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가이드북 통해 출제의도 문제분석 밝혀

[베리타스알파=함지현 기자] 한국외대가 2016 논술 가이드북을 통해 5월 9일 치러진 모의논술의 출제의도와 해설을 공개했다. 논술을 염두에 둔 수험생들은 모의논술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면 대학이 직접 밝히는 논술가이드북을 통해 출제의도와 해설을 읽어보고 논술준비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한국외대뿐 아니라 대부분 대학의 실제 논술고사는 모의논술에서 선보인 틀과 방향성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국외대의 논술 고사는 모집단위별로 다른 시간대에 치러진다. 올해의 경우 서울캠퍼스 서양어대/동양어대는 11월 21일 오전 9시, 글로벌 캠퍼스 인문계열 11월 21일 오후 2시, 서울 캠퍼스 상경대/경영대/사범대/국제학부/LD학부/LT학부 11월 22일 오전 9시, 서울캠퍼스의 영어대/중국어대/일본어대/사회과학대는 22일 오후 2시에 실시된다. 실제 논술고사는 4개 모집단위별로 시험 문제도 다르게 출제된다. 이번 모의논술은 인문계열 문제만 출제했지만 충분히 가늠할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외대의 논술 시험은 외국어 전문 대학이라는 특성을 반영해 인문계열 대상 시험뿐 아니라 다른 모집단위 모두에서 영어 제시문이 나온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2016 모의논술의 영어 제시문은 어휘나 문장의 난도 측면에서 현재 고교 교과과정을 벗어나지 않았으며 어려운 단어는 우리말 뜻을 제공해, ‘쉬운 논술’로의 방향성을  드러냈다.

▲ 한국외대가 2016 논술 가이드북을 통해 5월 9일에 실시된 모의논술 출제의도와 평가기준 등을 공개했다. 한국외대 논술에는 영어 제시문이 나온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사진=베리타스알파DB

이번 모의논술 역시 2015 논술과 마찬가지로 제시문 형태로 나왔는데, 제시문 4개와 도표가 포함된 자료 하나에 큰 문항2개에 각각 논제 2개씩 총 4문제가 출제됐다. 작성분량은 문제1이 200자 내외, 문제 3 300자 내외 문제 2,4는 500자 내외로 상당히 적은 축에 속하지만 영어 제시문과 ‘한국으로의 권역별 난민 신청자 추이’를 다룬 그래프 해석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을 것으로 보인다. 모의논술은 본 고사와 마찬가지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사교육영향평가와 한국외대 정체성을 반영한 출제의도>

2016 모의논술에 활용된 문항 1의 우리말과 영어 제시문은 한국과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작가 김수영/이문열, 사무엘 베케트의 작품에서 발췌했으며, 문항 2의 제시문과 자료는 EBS수능 교재 및 정부 부처의 공식 통계자료를 활용한 것이다. 제시문 1은 김수영의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와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제시문 2는 Samuel Beckett, Waiting for Godot(사무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의 일부를 수록했다. 제시문 3은 ‘EBS 수능완성 국어영역 B형’의 72쪽, 제시문 4는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B형’ 279-280쪽, 자료 1은 법무부의 2009-2013년도 출입국/외국인정책통계연보에서 발췌됐다. 이렇듯 지문 대다수가 EBS 교재와 교과서 내에서 출제됐는데, 이는 사교육영향평가의 영향으로 대학들이 논술을 교과 과정 내에서 내는 경향을 잘 반영한 것이다.

한국외대의 정체성을 표상하는 키워드인 국제(international studies), 문화(cultural studies), 언어(language studies)를 반영했으며, 통합논술 교육 목표인 ▲통합적 통찰 능력 및 인식 능력의 함양 ▲통합적 비판 능력과 판단 능력 고양 ▲전문인으로서 적합한 통합 탐구 능력과 통합 적성 개발▲올바른 가치관 정립 ▲정보화 시대의 통합적 정보 취득 역량 함양 ▲논리적이면서도 창의적인 표현 능력 개발 등의 취지를 고려해 제시문과 자료를 선정했다. 한국외대는 논술 가이드북을 통해 “이번 모의논술은 그간 언어학, 철학 영역에 다소 집중했던 기존 출제 경향과는 다르게 문학, 과학사, 철학/논리학, 사회과학 영역 전반에서 제시문과 자료를 제공했고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젊은이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할 국제적 이슈도 다뤘다”고 밝혔다.

<각 제시문의 요지 파악 및 분석/비교를 요구한 문항1>

큰 문항 1에서는 제시문 1의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와 이문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제시문 2의 사무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고 각 지문의 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외대가 가이드북을 통해 발표한 문항 1의 논제 1의 모범 답안에 따르면 제시문 1의 요지는 ‘화자는 당면한 문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과 당위성을 인식하면서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자신의 소극적이고 방관자적인 태도에 괴리를 느낀다’이며, 제시문2는 ‘화자는 현재 처한 문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방관이나 회피 등 소극적 대응 대신 행동을 취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이 인식한 바를 실천할 적기라고 말한다’이다.

논제 2는 이렇게 파악한 요지로 제시문1과 2를 비교할 것을 요구한다. 제시문2에 나타난 문제상황 대응 방식을 분류하고, 해당 제시문의 화자가 취하는 대응 방식을 근거로 제시문1의 화자의 태도를 비판하는 것이다. 제시문2에는 적시의 행동 대응, 즉각적 행동 대응, 고민과 관망으로 일관, 상황 회피 이렇게 4가지의 상황 대응 방식이 나오는데 일단 앞의 두 방식과 뒤의 두 방식을 각각 ‘적극적 방식’과 ‘소극적 방식’의 범주로 묶었는지가 관건이다. 범주화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C 이상을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 이후, 문제 1에서 파악한 제시문별 요지를 통해 제시문2 화자 입장에서 대립되는 제시문1 화자의 태도를 비판하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

▲ 제시문 1-(가)/사진=논술가이드북 캡처

▲ 제시문 1-(나)/사진=논술가이드북 캡처

▲ 제시문 2/사진=논술가이드북 캡처

▲ /사진=논술가이드북 캡처

<내용의 항목화와 자료 해석 등 다각적인 측면의 문항2>

문항 2에서는 지식획득 과정을 기존 지식의 부정-새로운 가정 제시-오류의 수정-예측 가능성으로 설명한 제시문 3, 관찰과 실험을 통해 획득한 개별적 사실로부터 법칙을 추론하는 귀납적 일반화는 예외 사항 발생시 무력화되므로 미래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본 제시문 4을 이해하고 서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분석하여 서술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논제 3에서는 논제 2와 비슷하게 내용의 항목화 능력을 요구하는데, 제시문3과 제시문4의 내용을 예측 오류의 발생가능성, 획득한 지식의 신뢰성, 지식획득 방법의 정당성 등의 항목으로 나눈 뒤, 각각의 내용을 비교해야 한다. 세 항목 중 하나라도 누락될 경우에는 최고 B+까지 밖에 받을 수 없다. 가장 높은 점수인 A+를 받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항목별로 두 지문을 대비한 내용을 올바르게 서술해야 한다.

논제 4에서는 제시문 분석뿐 아니라 자료 해석까지 요구한다. 권역별 난민 신청자 수의 변화 추이를 파악하여 관찰된 사실로부터 제시문4의 흄의 주장(개별적 사실로 미래 예측 불가능)을 정당화하도록 하여 학생들의 그래프 해독 능력 밑 논증력을 측정하기 위함이다. 또한, ‘그림1’과 ‘표1’을 바탕으로 난민 신청자와 인정자에 관한 통계 자료를 결합해 난민을 인정하는 비율과 관련된 새 정보를 만들어내고, 이에 근거하여 정부가 난민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 설명할 것도 요구한다. 따라서 논제 4에서 A등급을 받기 위해선 ▲‘관찰된 사실로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없다’라는 흄의 주장 ▲2011년까지의 관찰치를 가지고 2012년 난민신청자 예측 불가능 ▲문제의 조건에 따라 2009년과 2013년의 자료 비교 ▲난민 신청자 대비 난민 인정자의 비율 사용 ▲모든 권력에서 인정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보아 정부 난민 인정 태도가 인색해짐 등의 내용을 모두 포괄해야 한다. 단, 분량이 상당히 적다는 것을 감안해 핵심내용만을 간결하게 서술해야 한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 제시문 3/사진=논술가이드북 캡처

▲ 제시문 4/사진=논술가이드북 캡처

▲ /사진=논술가이드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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