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투명성‧신뢰성에 기반해야 하는 것이 대학 입시이지만, 최근의 대학 입시는 ‘공정성’이라는 프레임이 강하게 씌워지면서 대학의 자율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대입의 공정성과 대학의 자율성이 상충하게 되는 것은 과연 어떤 문제 때문인 것일까?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한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는 있는 것일까? 참으로 힘든 난제가 아닐 수 없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아내기는 어렵지만, 여러 가지 실타래가 얽혀 있는 이 난제는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교육’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정부의 교육정책에도 아쉬움이 있고, 대입을 대학만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대학의 사고에도 아쉬운 점이 있지만,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정성평가라는 평가방식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통념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 생각한다. 10년 전과는 어느 정도 온도차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학 입시에 있어 10년이라는 시간은 정성평가의 결과를 100% 신뢰하는 데는 부족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강규영 동국대 입학처장(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강규영 동국대 입학처장(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현재 우리 사회는 공정한 대학 입시를 위해 대학에 더 많은 ‘정량평가’ 방식의 대입 전형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 입시에서 ‘정량평가’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은 대학의 입학 관련 업무를 조금은 수월하게 해준다는 점과 함께 수험생 입장에서 대입 결과를 놓고 다른 사람과 비교해 결과를 빠르게 수긍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를 선발하는 데 있어 ‘정량평가’의 매력이 독이 될 것인지 약이 될 것인지 이제 조금은 냉정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 되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아이들의 관심 분야나 진로와는 무관하게, 아직까지도 어른들의 시선으로 대학의 간판 쟁취를 위한 경쟁을 강요해왔다. 부모가 겪었던 대입 과정과 사회진출 과정을 자녀들에게 투영해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복종하게끔 하는 일률적인 교육방식은 우리 부모들이 조심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부모의 경험을 자녀교육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이 위험한 것은 과거와 지금의 사회와 교육 환경이 전혀 다르고, 과거의 해결책이 미래의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콩나물 시루와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대학에서 준비한 입시를 치렀던 부모와 달리 우리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토론하고, 본인의 의견을 제시할 줄 알며, 스스로 진로를 고민하며 탐색한다. 대학에서는 이러한 아이들의 고민과 탐색 과정들을 포함한 학교생활을 평가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이렇듯 많은 차이가 존재하는 부모와 자녀 세대 간의 학교생활과 대입 환경의 차이는 간과한 채 부모의 잣대로, 어른들의 기준으로 오늘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10년 가까이 위촉사정관으로 활동하였고, 지금은 입학처장으로서 네 번째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경험했던 과거의 입시 전형과 운영 과정들을 비교해가며 지금도 종종 상념에 젖곤 한다.

과거 위촉사정관으로서 처음 입시에 참여했던 입학사정관전형 초기 시절, 박스째 한가득 쌓여있는 포트폴리오를 통해 1단계 서류평가를 진행하고, 2단계에서는 학생들을 온종일 학교에 붙잡아두고 개별 전공실험을 통해 전공수학능력을 평가한 후 최종 면접을 통해 신입생들을 선발했다. 시간이 흘러, 2015학년도부터는 입학사정관전형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변화하였고, 지금은 서류평가에 있어 포트폴리오가 아닌 학생부만을 평가자료로 활용하고, 전공실험을 통한 전공수학능력평가가 아닌 일반 면접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애정이 가득 담긴 선발과정을 거쳐 입학한 학생들이 시간이 흘러 모두 대학원까지 진학해 이제는 전공을 삶의 기반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가을을 느낄 새도 없이 고생했던 입시철의 힘든 기억들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제대로 된 후학을 양성했다는 뿌듯한 마음에 내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게 된다. 

입학처장으로서 우리 동국대에 입학한 학생들 한명 한명이 모두 귀하고 소중하다.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많은 정성과 공을 들여 선발한 학생들에게 조금은 더 마음이 가는 것은 과거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입학했던 제자들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리라. 입시 준비와 평가과정은 힘들었지만 제대로 된 선발과정을 거친 과거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입학한 제자들에게서 ‘다양성’을 볼 수 있었다면, 최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에게서는 ‘보편성’과 ‘성실성’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무엇이 좋고 무엇이 그르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앞에서도 언급하였던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의 모습은 ‘보편성’ 또는 ‘성실성’보다는 ‘다양성’에 좀 더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입학처장의 소임을 맡고 있는 한, 동국대 입시는 학생들의 고교생활과 함께 할 것이다. 대학에 입학한 후 미래사회의 인재로 성장할 기반은 고교에서 충분히 다져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지금의 교육과정, 미래의 고교학점제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에 발맞춰 고교 교육과정의 취지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현재의 고교 교육환경에서 성장한 학생들을 제대로 선발하는 것은 대학의 몫이다.

그 바탕에는 대입을 위한 교육이 아닌 모든 학생이 성장할 수 있는 전인적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 고교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부모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어른들은 현장에서 애쓰고 있는 고교와 선생님들을 이해해야 하며, 특히 우리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주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우리 모두의 노력들을 통해 얽혀 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내면, 사람이 평가하는 정성평가에 대해 신뢰하는 문화가 이뤄지고, ‘교육’의 문제가 대입으로 직결되는 경쟁이 완화될 것이다. 모두의 노력을 통해 결국 ‘교육’이 정치에 좌우되지 않는 힘이 생겨날 것이고, 대학은 자율적으로 보다 공정한 입시를 수행할 역량을 갖춰 우리의 미래사회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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