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중 지정취소 부당” 법원 1심 판결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서울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의 특성화중 지정을 취소한 서울교육청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이 특성화중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교육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7일 1심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청은 대원/영훈이 국제중 지위를 유지할 경우 공공의 이익이 침해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년부터 일반중으로 전환될 예정이었던 대원/영훈은 법원 판결에 따라 당분간 국제중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두 학교는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재지정취소 효력집행정지를 환영한다”며 향후 본안 소송에도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청은 이날 대원과 영훈을 일반중으로 전환하라는 처분을 취소하라는 청구를 인용한 법원 판결에 즉각 항소한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국제중 평가는 관련 법령에 따른 공적 절차로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됐는데도 평가 결과를 뒤집은 법원 판결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항소를 통해 평가의 공정성과 정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이뤄지고 공교육 정상화의 길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청은 설명자료를 통해 “2025년이 되면 자사고/외고/국제고가 모두 일반고로 전환, 고교 과정에서의 서열화가 해소되는 상황임에도 불구, 의무교육 단계인 중학교 과정에서 국제중을 존립시킴으로써 교육 불평등이 지속될 것”이라며 “국제중이 설립되면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등 어린 나이부터 입시경쟁에 시달리고, 그에 따라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1월 자사고 관련 항소를 중단한 것은 2025년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따라 의미가 축소된 소송을 끝내기 위한 것이며 이번 소송과는 의미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서울청은 2019년 지정취소 처분된 8개 자사고와의 지정취소 불복 소송 1심에서 모두 패소하고 항소를 제기했으나 최근 취하했다. 하지만 국제중과의 소송은 패소했음에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힌 것이다. 자사고의 경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2025년 전국 모든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소송의 실익이 없지만 국제중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청은 교육부를 향해 “교육의 공공성은 시대적 흐름이다. 교육부에 자사고의 경우처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국의 국제중을 모두 일반중으로 일괄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고 요구했다. “국제중은 연 평균 1인당 1000만원이 넘는 과도한 학비를 부과해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고, 학생들이 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되는 진입장벽으로 인한 좌절감을 겪게 하는 등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20년 8월에도 법원이 대원/영훈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자 서울청은 경기교육청과 함께 교육부가 법을 고쳐야 한다고도 주장한 바 있다. 교육청이 지정취소를 해도 이를 무력화하는 법정 공방이 반복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에 특성화중 지정을 취소한 서울교육청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서울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에 특성화중 지정을 취소한 서울교육청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대원/영훈 소송 어떻게 진행됐나>
대원/영훈과 서울청 간 대립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청은 6월10일 “두 학교가 운영성과 평가에서 기준점 70점에 미치지 못했다”며 지정취소 처분을 내렸고, 교육부도 동의했다. 서울청은 의무교육인 중학교 단계에서 교육 서열화와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대원과 영훈의 특성화중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7월20일 두 학교의 지정 취소에 동의했다. 교육부는 국제중이 항의하고 있는 평가절차 평가기준 평가과정 등에 대해 위법성과 부당성을 찾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평가절차와 관련해 평가계획 안내, 서면/현장평가, 평가결과 통보, 청문, 교육부 동의 신청 등이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지표가 2015년 평가지표와 유사해 학교 측에서 충분히 예측 가능해 적법하다는 판단이었다. 서울청이 판단한 해당 학교들이 국제중 설립취지에 맞는 교육활동이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적정하다고 평가했다.

대원/영훈은 특성화중 지정취소에 반발하며 법원에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 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당시 한 학교 관계자는 “국제중 취소의 가장 기본이 되는 평가지표가 바뀌었지만 서울청은 지표가 어떤 경위로 바뀌었는지 공개하지 않았고, 교육부도 국제중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지정취소 기한까지 한 달 가까이 남았는데도 교육부가 졸속으로 지정취소를 결정한 만큼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8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뒤 1년 넘게 본안 소송을 이어왔다. 

<서울청, 자사고 이어 국제중까지 잇따른 패소.. 혈세낭비 논란>
지난달 27일 서울청이 관할 광역단위 자사고인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의 7개교에 대해 진행 중인 자사고 지정취소 소송의 항소를 취하하고, 같은 날 부산교육청이 관할 광역자사고인 해운대고에 대해 지정취소 처분 소송 관련 상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특목자사고의 운명은 대선 이후 이뤄질 헌법재판소 판결로 넘어가게 됐다. 교육청의 소송 취하와는 무관하게 교육부의 2019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2025년 전국 자사고와 특목고는 일반고로 일괄 전환될 예정이지만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 24개교의 학교법인이 정부의 2025년 특목자사의 일반고 일괄 전환이 헌법상 보장된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2020년 5월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서울청은 1월27일 서울 자사고 7개교와 진행 중인 자사고 지정취소 소송의 항소를 취하했다. 부산청도 같은 날 해운대고의 지정취소 처분 소송과 관련해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울청은 2019년 자사고 운영성과(재지정) 평가에서 지정취소 처분된 7개 학교와의 법적 분쟁을 끝내고 항소 취하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입장문에서 “의미가 축소된 소송을 끝내고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 따른 새로운 고교체제 개편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더 충실히 부응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인 법적 분쟁으로 인한 학교 교육력 약화가 자사고 재학생에게 피해를 미칠 수 있고, 고입 불확실성에 따른 중학교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시교육청과 자사고 교장단은 교육청-자사고 협의체를 구성해 자사고 정책과 관련한 제반 현안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조 교육감이 항소 취하를 결정한 데 대해 2심 승소 가능성도 낮고 혈세 낭비에 대한 지적도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서울청은 자사고 소송에 1억9500만원의 소송비용을 지출했다. 특목자사고 지정취소가 조 교육감의 주된 공약사항이라는 데서, ‘정치적인 이슈를 소송으로 부풀려 세금과 행정력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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