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사인 ‘교육현장 혼란 불가피’.. ‘이제 사업 자체 개편해야’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올해 고교학점제 운영을 지원하는 대학에 국고를 지원하는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에 91개교가 선정됐다. 수도권 39개교와 비수도권 52개교다. 이번 사업에 선정된 대학에는 유형에 따라 학교당 7억원에서 2억5000만원까지 총 575억원이 지원된다. 지원기간은 2+1년이다. 선정된 학교는 2년 동안 재정지원을 받게 되며 중간평가를 거쳐 추가 1년의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2024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101개교가 신청해 이 가운데 91개교를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교육부는 올해 평가지표에 ‘고교교육 연계성’ 영역을 추가해 고교학점제 등 교육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학의 노력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수능위주전형으로 30% 이상 선발하는 ‘정시30% 룰’도 유지한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선 하나의 사업에서 고교학점제와 정시 확대라는 상충되는 두 정책을 함께 이어간다는 점에서 무리한 ‘대못 박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에 맞게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고 학점을 채우면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에서 2025년 고교 전 학년에 전면 도입키로 했으나, 새 정부는 아직 대입제도 개편 등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고교현장과 학계, 교원단체 모두 반기를 드는 사안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면 시행되면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당시 친 정부 성향이던 전교조까지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확대를 중단하고 고교학점제를 재검토하라”고 반대입장을 밝힌 데 이어 교총도 “전면 도입을 2025년으로 못 박은 고교 학점제의 시기와 방법을 재고해야 한다”고 우려와 비판을 내놨다. 설문조사 결과 고교학점제 도입에 반대한 교사는 전체 응답자의 72%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 확대와 국고 지원을 연계한 점을 두고 ‘고교교육 기여’가 아닌, ‘사교육 기여’ 사업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 자체가 사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에 더해, 정시 확대 이후 N수생/검정고시 증가와 사교육/교육특구 강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새 정부 들어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의 개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애초 고교교육 기여 전형인 학종의 지원을 위해 시작했던 사업이 정시 확대로 변질된 데다, 대입과 무관한 고교학점제까지 문재인 정부의 밀어붙이는 정책수단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사업명도 바꾸고, 사업의 취지와 본질에 맞는 운영을 위해 전반적 사업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고교학점제 운영을 지원하는 대학에 국고를 지원하는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에 91개교가 선정됐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올해 고교학점제 운영을 지원하는 대학에 국고를 지원하는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에 91개교가 선정됐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 91개교 선정>
‘2022∼2024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수도권 39개교와 비수도권 52개교다. 유형1에 선정된 대학은 총 77개교로 총 지원금액은 540억원이다. 교당 평균 7억원 내외를 지원하는 셈이다. 당초 계획이었던 70개교 내외 525억원보다 선정 대학이 늘어 지원규모도 15억원 늘었다. 유형2에 선정된 대학은 총 14개교로 총 35억, 교당 2.5억원 내외로 지원할 계획이다. 기존 20개교 내외를 선정해 5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선정 대학이 축소돼 15억원 줄었다. 평가는 지원유형과 대학 소재지와 모집규모를 고려해 5개로 유형으로 구분해 진행했다. 유형1은 수도권/비수도권으로 분류한 뒤 3000명 이상 규모는 대형 대학, 미만은 중소형 대학으로 구분한다. 유형2는 수도권과 지역으로 구분한다. 

유형1에는 수도권 35개교, 비수도권 42개교로 총 77개교가 선정됐다. 수도권은 가톨릭대 강남대 건국대 경기대 경인교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국민대 단국대 대진대 덕성여대 동국대 명지대 상명대 서강대 서울과기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성신여대 세종대 숙명여대 숭실대 아주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천대 인하대 중앙대 차의과대 한국외대 한양대 한양대ERICA 등이다. 비수도권은 가톨릭관동대 강릉원주대 강원대 건국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계명대 공주대 광주교육대 군산대 금오공대 대구가톨릭대 대구교대 대구대 대구한의대 동아대 동의대 목포대 부경대 부산가톨릭대 부산교대 부산대 선문대 순천향대 안동대 영남대 원광대 전남대 전북대 전주대 제주대 조선대 청주교육대 충남대 충북대 한국교원대 한국교통대 한남대 한동대 한림대 한밭대 호서대 등이다. 

유형2에는 수도권 4개교, 비수도권 10개교로 총 14개교가 선정됐다. 유형2는 2018년 이후 이 사업에 선정된 적이 없는 신규 대학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유형이다. 새로 선정된 14개교는 수도권은 삼육대 한국공학대 한성대 홍익대, 비수도권은 고신대 남서울대 대전대 동명대 배재대 상지대 신라대 울산대 중원대 한라대다.

교육부는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을 통해 각 대학의 대입전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대입 평가가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등 고교교육 변화에 발맞춰 운영되도록 지속해서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정시 확대/고교학점제 ‘엇박자’.. “현장 혼선 불가피”>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이하 기여대학사업)은 2014년부터 추진하는 사업으로 전형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대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고교교육과정과 대입전형 간 연계성을 제고해 수험생의 대입 준비 부담을 완화하는 목적으로 시행 중인 사업이다. 하지만 도입 초기 학종 중심의 수시 확대를 장려하던 데서,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2020년부터는 돌연 정시 확대와 연계하면서 사업 방향이 정반대로 바뀌어 논란을 불러왔다. 수요자를 비롯한 교육현장은 혼란을 겪었고, 서울대를 비롯해 학종을 주도하던 대학들은 정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기여대학사업의 평가방식을 살펴보면, 새 정부의 대입 기조로 예상되는 정시 확대와 정면충돌하는 고교학점제 운영 신설 항목이 포함돼 있어 우려가 커져가는 상황이다. 올해 평가지표에는 ‘고교교육 연계성’ 영역을 신설해 고교학점제를 반영한 대입전형을 도입한 대학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한 특징이 있다. ‘고교교육 연계성’ 영역은 대입전형 연구 추진계획 및 연구결과 활용계획(5점), 평가체계에 고교 선택과목 및 성취도평가 반영 계획(5점), 고교 및 시도교육청 협력프로그램 운영계획(10점) 등 100점 만점에 20점으로 반영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고교학점제와는 정반대의 성격인 정시 확대 기조도 이어간다. 사업 지원자격에 수능위주전형 또는 교과전형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여야 신청이 가능해 이에 따라 수도권 대학은 ‘수능위주전형 30% 이상’을 담은 2023, 2024학년 대입전형 조정계획을 제출했다. 교육부가 수능위주전형 추가 확대를 권고한 서울 16개 대학은 ‘수능위주전형 40% 이상’이 사업 신청 조건이었다. 비수도권 대학에 한해 수능위주전형이나 내신 성적을 중심으로 선발하는 교과전형을 30% 이상 충족하면 신청할 수 있게 했다.

전문가들은 기여대학사업 참여 조건에는 ‘정시 확대’를, 평가지표에는 ‘고교학점제 추진 계획’을 넣은 방향성 자체부터가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2025학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는 대입 전형의 정시와는 상충되는 성격을 갖는다. 수능 비중이 높아지면 학생들이 수강하는 과목은 진로/적성을 위한 선택과목이 아닌 수능 과목을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교학점제 취지인 ‘다양한 과목 선택’의 취지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현장에서는 서로 다른 두 사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한 상태다. 게다가 사교육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꼽히는 수능위주의 정시를 확대하는 대학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논리도 ‘고교교육 기여 사업’이 아니라 ‘사교육 기여 사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정시 확대로 흘러갈 것이라고 점쳐지는 가운데, 정권교체 시기와 맞물려 기여대학사업이 또다시 전면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있으면서 무리한 ‘대못 박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후보였던 당시 고교학점제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고교학점제 전환을 더 미루거나, 선택과목을 축소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 전문가는 “정권교체 시기와 맞물려 정책 방향이 대폭 수정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이를 지켜본 뒤에 진행했어야 했는데 무리하게 사업 발표를 강행하면서, 대학 입장에서는 기여대학사업 취지에 맞춰 전형을 계획했다가 또다시 손질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형별 평가항목 ‘확인’.. 고교학점제 반영>
이번 사업에서 선정된 대학에는 유형에 따라 7억원에서 2억5000만원까지 총 575억원을 지원한다. 지원기간은 2+1년이다. 기존 1+1의 2년 단위에서 3년 단위로 개편했다. 선정된 학교는 2년 동안 재정지원을 받고, 중간평가를 거쳐 추가 1년의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올해 사업 평가영역은 유형별로 평가항목과 배점을 다르게 설정했다. 유형1에선 기본적인 대입전형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내실화/고도화 계획을 평가한다. 평가항목은 ▲대입 공정성/책무성(35점) ▲수험생 부담 완화(20점) ▲학생선발 기능강화/전문성 제고(20점) ▲고교교육 연계성(20점) ▲예산계획(5점)으로 나뉜다. 

세부적으로 ▲대입 공정성/책무성 영역에서는 평가자 1인당 평가건수 등 평가운영 내실화 계획을 10점, 사회통합전형의 합리적 운영을 20점으로 반영한다. 사회통합전형을 그 취지와 목적에 알맞게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법령상 의무/권고사항을 준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35점이 반영되는 대입공정성/책무성 영역에서 사회통합전형 운영 배점을 20점으로 가장 크게 설정했다. 대입 전형/평가의 공정성 확보 기반 구축 여부는 15점 범위에서 감점 반영한다. 

▲수험생 부담 완화 영역에서는 대입전형 단순화/합리성 제고 15점, 전형 관련 정보 제공 강화를 5점 반영한다. 대학별고사/특기자전형 운영/개선계획은 10점 범위에서 감점 반영한다. 수능최저 완화 등도 수험생 부담 완화 영역에서 반영한다. 

▲학생선발 기능강화/전문성 제고 영역에서는 입학사정관 확보/신분안정화 계획 10점, 입학관계자 전문성 강화 노력을 10점 반영한다. 모집규모 대비 채용사정관 확보 등을 반영한다.

▲고교교육 연계성 영역에서는 고교/시도교육청 협력 프로그램 운영 계획을 10점, 고교교육 반영 전형연구/평가체계 개선 계획을 10점 반영한다. 대학별고사 고교 교육과정 범위 내 출제 여부를 15점 범위에서 감점 반영한다.

전체 100점 중에서 추가적으로 가/감점을 부여한다. 가점의 경우 인건비 대응투자 15% 초과 확보를 위해 초과분에 따라 최대 3점까지 가산점을 부여하고, 2020년 지원사업 결산에서 부적정 집행 대학으로 제재를 받은 대학은 총괄위원회에서 별도 심의해 감점한다. 2021년 지원사업 실적평가에 따라 최대 5점에서 -5점까지 가/감점을 부여한다. 

유형2의 경우 대입전형의 공정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한 기초적인 기반 구축 계획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평가항목은 △대입 공정성/책무성(35점) △수험생 부담 완화(25점) △학생선발 여건(15점) △고교교육 연계성(20점) △예산계획(5점)이다. 유형1과 비교해 수험생 부담 완화 항목이 5점 더 높고, 학생선발 여건은 5점 더 낮다.

세부적으로 △대입 공정성/책무성 영역에서는 대입전형 공정성 기반 구축 등 15점, 사회통합전형의 합리적 운영을 20점으로 반영한다.

△수험생 부담 완화 영역에서는 대입전형 단순화/합리성 제고 15점, 전형 관련 정보 제공 강화를 10점 반영한다. 대학별고사/특기자전형 운영/개선계획은 10점 범위에서 감점 반영한다. 

△학생선발 여건 영역에서는 입학사정관 확보 계획을 15점 반영한다. 대학의 학생선발 여건을 고려해 입학사정관 확보와 활용계획, 입학사정관 전문성 확보를 위한 교육지원 등을 평가한다.

△고교교육 연계성 영역에서는 고교연계 프로그램 운영 계획을 10점, 고교교육 반영 전형연구/평가체계 개선 계획을 10점 반영한다. 대학별고사 고교 교육과정 범위 내 출제 여부는 15점 범위에서 감점 반영한다.

이외에도 부정/비리대학으로 제재를 받은 대학은 총괄위 별도 심의를 거쳐 감점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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