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경화 기자] 팬데믹의 장기화로 수많은 학교들이 교문 여닫기를 반복하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작된 원격 수업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패닉을 안겨주었고, 저조한 수업 참여도와 집중력 저하, 학력 격차 심화라는 결과와 마주하게 되었다. 모두가 문제의 화살을 ‘비대면 학습’으로 돌리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의 기세에도 오히려 성큼 성장해가는 한 온라인 학교가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스탠퍼드대가 설립한 공인 중등교육 기관인 스탠퍼드온라인고등학교다.

전 세계 30개국 출신의 학생들 900여 명이 재학 중인 이 학교에서는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학교의 역사는 15년 남짓으로 짧은 편이지만 눈부신 성과를 일군 것으로 유명하다.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MIT 스탠퍼드대 등 명문대 진학률이 미국에서 가장 높고, 졸업생 중에는 연구나 창업의 길을 걷겠다는 이들도 많다. 2020년에는 ‘뉴스위크’가 발표한 ‘전미 STEM 교육 우수 학교’ 3위, 교육 평가 전문 기관인 니치가 선정한 ‘전미 프렙 스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우수 학교 상위 10위권을 5년 연속 유지하며, 미국에서 부모들이 아이를 가장 보내고 싶어 하는 학교로 명성을 떨치고 있기도 하다. 책 ‘언택트 공부 혁명’은 100% 비대면 수업으로 대면 수업보다 훨씬 높은 학습 효율을 내고 우수한 인재를 양성한 스탠퍼드온라인고등학교의 교육법을 소개한다. 학교 창립부터 참여해 10년 넘게 교장을 맡아온 호시 도모히로의 국내 첫 출간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명확한 성과 지표와 결과로 검증된 이곳의 교육 혁신 사례는, 온라인 학습과 비대면 수업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 앞에서 고심에 빠진 교사와 학부모에게 훌륭한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온라인이 아니라 낡은 교육 방식>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원격 수업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지금도 수업과 커리큘럼, 평가 등 전반적인 학습 방식은 똑같이 이뤄진다. 반면 교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와 집중도는 훨씬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저자가 문제로 지적하는 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 하는 공간의 문제를 넘어서 가르치고 배우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는 학교에 관한 낡은 원칙을 깨고 학생의 능동적인 학습을 이끌어내기 위한 저자와 동료 교사들의 야심찬 도전과 성공담이 실려 있다. 스탠퍼드온라인고등학교에는 지루한 강의식 수업, 나이에 따른 학년제, 획일적인 커리큘럼, 시험 성적 중심의 평가가 없다. 대신 세계 최초로 온라인 반전 학습(flipped learning)을 도입해 배움의 장벽을 낮추고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를 높여, 학생이 배움의 주체가 되는 액티브 러닝(active learning)의 모범 사례로 불린다. 학년에서부터 커리큘럼, 시간표 모두 학생 개인의 학습 목표와 학업 수준, 일정에 맞춰 설계되며, 학생 한 명당 심리 상담과 학습 조언, 진로지도를 전담하는 전문 상담사가 세 명씩 배정된다. 말 그대로 한 명 한명에게 최적화된 개인 맞춤형 학습(personalized learning)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특히, 과제의 수립과 수행, 해결 전 과정을 학생 스스로 주도하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 based learning)은 실전 감각과 문제 해결 능력, 유연한 사고, 협업 등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역량을 길러준다. 나아가 저자는 이러한 학습 모델의 효과가 뇌과학적으로 어떻게 검증되었는지까지 밝히고 있어, 교육 현장에서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미래형 인재 기르는 법 제시>
2016년,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최초로 선언했다. 더불어 “과거와 같은 생각에 머문다면 미래에는 일자리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며 미래 역량으로 ‘창의’와 ‘융합’을 강조했다. 이후 5년간 ‘창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했을까? 교육 개혁을 향한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스탠퍼드온라인고등학교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롤 모델로 삼을 수 있겠다. 혁신의 산실이라고 불리는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학교답게, 스탠퍼드온라인고등학교는 최고의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기관으로 꼽힌다. 눈여겨볼 점은 STEM과 인문학을 유기적으로 융합한 교육이다. 예컨대, ‘성별과 젠더’라는 수업은 생물학자 교사와 역사학자 교사가 함께 가르치는데, 같은 주제를 두고 생물학과 역사학에서 어떻게 다르게 바라보고 해석하는지 알아볼 수 있다. 다양한 학문 분야를 횡단하며 하나의 사안도 여러 관점으로 바라보고 접목시키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새롭고 획기적인 가치를 발견하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 특히 철학은 스탠퍼드온라인고등학교가 가장 주안점을 두는 과목이다. 모든 학생은 학년마다 철학 필수 과정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할 정도다. 이 학교가 STEM 교육만큼이나 철학 교육에 이토록 공들이는 이유는 뭘까? 저자는 철학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비판적이고 유연한 사고력이 ‘게임 체인저’로 상징되는 미래형 인재의 핵심 역량과 맞닿아 있다고 단언한다. 어떤 변화 앞에서도 기회를 포착하는 미래형 인재를 기르는 법, 책 ‘언택트 공부 혁명’을 통해 찾아볼 만하다. (호시 도모히로 지음 정현옥 번역 1만2600원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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