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론]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

최근 수능 개선안 시안 발표 이후 수능 난이도를 놓고 시끄럽다. 시안에 이은 최종안이 나오고 나면 당국은 수능에 대한 중장기적 개선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추후 공개될 중장기적 개선 방안에는 오는 2018학년도부터 실시되는 영어절대평가의 점수체계나 배점, 수학을 비롯한 다른 과목의 절대평가 방안, 수능 자격고사화 방안, 2021학년도 문/이과통합형 수능방안 등이 포함될 것이다. 특히 올해 고1부터 실시되는 영어 절대평가의 점수체계 등은 상반기에 발표하도록 예고가 되어있다.

필자는 영어나 다른 과목의 절대평가의 장점이나 단점, 부수적으로 파생되는 문제점들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하지 않는다. 오로지 영어 절대평가의 점수 체계에 관심이 있다. 왜냐하면 최근 일부 언론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전문가 집단이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준거설정방식 5등급제’를 검토 중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부는 즉시 해명자료를 내어 부인했지만 논의 대상안의 하나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거론된 ‘5등급제’는 교육학자들이 고민 끝에 내놓은 방안이니 오죽 타당하겠느냐만, 이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입시 현장에서 볼 때 몇 가지의 우려가 있다.

▲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
그 중 하나는 소위 ‘준거설정방식’의 5등급제가 가져올 혼란이다. 사실 5등급제는 준거설정방식을 기본으로 한다. 준거설정방식은 비율개념 등 다양한 종류가 있고, 대체로 전체적인 성적을 산출한 뒤에 그 결과에 따라 등급 구분 점수를 정한다. 문제는 같은 시험에서 세 가지의 점수제계가 존재하는 현실을 어찌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이 보도대로 준거설정방식의 5등급제라면 2018학년도 수능시험은 국어와 수학, 탐구영역은 <상대평가 9등급>, 한국사는 <고정 분할점수방식에 의한 절대평가 9등급>, 영어는 <준거설정방식에 의한 절대평가 5등급>이다. 더군다나 준거설정방식은 시험 실시 후에 논의를 거쳐 분할점수를 정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절대평가에 상대평가적 요소를 가미한 것이다. 이 경우 매년 등급 기준 점수가 달라질 수 있다. 이 무슨 어지러움인가.

다른 하나는 시험 후에 성적이 발표될 때까지 본인의 영어 등급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수시 논술고사나 면접시험에 응시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의 기준을 잡아야 하는데 이것이 어려워진다. 지금은 4%로 정해진 1등급 비율로 불확실하나마 대략의 가채점 등급 예상점수가 나오지만, 준거설정방식의 5등급 체제에서는 성적표가 나올 때까지는 전혀 자신의 등급을 예상할 수 없다. 수능 후에 수시 논술고사를 응시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판단을 내리기가 정말 어려워져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점을 교육당국이 헤아리고 5등급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대학들의 반영방법과 변별력의 문제이다. 대학들은 영어의 경우, 대체로 절대평가 등급에 대학이 자체 점수를 부여하여 다른 영역과 함께 총점에 합산하는 방식, 총점 합산 점수에는 넣지 않고 절대평가 등급을 근거로 일정 점수를 감점하는 방식(현행 서울대 제2외국어 반영방식), 최저 등급기준으로만 활용하는 방식 중에서 방법을 찾으리라 본다. 5등급제가 되면 같은 절대평가라도 9등급보다도 더욱 변별력이 떨어져서 대학들이 난감해할 것이다. 그때 변별력 저하를 핑계로 봇물처럼 터져 나올 대학별고사 요구를 어찌할 것인가. 한편, 수학 등 다른 과목의 비중은 더욱 올라갈 것이다. 난제가 많다. 5등급제 논의는 신중해야 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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