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입시 개막 앞두고 2개교 기출문제 공개에 그쳐’.. ‘수요자 눈높이 대입 영향평가보고서와 격차’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올해 첫 시행한 ‘영재학교 입학전형영향평가’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전국 8개 영재학교 가운데 입학전형영향평가의 일환으로 세종영재와 대구과고가 전년 기출문제를 최근 공개했다. 2단계 3단계 기출문제를 전면공개한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공개의 수준과 시점이 수요자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데 있다. 특히 이미 시행 8년 차에 접어든 대학의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 수준과 격차를 여실히 드러내면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 ‘면피성 공개’ ‘오히려 사교육 조장’이라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고입 최대 사교육 유발 입시를 진행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영재학교의 입학전형영향평가는 사교육 유발 효과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부각시키고 말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우선 영재학교 영향평가의 눈높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다. 수요자들의 눈높이는 이미 시행 8년 차를 맞은 대학들의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대학 선행학습영향평가는 기출문항과 해설, 가이드 라인, 출제의도 채점기준 모범답안 등 상세한 정보를 담아 교과과정 내 운영을 유도하고 수험생의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도록 유도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올해 영재학교 2개교의 영향평가 면모는 단순히 출제문항만을 공개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올해 시행 8년 차를 맞은 대학들의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는 수험생들에게는 대학의 ‘기출문제집’ 격으로 활용된다. 올해 2개 학교에서 보여준 영재학교 영향평가는 전년도 기출문항만 공개했다. 정보가 부족한 학생들은 또 다시 기출문항을 들고 사교육 시장으로 가라는 얘기를 하는 듯하다. 그간 ‘깜깜이’로 운영해온 영재학교 전형의 기출문항을 공개한 데에는 사교육 의존도 경감이 목적이었다. 올해 첫 공개이긴 하지만 너무 실망스럽다. 오히려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개 시점에 대해서도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영재학교 영향평가 공개 시점은 애초 정해져 있지 않다는 데서부터 본질적 문제를 안고 있다. ‘내년 입학요강 발표 전까지’ 고교 자율로 정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영재학교/과고 개선방안에 담긴 영재학교/과고 영향평가보고서는 다음해 모집요강 발표 전까지 공개토록 하고 있다. 다만 공개일정이나 공개방식 등은 특별히 정해진 게 없고 홈페이지에 공개하거나 모집요강에 포함해 공개하는 등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5일 현재 입학전형영향평가를 공개한 곳은 전국 영재학교 8개교 중 대구과고 세종영재의 2개교다. 대구과고와 세종영재는 학교 홈페이지에 2022학년 2,3단계 기출문항을 탑재하고 있다. 이 외 6개교도 2023모집요강 발표 시까지 2022학년 기출문항을 홈페이지나 모집요강에 포함해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영재학교 8개교의 모집요강 발표 시기는 4월30일부터 5월3일까지였다. 결국 올해 영향평가 공개는 최악의 경우 5월 초까지로 늦춰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교육전문가는 “수요자의 눈높이에서 보면 현재 영재학교 전형운영의 불합리성은 심각한 상태다. 전형운영의 불합리성이 고입 사교육 최대 유발 전형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전국모집의 특성과는 무관하게 교육부 과기부는 물론 시도교육청까지 당국이 얽히면서 전형운영이 왜곡되는 측면이 크다. 고입전형의 기본이 되는 시도교육청의 고입입학전형 기본계획이 3월 말 공개된다. 요강은 3월 이후 공개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영재학교 입시는 현재 전후기로 나눈 고입 가운데 특차의 성격으로 가장 먼저 진행된다는 점에서 학교는 전형 수립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을 수밖에 없는 애로점을 지닌다. 하지만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올해 입시의 틀은 언제나 전년 전형에 맞춰 준비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불확실성을 지닌다. 이번 영향평가의 공개 역시 6월 입시 개막까지 늦춰질 수 있다. 수요자들에게 입시 한 달 전 기출문제 공개가 이뤄지고 개막 직전 요강이 공개되는 전형운영을 계속한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다. 학교들은 실적이나 경쟁률까지 비공개하기도 하면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정책당국이나 학교당국 모두 사교육에 기댈 수밖에 없는 수요자 입장을 한 번이라도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3학년 영재학교 8개교의 전형요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학교별 학사일정을 보면 입시일정은 6월 개막 예정이다. 원서접수는 학교별로 5월 말부터 6월 중에 실시하고 2단계 전형은 8개교 모두 7월10일 실시로 결정해 지난해처럼 중복지원을 막았다. 3단계 전형은 학교별 8월 중 실시할 예정이다. 영재학교의 총 모집인원은 789명이다. 한국영재 서울과고 경기과고 각 120명, 대구과고 광주과고 대전과고 각 90명, 세종영재 84명, 인천영재 75명이다. 전형별 모집인원 등 세부사항은 모집요강 발표 이후 확인 가능하다.

올해 첫 시행한 ‘영재학교 입학전형영향평가’의 실효성의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영재학교 중 올해 가장 먼저 입학전형영향평가를 발표한 세종영재 /사진=베리타스알파DB
올해 첫 시행한 ‘영재학교 입학전형영향평가’의 실효성의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영재학교 중 올해 가장 먼저 입학전형영향평가를 발표한 세종영재 /사진=베리타스알파DB

<’영재학교 입학전형영향평가’ 첫 시행.. ‘사교육 활성화’ 우려>
‘영재학교 입학전형영향평가’는 2020년 11월 교육부가 발표한 ‘영재학교/과고 입학전형 개선방안’에 담긴 내용이다. 개선방안으로 ‘영재학교 중복지원 금지’ ‘지역인재 선발’ 등 굵직한 내용들이 발표됐다. 그 중 ‘영재학교 입학전형영향평가’를 의무화해 전년도 기출문항을 공개하도록 규정했다. 쉽게 말해 3단계 전형으로 운영되는 영재학교 입시에서 2,3단계 기출문항을 공개하도록 정한 것이다. 사교육이나 선행학습 유발 정도를 점검해 입학전형을 개선하고, 입학 관련 정보를 누구나 손쉽게 확인,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과고는 이미 2011학년부터 입학전형영향평가제를 운영하고 있다.

영재학교는 그간 입학전형에서 선행학습과정 문제가 출제되는 등 ‘고입 최대 사교육 유발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상위 교육과정 문제 출제, 선다형이나 단답형 위주의 지식평가, 과다한 문항 수 등으로 인해 사전 시험 준비가 필수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복잡한 전형구조에도 불구하고 학교당국이 전형의 세부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증폭돼 왔다. 실제 2021영재학교 응시생 설문조사 결과, 응시생의 78%가 학원이나 과외를 비롯한 사교육을 통해 영재학교 입시를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출문항 공개로 기존 ‘깜깜이’ 입시에선 벗어났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는 게 현장 반응이다. 발표일정이 정해져 있지 않아 학교별 발표일정이 들쭉날쭉한 데다가 충분한 준비기간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5일 현재까지 입학전형영향평가를 공개한 곳은 영재학교 8개교 중 대구과고 세종영재의 2개교다. 대구과고와 세종영재는 학교 홈페이지에 2022학년 2,3단계 기출문항을 탑재하고 있다. 이 외 영재학교들도 모집요강 발표시까지 전년 기출문항을 공개할 예정이다. 2월11일 가장 먼저 영향평가를 공개한 세종영재의 경우, 2단계 영재성평가의 수학역량평가 과학역량평가와 3단계 창의면접Ⅰ 창의면접Ⅱ 기출문항을 공개했다.

한 교육관계자는 “영재학교 출범 20년 차를 맞이해 그간 비공개였던 기출문항을 의무 공개하도록 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선행학습 출제 점검을 넘어 학생들의 사교육비 경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본다. 보고서를 보면 문제만 있어서 해당 문제를 푸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은 다시 사교육 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22학년 영재학교/과고의 고입전형의 사교육 쏠림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단계 전형에서는 영재학교의 지필평가는 그대로 유지하되, 전년도부터 평가 문항을 개선하여 창의성/문제해결력 평가를 위해 열린 문항 중심, 문제풀이 과정에 대한 평가를 확대했다. 지난해부터 정해진 답이 없고 풀이과정을 중시하는 ‘열린 문항’ 방식으로 출제했다고 하더라도 여러 개의 예시 답안이나, 출제의도, 최소 문제풀이의 가이드 라인 정도는 제시하는 노력까지 이어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대학들의 선행학습영향평가처럼 공개방식이나 일정 등을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학들이 영향평가보고서를 공개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첫 보고서는 분량도 일정하지 않아 형식적 대응에 그쳤으나 지난해부터 보고서 공개 수준은 괄목할 만하게 변했다. 대학별고사 기출문항과 출제의도, 채점기준 등을 상세히 기술한 것이다. 대입전형에서 활용되는 논술의 주 교재로 쓰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구체적인 분석을 담고 있어, 사교육의 힘을 빌리지 않고 논구술 대비를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향평가가 시행된 이후 논술의 수준과 포맷도 공교육 정상화의 취지에 맞게 변화했다. 보고서 발표 기한도 정해져 있어 매년 3월31일까지 대학 홈페이지에 게재토록 시행령으로 강제하고 있다. 

반면 시행 1년 차인 영재학교 영향평가는 공개방식은 물론이고, 공개일자도 정해져 있지 않아 들쭉날쭉하다. 대학 입시전형과 비교하면 대입 4년예고제에 따라 4년 전 전체적인 큰 틀을 제시하고, 대학들은 1년 전 전형계획을 통해 내년 입시전형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을 공개한다. 그리고 5월 초 수시 모집요강을 발표한 뒤 9월 초 원서접수를 시작한다. 논술이나 면접 전형 등 대학별 고사는 수능이후 치러지는 등 준비 시간이 반년 정도로 넉넉한 셈이다.

영재학교의 입시일정은 판이하다. 지난해 기준 영재학교 입시일정은 5월 초 전형요강을 공개하고 6월 초 바로 원서접수가 시작됐다. 2단계 전형도 7월 초 시작됐다. 불과 2개월 만에 전형요강 파악과 지필고사 준비를 마쳐야 한다는 얘기다. 다른 고교유형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이다. 영재학교 다음으로 전기고 입시를 시행하는 과고의 경우 5월 초 모집요강 공개를 시작으로 원서접수는 9월 초 시작했다. 교육관계자들은 “모든 고교유형 중 영재학교가 가장 먼저 고입을 시행하는 불리함을 감안하더라도 한 달이라는 준비기간은 너무 촉박하다. 예고제가 없는 고입은 1년 전, 최소 겨울방학에라도 전형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질수록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시도교육청 일정 조율 등 전형요강 발표 시점을 앞당기기 어려운 경우 최소 영향평가보고서라도 사전에 홈페이지에 공지해 수요자들의 충분한 준비 기간을 확보해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영재학교 학교운영 성과평가’ 의대 진학 “정부차원 대책 마련돼야”> 
영재학교는 과학기술 분야 인재 양성이라는 설립 목적과 학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졸업생들의 의약계열 진학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교육부가 밝힌 2020년 영재학교 졸업생 의약계열 진학비율은 전체 졸업자의 6.8%에 해당하는 56명이었다. 특히, 서울과고 졸업생의 의약계열 진학은 매우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재학교 의대 진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영재학교/과고 입학전형 개선방안’에 영재학교 학교운영 성과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평가지표에는 이공계 진학비율을 포함하는 등 의약계열 진학비율이 높은 학교 관리를 강화한다. 이는 학교운영 성과평가 표준안 등 정책연구, 법령 개정 등을 거쳐 ‘제5차 영재교육진흥 종합계획(2023-2027)’에 반영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학교 설립취지에 따라 내실 있게 운영되도록 하고 영재교육 기회를 넓히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영재학교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의약계열 진학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나름 대책을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실제 영재학교 8개교 모두 이전부터 장학금 회수와 추천서 작성 금지 등의 조치를 행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재학교 학생들의 의약계열 진학률은 갈수록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장학금 회수와 의대 진학 중 전자를 택한 학생들에게 추가적인 제재를 가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숙사와 독서실 사용 금지, 일반고 전출 등의 방안은 재학생에게만 해당된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등 교육과정과 상이한 영재학교 교육 특성상, 영재학교 출신 학생들은 대부분 재수를 통해 의대 진학을 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시행한 블라인드 평가도 일반고 학생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영재학교 등 특목/자사고가 대거 입학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실제 2022수시에서 SKY 의약계열의 영재학교/과고 출신 합격자는 22%를 차지하기도 했다. 강득구(더불어민주) 의원이 올해 1월18일 교육부로부터 받은 전국 영재학교/과고 2022학년 수시 의약계열 지원자 현황에 따르면, 영재학교 학생이 141명, 과고 학생이 257명이다. SKY 전체 의약계열 합격자의 22%에 해당하는 규모다. 영재학교는 서울과고가 49명으로 전국 8개교 중 가장 많다. 과고는 세종과고가 51명으로 전국 20개교 중 가장 많다. 이들 대학의 2022수시 최초합격자도 영재학교/과고 출신이 가장 많다. 연세대 의예과는 최초합격자 98명 중 34명(34.7%), 고려대 의예과는 52명(29.4%), 서울대 의예과는 5명(4.7%)이다.

영재학교 학생들의 의약계열 진학은 더 이상 학교 차원에서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영재학교가 아닌 다른 고교유형 관계자 역시 현장에서 학생들의 의약계열 진학 열풍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는 실정이다. A자사고 관계자는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이공계열 진학을 유도하는 자체적 노력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현재 대입 흐름에선 학생들의 의약계열 진학 열풍을 막을 수 없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2023학년에도 정시 확대와 통합형 수능의 구조적 유불리 문제로 영재학교의 의대행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고교의 해결방법은 제한적이라는 점을 봤을 때 정부나 의대가 나서 진학 자체를 막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 교육관계자는 “4차산업 혁명 흐름에서 국가발전을 이끌 우수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해 지금이라도 정부나 대입의 주체인 의대가 나서 영재학교/과고의 출신의 진학을 막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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