명(인문계 500명 자연계 500명씩)에 한해 치러졌던 만큼, 응시하지 못한 수험생들은 해설자료를 통해 이번 모의논술 출제의도와 해설을 파악해야 한다. 모의논술은 실제 논술고사가 어떻게 출제될지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려대 논술 고사는 2015학년도를 기점으로 상당히 많이 바뀐 만큼, 모의논술 자료집을 통해 고대 논술의 방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올해 고려대 논술 고사는 수능 이후인 11월 21일 실시되며, 자연계는 오전 10시부터 11시 40분까지 인문계는 오후 3시부터 4시 40분까지 각각 100분 동안 진행된다.

논술고사는 고대 입학의 주요 루트로 꼽힌다.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일반전형은 수시모집 선발인원 2760명(정원 외 전형 제외) 중 40.22%인 1110명을 뽑는다. 올해 전체 논술 실시 대학 30개교 가운데 성균관대 논술우수전형(1223명) 다음으로 선발인원이 많다. 고대 일반전형에 응시하기 위해선 논술 준비뿐 아니라 수능 공부에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여러 대학들이 수능 최저를 폐지하는 흐름 속에서도 고려대는 아직까지 수능최저기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수능최저 기준은 의예과와 경영, 정경대학, 자유전공학부에서 작년대비 소폭 완화됐다. 의예과는 국어A 수학B 영어 등급합 4이내에서 국어A 수학B 영어 과탐 중 3개영역 등급합 4이내로 과탐이 추가되면서 충족 경우의 수가 많아져 요건이 완화됐다. 경영/정경대학/자유전공학부는 국어B 수학A 영어 또는 국어A 수학B 영어 중 등급합 5이내에서 국어B 수학A 영어 사탐 또는 국어A 수학B 영어 과탐 중 3개영역 등급합 5이내로 탐구가 추가되면서 역시 충족 경우의 수가 많아졌다. 나머지 모집단위는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이다. 인문계열은 국어B 수학A 영어 사탐 또는 국어A 수학B 영어 과탐 중 3개영역 2등급 이내다. 자연계열은 국어A 수학B 영어 과탐 중 2개영역 2등급 이내며, 수학B 또는 과탐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사탐과 과탐은 두 과목을 반영한다.

고대 논술의 특징은 인문, 자연계 학생 모두에게 교과 과정 수준의 수리적 해결 능력을 요구한다는 점. 인문계열은 2개 문항 중 하나가 수리논술이며 자연계열은 수학이 필수과목이다. 자연계열은 수리논술에 과탐 과목 중 하나를 선택해 시험을 치르는데 모집단위별로 그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지구환경과학과, 건축학과, 산업경영공학부, 수학교육과는 물리 화학 지구과학 중 택1 해야 한다. 정보대학은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중 택1, 바이오의공학부는 물리 화학 중 택1,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는 화학 생명과학 중 택1 해야 한다.

이번 모의논술은 인문계, 자연계 두 모집단위를 대상으로 지난달 9일 고려대 안암캠퍼스 우당교양관에서 오후 2시부터 100분간 시행됐다. 제시문 형태로 인문계는 2문항, 자연계는 필수 1문항에 선택 1문항 총 2문항이 출제됐다.

▲ 고려대가 지난달 9일 실시됐던 오프라인 모의논술 출제의도와 해설을 공개했다. 이번 모의논술은 인문, 자연계 모두 교과과정 내에서 출제됐다. 올해 논술고사는 11월 21일 실시된다./사진=고려대 제공

<수리적 해결능력도 요구하는 인문계 논술>

고려대가 공개한 해설자료에 따르면, 인문계 논술고사 출제의 방향은 2015학년부터 대폭 변경됐다. 이전에는 유기적으로 빈틈없이 짜인 3-4개의 글을 수험생들에게 제시해 상호간의 논리적 연관 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학생들이 ‘맞춤형’ 시험 준비를 하는 폐단을 막고, 공교육 정상화를 이루기 위한 학교의 자체적인 노력으로 2015 논술부터는 제시문이 고교 교과과정 내에서 출제됐다. 인문계 학생들이 덜컥 겁부터 내기 쉬운 ‘수리논술’조차 교과 과정에서 다루는 기본적 개념과 수준을 넘지 않는다. 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아닌 인간 및 사회 현상을 수리적으로 분석하는 글을 이해하는 능력과 자신의 생각을 수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둔다. 다만 ‘통합형 논술’의 취지에 따라, ‘수리논술’ 부분은 ‘언어논술’ 부분에서 다루는 주제와 연결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사회적 합의와 법’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인문계 제시문>

제시문1에서는 소크라테스가 법을 준수해야 하는 이유를 논증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근거임을 보여준다. 다만, 그런 사회적 합의들이 진정한 동의나 합의가 아닐 수 있음을 파악하고 소크라테스가 이해하는 동의나 사회적 합의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제시문1은 플라톤의 ‘크리톤’에서 발췌됐으며 출제의도에 따라 원문이 다소 가공됐다.

제시문2는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 ‘그리스를 만든 영웅들’로 리쿠르고스의 혁명적 입법과정과 그내용을 통해 전체주의 국가였던 스파르타의 입법 과정이 공정한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자신의 목숨을 버려가면서 스파르타 법의 개정 가능성을 봉쇄하는 리쿠르고스의 극단적 선택은 법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합의는 일회적인 과정이 아닌 지속적인 비판, 컴토를 통해 이뤄져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

제시문3의 배경은 외부세계와 단절된 ‘가막도’라는 외딴 섬인데, 국가의 법이 미치지 못하는 그곳에서 사람들은 나름의 관습법에 따라 살아간다. 주인공 인규는 국가의 법을 무시하고 자체적 관습에 따라 죄인을 처벌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역설하지만, 반대 입장인 ‘사내’는 마을 협의체인 향당회의에 의해 가막도의 질서가 마련된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이 글은 법의 정당성이 사회적 합의에 의해 마련된다는 전제에 대해 회의적인 관점을 제시하며, ‘특정 집단에서 정당성을 얻은 합의가 있다면 국가의 법을 위반해도 무방한가’라는 문제 제기로부터 사회적 합의의 다양한 층위들에 대한 논지를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글은 홍성원의 소설 ‘마지막 우상’에서 발췌됐다.

제시문4는 사회적 이익과 지배자의 사익이 서로 상충되며, 지배자의 선택에 제약을 가하는 법령의 존재가 사회적 이익을 더 크게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사전적으로는 법령을 제정하는 것이 사회적 이익을 최대화하지만 사후적으로는 원래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문항별 분석.. 논제가 요구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해라>

1번 논제는 ‘사회적 합의와 법’이라는 주제로, 각기 다른 시각과 층위의 제시문 1과 2, 3을 다양하게 조합하거나 관계를 맺어가며 논술문을 작성할 것을 요구한다. 다만, 문제에서 ‘제시문을 활용하라’고 한 구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활용’이란 단어는 글의 내용을 그대로 요약하지 말고 수험생 스스로 구축한 논리의 틀에서 의미 있는 기능을 하도록 제시문들을 끌어들이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제시문1에서의 ‘사회적 합의와 법의 준수’에 대한 내용, 제시문2 ‘사회적 합의에 의한 입법의 한계’, 제시문 3 ‘합의의 주체로서 특정 사회(혹은 관습)가 갖는 의미와 한계’의 내용을 적절히 활용해 자신만의 논리를 전개해나가야 한다.

이 논제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기 위한 관건은 제시문들을 기계적으로 연관시키는 데 매몰되지 말고, ‘사회적 합의와 법’이라는 주제에 대한 자신의 논지를 전개하면서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문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2014학년도 논술 방향에서 헤어나지 못한 학생들은 ‘제시문과의 관계’라는 함정에 빠졌다. 고려대 입학처가 공개한 ‘부족 답안’ 중에는 세 개의 제시문이 각기 ‘법>사회적 합의’, ‘법=사회적 합의’, ‘법<사회적 합의’의 예를 보여주는 것이라 주장하며 뚜렷한 논리 없이 세 대조문을 비교하는 데만 급급한 글이 있었다. 이 글은 ‘제시문 요약/비교’ 문제에 어울릴 만한 답안이지 논술이라고 보기엔 힘들다.

반면에 높은 평가를 받은 글들은 자신의 논리를 먼저 세우고 제시문들은 논거로만 삼았다. 우수 답안 중 하나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진 법이라도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인간의 기본권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라는 주장을 세웠다. 인간의 기본권을 훼손한 법의 예로 제시문2를 활용하고, 사회구성원들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지 않는 법의 예로 제시문3을 활용했다. 평가위원은 이 글에 대해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문을 적절히 활용한 모범적인 글이다”며 “마지막 단락에서 본인의 주장을 상기시킨 것도 독자들에게 글의 논지를 분명히 기억하도록 해 좋은 결론이었다”고 밝혔다. 

2번 논제에서는 왕과 시민이 예측1, 2, 3 별로 각자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택하느냐에 따라 각각의 이익이 어떻게 계산되는지 도표로 만들고, 전체 사회적 이익의 기댓값을 구하기를 요구한다. 논리적 서술 능력뿐 아니라 표에 내용을 얼마나 잘 담아내는지도 중요하다. 논리적 설명과 표를 잘 결합해 자신이 이해한 바를 읽는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한 학생들은 해당 문항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점수를 잘 받기 위한 열쇠는 제시문4에 나온 ‘예측’이 주어진 전제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부족 답안’의 경우 ‘예측’을 왕과 시민이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오독해 이후의 논리진행이 모두 뒤죽박죽 된 경우가 많았다. 제시문이나 논제에 주어지지 않은 정보나 가정을 자의적으로 사용해 낮은 점수를 받게 된 수험생들도 있었다.

<교과과정을 최대한 활용한 자연계 논술>

자연계는 2문항에 소논제 5개씩 총 10문제가 출제됐다. 이번 자연계 모의논술은 ▲고교 과학교육 및 공교육 정상화 ▲수리 논술 밑 과학 논술문항들의 교과서 범위 내 출제 ▲각 과학과목의 기본 개념 이해 및 심층 사고력 측정 이 세 가지 방향을 토대로 진행됐다. 평가위원은 “자연계논술은 본고사 논란을 피하고 학교 교육의 내실을 기하고자 대부분을 제시문을 고교 교과서에서 직접 발췌하거나 적절하게 변형하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즉, 학교 수업을 충실히 들은 학생이라면 누구나 풀 수 있는 ‘쉬운 논술’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과학 문항 역시 가급적 과학Ⅰ 위주로 출제했다.

<수리논술 분석 및 해설>

수리논술인 논제 1에서는 일차변환, 삼각형 넓이, 원과 곡선이 접할 조건, 함수의 미적분 등 고등학교 교과과정의 중요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제시문 (가)는 평면에서 한 변이 원점에 있는 평행사변형의 넓이와 2차 정사각행렬의 행렬식과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시문 (나)에서는 포물선과 원이 접히는 상황을, 제시문 (다)에서는 포물선과 두 직선이 수직으로 만나는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논제1의 (a) 문항은 제시문 (가)에서 설명하고 있는 2차 정사각 행렬의 행렬식을 이용해 평행사변형의 넓이 계산 방법을 이용하면 간단히 답을 할 수 있다. 해당 논제의 우수 답안은 ‘제시문 (가)에 의해 2△ORS의 넓이 = {(a+c)(b-d)-(b+d)(a-c)} = |ab-ad+bc-cd-ab+bc-ad+cd| = 2|ad-bc| = 4X(△OPQ의 넓이)이다. 따라서 △ORS의 넓이와 △OPQ의 넓이는 2:1이다’.

(b)문항은 평면 위의 삼각형의 한 꼭짓점이 원점에 있고 다른 꼭짓점들의 좌표가 자연수 값을 가지는 경우에 대해 주어진 조건에서 삼각형 넓이의 최솟값을 구해야 한다. 올바른 논리를 통해 최솟값이 5/2 임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제시문 (가)에 의해 △OPQ의 넓이 = 1/2|15d-20c| = 5/2 |3d-4c|이다. |3d=4c|는 자연수이므로 △OPQ의 넓이는 5/2 이상이다. (c,d)=(1,1)일 때 |3d-4c| = 1이므로 △OPQ의 넓이가 5/2가 될 수 있다. 따라서 △OPQ의 넓이 최솟값은 5/2이다’처럼 서술해야 한다.

(c)문항은 주어진 조건을 만족하는 원의 반지름이 취할 수 있는 범위를 생각하는 문제이다. 반지름은 양수여야 하고 원과 곡선이 한 점에서만 접힌다는 조건으로부터 논리적으로 반지름의 범위를 제시해야 한다.

▲ 수리 (c)문항 해설/사진=고려대 논술자료집 캡처

(d)문항은 곡선과 수직으로 만나는 직선의 기울기를 알고 있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으며, 비교적 평이한 문제였다. 가끔 간단한 계산 실수를 하는 학생들도 있긴 했다.

▲ 수리 (d)문항 해설/사진=고려대 논술자료집 캡처

(e)문항은 주어진 영역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하고 면적을 적절하게 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영역의 면적을 적분이나 사다리꼴의 면적 공식을 이용해 구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영역을 잘못 이해하거나 적분에서 계산 실수를 한 학생들이 종종 있었다.

▲ 수리 (e)문항 해설/사진=고려대 논술자료집 캡처

<과학 논술 분석 및 해설>

물리 문항은 고전물리학의 기본 지식인 뉴턴의 운동 법칙에 대한 이해와 이를 이용한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내용으로 이뤄진다. 본 논제에서는 두 개 이상 힘이 동시 작용하는 상황에서의 압력과 그에 의한 물체의 운동을 이해하여, 여러 개의 물체가 서로 연결된 상태에서 장력, 마찰력, 기체의 압력에 의한 힘 등 힘의 다양한 형태와 그 역할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지 여부를 묻고 있다. 물리Ⅰ 범위 내에서 출제됐다.

▲ 물리 논제 지문/사진=고려대 논술자료집 캡처

화학 문항은 고교 교과과정에서 다루는 산-염기, 화학평형, 반응의 자발도에 대한 기본 개념 및 정의에 대한 이해와 이를 이용한 문제 해결 능력 밑 적용능력을 평가하는 내용이다. 산-염기 정의 및 화학평형은 교과 과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내용이다.

▲ 화학 논제 지문/사진=고려대 논술자료집 캡처

생명과학은 가설과 검증에 의해 이뤄지는 과학이론 정립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윈의 진화론 검증에 관한 내용과 DNA 지문 검사에 대한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이를 토대로 진화론에 대한 이해와 이의 실험적 접근에 현대 생명공학기술을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 논리적 접근 능력을 묻고자 했다. 본 논제 내용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공통적으로 다루는 내용이다.

▲ 생명 논제 지문/사진=고려대 논술자료집 캡처

지구과학 부분에서는 지질, 대기, 해양 지식을 통합한 문제를 출제했다. 지구과학 Ⅰ의 1단원 ‘소중한 지구’ 2단원 ‘생동하는 지구’ 3단원 ‘위기의 지구’와 지구과학Ⅱ의 ‘지구의 변동과 역사’를 배운 학생이라면 해당 문제를 풀 수 있게끔 했다. 학생들의 고등학교 지구과학 교육 중심 주제인 지구계를 구성하는 지권, 기권, 수권에 대한 개별적 이해와 이들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도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 지구 논제 지문/사진=고려대 논술자료집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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