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선호도 중심 확대”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2022정시에서 9개 지방거점국립대 인문계에 최초합격한 이과생이 평균 12.6%인 것으로 집계됐다. 합격자 4180명 중 525명이 수학에서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한 이과생이다. 개별 대학으로 보면 경북대가 26.6%(미적분/기하 147명, 전체 합격인원 552명)로 비율이 가장 높다. 정경희(국민의힘) 의원실이 거점국립대 10개교(서울대 포함)로부터 받은 인문계 학과 338개의 정시최초 합격자 현황을 종로학원이 분석한 결과다. 

앞서 11일 정경희 의원실이 공개했던 서울대의 경우 인문계에 최초합격한 이과생은 44.4%에 달한다. 전체 합격인원 486명 중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이과생이 216명이다. 첫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진 2022수능에서 상대적으로 수학에서 고득점을 받은 이과생이 인문계에 교차지원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실제 합격으로도 이어진 모습이다. 10일 진학사가 발표한 ‘정시 합격예측 및 점수공개 서비스 이용자 데이터 자체분석 결과’ 자료를 보면, 2022수능에서 서울대 인문계에 교차지원한 이과생은 28.07%로 나타났다. 지난해 0%와 비교하면 상당한 결과다. 게다가 실제 서울대 이과생 합격 비중이 44.4%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통합형 수능의 구조적 유불리로 인해 올해 상당한 문과 재수생이 양산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교육부가 첫 문이과 통합형 수능을 도입하면서 ‘문이과에 따른 유불리는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사실상의 대입 정책 실패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교육전문가는 “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온전히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구조적인 문제’다. 선택과목 간 난이도 조절은 물론, 공통과목 선택과목 간 난이도 역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3대입에서도 문이과 유불리에 대한 학습효과로 인해 이와 같은 흐름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9개 지거국 가운데 인문계 학과에서 이과생의 교차지원 합격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북대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9개 지거국 가운데 인문계 학과에서 이과생의 교차지원 합격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북대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경북대 26.6% ‘최고’.. 부산대 전북대 톱3>
교차지원으로 합격한 비율이 가장 높은 서울대(44.4%)를 제외하고 지거국 9개교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4180명의 합격자 중 525명이 미적분/기하 선택자로 12.6%를 차지한다.

개별 대학 중에선 경북대가 26.6%(147명/552명)로 가장 높다. 이어 부산대 15.5%(84명/542명), 전북대 12.8%(84명/656명), 충남대 11.2%(47명/418명), 제주대 11%(55명/500명) 순으로 10명 중 1명이 넘는 꼴로 교차지원 합격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거국 중 상위권 대학인 경북대 부산대에서 교차지원이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대체로 이과에서 문과 교차지원은 대학 브랜드 선호도 위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남대 9.3%(42명/452명), 강원대 7.5%(34명/452명), 경상국립대 6.1%(19명/312명), 충북대 4.4%(13명/296명) 순이다.

학과를 기준으로 보면 서울대를 포함한 거점국립대 10개교 338개 인문계 학과의 60.4%인 204개 학과에서 이과생 교차 합격자가 발생했다. 교차지원 합격자가 발생한 204개 학과의 이과생 평균 합격 비율은 20.8%로 5명 중 1명 꼴이다.

이과생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학과는 18개다. 이과생 비율이 높은 학과를 살펴보면 충남대 해양안보학전공(남자)는 100%,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94.6%, 경북대 영어교육은 91.7%나 된다. 80%대는 서울대 심리학부 88.9%(8명/9명), 서울대 간호대학 84.2%(16명/19명), 경북대 교육학과 80%(4명/5명)의 3개 학과, 70%대는 서울대 의류학과 77.8%(7명/9명), 서울대 지리교육 71.4%(5명/7명)의 2개 학과 순으로 나타났다. 60%대 2개, 50%대 8개 학과다.

인문계에서 선호도 높은 학과인 경영/경제에서는 서울대 경제 44%, 서울대 경영 43.1%, 경북대 경영 34.6%, 경북대 경제통상 26.2%, 부산대 경영 24.4% 순이다. 강원대 경제정보통계, 경상국립대 경영정보, 제주대 경영학과, 충북대 경영정보, 충북대 국제경영 등에서는 교차지원 합격자가 없다.

대학별로 교차지원 합격자 비율이 높은 학과는 충남대 해양안보학전공(남자) 100%,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94.6%, 경북대 영어교육 91.7%, 부산대 실내환경디자인 57.1%, 전북대 공공인재학부 43.5%, 제주대 초등교육 39.6%, 강원대 정치외교 33.3%, 전남대 영어교육 33.3%, 경상국립대 철학과 28.6%, 충북대 사회학과와 심리학과 각 25% 순이다.

반면 교차지원 합격자가 한 명도 배출되지 않은 학과는 338개 학과 중 134개 학과로 전체의 39.6%다.

<서울 이과생 교차지원 비율 서강대 80.3% 최고.. 서울시립대 한양대 연세대 중앙대 순>
2022정시에서 이과 수험생의 인문계 교차지원 경향은 서울 소재 대학에서도 드러난다. 서울교육청 산하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17일 서울 지역 고3 및 재수생 3163명(이과생 1852명)의 실제 정시 지원 사례 9120건을 취합한 결과 이과 수험생의 인문계 교차지원 비율은 서강대 80.33%, 서울시립대 80%, 한양대 74.46%, 연세대 69.6%, 중앙대 69.31% 순으로 나타났다. 합격자 비율은 아니지만 그만큼 교차지원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다. 

수치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서강대는 인문계 모집단위에 지원한 62명 중 50명이 미적분/기하를 응시한 이과생으로 80.33%다. 이어 서울시립대 80%(이과생 24명/인문지원 30명), 한양대 74.46%(35명/47명), 연세대 69.6%(72명/103명), 중앙대 69.31%(127명/183명), 경희대 65.85%(56명/85명), 건국대 60.61%(41명/67명), 서울대 60%(15명/25명), 고려대 45%(28명/62명), 동국대 43.18%(41명/95명) 순으로 톱10다. 이어 홍익대 41.38%(61명/147명), 성균관대 38.47%(30명/79명), 광운대 32%(18명/55명), 숭실대 30%(26명/87명), 명지대 29.34%(22명/76명), 한성대 27.66%(13명/48명), 숙명여대 27.5%(24명/87명), 세종대 26.92%(14명/53명), 서울과기대 22.22%(2명/10명), 한국외대 20.37%(23명/114명), 국민대 18.86%(11명/60명), 이화여대 18.18%(10명/55명) 순으로 미적분 기하를 응시한 서울 이과생의 인문계 교차지원 비율이 높다.

앞서 서교연이 대학별 입학처 조사를 통해 공개한 실제 교차지원 비율과 비교해 보면 서울 이과생이 전국 이과생보다 상위대학에 더 많이 몰렸음을 알 수 있다. 각 대학 입학처가 공개한 실제 교차지원 비율은 서강대 60%, 중앙대 56%, 서울시립대 55%, 인하대 40%, 동국대 28%, 성균관대 25.5%, 한국외대 15% 순으로 나타났다. 

<수치로 드러난 선택과목별 유불리 문제, ‘손 놓은 교육당국’>
2023학년에도 이과에서 문과로 교차지원하는 양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문과생들이 더욱 불안해진 상황에서 수학에서는 미적분, 국어에서는 언어와매체를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대표는 “2023학년에 선택과목 간에 어떤 수준대 학생들이 몰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본인의 학습 부담을 무시한 채로 섣부른 이동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수험생들은 인지해야 한다”며 “상황에 따라서 대학들은 이과에서 문과 교차지원을 사탐, 과탐에서 변환표준점수 등의 조정을 통해 불이익을 줄 가능성도 수능 이후에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육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이과생의 교차지원 현상에 대해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고 입을 모은다. 첫 통합형 수능으로 치러진 2022수능은 이미 3월학평과 4월학평부터 유불리 논란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통합형 수능의 구조적인 문제는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당국발 인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모의고사의 첫 단추였던 3월학평 당시 교육업계에선 수학 선택과목 간 유불리에 더해 영어 간접연계 100% 출제 영향으로 인문계의 수시 수능최저 충족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고, 인문계 대상으로 수능최저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평가원은 점수 조정 방식을 통해 유불리를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한 데다, 선택과목별 세부통계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깜깜이 정시’를 자초했다. 게다가 2022수능은 ‘역대급 불수능’ ‘깜깜이 수능’ ‘출제오류’ 등 역대급 최악의 수능으로 평가됐지만 아직까지도 교육부의 차원에서의 사과나 통합형 수능의 구조적 문제 개선에 대한 의지는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이미 선택과목별 유불리 문제는 앞서 3월부터 교육현장에서 꾸준히 지적해 온 문제인 만큼 교육부는 쉽게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올해도 통합형 수능이 치러지는 만큼 ‘깜깜이 입시’가 재현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수능에 대한 학습효과로 자연계 교차지원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 켠에서는 올해 탈락한 인문계 학생의 재수와 자신의 성향에 맞지 않는 학과에 상향 지원한 자연계 학생들의 반수도 덩달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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