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블랙홀 가속화’.. 2022 54% ‘성적만으로 선발’

[베리타스알파=유다원 기자] 올해 의대 입시에서 전체 전형 중 86.6%(2607명)가 전형단계에 인성검증을 전혀 포함하지 않거나, 결격판단 차원의 짧은 면접만을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성면접 없이 성적요소만으로 모집을 진행하는 경우가 57.5%(1732명)로 과반을 넘겼으며, 10분 내외의 짧은 면접만을 진행하는 경우도 29.1%(837명)나 된다. 반면 20~60분간 여러 면접실을 돌며 다각적인 평가를 진행해 의대 인성평가의 ‘최선의 대안’으로 평가받는 다중미니면접을 실시하는 전형은 전체의 13.4%(406명)에 불과했다. 학종 7.1%(214명), 교과 4.9%(149명), 정시 1.4%(43명) 비중으로, 지난해와 동일하게 10개교에서 진행하며 모집규모 역시 지난해(13.2%)와 비슷하다.

더 큰 문제는 내년부터 정시확대가 본격화됨에 따라 다중미니면접이나 면접이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교육부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으로 인해 현 고2가 치를 2023대입부터 서울 상위대학을 중심으로 정시 비율이 40% 이상으로 강제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서울은 물론 지방 소재 의대들도 정시 비중이 갈수록 증가하는 상황에서 수능성적 외 평가요소들의 중요성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중미니면접은 학생의 학업외 요소들까지 다각도로 평가하는 학종체제에 가장 적합한 면접으로 평가받지만, 학종의 입지가 좁아질 경우 학종 내 다중미니면접 비율 역시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학교 입장에서도 내신 성적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교과전형이나 수능 성적을 중심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정시에 굳이 다중미니면접을 도입하는 수고를 감내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면접을 진행하는 전형은 전체의 42.5%(1281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44.8%(1369명) 대비 2.3%p 감소했다. 특히 서류평가를 필수로 진행하는 수시 학종을 제외, 성적 중심 입시로 구분 가능한 수시 교과전형과 정시 수능전형의 대부분 전형에서 면접을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전형의 경우 다중미니면접을 진행하는 전형이 4.9%(149명), 일반면접을 진행하는 전형이 6.2%(187명)로, 전체 모집인원 대비 11.1%(336명)에서만 면접을 진행한다. 정시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체 39개교 중 고려대 가톨릭대 가톨릭관동대 서울대 성균관대 아주대 연세대 인제대 울산대의 9개교만이 면접을 진행, 나머지 30개교는 100% 수능 성적만으로 합격이 가능하다. 이 중 다중미니면접을 진행하는 곳은 인제대와 울산대의 2곳으로, 인제대가 33명, 울산대가 10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나머지 7개교의 경우 대부분 인/적성면접을 결격판단에만 활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면접평가는 수능 성적 평가에 대한 ‘보조도구’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정시가 확대되고 통합형 수능이 실시되는 등 정시 중심의 의대 문호가 확대된다는 것은 ‘수능 성적 줄 세우기’만으로 의대 신입생을 선발함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논술 성적이 주된 평가기준인 논술전형의 경우 의대선발을 진행하는 10개교 모두 면접을 실시하지 않는다.

정시 확대와 통합형 수능, 약대 학부모집 등이 맞물리며 의대 블랙홀이 가속화된 상황에서 윤리의식이 부족한 학생을 거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대 입시에서 면접이 축소되고 성적중심 평가가 만연함에 따라 인성평가를 중심으로 의대 입시를 재편해야 한다는 우려다. 한 교육전문가는 “의대에 진학하면 의사 국가고시를 통해 최종적으로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 의사로서의 인적성을 평가할 실질적인 기회가 없기에 의대 최초 입학 과정에서 적절한 인적성평가 요소를 도입해 우수한 전문직 양성을 위한 적절한 조건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일회적인 평가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기에 입학전형에서의 인적성평가 도입은 전문직 양성 과정 개선의 최소조건으로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고, 궁극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의대의 교육과정 개선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전문가 역시 “많은 대학들이 다중미니면접은 고사하고 일반 인/적성면접조차 없이 성적 순으로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다중미니면접을 도입하는 게 어렵다면, 제출서류 기반의 인/적성면접이라도 실시하며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후, 추후 다중미니면접을 도입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2013학년 서울대가 도입하며 주목받았던 다중미니면접을 의대 인성평가 최선의 대안이라고 평가한다. 일반 인/적성면접은 대학별 공통매뉴얼이 없음은 물론, 결격판단에만 활용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반면 다중미니면접은 20분~1시간 동안 여러 면접실을 정해진 시간에 따라 돌며 제시문을 분석하거나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 인/적성면접 대비 인성검증에 효과적이라 평가받는다. 올해 대입에서 39개 의대 중 10개교만이 전형요소로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대 성균관대 울산대 부산대 인제대 한림대 경북대 계명대 건양대 조선대 등으로, 지난해와 동일하다. 2020학년까지 다중미니면접을 실시했던 동아대가 2021학년부터 제시문 면접을 폐지, 일반 인/적성 면접을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중미니면접은 2013학년 서울대를 시작으로 ‘의대 빅5’로 불리는 성균관대가 2018년, 울산대가 2019년 차례로 도입하며 주목받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확대 없이 전통적으로 다중미니면접을 진행해 온 학교만들만이 해당 면접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학교마다 최소 20분에서 최대 한 시간 동안 실시하는 다중미니면접만으로 지원자의 인성을 전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윤리의식이 부족한 학생을 거르는 도구로 작용하기에는 충분하다. 각 의대의 다중미니면접이 확대될 수 있도록 교육청 차원의 지원은 물론, 대학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인성평가를 중심으로 의대 입시를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최근 인성평가를 중심으로 의대 입시를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의대생 선발 54% ‘인성평가 전무’>
올해 의대 입시에서 면접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전형은 전체 전형의 절반이 넘는 57.5%(1732명)다. 면접은 진행하지 않지만 학생부평가로 인해 인적성평가가 전형 요소에 자연스럽게 포함되는 학종 모집정원을 제외하면, 성적 중심으로 전형을 진행하는 수시 교과전형과 논술전형, 정시 수능전형의 합산 비율만 54%(1626명)에 달하는 규모다.

대부분 수능100%로 전형을 진행하는 정시는 물론, 수시에서조차 면접이 축소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교과전형/학종 중 20.3%(611명)에 해당하는 37개 전형이 면접 없이 의대 신입생을 선발한다. 교과전형 16.8%(29개 전형, 505명), 학종 3.5%(8개 전형, 1732명) 규모다. 농어촌전형 등 기회균형 성격의 전형을 제외해도 33개 전형에 달한다. 정시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전체 39개교 중 고려대 가톨릭대 가톨릭관동대 서울대 성균관대 아주대 연세대 인제대 울산대의 9개교만이 면접을 진행, 전체 전형의 7.4%에 불과하다. 지난해 면접을 진행하지 않은 전형이 수시 학종 4%(120명), 교과전형 11.7%(349명), 정시 수능전형 31.1%(926명)로 총 46.8%였던 것과 비교해 1년 새 10.7%p 급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시가 확대되는 상황일수록 의대의 인적성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한 교육전문가 역시 “정시 확대와 통합형 수능이 맞물리며 원래도 정시 선발 비중이 높았던 의대 입시에서 정시의 입지가 더욱 강화됐다. 의대의 자연계 블랙홀이 확대된 상황에서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열망은 더욱 커질 것이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무분별한 선발을 막을 수 있도록 인/적성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시 전 전형에서만이라도 인성면접 전면 도입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올해 수시에서는 교과 29개 전형(505명)이 면접을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부, 면접 등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전형을 진행하는 학종에서도 8개 전형(106명)이 면접을 실시하지 않는다. 논술전형의 경우 인성 검증수단이 전무한 ‘깜깜이’ 전형이다. 오로지 성적만을 기준으로 선발하다 보니 인성을 확인할 방도가 없다. 올해 수시에서 논술전형으로 의대생을 선발하는 곳은 총 10개교로, 전체 전형 대비 4.6%를 차지한다.

<인성평가 ‘최선의 대안’ 다중미니면접>
의대 입시에서 인성평가를 확인해야 한다는 요구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성적 중심 의대 입시에 제동이 걸린 결정타는 최근 몇 년간 계속돼 온 의대생 범죄다. 집단 성희롱 징계 사건, 동기 성추행 사건, 성추행 학생의 타 의대 입학사건 등이 불거지며 ‘이대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된 것. 생명을 다루는 직종임에도 인성검증을 거치지 않고 단순히 성적 순으로 입학시킨 데서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인적성평가를 진행하는 대학 역시 공통 매뉴얼이 없고, 대학이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해 이렇다 할 실효성이 없는 상황.

의대 신입생의 인성을 평가하기 위한 최선의 대안으로는 서울대가 도입해 운영 중인 다중미니면접이 있다. 다중미니면접은 여러 면접실을 정해진 시간에 따라 돌며 제시문을 분석하거나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울대 의대가 전국 최상위 선호도로 정평이 난 의대임에도 성적 중심의 입시 대신 다각도 인성검증을 위한 심층면접을 도입해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서울대는 2013학년 다중미니면접을 도입한 이후 수시에서 꾸준히 활용하고 있다. 최초도입 당시 교수들이 각 면접실을 방문하는 형태로 진행했으나 현재는 학생들이 면접실을 도는 형태로 변경했다. 최상위권의 관심이 쏠린 만큼 사교육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년 형태를 바꾸고 있다. 여러 상황을 제시하고 학생의 생각과 선택을 평가함으로써 단순 지식위주의 의사가 아닌 인성을 갖춘 의사를 선발하는 본질은 매년 유지해왔다.

현재 성균관대 울산대 부산대 인제대 한림대 경북대 계명대 조선대 건양대 등이 다중미니면접을 진행 중이다. 면접 등 추가평가요소를 도입하는 것이 수험생의 학업부담을 증대시키고 사교육비를 증가시키는 등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전문직인 의사로서의 첫 자격을 취득하는 의대 입학생의 선발이라는 측면과 전문직으로서 갖게 될 사회적 권력을 고려할 때 더 엄격한 평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시 확대’ 속 의대 블랙홀 확대 ‘가속화’>
전문가들은 의약 블랙홀을 강화시킨 최대 정책적 요인은 정시 확대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통령이 4년예고제도 무시해가며 밀어붙인 정시 확대는 의약학 열풍에 재수/반수는 물론 대학 재학생과 직장인까지 유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자연계 블랙홀의 심각성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정시 비중이 더욱 커지는 데다, 이미 6/9월 모평을 통해 통합형 수능에서 자연계의 유리함이 확인된 상황이기 때문. 이미 정시 확대를 통해 4년예고제를 대통령이 뒤엎은 선례를 보여준 만큼 차기 대권은 임기초반 특목자사 폐지를 비롯해 현 정부가 만든 교육정책의 골간을 뒤흔드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대입 최대 문제로 떠오른 의약 블랙홀에 대한 정책적 보완은 미진할 것이란 우려다.

더욱이 올해 37개 약대가 전원 학부모집으로 전환하며 의약학계열 블랙홀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약대의 6년제 전환이 의치한수에 몰려 있던 자연계열 최상위권에 전반적인 판도변화를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이미 9월 진행된 수시 원서접수에서 의대(36.29대1)를 앞선 44.14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정원내 기준 960명 모집에 4만2374명이 지원한 결과다. 약대는 상대적으로 취업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어 입시 선호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상위권 격전지인 의예과까지는 아니더라도 공과대학 지원자 감소, 점수 하락 등이 꾸준히 예견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최상위권 여학생들의 경우 약대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도전해볼 수 있다. 올해 정시에서 4개 여대에서만 208명의 약대 신입생을 선발한다. 정시 총 모집인원 대비 26.5% 규모다. 모집인원 순으로 이화여대 90명, 숙명여대 62명, 덕성여대 40명, 동덕여대 16명이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의약학계열 지역인재 선발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관련 학과에 대한 선호도 역시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대입부터 지방대학 의치한약은 지역인재 선발비중이 40%(강원/제주 20%)로 확대되고, 간호계열은 현행 30%(강원/제주 15%)를 유지한다. 2022수시 모집인원을 기준으로 의치한약의 2023 지역인재 의무비중을 적용할 경우 지방 의약계열의 지역인재 전형 규모는 35개교 1276명으로 추산된다. 의대 26개교 433명, 치대 8개교 208명, 한의대 10개교 223명, 약대 19개교 412명 규모다. 2022수시에서 35개교 899명을 모집하는 것과 비교해 377명 증가하는 셈이다. 4년제대학 간호학과 모집 규모는 전국 90개교 2296명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방침에 따라 2023학년 모집인원이 늘어날 경우 지역인재 모집인원도 비례해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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