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거리두기에 지친 우리에게 스며드는 따스한 치유의 수다 한편
- MBTI적 캐릭터 찾기가 매력인 작품

[베리타스알파=신승희 기자] 경희사이버대 문화창조대학원 문화예술경영전공은 이해성 교수의 연극 <사라지다>를 6년 만에 재공연한다고 2일 밝혔다.

연극 <사라지다>는 이해성 교수가 집필하고 연출한 작품으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던 감염병과 그로 인한 거리두기 때문에 돌아오지 않을 것 같던 거리의 불빛, 사람들의 수다와 성탄의 캐럴이 대기를 가득 채우고 있는 바로 이 시기, 2021년 12월 맞춤형 작품으로 극단 고래의 열여덟 번째 정기공연을 개최한다. 

이 공연은 이해성 교수가 쓰고 연출한 작품으로 오는 12월 16(목)부터 내년 1월 2일(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진행된다.

◇ 코로나 시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심리치료법, 친구들과의 수다 

<사라지다>는 남성 작가가 쓴 여성들의 이야기다. 언제 그렇게 여성들의 수다를 훔쳐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작가 이해성이 보여주는 여성의 세계는 생생하고 재미지다. 중학교 때부터 함께 자라고 살아온 여자친구들끼리 서로 듣기 좋은 말만 주고받는다면 현실감이 퍽이나 떨어질 것이다.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내용도 어느새 불어버리고, 허구한 날 아픈 사랑이나 해쌓고, 직장에서 상사에게 당하다 못해 막말 전화까지 하는 친구들이지만, 그래서 때로 비난도 하고 육탄전까지 해대며 거실 바닥을 뒹굴어도 네 명의 여자동창생들은 결국 가장 잘 서로를 보듬어 안고 위로해주는 사람들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돌봄 노동의 중요성은 더욱 부상했다. 집 밖이 위험해지자 사람들은 모두 집 안에서 옹기종기 시간을 보내면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삼식이’ 대열에 편입되었고 이들을 책임지는 것은 대부분 여성들이었다. 그런 여성들에게 여성 간의 수다, 여성 간의 연대가 없다면 그들은 어디에서 위로를 얻을 수 있을까? <사라지다>는 여성들이 함께 있을 때 어디까지 자기 마음을 열어 보일 수 있는지, 또 그 이야기들을 통해 얼마나 치유받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알고 보면 아슬아슬한, 균열로 가득 찬 선, “경계” 

이 작품 전반에 걸쳐 이야기하고 있는 키워드 중 하나가 ‘경계’다. 여자와 남자의 경계, 트랜스젠더와 트랜스젠더 아닌 사람들과의 경계, 장애인과 장애인 아닌 이들과의 경계... 우리는 그간 감염자와 감염이 (아직) 안 된 이들과의 경계에 얼마나 과도한 무게를 실어왔던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극 중 인물 동지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세상이 “불안한 결합”인 것만큼 사실 그 경계는 언제든 바스라져 버릴 수 있는, 이미 조금씩 균열이 나기 시작한 선이건만 사람들은 그것이 영원하고 굳건한 담장인 양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경계를 세우고, 또 지키려고 애를 쓴다. <사라지다>는 어쩌면 “사라져야 마땅한 것은 편견과 경계”라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

◇ 트랜스젠더 말복의 쓸쓸한 내면 

이 조합에 또 한 사람의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로 성전환수술을 한 트랜스젠더 말복. 아버지에서 이모로 삶의 자리를 이동한 말복은 세상을 떠난 윤주의 이모이자 이들 네 사람의 이모로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과 마주할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쓸쓸하고 절실한 위로가 필요한 인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번 <사라지다>에서는 배우 신현종이 말복의 역할을 맡았는데, 그는 이해성 연출로부터 트랜스젠더 배역 제안을 받았을 때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며, “배우가 트랜스젠더 역할을 해 보는 경험을 어떻게 거절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말로 이 역할에 대한 의욕을 내보였다. <사라지다>는 배우 신현종을 재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코로나로 거리두기를 해야 했던 그 시간에, 우리는 모두 그리웠다. 친구가 그립고 그 친구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가 그립고, 영화도, 연극도 그리웠다. 사람 간에 물리적 거리두기를 한다는 것이 이토록 심리적 경계선을 긋게 되는 일인지 우리 모두 몰랐었다. 다행히 ‘위드코로나’로 다시 친구를, 술자리를, 공연을 가까이 할 수 있게 된 지금 <사라지다>를 함께 보며 2021년 힘들었던 한 해를 겪어낸 우리 모두 서로서로 토닥여주면 좋겠다. 나와 어느 한 조각쯤은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상강, 청명, 동지, 신정의 대사를 떠올려 보며, 또 나와 한 뼘쯤 멀어 보이지만 경계를 풀고 바라보면 우리 현실 속 인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 트랜스젠더 말복의 아픔에도 공감해 보며 말이다. 

경희사이버대 이해성 교수, 연극 '사라지다' 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
연극 '사라지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