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도 20년이 훌쩍 흘러간 현시점의 대학 교육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참 어려운 숙제이지만 유니스트의 과학기술원으로서 교육 명제는 명확하다. “한국의 과학 및 산업을 이끌어 가는 세계적인 인재 양성”으로 최소 석사 및 박사, 또는 창업 인재양성을 그 목표로 한다. 이는 다른 종합대학들이 내세우는 가치관과 조금은 다르며 좀 더 한정적이고 제한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교육을 위해 유니스트만의 교육의 장점과 이를 통한 석·박사 인재양성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박사학위는 21세기에 어떤 의미일까? 20세기의 평균 수명은 70세 미만이어서 전통적으로 대학교육을 받고 이 지식을 기반으로 20대 후반부터 50대 중반까지 열심히 일하고 남은 인생을 보내면 되어서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100세 시대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으므로 50대 이후의 삶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 즉 생애 전주기교육을 통해 제2, 3의 직업을 구해야 하고 70대까지는 우리 삶을 위한 일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겪어 보지 않았던 100세 시대이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고 하나의 직장이 아닌 평생 전문적인 직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평생 전문적인 직업을 갖는 방법으로 박사학위 취득과 창업을 강력히 추천한다. 이왕이면 박사학위 취득 후 창업하면 더욱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 지금부터 박사학위 취득에 대한 학생들의 편견과 감추어진 장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권태혁 UNIST 입학처장(화학과 교수)
권태혁 UNIST 입학처장(화학과 교수)

첫째 회사에 가면 대학원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하고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경험상 보면 회사에서 일하고 공부하듯이 하면 누구나 다 훌륭한 박사가 될 수 있다.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전문가로서 성장을 하면 젊을 때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고 연구원으로 계속해서 본인의 연구를 진행하므로 전문성도 더 깊어져서 평생 전문적인 직업을 가질 확률이 높다. 또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향후 창업이 용이하며 자기만의 직업을 만들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둘째 대체로 취업은 평생이 아닌 최대 50대 초중반까지 일자리를 얻는 것이다. 신문이나 각종 포털에서 40대 초반 명예 퇴직이 뉴스가 되고, 50대의 경제적 빈곤이 문제로 제기되는 기사들이 넘쳐난다. 따라서 여러분이 맞이하게 되는 미래에는 짧은 대학 교육만으로는 100세 시대에 적합한 전문적인 직업을 얻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셋째, 취업이 일찍 사회에 나가니 인생 전반에 걸쳐서 경제적 이득이 더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 박사 학위(일반적으로 6년)를 받고 기업체 연구소에 취업을 하면 대체로 중간 간부급 대우를 받고 시작해 대졸 사원 대비 대우가 좋고 임원급으로 진급하는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학부 졸업 후 취업은 일찍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더 많이 벌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넷째, 대학원은 등록금과 생활비 등 투자하는 돈이 많이 든다는 편견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특히 유니스트와 같은 과기원은 등록금을 지원하고 유니스트 일반대학원 이공계열을 기준으로 최소 석사는 월80만원 박사 과정은 월110만원 이상씩 생활 보조금(학연장려금) 지원을 교수가 의무적으로 해야만 한다. 연구 과제비 상황에 따라 그 이상을 더 주는 경우가 많다(최대 석사 월180만원, 박사 월250만원). 이렇듯 대학원을 다니면 부모님으로부터 전혀 경제적인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오히려 자기 개발과 미래 준비를 위해 나라와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후원을 해주므로 훨씬 본인에게 이로우며 경제적인 문제는 전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평균적으로 6년 정도 본인을 위해 투자한다면 전문적 연구원으로 기업체 연구소 또는 국공립기관 연구소에서 근무할 수 있다.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통해 국내나 해외에서 안정적인 급여를 받으며 더 연구할 수 있다. 해외에서 박사후연구원을 보내는 것은 공식적으로 연구도 하고 해외 생활도 즐길 수 있다는 매력적인 장점이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해외 연구소나 국내외 학교에서 교수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교수는 또한 창업을 장려하고 있어서 훨씬 더 자율성을 가지고 자유로운 창업 활동이 가능하다. 

결국 청춘의 시간을 투자한 박사학위 취득은 비용도 들지 않으면서 전문적인 직업을 찾는 효율적인 방법이며 박사창업의 기회까지 가질 수 있어서 21세기 시대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 21세기형 박사학위 인재 (또는 창업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지금부터 유니스트만의 특화된 실전형 교육방식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전통적인 교육방식은 미괄식 구성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기존 학부교육은 여러가지 다양한 전통 교과목을 배우고 나열하는 방식이어서 이것에 대한 활용을 이해하기가 매우 어려운 단점이 있다. 대학원에 가서야 겨우 학부 교육의 의미를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고 교육의 참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이것은 대학원 진학을 열망하며 20세기를 살아온 세대에게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 MZ세대라 일컬어지는 고등학생들은 온라인을 통한 짧은 메시지나 동영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3분이 넘는 영상은 잘 보지도 않는다. 이러한 MZ세대에 학부 4년 동안 기다리고 대학원에서도 몇 년을 기다려야 그 결과를 보는 것은 잘 맞지 않는다. 특히 현재 교육의 문제 중 하나는 과학고나 영재학교의 교육이 대학과 단절되어 있다는 것이다. 과학영재로서 졸업한 학생들이 고교 때 배운 내용을 다시 대학 1학년 때 배운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일반 고교는 수학과 과학과목에 대한 교육이 예전에 비해 범위가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대학에서 필요한 교육 수준과 범위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한데 고교 교육의 범위가 좁아진 느낌이다. 예전처럼 넓게 배워야 도움이 되고 누구나 열심히 하면 혼자서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좁고 깊게 하다 보니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들로 넘쳐난다. 일반고에서는 과학과 수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대학을 입학하게 되니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 굉장히 힘들어한다.

그러면 이러한 일반고 또는 과학/영재 고교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유니스트는 어떠한 교육을 준비하고 있는가? 유니스트는 모든 고등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두괄식 구성의 실전형 교육을 제시한다. 실전형 교육이란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와 연구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교육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학부교육으로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누구나 원하면 수강할 수 있는 전공 모듈형 교과목(One day lecture)과 POL(Prototype-Oriented Learning)이라는 교과목을 개발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과목들은 현재 진행되고 연구 또는 산업현장의 이슈들을 교과목화 한 것으로 보면 된다. 먼저 전공 모듈형 교과목은 하루 6시간씩 4일간 총 24시간 수업(이론 8시간 실습 16시간)을 제공해 1학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연구주제를 놓고 이것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핵심만 설명해서 기본원리와 내용을 이해하는 방식이어서 누구나 접근가능하다. 필자도 모듈형 교과목으로 “빛을 이용한 암치료”라는 수업을 1학년부터 4학년 대상으로 지난 겨울방학 계절학기에 개설했고 학생들로부터 아주 좋은 반응을 얻었다. 4일동안 매일같이 이론 및 실습으로 구성돼 학생들이 배운 이론을 바로 실험을 통해 인지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론으로 이 과목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전통적인 화학의 여러 과목 중에서 필요부분만 발췌해서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니 학생들의 이해도가 크게 증가하고 본인이 무엇을 공부하면 되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즉 단지 4일만 투자하면 스스로 공부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매 학기 2~4개씩 모듈형 과목이 개발되고 있어 다양한 학생들의 관심을 충족할 수 있고, 일반인에게도 개방되어 있어 누구나 원하면 평생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여기서 좀 더 심화된 연구내용을 배우고 싶은 것이 1학기 기반의 POL 교과목이다. 이는 실전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개의 교과목 핵심내용을 추려서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하는 것이다. 개발된 교과목으로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은 과목이 1학기 동안 진행되고 주요 이론과 실습을 통해 실제 자동차를 만드는 것을 학생들이 해볼 수 있는 것이다. POL 교과목도 역시 매년 2~4개씩 개발되고 있다. 이밖에 AI기반으로 한 교과목 개발이 모든 학과에서 진행되고 있어서 현대 과학의 흐름에 부합하는 교육과정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수업을 통해 더욱 심도 있게 공부하고 싶으면 연구실에 학부인턴 연구원으로 참여(학부생 인턴쉽 프로그램)해 진행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유니스트가 개교 이래 계속해서 진행해온 전통이고 매우 잘 갖추어져 있다. 이로 인해 우수한 연구원들이 학부 때부터 양성돼 대학원 때 좋은 연구 결과를 내게 되는 주요 이유 중 하나이다. 즉 유니스트 교육은 산업현장이나 현 연구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들을 학부 학생들에게 제공해주고 스스로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본인이 관심 있고 공부가 필요한 교과목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어서 연구자로서 (또는 창업인재)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교육을 유니스트는 제공한다고 자부할 수 있다.

21세기형 대학교육의 한 방향으로 유니스트가 추구하고 있는 교육과정과 이를 통해 연구자로 성장하는 것의 의미와 장점을 풀어보았다. 앞으로 21세기를 넘어 22세기까지 지속될 수 있는 먼 미래를 가진 고등학생 또는 대학생에게 바라는 것은 20세기형 교육과 직업관에서 벗어나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미래 직업으로 시대의 흐름이 아닌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이를 통해 평생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전문인으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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