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열어갈 지도자를 선출하는 20대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됐다. 선거때마다 많은 이슈들이 범람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가장 주목할 만했던 점은 선거 기간 내내 캐스팅보터이자 스윙보터 역할을 톡톡히 한 주체인 2030세대, 이른 바 ‘MZ세대’가 선거 관련 화두의 중심에 있었다는 점이다.

밀레니엄 세대, Z세대, 알파 세대 등 특정 세대를 구분해 집단화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MZ세대라는 말 자체가 편의상 청년세대를 구분하기 위해 만든 단어에 가깝기도 하고, 마치 이들이 무엇인가 기존 세대와 다른 독특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선입견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성격이나 관심, 성향은 가지각색일 수밖에 없는데도 세대별로 보편적 특성을 정의하는 것 자체는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다. 심지어 그들 스스로 MZ세대라는 집단으로 묶이는 것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김영화 중앙대 입학처장(응용통계학과 교수)
김영화 중앙대 입학처장(응용통계학과 교수)

그럼에도 MZ세대가 지속적으로 우리 사회에 던지는 가장 큰 화두는 세대를 아우르는 공통의 관심사이면서도 매우 보편적인 주제이다. 바로 ‘공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MZ세대가 말하는 공정의 측면에서 입시 공정성 논란은 지금의 수시-정시 체제의 입시를 경험하고 대학생이 되거나 사회에 진출한 세대의 목소리라는 점에서 뼈아픈 지적이다. 이들은 ‘부모 찬스’와 같이 입시에 악용한 사례를 접하면서 성인이 되기 전부터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형식적으로라도 공정성을 갖춘 수능 시험을 통해 학업 능력이 증명된 사람이 소위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수능 점수가 부모의 경제력에 비례한다는 사실과 동시에 불공정하다고 여기는 학종의 긍정적 측면도 이미 알고 있다.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과 별개로 부모의 경제적 능력과 같은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애초에 출발선이 다른 경쟁 시스템은 비단 수능이나 학종과 같은 입시 제도 만의 것이 아니다. 취업, 승진 등 현재 우리 사회 대부분의 경쟁이 그러하다. 문제는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는 지났다’는 말처럼 경쟁에 참여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는 상실감이다.

시쳇말로 교육은 계층을 이동하는 사다리 역할을 해야 하고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어야 공정한 교육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정시 비율 확대에서 보듯이 지금 우리는 가장 공평해 보이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모두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가에 대해 관심이 쏠려 있다. 그 관심 속에서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은 암묵적으로 용인된다.

수능 점수 1점이라도 뒤처진 학생들이 자신의 처지나 환경에 상관없이 ‘내 노력과 능력이 부족했다’고 승복하게 만드는 ‘능력’ 위주의 시스템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현재와 미래 사회에 가장 최선의 경쟁 시스템인가?’,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우리 교육의 방향과 인재 육성 방향에 부합한가?’와 같은 질문에 대해 답을 해주지 못한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는 미래 교육수요와 사회변화를 반영하는 새로운 대입제도를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대입 공정성 강화를 위한 ‘대입전형의 단순화’, ‘정시 모집비율 확대’와 같은 전형 개선과 입시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를 위한 ‘입시비리 암행어사제’와 같은 감시 제도를 통해 비리 적발 대학의 모집정원을 감축하는 벌칙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대입제도의 공정성에 관한 것이고 MZ세대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공정에 대한 요구에 맞닿아 있다.

필자는 새 정부가 약속하는 새로운 대입 제도가 입시 관련 부정·비리를 엄단하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하는 일에만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대입 제도를 단순히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더 나은 사회경제적 지위 확보를 위한 공정한 경쟁 수단으로 이용하기보다는, 교육 격차의 해소와 공평한 교육의 기회를 통해 고등교육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도구로써 교육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청소년기의 끝자락에서 경험하는 입시 경쟁이 ‘능력’에서 앞서거나 뒤처진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기준이 되기보다 개개인에게 자신의 역량을 확인하고 자신의 미래를 새롭게 준비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정시 모집비율 확대’와 같이 현재 수능이 절차와 형식적으로 공정한 입시 수단이라 할지라도 학교 현장의 교육 목표와 배움의 과정에서 키워온 ‘능력’을 평가하기 어렵다면, 학종이냐 수능이냐로 양자택일하기보다 새로운 대안의 모색과 추진을 기대해본다. 공정한 입시 제도의 출발점은 경쟁의 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 현장의 배움에 기초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의 수능 확대는 다시 학교 교육현장에서 수능 중심 수업의 획일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학교는 수학 문제 한 개라도 더 맞추기 위해 연습하는 공간이 아니어야 하기에, 문제풀이식 수업을 탈피하고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지 않았던가. ‘수능 확대’에 따른 공정한 경쟁의 기회 부여는 역설적이게도 학교가 제 기능을 할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 학교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그 경쟁이 공정하다는 믿음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끝으로 고교학점제에 대해 재검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교육과정과 수능 확대로 인한 대입 제도의 방향성 논란이 지속되는 만큼 개선 방향과 대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고교학점제 등 고교 교육의 혁신과 미래 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학교 현장의 변화가 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대입 제도가 이에 부응해 제도 안착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고교-대학이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고교 교육과정과 대입 제도의 연계 강화를 위한 연구 활성화와 정책 발굴에 보다 주체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2024년 수능과 대입제도 개편안이 발표되는 만큼 그 이전에 충분히 각계의 숙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교육 정책에 대한 논란과 혼선이 이어질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가게 되고 입시 준비와 노력의 과정은 그만큼 결국 불공정하게 부여될 수밖에 없다. 시험의 기회 정도는 공정하게 부여할 수 있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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