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학기는 오미크론이라는 새로운 코로나 변종과 함께 시작되었고, 나름 정부와 대학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 대처하고 있다. 최재천 교수의 말을 빌리면 바이러스 역시 진화해 숙주를 죽임으로 바이러스 자신도 살 곳을 잃는 상황에서 숙주와 함께 할 수 있는, 즉 치명률은 낮으나 전파력이 강한 바이러스로 스스로 진화한 것이다. 물론 방역을 위한 최대한의 노력의 성과 역시 무시할 수 없지만 바이러스 자신의 생존을 위한 일종의 진화가 우리에게 그나마 코로나 상황으로부터의 출구를 주고 있다.

우리 사회 역시 코로나로 인한 불가피한 환경의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특별히 대학을 포함한 초중고 교육기관들은 이 시기에 비대면 수업에 대한 압력에 대응해 다양한 수업 방식과 도구를 개발했고,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비록 자발적이 아닌 코로나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변화이기는 하나 이를 계기로 교육계 전반에 대한 생산적 진화가 있기를 기대하며 필자는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박민규 고려대 인재발굴처장(통계학과 교수)
박민규 고려대 인재발굴처장(통계학과 교수)

필자가 생각하기에 현재의 공교육이 비정상이라는 숨은 뜻을 가지고 있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대한 특별법[약칭: 공교육정상화법]’에 포함된 조항들의 상당수는 대학과 대학 입시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는 비정상적인 공교육의 원인이 상당 부분 대학에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교육에 대한 정의는 다양할 수 있으나 사교육과 대립하는 개념이며,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에서 제공하거나 혹은 대학생이 받는 교육을 의미하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물론 대부분 고교 졸업생이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대학의 역할이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의 제안과 실천에 있어 국가 교육과정을 맡고 있는 초/중등학교 그리고 시/도 교육청과 교육부의 역할이 더 크다는 것 역시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초중고 학생들이 국가가 제공하는 공교육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교육 시장에 몰리는 원인은 무엇이며, 왜 가르치는 역량을 가진 많은, 우수한 인재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인가? 교육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한 대학의 입학 업무를 일정 기간 책임지는 필자는 먼저 시장 원리를 적용해 보았다. 공교육 현장에서 볼 수 없는 보다 우수한 환경, 전문성을 가진 강사의 강의가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으며, 과거 국가가 감당할 수 없는 중학교 졸업생들의 교육을 위해 허가한 많은 사립 고교와 사범대학이 이제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고교의 환경이 취약해지면서 더 이상 고용이 되지 않는 교사 자격을 가진 졸업생들은 생존을 위해 사교육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사교육 시장은 공교육에 속한 교육기관보다 유연하게 정부의 교육 정책과 대입 정책 변화에 대처함으로 매번 진화해 왔고, 이를 인정한 공교육 기관들의 선생님들은 오히려 학생들에게 사교육 기관을 권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더욱 불행한 사실은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사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가진 부모의 자녀라는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는 하나, 국민의 교육권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무책임으로 인한 교육 양극화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에 대한 담론과 철학이 사라진지 오래된 시점 그리고 다소 그 정의가 모호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 불리는 이 시기에 우리는 교육 전반에 대한 질문을 구성하고, 이에 대한 답을 고민해야 할 될 것이다. 먼저의 질문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며, 그 역할은 어디서 감당할 것인가?”이다. 당연히 답은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에 대한 교육의 목적에 따라 달라질 것이며, 상당한 수준의 각 분야의 전문가 및 국민 모두의 의견이 모아진 후 얻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일련의 산업혁명 이후에 교육의 목적과 방향이 생존 혹은 생활을 위한 훈련의 도구로 전환되었다는 사실은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인간의 노동을 기계가 대체하였던 산업혁명의 과정에서 경험했던 여러 가지 어려움과 난제들의 해결과정으로부터 4차 산업혁명, 그리고 인공지능 등이 많은 직업을 대체할 미래 사회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학생들을 향한 교육의 내용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민주화 이 후의 세대들이 국가 및 세계의 일원으로써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소양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에 대한 답변과 적절한 교육 방식에 대한 연구 역시 기성세대가 감당해야 할 것이다.

중단기적으로는 학령인구 감소가 모든 교육 분야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 과정에서 현재의 입시 중심 교육을 개편해 사교육 시장을 건전하게 전환하는 방안 역시 속히 제안되고 실행돼야 할 것이다. 우선은 고교 교육의 의무화와 더불어 현행의 3년 고교 과정을 4년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제안해 본다. 이를 위해서 유치원 교육 역시 국가가 감당해 부모의 보육 부담을 줄이는 방안 역시 함께 적용해야 할 것이다. 고교 교육 기간을 4년으로 확장해 진로를 위한 추가적인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은 취업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 변질된 대학 교육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교의 교과 과정의 다양화 및 고교 규모의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운영이 어려운 고교들을 통합하고 취업 및 고등교육 기관으로의 진학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의 제공이 가능하도록 고교 시설을 확충하고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고용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사교육 시장에서 활동하는 인력을 흡수하며, 공교육의 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재정과 법적인 걸림돌을 제거해야 하나 주 4일 근무제가 논의되는 현실과 고도화된 시스템에 의해 인간이 대체될 분야의 확대로 인한 실업자 증가를 고려하면 지금이 이를 고민하고 시행할 수 있는 적절한 시점으로 판단된다. 다만 1972년부터 시행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의해 내국세의 약 20%에 해당하는 교부금의 재원은 1990년 26.8조원이었던 총 국세 실적이 2021년에 314.3조원으로 10.8배 증가한 것과 더불어 같은 시기에 초중고교의 총 학생 수는 942만9000명에서 532만3000명으로 77% 감소한 것을 감안할 때 재정적인 부분은 특별히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대학의 자율적인 운영 확대 역시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오랜 기간 동안의 등록금 동결로 인한 대학, 특별히 사립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은 이미 그 한계에 다다라 있으며, 곧 많은 사립대학의 재정은 바닥이 드러나 흔한 표현으로 문을 닫게 될 것이다.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은 우선적으로 대학 자체에서 이루어져야 하나 대학의 이러한 노력을 가로막는 여러 형태의 규제들은 이제 사라져야 할 것이다. 대학 진학률이 70%를 넘는 상황에서 교부금이 고등교육 기관에는 배정되지 않는 것 역시 시대 모순적이다. 

원인이 무엇이든지 간에 현재 모든 분야에서 변화에 대한 압박은 거세어지고 있고, 교육 분야 역시 이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현재의 교육에 노출되어 있는 학생들은 AI와 자동화 알고리즘이 많은 직업을 대체할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며, 따라서 인간만의 독특한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중진하며, 또한 늘어나는 자유 시간의 활용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그 해결책이 무엇일지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개인과 국가의 발전은 고사하고 그 교육 자체의 의미마저 위협받고 있다. 급격한 변화로 인해 요구되는 교육 내용의 혁신적인 변화와 함께 이에 부합하는 법과 제도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의 발전적인 진화가 필요한 시기임을 모두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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