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평가원장, "수능최저 최소 정보만 제공"..'꼼수 차단'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수능점수를 확인하고 고득점자를 합격시키는 일부 대학의 '수시납치'에 제동이 걸린다. 수능성적관리의 주체인 교육과정평가원이 당장 올해부터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여부 판단을 위해 각 대학에 제공했던 지원자의 성적정보의 범위를 '최소한'으로 좁히기로 결정했다. 평가원의 방침은 신임 김영수원장의 취임직후 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 동안 '변칙'을 통해 '입시 물을 흐려왔던 일부 대학'들의 이기적인 행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수시에서 최소한 학업능력 기준으로 적용하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은 등급만을 가지고 판단한다. 때문에 평가원이 대학에 제공하는 성적자료는 상식적으로 등급만일 것이라 여겨져왔다. 일반인뿐 아니라 대부분의 진학교사들까지 당연시 여기던 사항이었다. 문제는 등급만 제공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베리타스 알파는 그동안 평가원의 대학 제공정보가 등급뿐 아니라 백분위 표준점수까지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단독] 수시관리 ‘구멍’.. 평가원 표준점수 백분위 성적제공(2014년 12월7일자), [단독] 성대 수시의 또다른 의혹..'예비번호가 없다?'(12월9일자), [2015 수시 결산]수시의 투명성 '흔들'..시스템 보완해야(12월17일자))  베리타스알파는 이로 인해 일부 대학이 수능정보를 가지고 수시전형에서 수능성적 우수자를 선발하는 '변칙'을 써왔다는 문제제기를 해왔다. 지난해 성대가 수능만점자를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합격시키면서 수능최저 확인과정에서 만점자임을 확인하고 합격시킨 게 아니냐는 수시납치 논란이 일었다.  

 
평가원이 '당장 올해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한다는 사실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일부 대학의 '꼼수'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점은 환영할 만하다. 대입현장에서 수년간 입학처장으로 입시를 진행해온 '대표선수' 출신 신임 김원장이 아니면 할수없는 조치라는 게 현장의 평가다. 물론 과제도 있다. '최소한의 정보'가 등급만 제공하는 것이라 해도 수능최저를 간신히 맞췄는지 모든 영역에서 1등급을 맞췄는지 여부가 '변칙'을 계속 이어나가게 하는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아예 PASS/FAIL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현장 반응의 배경이다. 일부 대학이 평가원이 제공하는 정보 외에 수험생에 별도 성적표 제출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어 교육부의 세심한 관리 역시 필요하다. 평가원의 제공정보는 평가원의 독자적 결정이 아니라 교육부와 대교협이 매년 대입의 기본을을 정하는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에 따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대교협이 정한 기본사항에는 평가원이 수시 수능최저등급 확인을 위해 '백분위와 표준점수 포함해 제공하라고 적시해 왔다. 결국 평가원의 '입시꼼수' 척결을 위한 행보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교육부 대교협이 내놓는 기본사항의 손질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평가원, 저돌적 행보>

김영수 평가원장은 "올해부터 수능최저학력기준 적용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한다"고 28일 밝혔다. 평가원의 방침은 김 원장이 평가원장 취임직후 내부적으로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대학 입학처장(서강대) 출신인 김 원장의 현장에 대한 깊은 안목이 이번 평가원 행보를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 원장은 지난달 10일 평가원장에 선임됐다. 후보 물망에 올랐을 때부터 이미 적임자로 거론된 바 있다. 상위권 대학의 입학저창 가운데서도 대입흐름을 구석구석 꿰고, 정부의 교육정책 맥을 제대로 짚어내는 대표적 인물로 통하기 때문이다. 대입변화가 극심했던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만 5년간 입학처장을 지냈고, 대입간소화 바람이 불어닥친 2013년 입학처로 컴백, 입시계에 화제를 몰았다. 입학처장으로 컴백하기 직전인 2013년 1월부터 2월까지는 박근혜 대통령인수위원회 총괄분과인 국정기획조정분과에서 전문위원을 지냈다. 최근엔 교육부 수능개선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는 등 현 정부의 추진업무에 밝은 시야를 갖고 있다.

김 원장은 평가원장으로 자리한 직후 수능성적정보 제공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 행보는 오랜 기간 대입현장에 몸 담으며 발생 가능한 우려점을 간파한 공력이 정책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데 역할을 한 셈이다. 그간 수능출제와 모의평가 주관처 정도로만 인식됐던 평가원이 대입전선에서 오랜 공력을 다진 김 원장을 통해 대입현장의 병폐를 불식시키는 적극적인 행보로 전환하는 계기로 작용한 셈이다.

<평가원 성적제공의 그간 구멍>

그간 평가원의 수능성적정보 제공방식은 일부 대학이 '변칙'을 쓰는 빌미로 활용되어 왔다. 각 대학이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적용에 필요한 지원자의 성적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어 필요한 등급만 걸러 제공하는 게 아닌, 백분위와 표준점수까지 성적표 전체를 제공해온 탓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수험생이 지원대학에 일일이 성적표를 제출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과정에서 빚을 수 있는 성적조작 등의 비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성적을 제공해왔다. 교육부와 대교협으로부터 '등급 백분위 표준편차를 제공'한다는 기본사항을 토대로 진행되어온 상황"이라며 "베리타스알파의 보도에 의해 의도와 달리 입시에서 폐해가 발생한 점을 알게 됐고, 적극 개선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베리타스알파의 문제제기는 지난해 12월 수능만점자의 수시납치 의혹을 파헤치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단독] 수시관리 ‘구멍’.. 평가원 표준점수 백분위 성적제공'(2014년 12월7일자), '[단독] 성대 수시의 또다른 의혹..'예비번호가 없다?''(12월9일자), '[2015 수시 결산]수시의 투명성 '흔들'..시스템 보완해야(12월17일자)' 제하의 기사로, 당시 정시에서 모든 대학 진학이 가능한 수능만점 학생이 수시에서 성균관대 성균인재전형으로 글로벌리더학과에 합격한 사실을 확인, 수능최저 확인과정에서 수능만점자임을 알고 합격시킨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성적제공과 관련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취재 결과, 평가원이 매년 수시의 수능최저 확인 과정에서 등급뿐 아니라 백분위와 표준점수까지 성적표를 대학측 요청에 따라 제공해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현 대입체제는 수시에 합격하면 정시에 지원할 수 없다. 수능성적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시 상황에 맞춰 수시 전형에 지원하고, 수능성적이 생각보다 잘 나왔을지라도 수시에 합격했다면 정시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현장에선 이 같은 상황을 '수시납치'라 표현한다. 수시 지원 때 수능최저 충족 가능성과 더불어 주시하는 조건이기도 하다.

<교육부와 대교협이 만든 빌미.. '대입전형 기본사항'의 허점>

문제의 본질은 교육부와 대교협이 발표한 '대입전형 기본사항'의 허술함과 허술함을 교묘히 파고든 일부 대학의 전형설계에 있다.

물론 출발은 교육부와 대교협의 허술한 수시관리에 있다. 교육부는 수시에서 수능최저를 백분위 사용 지양을 권장하고 등급만 사용하라는 큰 틀을 제시했고, 대교협은 등급만 사용할 것을 주문하면서도 정작 '기본사항'에는 '등급만 제공한다'는 내용 없이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을 모두 제공하는 것으로 적시해뒀다. 평가원은 대교협의 기본사항에 따라 대학에 수시기간 동안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을 모두 제공해왔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문제점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본사항'에 '수시전형 기간에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을 모두 제공'할 수 있도록 정한 문제점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심지어 당시 대입제도과 관계자는 "시스템상 등급만 제공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모르겠다"고 밝혀 등급제공 시스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능최저를 건 상위대학이 학생부종합이나 논술전형의 결과 잣대가 아닌, 수능성적의 잣대로 합불을 결정하는지 모른다는 의혹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성균관대의 경우 지난해 전형의 면접 없는 학생부종합 설계와 예비번호 미운영의 운영과정에서 충분한 개연성을 갖고 있었다. 수능최저를 설정했던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 논술전형 모두 수능성적을 잣대로 당락을 정했을 충분한 가능성을 갖추고 있었다. 일각에선 해당 대학과 교육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일부 수사당국에서도 성대 의혹에 대한 내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성균관대뿐 아니라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전형을 운영하는 모든 대학이 사실 혐의 안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수시에서 수능최저를 통한 수능성적 순 당락의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의구심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수능최저 확인을 위해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방식의 성적을 제공 받아왔고, 서울시내 상위권 대학은 2014학년까지 수시에서 수능 중심으로 우선선발제도를 운영하면서 우선선발에는 등급뿐 아니라 백분위 기반의 높은 수능최저를 설정한 바 있다.

2015학년 대입부터 수능최저를 등급만으로 설정하기를 권고하고 있고 등급만으로 설정해뒀긴 했지만, 대학이 직접 출제하는 논구술을 제외한 전형에서 수능최저를 설정한 경우 여전히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대학들이 오랫동안 학생부 신뢰도가 낮다고 지적해온 점에서 학생부위주전형에서 수능최저를 설정한 경우 의구심이 가장 크다. 교과성적을 기본으로 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의 경우 학교마다 다른 내신시험 수준과 범위 등을 신뢰하기 어려워 수능최저를 거는 경우가 많다. 학생부종합전형 역시 지원자의 서류를 바탕으로 전형을 실시하지만 대학별고사를 지양하라는 정책에 부딪혀 서류를 기반으로 질의 응답을 할 수밖에 없어 학력검증을 위한 최소장치로 수능최저를 설정해두고, 실질적으론 수능성적을 모두 열람하는 방식으로 전형을 운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당수 대학들이 복수지원을 허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능최저가 없는 전형에 지원했다 할지라도 한 대학 내에서 수능최저가 있는 다른 전형에도 지원했다면, 역시 수능성적을 열람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원자의 주민등록번호가 지원자 리스트를 만드는 주요 자료이기 때문이다. 수능최저가 없는 전형을 운영함에도 지원자의 자료를 요청한다 해도 제지할 방도가 없기 때문에 역시 수능성적에 의한 사정 여부를 의심할 수 있다.

<수능최저에 의한 수능납치, 가능성 있는 대학은?>

다만 수능합격자 발표를 언제 하느냐로 혐의 여부가 구분된다. 올해 수능성적 발표일인 12월2일 이후 합격자를 발표한다면 수능성적을 바탕으로 합격자를 사정했을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지만, 수능성적 발표 이전에 합격자를 발표하는 대학이라면, 혐의를 완전히 벗는다.

올해 수능성적 발표일(12/2) 이전에 합격자를 발표, 혐의를 완전히 벗는 대학 학생부종합전형으로는 ▲한국외대 학생부종합(합격자 발표 11/6) ▲숙명여대 숙명미래리더(11/9) ▲숙명여대 숙명과학리더(11/9) ▲건국대 KU자기추천(11/12) ▲서강대 학생부종합(자기주도형, 성적발표일 11/13) ▲경희대 학교생활충실자(11/18) ▲중앙대 학생부종합(다빈치, 11/18) ▲중앙대 학생부종합(탐구형, 11/24) ▲한양대 학생부종합(11/30) ▲동국대 Do Dream(11/30)이다.

수능성적 발표일 이후에 합격자를 발표하지만, 면접 및 서류입력을 수능일(11/12) 이후에 실시함으로써 수험생으로 하여금 가채점 결과에 따라 면접 및 서류입력을 포기할 수 있도록 장치, '수시납치' 혐의에서 벗는 대학 학생부종합전형으로는 ▲서강대 학생부종합(일반형, 서류입력 11/13~17) ▲서울대 일반전형(면접 11/20~21) ▲서울시립대 학생부종합(면접 11/21) ▲연세대 학교활동우수자(11/22) ▲서울대 지역균형(11/27~28) ▲경희대 네오르네상스(면접 11/28~29) ▲고려대 융합형인재(면접 11/28~29) ▲고려대 학교장추천(면접 11/14~15) ▲홍익대 학생부종합(면접 11/28~29)다.

조심해야 할 전형으로는 성대 글로벌인재전형과 성균인재전형이 꼽힌다. 글로벌인재전형에서 의예과를 제외하면 수능최저를 고려하지 않지만 수능성적 통지일 이후인 12월9일 합격자를 발표하기 때문이다. 면접을 실시하지 않아 수능을 잘봤다 할지라도 면접포기를 통한 '카드 버리기' 기회조차 없다. 이화여대의 미래인재전형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자 발표일이 수능성적 통지일 이후인 12월9일이다. 면접을 10월24일부터 25일에 실시, 수능을 잘봤을 경우에도 이대 미래인재에 합격한다면 정시에 지원이 불가능하다.

<등급만 제공해도 문제.. 교육부 대교협의 관리체제도 촘촘해야>

이번 평가원의 '수능최저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는 성적제공 방침은 대입비리를 일부 차단할 획기적 방안이라 할만하다. 다만 향후 수시 운영에서 대학들의 선의에만 기댄 현재 방식대신 원천적으로 비리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평가원은 성적제공 방식을 '최소한의 정보만'이라 밝혔다. 구체적 방안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등급만 제공' 가능성이 큰 가운데 현장에선 "등급만 제공해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수능최저를 간신히 맞췄는지 모든 영역에서 1등급을 맞췄는지까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등급만 제공하는 것으론 부족하고 PASS/FAIL 여부만 제공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등급만 제공해도 수능최저를 대학이 설정한 수준에 간신히 맞췄는지, 모든 영역에서 1등급을 맞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문제"라며 "평가원이 각 대학의 수능최저를 입력해두고 가부만 판단하는 방향이 수시에서의 수능반영 최소화에 가장 적합하다"고 밝혔다. 다년간의 입학처장 활동으로 입시현장의 시스템과 폐해를 잘 알고 있는 김 원장에게 이 같은 성적제공시스템의 구체적 개선은 매우 기대되는 대목이다.

일단 평가원은 공을 교육부와 대교협으로 넘긴 상태다. 평가원 입장에서 할 일을 처리한 상황에서 교육부와 대교협의 치밀한 설계와 관리가 절실하다. 교육부와 대교협의 '대입전형 기본사항'에 의하면 평가원의 행보를 역주행중이다. 평가원의 행보와 달리 현재 교육부와 대교협 상황이라면 수시전형기간 중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까지 모두 제공받을 수 있는 상태다. 실제 2015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에서는 수능성적 제공 일시를 당시 12월3일부터 2015학년 대입전형 마감일로 적시하면서 수시에서는 최저학력기준 적용을 위해 수시전형기간 직후(12/4 이후) 수시합격자 발표이전(12/6)에 제공하도록 별도로 정해 기간을 세부적으로 설정하는 등 수시에서의 수능 활용에 신경을 쓴 인상이었음에도 '등급만 제공하라'는 게 아닌 '백분위 표준점수 등급을 제공'이라 단서를 달아 허점을 남겼다. 대입전형 마감일을 추가모집 전형 마감일인 이듬해 2월23일로 해석할 여지도 있어, 대학들이 무려 3개월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을 모두 제공받을 수 있는 체제였다. 기간에 따른 합리적 제한이 없는 교육부 대교협 식의 수능성적 제공방식 역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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