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형 수능 불리함 이어 신설학과로 구조조정 당해.. 서울대 정시 38.62% 수시 37.79%

[베리타스알파=유다원 기자] 올해부터 인문계 수험생들의 악재는 겹겹이 쌓여간다. 통합형 수능의 선택과목 체제라는 구조적 불리함으로 수시 수능최저부터 위협을 받더니 정시에선 자연계의 교차지원을 걱정해야 한다. 게다가 인문계의 올해 모집규모가 4차산업 분야 등 자연계 학과신설로 구조조정 당하면서 본격적으로 지난해보다 좁아진 문호를 감내해야 한다. 실제 2022서울대 정시 인문계 학생 모집비율은 38.62%(387명)로 지난해 39.81%(299명)보다 1.19%p 축소됐다. 정부의 정시확대 기조에 따라 정시 총 인원이 올해 1002명으로 지난해 751명보다 251명 대폭 확대되면서 인문계 모집인원 역시 88명 늘어났지만, 총 인원 대비 인문 비율을 따져보면 오히려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반면 자연계 모집 비중은 올해 64.07%(642명)로 지난해 61.78%(464명)보다 2.29%p(178명) 확대됐다. 모집인원을 기준으로 살펴봐도 자연계 확대 규모는 인문계의 두 배가 넘는다. 간호학과 소비자아동학부 자유전공학부 등 지정 선택과목이 없는 모집단위는 인문/자연 반영비율에 각각 포함시킨 규모로, 간호학과 소비자아동학부 등이 대부분 자연계 학생들이 지원하는 모집단위라는 점에서 인문계 실질 모집규모는 더욱 축소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통합선발이 이뤄지는 자유전공학부가 지난해 정시모집을 진행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37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인문/자연 비율 산출에 모두 해당되기 때문에 인문계 확대인원 88명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앞서 진행된 수시에서는 인문계 모집비율 축소양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서울대 수시에서 인문계 학생 모집비율은 올해 37.79%(859명)으로 지난해 39.39%(948명)보다 1.59%p 축소됐다. 모집인원 기준으로는 일반전형에서 60명, 지역균형전형에서 29명으로 총 89명 줄었다. 특히 국어국문 영어영문 등 순수 인문을 다루는 인문대학의 경우 전 모집단위에서 모집인원 감축이 강행됐다. 반면 자연계 모집 비중은 올해 66.08%(1502명)로 지난해 61.24%(1474명)보다 4.84%p(28명) 확대됐다.

올해 서울대 수시 최초 합격자 현황을 살펴봐도 자연계 학생으로만 이뤄진 영재학교/과고의 비율이 확대된 가운데, 인문계로만 이뤄진 고교유형 중에서는 외고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순수 인문계 학생들에게 서울대 수시의 문이 더 좁아진 상황에서 외고 출신 합격자는 2022학년 221명(9.2%)으로 2021학년 224명(8.6%)보다 비율이 늘었다. 자연계가 전혀 없는 외고 중 수시최초 합격실적에서 대원(32명)을 비롯해 대일(21명) 명덕(19명) 고양/한영(각 14명)까지 선방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수시최초 실적이 지난해보다 감소한 대일 명덕 한영 3개교 역시 수시 경쟁력 약화로 보기보다는 서울대 수시 문호가 축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력한 수시 경쟁력을 지녔다고 평가하는 게 합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반면 일반계 고교에서는 인문계 합격생이 축소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고교 블라인드 평가는 일반고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고교별 학업환경 차이를 확인할 자료가 사라지면 수시 체제가 약화된 일반고가 오히려 불이익을 얻을 수밖에 없다. 올해 인문계 모집인원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외고가 강세를 보였다는 점은, 반대로 일반고 인문계 학생들의 약화를 의미하는 지표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문계 문호 축소는 비단 서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21일 교육부가 발표한 ‘제2차 인문학/인문 정신 문화 진흥 계획’에 의하면, 지난 8년간 국내대학에서 148개의 인문계 학과가 폐지됐다. 2012년 976개에서 2020년 828개로 줄었다. 인문계 입학정원 역시 같은 기간 4만6108명에서 3만3752명으로 26.8%p 감소했다. 교육부는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로 상징되는 인문학 전공자들의 취업시장 소외가 장기화하면서 인문학 학계 전반의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4차산업 관련 신설학과 증가, 의약학계열 확대 등이 맞물리며 인문계 문호가 향후 더욱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는 점이다. 올해 상위15개대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고려대 경희대 동국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의 8개교가 총 13개 모집단위를 신설했다. 4차산업 관련 6개 전공, 약학 7개 전공 규모다. 반면 인문계 모집단위 신설은 고대 글로벌한국융합학부와 동대 문화재학과의 2개 전공에 불과하다. 한 교육 전문가는 “총 정원 내에서 학과별 모집인원을 설정하기 때문에 신설학과가 생길 경우 그 규모만큼 기존 학과들 중 비인기 학과에 대한 인원감축이 불가피하다. 최근 많은 대학이 4차산업 관련학과를 신설함은 물론, 올해 14년 만에 37개 약대 전원이 학부모집으로 전환함에 따라 자연계 모집인원이 대폭 확대됐다. 취업난 등으로 인해 비교적 적은 경쟁률을 보이는 순수 인문 학과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의 경우 올해 신설된 모집단위는 없지만, 자연계 모집단위 전반에서 정원 확대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인문계 모집 규모가 전년 대비 축소되며 인문 문호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인문계 모집 규모가 전년 대비 축소되며 인문 문호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22정시 서울대 모집비율.. 인문 1.19%p ‘축소’>
올해 서울대 정시모집비율을 분석해 보면 인문계 모집비율이 축소되고, 자연계 모집비율이 확대됐다. 다만 간호학과 자유전공학부 소비자아동학부 등 인문/자연 구분이 없는 학과의 경우 인문/자연 모두에 반영했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인문계 비율은 올해 38.62%(387명)로 지난해 39.81%(299명)보다 1.19%p 축소됐다. 정시 비율이 올해 30.6%(1002명)으로 지난해 23.5%(751명)에서 7.1%p(251명) 확대되며 인문계 선발인원 역시 지난해보다 88명 늘었지만, 총 인원 대비 인문 비율은 오히려 1.19% 줄었다.

인문계 모집인원 확대의 중심에는 자유전공학부가 있다. 통합선발을 실시하는 자유전공학부의 경우 지난해 정시모집을 진행하지 않았지만, 올해 37명의 신입생을 정시를 통해 선발한다. 인문/자연 구분 없는 선발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인문계만의 인원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정시 확대 기조에 따라 일부 모집단위 역시 모집인원을 확대했다. 통합모집을 실시하는 인문계는 올해 79명으로 지난해 46명보다 33명 확대됐으며, 정치외교학부(9명) 사회복지학과(7명) 등도 모집인원을 확대했다. 지난해 정시모집을 진행하지 않았던 언론정보학과는 올해 정시를 통해 7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반면 자연계 선발비율은 지난해보다 확대됐다. 64.07%(642명)로 지난해 61.78%(464명)보다 모집비율이 2.29%p 증가했고, 모집인원 역시 178명 늘었다.

자연계 모집단위 역시 전반적으로 확대된 가운데, 신설된 약학과에서 19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수의예과 모집인원은 올해 13명으로 지난해 6명보다 2배 이상 확대됐다. 지난해 정시모집을 진행하지 않았던 통계학과에서 올해 4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2022수시 서울대 모집비율.. 인문 1.59%p(89명) 축소>
앞서 진행된 수시에서는 인문계 축소 양상이 더욱 심각했다.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인문계 비율은 올해 37.79%(859명)로 지난해 39.39%(948명)보다 1.59%p(89명) 축소됐다. 일반이 25.03%로 지난해 26.13%(629명)보다 1.1%p(60명) 큰 폭 감소했으며, 지균 역시 12.76%로 지난해 13.25%보다 0.49%p(29명) 줄었다.

모집단위별로 살펴보면 순수 인문계인 인문대학의 정원 축소가 두드러진다. 2021수시에서는 일반전형 기준 모집단위별 10~15명의 신입생을 선발했지만, 올해는 인문대학 전 모집단위에서 각 9명의 신입생을 선발했다.

자연계 선발인원은 지난해보다 확대됐다. 일반/지균 합산 66.08%(1502명)로, 지난해 61.24%(1474명)보다 모집비율이 4.84% 증가했음은 물론, 모집인원도 28명 늘어났다. 전형별로 살펴보면 일반전형이 46.77%(1063명)로 지난해 41.5%(999명)보다 5.26%p(64명) 확대된 반면, 지균은 19.31%(439명)로 지난해 19.73%(475명)보다 0.42%p(36명) 축소됐다.

자연계 일반전형 확대의 중심에는 올해 신설된 약학과가 있다. 약학계열은 2022수시에서 일반전형을 통해 32명의 신입생을 선발했다. 반면 지균은 자연과학대와 공과대학을 중심으로 축소 양상을 보인다. 기계공학부(5명) 수리과학부(3명) 생명과학부(3명) 통계학과(2명) 화학생물공학부(2명) 조선해양공학과(2명) 등이 모집정원을 감축했다.

<약대/4차산업 관련학과 등 자연계 모집단위 ‘확대’.. ‘인문계에겐 악재’>
최근 4차산업 관련 학과 신설이 활발히 이뤄지며 인문계 문호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상위15개대를 기준으로 살펴봐도 8개교가 13개 자연계 모집단위를 신설했다. ▲경희대-빅데이터응용학과 인공지능학과 스마트팜과학과 ▲동국대-AI융합학부 ▲연세대-인공지능학과 ▲이화여대-인공지능전공 등이다. 올해 37개 약대가 전원 학부전환을 확대함에 따라 상위15개대 중 약대를 운영하던 동국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의 6개교 역시 약대 학부모집을 시작했다. 반면 순수 인문계 모집단위 신설은 고대 글로벌한국융합학부와 동대 문화재학과 2개 모집단위에 불과하다.

넓어지는 의약학 문호 역시 인문계에는 악재로 작용한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올해는 37개 약대모두 학부전환을 실시, 2022대입에서 수시 960명(55.1%), 정시 783명(44.9%)을 선발한다. 약대에서만 자연계 모집인원이 총 1743명 대폭 확대된 셈이다. 의약학계열 모집인원이 확대되면 총 정원을 맞추기 위해 다른 학과에서의 정원 감축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매년 경쟁률이 낮아지는 순수 인문학 계열을 중심으로 정원감축이 우려되는 이유다.

의약학 문호가 확대될 경우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쟁이 더욱 심화되며 인문계 최상위권의 입지를 흔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성학원 이영덕 소장은 “통합형 수능으로 인해 인문계 학생들이 수학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성적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인문/자연 구분이 없는 의학계열에 지원하려던 인문계 최상위권 학생들도 상대적으로 자연계 학생보다 불리함이 커지면서 합격 가능성을 점치기 더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통합형 수능 체제 유불리 ‘현실화’.. 2022수능 수학 1등급 89.5% ‘자연계’>
인문계 모집인원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통합형 수능의 선택과목별 유불리 논란 또한 현실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의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올해 수능에서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 중 미적분 응시자가 86%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기하 선택자는 3.5%일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수능에서 수학 나형을 응시한 학생의 22.74%(나형 1등급 인원 1만3894명/나형 응시인원 31만6039명)가 1등급을 받았던 것과 비교해 1등급 비율이 절반 이상 하락했다. 수학 선택과목(가형/나형)에 각각 등급이 발표됐던 지난해 수학과 달리 올해 수능은 통합형으로 실시돼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1등급 학생 수만 놓고 비교할 경우 지난해보다 6분의1까지 떨어진 규모다.

인문계 학생들이 수학 등급확보에 실패하며 우려했던 수능최저 미충족 사태로 번졌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84개 고교 2만126명의 올해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 고려대 대표 학종인 학업우수형의 인문계(확통 선택) 수능최저 충족률은 0.85%에 그친 것. 100명 중 1명꼴로 수능최저를 충족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이는 고대가 자연보다 인문의 수능최저를 더 높게 설정하고 있는 것과도 연관된다. 고대 학업우수형 인문은 국수영탐 4개영역 등급합 7이내, 한국사 3등급 이내의 높은 수능최저를 적용한다. 반면 자연(의대 반도체 제외)은 국수영탐 4개영역 등급합 8이내, 한국사 4등급 이내로 등급합 기준이 1등급 낮다.

확통 응시자 기준, 고대 학교추천(1.77%), 연세대 활동우수(5.18%), 성균관대 교과(5.4%) 순으로 수능최저 충족률이 5%대에 그쳤다. 반면 미적/기하+과탐 조합의 자연계를 기준으로 보면 고대 학업우수형의 수능최저 충족률은 4.61%다. 고대 학교추천(7.09%), 서울대 지역균형(7.68%), 성대 교과(8.53%), 연대 활동우수(8.55%) 순으로 인문계보다 높은 수치다.

인문계 학생들은 수시 수능최저 미충족 우려를 넘어, 이제는 다가오는 정시에서 자연계 학생들의 교차지원까지 불리함을 떠안게 됐다. 실제 유웨이가 자체적으로 수험생 모의지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연계 추정 학생의 26.4%가 인문계 모집단위에 지원할 의향이 있었다. 수능 성적이 발표된 10일부터 나흘간 모의지원 서비스에 성적을 입력한 수험생 중 수학 미적분/기하와 과탐을 선택한 약 1만2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동일 기간 자연계 학생의 8.93%만이 인문계 모집단위에 지원의사를 밝힌 것과 비교해 3배 증가한 수치다. 수능 성적이 발표된 10일부터 나흘간 모의지원 서비스에 성적을 입력한 수험생 중 수학 미적분/기하와 과탐을 선택한 약 1만2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동일 기간 자연계 학생의 8.93%만이 인문계 모집단위에 지원의사를 밝힌 것과 비교해 3배 증가한 수치다.
 
수능 성적표 배부 직후의 설문 결과라는 점에서 실제 교차지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 교육전문가는 “올해 정시모집에서는 자연계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이나 졸업 후 취업 전망 등을 고려하지 않고, 학교 명성만을 생각해 인문계 학과로 지원할 경우, 인문계 학과의 합격선이 자연계 학생들의 성적으로 인해 크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인문계 학생들의 대학, 학과 지원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올해 정시모집에서는 선택형 수능으로 인해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지난해와 많이 달라져, 지난해 입시결과를 단순 비교해 사용하는 것도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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