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강 사전공지없이 학교끼리 알아서'.. '열린 문항 확대로 필요성 공감'

[베리타스알파=한정현 기자] 영재학교에 이어 과고 역시 '사전공지 없이' 2/3단계 면접문제의 공동출제'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20개 과고가 최근 공개한 2022학년 2/3단계 소집면접 기출문제를 분석한 결과다. 2022학년 공동출제를 진행한 곳은 전체 20개교 가운데 16개교. 영재학교 공동출제역시 전체 8개교 가운데 4개교였다.

사실 과고 간의 공동출제가 작년 처음 있었던 일은 아니다. 강원 충청지역의 강원/충남/충북과고 3개교는 2018학년부터, 서울지역의 세종/한성과고 2개교는 2020학년부터 공동출제를 진행해왔다. 2022학년부터 공동출제는 대폭 늘어났다. 대구 경북지역의 대구일/경산/경북과고 3개교, 부산 울산 경남지역의 부산/부산일/울산/창원과고 4개교, 인천지역의 인천/인천진산과고 2개교, 전라지역의 전남/전북과고 2개교로 전체 11개교다. 30일 오후3시 기준 전남/전북과고는 기출문제를 업로드하지 않았지만, 학교 취재결과 2022학년부터 2개교가 공동출제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개별출제를 진행한 학교는 20개교 가운데 경기북과고, 경남과고, 대전동신과고, 제주과고 4개교였다. 

문제는 공동출제 자체가 아니다. 모집요강에 사전공지 형태로 공동출제 사실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게 수요자 입장에서 과연 투명한 입시운영이냐는 비판이다. 공동출제를 미리 알고 입시를 대비하는 것과, 전혀 모르고 입시를 준비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공동출제 사안이 공지되지 않을 시 관련 정보가 사교육에서만 돌게 돼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입시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하기 마련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정답 개방성이 높은 '열린 문항' 출제가 지시됨에 따라 학교별로 출제에 대해 느꼈을 부담은 이해한다. 다만 고입 역시 대입과 마찬가지로, 전년 대비 변경사안이 있다면 사전에 공지해 공정하고 투명한 입시를 운영해야한다. 이번 공동출제 사례처럼 진행과정에서부터 입시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수요자 입장에서는 입시를 준비할수록 답답함과 불신만 쌓이게 된다. 특히 교육청 소속인 과고의 경우, 교육청도 과고 간 공동출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미참여 학교에는 공동출제를 장려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왜 요강을 통해 사전공지 하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든다. '열린 문항' 출제의 본래 목적이 사교육 유발 효과 감소에 있다는 사실은 잊고, 입시 수요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행정편의주의적'으로만 접근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영재학교 4개교(광주과고/대구과고/세종영재/인천영재) 역시 공동출제를 진행한 점을 고려하면, 2022학년 들어 영재학교/과고 모두 '공동출제'가 크게 확대된 양상이다. 영재학교는 2020학년까지 세종영재/인천영재 2개교만 공동출제를 진행했고, 과고는 2021학년까지 강원 충청지역의 강원과고, 충남과고, 충북과고와 서울지역의 세종/한성과고 5개교만 진행했다. 2022학년 들어 영재학교는 2개교, 과고는 11개교가 추가로 공동출제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공동출제 학교가 급격히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교육부가 2020년 11월 발표한 '영재학교/과학고 개선방안'에 명시된 '열린 문항' 출제 때문이다. 2022학년 입학전형부터 정답이 정해진 '닫힌 문항'이 아닌, 정답 개방성이 높은 문제를 출제해야하다보니 학교마다 출제에 대한 고충이 있었던 것이다. 

2022학년 전국 20개 과고 기출문제를 분석한 결과, '사전에 공지하지 않은 공동출제'를 진행한 곳은 16개교였다. 전년 5개교였던 것 대비 11개교가 증가한 것이다. 공동출제 진행 고교가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교육부가 지시한 '열린 문항' 출제에 대한 고충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22학년 전국 20개 과고 기출문제를 분석한 결과, '사전에 공지하지 않은 공동출제'를 진행한 곳은 16개교였다. 전년 5개교였던 것 대비 11개교가 증가한 것이다. 공동출제 진행 고교가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교육부가 지시한 '열린 문항' 출제에 대한 고충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전국 20개 과고 중 16개교가 공동출제.. 전년 대비 11개교 '증가'>
2022학년 전국 20개 과고 중 공동출제에 참여한 곳은 16개교로, 2021학년 5개교 대비 무려 11개교가 증가한 양상이다. 강원 충청지역의 강원/충남/충북과고 3개교는 2018학년부터, 서울지역의 세종/한성과고 2개교는 2020학년부터 공동출제를 진행해왔다. 

2022학년부터 공동출제를 시행한 학교는 대표적으로 인천지역의 인천과고와 인천진산과고 2개교가 있다. 공동출제와 관련해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 지침에 따라 2022학년부터 정답 개방성이 높은 '열린문항' 출제를 진행해야하다보니 학교마다 출제과정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 따라서 '열린 문항' 출제 업무에 대한 효율을 높이고자 2개교가 공동출제를 진행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부산/울산/경남지역의 부산과고 부산일과고 울산과고 창원과고 4개교 역시 작년 2월 '과학고등학교 입학전형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열고 일찍이 공식적으로 공동출제에 협의했다. 2021년 2월 발표된 경남교육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당시 창원과고 정영권 교장은 "기존에는 각 학교에서 개별적으로 입학전형이 이루어졌는데, 이번 업무협약으로 그 동안 쌓아온 자료와 경험 등을 공유해 효율적으로 입학전형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창원과고 관계자는 "원래 부/울/경 지역의 과고는 5개교 체제지만, 경남과고는 문제를 별도로 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공동출제 협약에서 빠지게 됐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대구/경북지역의 대구일과고, 경산과고, 경북과고 3개교가 2022학년부터 공동출제를 진행했다. 대구일과고 관계자는 "다른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문항의 질을 높이고자 2022학년부터 공동출제를 시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전라지역의 전남과고, 전북과고 2개교 역시 2022학년부터 공동출제를 진행했다. 전남과고 관계자는 "현재 기출문제가 업로드된 상태는 아니지만, 전북과고와 함께 2022학년부터 공동출제를 진행했다. 기출문제는 곧 업로드될 예정이다"고 전했다. 

앞서 살펴본 16개교와 다르게 경기북과고, 경남과고, 대전동신과고, 제주과고 4개교는 공동출제에 참여하지 않았다. 

<영재학교 8개교 중 4개교 '공동출제'.. 2020학년 대비 2개교 '증가'>
과고의 기출문제가 공개되기 전, 영재학교 4개교(광주과고 대구과고 세종영재 인천영재)의 공동출제 사실 역시 지난해 요강에는 사전예고되지 않고 기출문제 공개를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전에도 세종/인천영재 2개교가 공동출제를 시행한 전례가 있었지만, 역시 요강에서 사전예고된 적은 없었다. 공동출제 자체가 위법은 아니지만, 요강에서 명시적으로 공동출제 사실을 공개하는 게 투명한 입시운영임에도 불구하고 수요자에게 알리지 않은 상태로 공동출제를 강행한 셈이다.

결국 사교육 시장에서만 정보가 공유되면서 사교육 의존도를 높였다. 실제 영재학교 2단계 시험 직후인 작년 9월 한 인터넷강의 업체에서는 ‘2022학년 공동출제 4개교 기출풀이’라는 이름으로 강의가 개설됐다. 입시 커뮤니티 등에서도 시험 직후부터 학원 수강생들을 통한 기출문제 복기본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었다. 2022학년 첫 시행된 ‘영재학교 입학전형영향평가’ 의무화로 기출문제가 모두 공개되지 않았다면 공교육 위주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알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이에 대해 광주과고 입학처 관계자는 “다른 학교와 공동출제를 한 것은 맞지만, 정확히 어느 학교가 참여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한 입시전문가는 “2022학년 들어 영재학교/과고에서 모두 공동출제 학교가 늘어난 가장 큰 계기는 교육부가 ‘영재학교/과학고 입학전형 개선방안’을 통해 지시한 ‘열린 문항’ 출제 때문으로 보인다”며 “상위 교육과정을 활용하지 않으면서 정답 개방성이 높은 문제를 출제해야 하다 보니 개별 학교마다 출제에 관한 고충이 있어 공동출제 방식을 택한 것 같다. 그럼에도 위 사실을 모집요강 등을 통해 수요자들에게 공식적으로 공지하지 않고 '깜깜이 공동출제'를 강행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교육청 소속인 과고의 경우, 교육청도 과고 간 공동출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미참여 학교에는 공동출제를 장려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문이 남는 사안이다. 영재학교/과고/교육청 모두 '열린 문항' 출제의 목적이 '사교육 유발 효과 감소'에 있다는 사실은 잊고, 입시 수요자를 고려하지 않은 채 '행정편의주의적'으로만 접근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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