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혁 한뜸 한의원 원장

호흡을 살펴보면 사람들의 건강을 알 수 있다.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가쁜 호흡을 거칠게 하는 환자는 중증의 환자이다. 아랫배가 천천히 움직이는 안정된 호흡을 한다면 아주 건강한 사람이다. 숨을 깊숙하게 들여 마실수록 건강이 좋다고 보아도 된다. 

치료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환자들의 호흡이 눈에 보인다. 특히 2시간 가까이 엎드려 뜸을 뜨는 치료를 하다보면 호흡의 깊이를 잘 볼 수 있다. 환자들의 건강이 좋아질수록 호흡이 안정되고, 편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황치혁 한뜸 한의원 원장
황치혁 한뜸 한의원 원장

숨을 배꼽아래까지 편안하게 끌어들이는 호흡을 복식호흡이라고 한다. 어떻게 폐로 들어간 공기가 배꼽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을까.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느낌이 그러할 뿐이다. 아랫배가 움직이는 이유는 폐와 복강을 나누는 횡격막이 위장 소장 등의 장기를 배꼽 아래로 밀어 내리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 산소를 공급하는 호흡은 폐가 움직여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갈비뼈가 앞뒤로 벌어지는 동시에 횡격막이 아래로 내려가면 폐가 있는 공간이 넓어지며 압력이 떨어진다. 압력이 높은 외부의 공기가 폐로 밀려들어온다. 반대로 갈비뼈가 원상으로 좁아지고, 횡격막이 올라가면 폐에서 공기가 빠져나간다. 이런 과정을 흡기와 호기라고 한다. 

복식호흡은 한마디로 횡격막이 잘 움직이는 호흡이라고 보면 된다. 횡격막은 안정기에 상하로 1.5mm를 움직인다고 한다. 스트레스 등으로 횡격막이 긴장하면 상하 움직임이 없어지기도 하고, 훈련된 사람들은 10mm까지 움직이기도 한다. 횡격막이 상하로 많이 움직이면 호흡량이 많아진다. 

호흡이 충분해야 우리 몸의 대사가 잘 이루어진다.

특히 머리는 산소를 많이 사용한다. 두면부로 공급되는 혈액량이 전체의 30%에 가까울 정도다. 두뇌를 많이 사용하며 공부를 할 때는 더 많은 산소공급이 필요하다. 그런데 산소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머릿속이 멍하게 되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게 된다. 의학적으로 호흡이 정지된 상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일이 바로 뇌세포의 파괴현상이다. 다른 장기는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좀 오래 견딜 수 있지만, 뇌는 3분이 넘으면 뇌세포 파괴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이렇게 뇌의 활동과 산소공급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도중에 산소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공부효율이 저하되고 결과적으로 머리가 멍해지고 나빠질 수 있다. 평소엔 그 문제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지만 시험과 같이 머리를 과도하게 쓰는 상황에선 두뇌의 산소결핍 상황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시험도중에 30분마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지그시 눈을 감은 상태에서 아랫배로 심호흡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5~6회 심호흡을 하는 시간은 30초 정도. 90분 시험을 보더라도 2회, 1분밖에 안 걸린다. 그 효과는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뜨거워진 머리가 식는 느낌이 든다. 머리도 맑아지고 잠깐 잠을 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산뜻해진다. 이렇게 잠깐 동안 하는 심호흡으로 시험점수는 몇 점씩 올라갈 수 있다. 

복식호흡을 하면 뇌척수 액의 순환이 원활해지는 것도 장점이다. 뇌척수 액이란 뇌와 두개골 사이의 공간은 물론이고 척추까지 채워져 있는 체액이다. 보통 머리와 척추의 공간이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연결된 하나의 공간이다. 

이 체액이 정체되지 않고 자연스런 순환이 이루어져야 머리가 맑아진다. 물이 고이면 썩듯이 체액도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탁해지기 마련이다. 뇌척수 액이 탁해지면 머리회전이 잘될 리가 없다.

뇌척수액의 순환을 중요하게 보는 크래니얼테러피(두개치료)에선 호흡과 뇌척수액의 순환이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숨을 들여 마실 때는 두개골의 약간 넓어지고, 복부의 압력이 높아져 척수액이 뇌쪽으로 올라간다. 숨을 내쉴 때는 두개골이 좁아지고 복부의 압력도 줄어들어 척수액이 다시 내려온다고 본다. 척수액의 순환이 원활하기 위해선 흉식 호흡보다는 복부의 압력을 이용한 복식호흡이 좋다는 것이다. 

복식호흡을 하면 위장관의 운동도 원활해진다. 횡격막이 위아래로 충분히 움직이면 복강 내의 압력이 높아졌다가 낮아지는 상황이 반복된다. 동일한 간격으로 눌렀다 풀어주는 마시지를 하는 것과 같다. 위나 대장의 가벼운 문제는 해결할 수도 있다. 

복식호흡을 하면 스트레스도 조절할 수 있다. 입으로 천천히 길게 내쉰 후에 짧게 깊숙이 들여 마시면 스트레스로 인해 과긴장된 온몸의 근육과 장기가 이완된다. 자기 전 5분 정도의 복식호흡은 스트레스 조절과 함께 수면 중의 호흡도 아주 편하게 만들어준다. 먼저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면 숨을 깊게 들이마시기 쉬워진다. 

복식호흡을 할 때는 허리를 바로 세워야 한다. 평소 구부정했던 허리를 똑바로 세워볼 기회라고 생각하고 허리를 바로 세운다. 그 다음 눈을 지그시 감고 상체에서 힘을 뺀다. 상체에서 힘이 빠졌나를 점검할 수 있는 부위는 어깨다. 어깨를 툭 떨어뜨리는 기분으로 한 번 움직여 보면 상체가 완전히 이완됐는지를 알 수 있다. 그 다음은 호흡하기. 요령은 들여 마시기보다 내쉬기에 포인트를 두는 것이다. 천천히 고르게 숨을 내쉰 후에 숨을 들여 마신다. 이때에 배꼽 밑의 배가 움직이고 있나를 살피면 된다. 처음부터 배꼽 밑의 단전으로 숨을 쉬기는 어렵다. 배꼽부위가 움직이는 것만 해도 성공이다. 익숙해지면 아랫배가 안정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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