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론] 주석훈 인천하늘고 교감

-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권하는, ‘메르스’사태 털어낼 수시대처법

연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들도 전국적으로 2000곳 이상 휴업을 하고 있다. 다수가 모이는 행사나 모임들도 취소되고 있다. 대교협과 시도교육청, 대학이 함께하는 수시모집 대입상담캠퍼스 행사역시 메르스 확산예방을 위해 취소되고 있고,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설명회도 연기 내지 취소되고 있다. 6월 모의평가 후 연례행사처럼 있어온 입시기관들의 대형설명회마저 취소됐다.

메르스에도 불구하고 입시는 진행된다. 서울대 2016 전기 글로벌인재특별전형 학사 신입학 원서접수가 1일부터 시작됐고, 경찰대 원서접수는  15일(월)부터, 사관학교는 29일(월)부터 원서접수가 개시된다. 다수의 대학들은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대부분 수험생들은 6월모평 이후 그 동안의 내신 성적, 비교과활동, 모의고사 성적 등을 분석해 수시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자료를 분석하고, 자기소개서 작성하고, 추천서 부탁드리고, 기말고사를 대비하면서 바쁘게 시간을 보낸다.

▲ 주석훈 인천하늘고 교감
바쁜 6월 수험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내 자료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지원할 대학과 전형을 찾아내고, 부족한 것을 찾아 대비하는 일이다. 이 땅의 수험생과 부모 가운데 누구하나 대학진학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여유를 갖고 마음 편한 사람은 없다. 시시각각 들려오는 소식들이 늘 불안하고, 치르는 시험의 성적에 따라 일희일비한다. 중간고사 결과가 만족하지 않으면 논술전형이나 정시를 생각하면서 수능준비나 해야겠다고 하고, 6월 모평 성적이 예상만큼 나오지 않으면 수시지원을 고민하게 된다. 불안감은 어느 수험생에게나 찾아오고 긴장과 스트레스가 심하게 몰려오는 법이다.

대입의 불확실성과 불안감 속으로 찾아오는 것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대형입시설명회, 컨설팅, 입시전문상담이고 신문 등 언론에 등장하는 다양한 입시정보기사이다. 수험생이나 수험생부모라면 무심하게 지나치기 어렵다. 좀 유명하다 싶은 분들에게 찾아가 어떻게든 상담 받고 싶어지게 된다. 이게 입시를 앞둔 수험생과 부모의 마음이다.

올해는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바로 메르스 사태 때문이다.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채워주던 대형설명회들이 취소되고 있고 대학의 설명회마저 연기되고 있다. 고교도 외부인의 출입을 가급적 자제시키고 있다. 올해 상황으로 대학진학관련 정보 수집이나 상담을 원하는 학생, 학부모들의 안타까움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냉정히 생각해보자. 현재의 대입은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으로 나뉘어 실시되고 있다. 대학들은 대략 65% 전후로 수시모집을 실시하고, 35% 전후로 정시모집을 실시한다. 예전에는 수시에서 충원되지 않은 인원은 정시로 이월해 정시가 실질적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최근 들어 수시에서 가능한 한 추가합격자를 높여 충원하고 있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정시이월은 매우 적어졌다. 정시비중이 작아지고 수시비중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정시는 거의 수능성적으로 선발이 이루어져 고려할 점이 많지 않다. 반면 수시는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전형, 실기전형(특기자전형 포함) 등으로 세분되어 있고, 각각의 전형도 교과+수능최저, 교과+논술, 교과+비교과, 교과 100%, 서류 100%, 논술+수능최저, 논술 100% 등으로 그 구체적 전형방법들이 대학마다 다르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도 서류+수능최저기준, 서류+면접 등으로 다양하게 전형을 실시하며, 서류를 보는 방법도 대학마다 인재상이나 모집단위에 따라 다르다. 지원자들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서 보는 서류에는 학생부(교과, 비교과 등), 자기소개서, 추천서, 일부 제출서류, 그리고 학교가 제출하는 학교소개자료 등이 있어서 정밀하게 판단하기기 쉽지 않다. 학생부종합전형의 특징은 어쩌면 모호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몇 년간 누적된 결과들을 보면 대학들의 선발 패턴을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내 아이의 대학지원에 대해 가장 신뢰할 수 상담을 할 수 있을까? 학교들마다 다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학교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경시대회나 동아리활동 등이 다르다. 이런 것들이 대학에서 어떻게 평가되고 대학진학에 영향을 주었는지는 개별고교의 자료가 가장 신뢰할만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자료들은 입시기관이나 컨설팅기관에 있는 게 아니다. 다른 학교 유명한 상담교사가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바로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와 담임교사에 그 자료들이 있다. 즉 내 아이의 대학지원에 대한 가장 신뢰할 만한 상담상대는 바로 아이가 소속된 학교와 담임교사라는 것이다.

조금 더 생각을 깊이 해보자. 누가 내 아이에 대해 가장 잘 알까? 내 아이가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가장 잘 살고 행복할 수 있을지를 누가 가장 고민을 많이 할까? 아이의 생각뿐 아니라 부모님의 생각과 가정형편까지 고려한 상담과 지도를 누가 더 잘할까?

지금이 오히려 학교를 믿고, 담임선생님을 의지할 때다. 학급의 담임선생님만큼 내 반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하고 아이들의 장점을 파악하고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지 않은, 혹은 희미한 기록을 명확하게 생동감 있게 끄집어낼 수 있는 유일한 분이다.

필자가 수년 전 담임하던 제자가 있었다. 외국어에 매우 능통하고 어떤 일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능력이 뛰어난 학생이었다. 영어연극 연출도 하고 영어모의유엔 같은 행사도 총괄했었다. 자기 주관이 강하고 개성이 뚜렷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재수를 하게 되었다. 정말 너무나도 진학하고 싶은 학교, 학과가 있었다. 그런데 원서접수 마감 날 마감시간을 착각해서 30분이 지난 뒤에야 원서접수가 마감된 줄 알고 망연자실,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너무 안타까웠다. 필자는 제자를 달래면서 그 다음날 마감하는 대학에 원서를 쓰게 하고, 제출하는 서류 가운데 하나를 뺀 다음 추천서를 서류의 하나로 내자고 했다. 추천서를 내지 않는 학교였는데 서류의 하나로는 낼 수도 있었다. 필자는 절박한 심정의 제자를 위해 A4용지 13장의 추천서를 한두 시간 안에 써 내려갔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그 아이의 3년 간의 행적과 학교생활기록부 내용, 비교과활동, 그 아이가 가진 가치관과 생각, 그 아이가 가진 역량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 아이는 대학에 합격했고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하면서 대학생활 잘하고 있다.

최고의 상담 자료는 아이가 재학하고 있는 학교에 있다. 담임교사에게 있다. 최고의 상담교사는 담임교사와 학교선생님들이다. 비싼 상담료를 지불하는 상담이 가치가 있고 신뢰할 만 한게 아니다. 유명한 분들이 상담의 질을 높여주지 않는다. 합격의 가능성을 높여주는게 아니다. 메르스로 인해 안타까움 속에 불안감을 가지고 계신 전국의 수험생과 수험생 부모님들에게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이야말로 학교를 믿고 담임교사를 신뢰하시라고.

/주석훈 인천하늘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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