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형 수능 첫 대입 ‘인문 수능최저 미충족 얼마나 될까 촉각’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2022정시의 마지막 체크포인트는 올해 수시이월인원이다. 수시이월인원은 당해 수시에서 선발하지 않아 이월된 인원을 말한다. 정시 모집인원은 요강상 모집인원에 수시이월인원이 반영되면서 계획된 모집인원보다 늘어나게 된다. 올해 수시이월인원은 수시 추가등록이 마감되는 12월29일 이후 확정될 예정이다. 당초 예정된 추가등록 마감일은 28일이었으나 생명과학Ⅱ 20번 문제 출제오류 논란으로 인해 성적 발표가 연기되면서 수시 일정에도 일부 조정이 있었다. 

올해 특히 수시이월인원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2022수능 난이도와 결부된 수능최저 충족률 때문이다. 올해 수능은 ‘만점자가 1명에 그쳤던 데다, 국어 수학 표점 최고점으로 비교해도 '역대급 불수능'으로 일컬어진다. 국어 표점 최고점은 현 수능체제가 도입된 2005수능 이후 두 번째로 높은 표점 최고점이었고, 수학은 수(가) 기준, 세 번째로 높다. 절대평가인 영어조차도 1등급 비율이 전년에 비해 반토막 난 6.25%였다. 여기에다 통합형 수능으로 인해 수학에서 확률과통계를 응시한 인문계열 재학생들이 자연계열에 비해 수능최저를 충족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6월/9월모평에서도 그랬듯, 수학에서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학생들이 고득점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문계열 학생들이 높은 등급을 받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정시 모집인원은 정시 요강상 최초 모집인원에서 수시이월, 즉 수시 미충원 인원이 더해지면서 확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능최저 충족률뿐만 아니라 수시 규모, 전형방법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학별 편차가 크다. 수시모집은 미등록 충원 기간이 짧아 미등록 충원을 여러 차례에 걸쳐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적지 않은 인원이 정시로 이월되며, 상위권의 경우 복수 합격으로 인해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도 상당수다.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해 마지막 단계에서 탈락하는 인원 역시 이월되면서 수능최저가 높을수록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은 증가 추세를 보인다.

올해 수능에서 인문계열의 수능최저 충족률이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수시이월인원의 변화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광주교육청 제공
올해 수능에서 인문계열의 수능최저 충족률이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수시이월인원의 변화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광주교육청 제공

<인문계열 수능최저 충족률 하락 우려.. 수시이월 증가 요인>
올해 통합형으로 치러진 수능에서는 인문 학생들의 수능최저 충족률이 대폭 낮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된다. 수능은 통합형으로 치르지만 상위대학 자연계열에 지원하려면 미적분/기하를 응시해야 해 여전히 문이과 구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연계열 학생들은 미적분/기하를, 인문계열 학생들은 확률과통계를 응시하는 것으로 양분된다. 자연계열 모집단위를 응시하기 위해 자연계열 상위권 학생들이 주로 미적분을 선택하고 이들의 공통과목 점수가 높게 나오면서 미적분 조정 원점수가 올라가고, 결국 미적분 선택자들의 표준점수가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반대로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학생들의 공통과목 점수는 낮게 나오기 때문에 확률과통계 점수가 미적분 학생과 동일하더라도 조정 원점수는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수(가)와 (나)로 성적을 따로 산출하던 작년 수능 체제에서는 수학에 자신 있는 자연계열 수(가) 학생들이 수(나)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등급을 잘 받기가 어려운 구조였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끼리 경쟁할 뿐만 아니라, 응시자 수도 수(나)에 비해 적었기 때문이다. 2021수능에서 수학 응시자 40만6912명 중 수(가) 응시자는 13만9429명으로 34.3%, 수(나) 응시자는 26만7483명으로 65.7%를 차지했다. 수(나) 응시자가 두 배 가까이 많았던 셈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수(나) 응시자들은 상위등급을 받기가 수(가) 학생들에 비해서는 쉬운 구조였다. 상위대학 수능최저에서 인문의 등급합 기준을 자연보다 높게 설정한 경우가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통합형 수능으로 바뀌면서 상황은 반대가 됐다. 인문계열 학생들이 상위 등급을 받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수(나)에서는 소위 ‘깔아주는’ 하위권 학생들이 많이 있었고, 수(나)끼리만 경쟁하기 때문에 1,2등급을 받는 것이 수(가)에 비해서는 쉬운 구조였다. 하지만 올해는 인문계열 학생들이 자연계열 학생과 같이 경쟁하기 때문에 1,2등급을 받기가 훨씬 어려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은 이렇지만 올해 상위대학 수능최저는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향이다. 인문계열 수능최저가 오히려 자연계열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올해 인문계열 학생의 수능최저 충족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시 선발의 메커니즘을 고려하면, 수능최저 충족률이 낮아질수록 수시추합이 증가하고 수시이월까지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전형결과를 거쳐 선발가능한 범위 안에서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아지면 추합을 다 돌리고도 더 이상 선발할 수 있는 인원이 남지 않아 정시로 이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추합은 성적 순으로 최초 합격자를 선발한 다음, 최초 합격자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생길 때 다음 순위 학생을 추가로 선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추합이 무한정 가능한 것이 아니다. 추합 가능한 대상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려대 학업우수형은 1단계에서 서류100%로 모집인원의 6배수를 통과시킨다. 면접 대상이 되는 이 6배수가 선발가능한 최대 범위가 되는 셈이다. 6배수 인원 모두가 추합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면접에 불참하는 경우도 있고, 그 외 부적격으로 판단되는 경우 등을 제외해야 하기 때문이다. 6배수 범위 안에서 면접에 참여하고, 부적격 판단을 받지 않은 인원 가운데서 수능최저를 충족한 인원만이 추합 가능하다. 그 때문에 추합을 모두 돌리고도 더 이상 추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경우 수시에서 뽑지 못한 인원은 정시로 인원을 포함시켜 선발하게 된다.

<상위15개대 수시이월.. 2018학년 이후 3년 연속 감소>
상위15개대(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수시이월은 2016학년 1450명, 2017학년 1679명, 2018학년 1854명으로 늘어나다가, 2019학년 1508명, 2020학년 1423명, 2021학년 1279명으로 최근 3년간은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수시 선발인원 자체가 줄어드는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수시 확대 추세에서는 그만큼 수시이월의 절대적 규모 자체도 컸지만 수시 확대세가 주춤해지고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영향도 겹친 것으로 보인다.

대학별 증감은 엇갈렸다. 경희대 숙대 성대 서강대 외대 동대 건대 시립대의 8개교는 이월인원이 증가했고, 한대 이대 중대 연대 인하대 고대 서울대의 7개교는 이월인원이 줄었다.

SKY로 불리는 서울대 고대 연대의 합산 지난해 수시이월인원은 전년보다 크게 줄었다. 2020학년 633명에서 2021학년 368명으로 265명이나 감소했다. 서울대가 지난해 코로나 영향으로 수험생의 학습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균 수능최저를 완화하면서 수시에서 미선발한 인원이 줄어든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대는 지균 수능최저를 기존 3개영역 2등급 이내에서, 3개영역 3등급 이내로 완화했다. 서울대 수시이월인원은 2019학년 723명, 2020학년 633명, 2021학년 368명으로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서울대는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로 인해 완화한 수능최저를 적용하지만 통합형 수능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난해 대비 변화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연대의 경우 지난해 이월인원이 192명으로 상위15개대 중 6년 연속 가장 많은 이월인원을 기록했지만 전년 242명보다는 줄었다. 최종 모집인원 1412명의 13.6% 비중이다. 2016학년 275명, 2017학년 351명, 2018학년 297명, 2019학년 267명, 2020학년 242명, 2021학년 192명의 추이다.

이월인원이 가장 적었던 곳은 한대로 24명이었다. 한대의 경우 매년 수시이월이 적게 발생하는 대학이다. 2020학년 3명 차이로 건대가 더 수시이월인원이 적었지만 2021학년 다시 상위15개대 최저를 기록했다. 최종 모집인원 934명 대비 2.6%로 이월비율도 가장 낮았다.

연대 192명에 이어 경희대 138명, 고대 129명, 인하대 116명, 시립대 107명, 이대 97명, 성대 90명, 서강대 78명, 동대 66명, 외대 63명, 숙대 58명, 서울대 47명, 건대 38명, 중대 35명, 한대 24명 순이었다.

<이월비율 고려대 최대.. 서강대 연세대 순>
이월인원 자체도 살펴야 하지만, 대학별로 규모가 다른 모집인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이월인원이 반영된 최종 모집인원 대비 이월인원의 비율을 봐야 하는 이유다. 이월비율로 살펴보면 지난해의 경우 고대가 가장 높았다. 상위15개대 평균 8.1%(이월 1278명/최종모집 1만5802명)의 2배에 가까운 14.2%(129명/910명)이었다.

이어 서강대 14.1%(78명/555명), 연대 13.6%(192명/1412명), 시립대 13.6%(107명/788명), 인하대 11.2%(116명/1036명) 순으로 이월비율이 10%를 넘었다.

이어 이대 9.2%(97명/1049명), 경희대 8.2%(138명/1686명), 숙대 7.8%(58명/741명), 동대 7.5%(66명/877명), 성대 7.4%(90명/1218명), 서울대 5.9%(47명/798명), 외대 4.9%(63명/1281명), 건대 3.1%(38명/1229명), 중대 2.8%(36명/1288명), 한대 2.6%(24명/934명) 순이었다.

2020학년보다 이월비율이 오른 대학은 8개교다. 경희대(2020학년 3.4%→2021학년 8.2%) 숙대(3.5%→7.8%) 서강대(10.6%→14.1%) 성대(5.3%→7.4%) 동대(5.5%→7.5%) 외대(3.3%→4.9%) 건대(1.8%→3.1%) 시립대(13.3%→13.6%) 순으로 증가폭이 컸다.

반면 이월비율이 줄어든 곳은 한대(2.8%→2.6%) 이대(11.2%→9.2%) 중대(4.9%→2.8%) 연대(17.6%→13.6%) 인하대(21.3%→11.2%) 고대(24.4%→14.2%) 서울대(20.4%→5.9%)의 7개교다.

<이월인원 최대 감소, 서울대>
지난해 이월인원을 줄인 대학은 7개교다. 서울대가 175명에서 47명으로 128명을 줄여 감소폭이 가장 컸다. 고대가 216명에서 129명으로 87명 감소, 인하대가 199명에서 116명으로 83명 감소, 연대가 242명에서 192명으로 50명 감소, 중대가 60명에서 36명으로 24명 감소, 이대가 99명에서 97명으로 2명 감소, 한대가 25명에서 24명으로 1명 감소다.

반면 이월인원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경희대다. 52명에서 138명으로 86명 증가다. 숙대가 25명에서 58명으로 33명 증가, 성대가 63명에서 90명으로 27명 증가, 서강대가 56명에서 78명으로 22명 증가, 외대가 43명에서 63명으로 20명 증가, 동대가 49명에서 66명으로 17명 증가, 건대가 22명에서 38명으로 16명 증가, 시립대가 97명에서 107명으로 10명 증가다.

<SKY 수시이월 368명 ‘대폭 감소’>
- 서울대 치의예 1명

서울대의 지난해(2021학년) 수시이월인원은 총 47명으로 전년(2020학년)보다 128명 줄었다. 지난해 수능에서 영어가 1등급 비율이 12.66%에 이를만큼 쉽게 출제되면서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해 최종 탈락한 경우가 그만큼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지난해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지균에서 3개영역 이상 3등급 이내로 기준을 완화했다. 같은 맥락에서 서울대가 수시 최초 합격자 발표 이후 공개한 2021 서울대 수시모집 선발결과에서도 지균 실제 선발비율이 97%로 높게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수시이월이 많진 않았지만 자연계열에서 수시이월이 발생하는 경향은 여전했다. 서울대가 인문계열에서는 선호도가 가장 높지만 자연계열의 경우 타 대 의대로 빠져나가는 인원이 많기 때문이다. 건축 지구과학교육 화학교육이 각 5명으로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의학계열의 하나로 선호도가 높은 치대에서 역시 1명의 수시이월이 발생했다.

이 외에 간호 산림 전기/정보 조선해양 체육교육 화학생물 각 3명, 디자인(공예) 응용생물화학 각 2명, 건설환경 교육 동양화 산업 생물교육 심리 에너지자원 인문광역 치의 항공우주 각 1명 순으로 수시이월이 발생했다.

수시로만 선발하는 모집단위 중 정시선발이 불가피해진 모집단위는 에너지자원 동양화 교육으로 각 1명의 수시이월이 발생했다.

- 고대 전기전자 28명 이월 ‘최다’
고대의 지난해 수시이월은 129명으로 전년보다 87명 줄었다. 정원외 사이버국방은 포함한 기준이다. 서울대 수시이월이 대폭 줄어들고 수시선발 인원이 사실상 늘어나는 효과에 따른 연쇄적 영향으로 분석된다. 전년 23명을 이월했던 의대는 지난해 수시이월이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수시이월이 가장 많이 발생한 모집단위는 전기전자로 이월인원은 28명이었다. 이어 기계 16명, 화공생명 13명, 수학 8명, 신소재 영문 각 6명, 생명공학 화학 각 5명, 건축 노문 데이터과학과 물리학 컴퓨터 각 4명, 경영 미디어 보건환경융합 정치외교 각 3명, 국제 바이오의공학 서문 중문 각 2명, 가정교육 경제 교육 생명과학 식품공학 식품자원경제 지구환경 지리교육 체육교육 통계 한문 환경생태 각 1명 순이었다.

반면 수시에서 더 많은 인원을 선발해 정시에서 인원이 줄어든 ‘마이너스 이월’인 모집단위도 있었다. 산업경영 -2명, 국문 독문 사학 사회 역사교육 자유전공 철학 행정 각 -1명의 마이너스 이월이다.

- 연대 의예 치의예 각 2명
연대의 지난해 수시이월은 192명으로 전년보다 50명 줄었다. 마찬가지로 서울대 수시이월이 대폭 줄어들고 수시선발 인원이 사실상 늘어나는 효과에 따른 연쇄적 영향으로 분석된다. 자연계열 최고 선호 모집단위인 의예는 전년 3명보다 1명 줄어든 2명을 이월했다. 전년 이월이 없었던 치의예는 지난해 2명을 이월했다.

최다 이월은 기계와 전기전자가 기록, 각 18명을 이월했다. 이어 경제 16명, 교육 13명, 컴퓨터 12명, 영문 정치외교 화공생명 각 10명 순으로 10명 이상 이월했다.

10명 미만으로 이월한 모집단위는 신소재 8명, 문화인류 융합인문사회 각 7명, 수학 6명, 국문 행정 화학 각 5명, 사회환경 중문 각 4명, 경영 물리학 사학 생명 각 3명, 시스템생물 아동가족(인문) 언론홍보 의예 치의예 각 2명, 건축공 글로벌융합 도시 독문 사회 산업 언더우드(인문사회) 융합과학공학 응용통계 의류(인문) 의류(자연) 지구시스템 각 1명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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