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모 대비 6.3%p ‘하락’.. 전년 6분의1 불과

[베리타스알파=유다원 기자] 6월/9월모평에 이어 2022수능에서도 자연계 학생들이 수학 1,2등급을 장악하며 그간 우려해 온 통합형 수능의 선택과목별 유불리 논란이 현실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수능에서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 중 미적분 응시자가 86%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기하 선택자는 3.5%일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확률과통계를 응시한 수험생은 10.5%(2339명)에 불과했다. 종로학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 통합수능 전환 인문, 자연 등급대별 인원 변화’ 자료를 30일 공개했다. 종로학원의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표본 약 1만2000명의 채점결과를 분석한 자료로, 실제 1등급 비율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지난해 수능에서 수학 나형을 응시한 학생의 22.74%(나형 1등급 인원 1만3894명/나형 응시인원 31만6039명)가 1등급을 받았던 것과 비교해 1등급 비율이 절반 이상 하락했다. 수학 선택과목(가형/나형)에 각각 등급이 발표됐던 지난해 수학과 달리 올해 수능은 통합형으로 실시돼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1등급 학생 수만 놓고 비교할 경우 지난해보다 6분의1까지 떨어진 규모다.

9월모평과 비교해도 인문계 수학 1등급 학생이 급감했다. 9월모평에서 확통 응시자 중 수학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이 16.8%(3803명)였지만, 본 수능에서는 1등급 학생이 10.5%(2339명)으로 6.3%p(1464명) 하락했다. 9월모평 대비 수학 공통과목의 난이도가 상승한 영향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 수능 수학 난이도를 두고 9월모평 대비 공통과목과 확통 난이도가 소폭 상승했고, 미적분은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통합형 수능은 수학 미적분과 같이 학습분량이 많다고 여겨지는 선택과목을 응시한 수험생 집단의 공통과목 점수가 평균적으로 높은 경우, 선택과목 점수 역시 다른 선택과목을 응시한 수험생들에 비해 상향조정되는 구조다. 때문에 공통과목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상대적으로 수학에 강세를 보이는 이과 학생들이 공통과목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음은 물론, 통합형 수능의 점수보정 체계에 따라 상대적으로 쉬운 확률과통계를 응시한 인문계 수험생들은 공통과목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2022수능에서도 자연계 학생들이 수학 1,2등급을 장악하며 통합형 수능의 선택과목별 유불리 논란이 현실화됐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22수능에서도 자연계 학생들이 수학 1,2등급을 장악하며 통합형 수능의 선택과목별 유불리 논란이 현실화됐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22수능 수학 1등급.. 이과89.5% 문과10.5%>
올해 수능에서도 여전히 이과 학생들이 수학에서 높은 등급을 장악했다. 종로학원의 추정 자료에 의하면, 수학 1등급 학생 중 86%는 미적분 선택자였고, 기하 선택자는 3.5%였다. 미적분/기하 모두 이과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과목이라는 점을 고려,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 중 이과생이 89.5%에 달한 셈이다.

수학 1등급 학생 중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학생은 10.5%에 불과했다. 9월모평에서 16.8%였던 것과 비교해 수학에서 1등급을 받은 문과생이 6.3%p 감소했다. 종로학원 자체 분석 결과 수학 1등급 문과생 비율은 3월학평 9.1%, 4월학평 13%, 6월모평 4.3%, 9월모평 16.8%, 수능 10.5%로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수학 2등급 역시 이과생 비율이 압도적이다. 미적분 응시자가 65.3%, 기하 응시자가 13.9%로 이과 학생이 79.2%를 차지한다. 확률과통계 응시자 중 2등급을 받은 학생은 20.8%로, 9월모평에서 20.2%가 2등급을 받았던 것과 비교해 소폭 상승했지만 유의미한 차이는 없는 수준이다.

국어 역시 선택과목별 유불리가 존재했다는 분석이다. 언어와매체가 68.1%, 화법과작문이 31.9%로 선택과목별 1등급 비율이 크게 차이났다. 올해 국어는 공통지문이 다소 어렵게 출제됐으며, 선택과목인 화법과작문과 언어와매체 모두 평이하게 출제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두 과목 모두 대체로 평이하게 출제됐음에도 불구하고 1등급 비율에 차이를 보인다는 점은 통합형 수능 체제에서 난이도 조절만으로 선택과목 간 유불리 문제를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방증한다.

<인문계 ‘수시이월 증가하나’.. ‘2023 수능 대비책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인문계 학생들의 수능최저 미충족으로 인해 상위대학에서는 수능최저 미충족으로 인한 추가모집이나 수시이월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9월모평에 응시한 21개교 5556명의 가채점 성적을 취합한 결과, 고려대 학교추천(2.18%), 성균관대 교과(4.84%), 연세대 활동우수(4.99%) 순으로 인문계 수능최저 충족률이 5%를 넘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연계 학생들의 경우 수능최저 충족률이 주요대학 평균 20%를 넘긴 것과 대비된다. 이번 수능에서 인문계 학생들의 수학 등급이 더 떨어질 경우 수능최저 충족률이 더욱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능최저 미충족의 타격이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고려대다. 9월모평 기준 고대 학업우수형에서 수능최저를 충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문계 학생은 표본대상 기준 1.31%에 불과했다. 반면 자연(미적/기하+과탐)의 경우 7.94%로 현저히 높다. 고려대 학교추천 인문의 수능최저 충족률은 2.18%로 나타났다. 같은 전형에서 자연의 수능최저 충족률은 12.42%나 된다. 이는 고대가 자연보다 인문의 수능최저를 더 높게 설정하고 있는 것과 연관된다. 고대 학업우수형 인문은 국수영탐 4개영역 등급합 7이내, 한국사 3등급 이내의 높은 수능최저를 적용한다. 반면 자연(의대 반도체 제외)은 국수영탐 4개영역 등급합 8이내, 한국사 4등급 이내로 등급합 기준이 1등급 낮다.

고대와 같이 인문계 수능최저를 자연계보다 더 높게 설정하고 있는 곳들의 경우 인문계 신입생 모집에 빨간 불이 켜졌다. 자연계보다 인문계의 등급합 기준이 높은 것은 올해 수능체계가 바뀌기 전의 등급합 기준을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수(가)와 수(나)로 구분해 실시하던 지난해 수능까지는 수(가) 응시인원이 적기 때문에 자연계 학생들이 오히려 상위등급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인문계 학생이 응시하는 수(나)는 응시인원이 많은 만큼 등급별 인원도 많아 수능최저를 충족하기가 자연계보다 상대적으로 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문이과 구분이 사라지면서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학생들이 수능최저를 맞추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오히려 자연계보다 인문계 등급합 기준을 낮춰야 할 상황에서 거꾸로 적용되어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통상 인문계 모집단위로 불리는 학과들조차 인문계 학생들이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해 경쟁에서 밀려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자연계 학생들이 경영 경제 등 인문계 최상위권 모집단위에 지원, 추후 복수전공을 꾀하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주요대 자연계 대부분이 수학(미적분 또는 기하)와 과탐을 필수 선택과목으로 지정한 데 반해, 인문계 모집단위의 경우 별도의 수학/탐구 지정 과목이 지정된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 수학과 탐구 모두 자유롭게 선택이 가능하다. 일부에서는 인문계 모집단위임에도 수학에서 미적분 또는 기하를 응시할 경우 가점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인문계 학생들의 수능최저 충족여부가 불투명해진 것을 두고 ‘예견된 인재’라고 지적한다. 이미 6월/9월모평을 통해 통합형 수능으로 인한 수능최저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대교협은 통합형 유불리 문제 반영은 사전예고제에 위배되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우려를 묵인했다. 한 전문가는 “당장 통합형 수능 체계를 바꾸는 게 어렵다면, 2023수능 전형계획이라도 수정해 수능최저 완화조치를 취해야 한다. 통합형 수능 시행 첫 해에 문이과 유불리가 수면 위로 드러난 만큼, 내년 수능 역시 과목 간 난이도 간극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인문계 학생들이 통합형 수능의 ‘실험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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