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정책 변경 피로감'..'초정권적 교육위 설치 필요"

[베리타스알파=김대식 기자]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최근 수능 난이도 논란을 언급하며 수능 절대평가가 바람직하다고 밝혀 수능 절대평가 도입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황 부총리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종로구 그랑서울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주최한 ‘본(Born)’ 포럼에서 강연을 통해  “상대평가는 단계를 나눠 학생을 구분하는데 이는 인간 능력에 차별이 있다는 철학이 바탕이 된 것이다. 수월성 교육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다 보니 경쟁이 심해져 사교육이 필요해지고 사교육은 다시 부모의 재력과 연결되면서 사회문제가 지속되는 것" 이라며 수능 절대평가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황부총리는 절대평가 전환으로 시험 변별력이 흔들리며 학교 현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영어를 (절대평가로) 쉽게 출제하려니 공격을 받는다"며 "정부가 일정한 기준을 만들고 이를 지키는 게 (장기적으로) 더 타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부총리는 이어 "어렵게 출제되면 '사교육을 조장한다'고 비판하고 쉽게 나오면 '변별력이 없다'고 하며 다시 어렵게 낸다고 하면 '왜 자꾸 바꾸느냐'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버뮤다 삼각지대 같은 이런 세 가지 틀에 갇히지 않으려면 교육과정 중심으로 출제해야 한다. '쉽다, 어렵다'에 맞추려면 끝이 없고 일정한 기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장관 발언은 수능의 영어 절대 평가에 대한 배경설명으로 이해할수도 있지만 맥락으로 보아 절대평가 확대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수능 난이도 시비를 절대평가로 극복하려는 점이다. ‘사교육 부담 경감’, ‘경쟁으로 인한 수험생 부담 경감’ 차원에서 수능 절대평가 도입론이 고개를 든 바 있지만 마땅한 대안의 부재, 충분하지 않은 검토로 여전히 논의가 필요한 상황. 올해 수능이 상대평가 하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일선 현장은 “적절히 어려운 문항이 포함된 수능이면 된다”는 반응이다.

황장관의 발언은 수능 절대평가 확대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16일부터 20일 동안 2016 수능의 난이도와 관련해 쉬운 기조→난이도 안정화→쉬운 기조 등으로 세 차례나 말을 바꾼 배경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데다 지난 19일 야권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힌 점이 근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 황장관이 이미 EBS 수능 연계를 놓고도 수능개선위가 시안을 내놓기전 마치 EBS 연계 유연성을 언급해 사교육주가를 올렸던 것처럼 이번 발언도 상당한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수능을 쉽게 내거나 절대평가로 가자는 것은 정치인의 입장에서 나오는 포퓰리즘으로 비치기 쉽다"고 우려했다.

황장관의 발언에 대해 업계 한 전문가는 " 황장관은 교육부장관이 아니라 사회부총리에 충실하려는 듯하다. 여전히 정치적 시각으로 교육문제를 바라보는 느낌이다.  청와대 지시로 갈아 엎을 것이라면 수능개선위는 왜 만들었나. 올해에는 교육청 교육부 담당자들이 인사로 상당히 바뀐 상황이 벌어지면서 정상적인 입시의 진행마저 늦춰지고 있는 데다 지난해부터 늘어난 진보교육감과의 엇박자에 이어 중심을 잡아야할 교육부장관까지 나서서 혼란을 부추기는 꼴이다. 현장의 피로감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더이상 혼란을 줄이려면 정치권 입김을 배제할 수 있는 초정권적인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수능난이도 번복 비판에 대한 대안이 절대평가인가>
황 부총리의 발언은 최근 교육부에 몰린 비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 된다. 교육부가 5일 동안 수능과 관련해 세 차례나 난이도와 관련한 정책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교육부 융합교육지원팀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이 16일 ‘제2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에서 ‘쉬운 수능’을 예고하다 하루만인 17일 수능개선위가 지난해 만점자가 4%를 넘어 1개를 틀리면 2등급을 맞았던 수학B형을 직접 거론하며 난이도의 안정성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난이도 안정성 유지를 놓고 입시기관들과 언론이 “어려워질 것이다”는 보도를 이어가자 교육부는 사흘만인 20일 돌연 “올해 수능도 지난해와 같은 출제기조를 이어간다”며 긴급보도자료를 배포, “제2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에 따라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배우는 수학이라는 취지가 실현될 수 있도록 어렵지 않게 출제할 것이다”고 말했다.

▲ 황우여 장관이 상대평가보다는 절대평가가 바람직하다고 발언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황우여 장관 취입식 영상 캡처

문제는 난이도에 대한 해결방안을 ‘절대평가’로 들고 나온 점이다. 황 부총리는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벗어나려면 교육과정 중심으로 출제할 수밖에 없다”며 “일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데 쉬우냐 어려우냐에 맞추려다 보면 끝이 없다”고 밝혔다. 일정한 성취기준을 만들고 시험을 진행하면 즉 절대평가를 시행하면 난이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황 부총리가 간과한 점은 일선 교육 현장의 실태다. 2016 수능은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로 실시된다는 점에서 난이도에 관한 문제는 수험생은 물론 교사와 학부모에게 중요한 정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절대평가를 둘러싼 문제점들도 만만치 않아 상당한 준비작업이 필요하다. 

지난 2월 한 시민단체가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주장하며 제안한 ‘수능을 비롯한 대입제도 3단계 개선방안’에 대해 서울 H고교 C모 교사는 “실수에 의해 등급이 갈리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문제가 쉽기 때문”이라며 “문제의 해결은 절대평가 전환이 아닌 어려운 문제가 적당히 포함된 수능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교사는 " 수능을  쉽게 낼 경우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정작 공부할때 부담은 줄겠지만 동점자가 양산되면서 지원 단계부터 합격까지 당사자인 수험생과 학부모가 엄청난 고생을 하게 된다. 절대평가 다음의 상황은 전혀 고민하지 않는 듯 하다. 당장 절대평가가 부담을 줄인다는데  모두 동의 하겠지만 평가를 통해 공정한 선발을 해야한다는 측면에서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치적 의도가 있나>
황 부총리의 영어 절대평가 언급은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19일 새정치민주연합의 수능대책특위가 ‘대입제도 단기 개선방안 공청회’에 서 “절대평가는 학생들의 무한경쟁과 사교육 의존 현상을 완화하고 공교육 정상화의 단초를 마련하는 제도”라며 “줄 세우기식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의 전과목 도입에 찬성한다”고 밝힌 때문이다.

이어 새정치 수능대책특위는 “교육부는 2018학년부터 영어 과목에서 절대평가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영어로만 국한하면 정책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수학 등 다른 과목으로 이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작스러운 변화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자는 취지에서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새정치 수능대책특위는 “절대평가를 전과목으로 확대할 경우 변별력이 약화되면서 대학별 논술고사 등이 추가로 생기는 등 혼란이 있을 수 있다. 협의체를 만들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까지 나서 “박근혜 정부와 교육당국의 무능으로 입시 고통과 공교육 파행이 날로 심해지고 수능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는 등 교육이 국민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로 전락했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이 교육의 백년지대계를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야당이 절대평가 도입을 주장한 다음 날인 20일 교육부가 “지난해와 같은 (쉬운) 출제기조를 유지한다”는 긴급보도 자료를 발표한 배경에 청와대의 교육부 질책이 있었다는 점을 한 매체가 보도하면서 황 부총리의 발언이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해당 매체는 “청와대가 ‘어렵게 낸다니 어떻게 된 거냐’며 교육부를 질책했다”고 보도했다.

<냉담한 일선 현장>
‘사교육 경감’, ‘경쟁 부담 경감’을 내세우며 정치권이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움직임을 보이는데 대해 교육 일선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미 지난 2월 한 교육시민단체가 발제했던 수능 및 대입제도 3단계 개선방안에서도 담겼던 내용이기도 하다.

사교육 경감에 대해서는 당시 개선방안과 관련한 토론회에 참가했던 배영찬 전 한양대 입학처장이 오히려 사교육을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 처장은 “수능 전 과목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등급 경계점수 부근의 학생들이 등급유지 또는 상향을 위해 더 많은 사교육을 받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절대평가로 전환하더라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A고 B모 교사는 “절대평가로 하든 등급제로 하든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며 “2018학년부터 적용키로 한 영어 절대평가를 생각해보면 80점 이상 받아야 한다고 하면 현 9등급제 하에서 3등급까지는 A를 받는다. 소위 ‘인 서울’을 하기 위해 영어에서 A를 받지 못하면 안 되기 때문에 부담은 여전할 것이다. 오히려 이중 부담이 될 것이다”는 지적이다.

상대평가를 통해 담보할 수 있는 객관성에 대한 문제도 지적된 바 있다. 토론회에 참가했던 주석훈 인천하늘고 교감은 “줄 세우기로 인해 마음이 아픈 적도 있지마 줄 세우기를 포기하면 새치기가 극성을 부리고 배경과 출신이 판을 칠 것 같은 불안감이 있다”며 “단순히 몇 점을 더 맞는 것이 그렇지 못한 학생보다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이나 자질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이 이를 대체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정치권이 교육, 특히 수능에 개입할 때마다 정책발표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으면서 정치권의 개입을 배제하는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주장도 오래전부터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이 교육문제를 현장의 고민을 반영하지 못하고 정치적 실익 차원에서 접근해온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이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이 교육개조를 언급하며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교총은 “5년 단임 정부가 갖는 ‘교육5년대계’의 한계인 현안 중심에 매몰된 땜질식 교육정책, 현장과 괴리된 정책의 남발, 교육정책을 둘러싼 여/야간, 진 간 대립구도에서 벗어나 교육본질 추구와 교육백년대계의 구상이 가능토록해야 한다”며 “현재 교육부 중심의 정책개발과 추진, 그에 대한 찬반갈등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교육구성원이 참여한 가운데 현장 적합한 교육정책을 함께 만들고 실현하는 출발점은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라고 말했다.

2013년 7월에는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들이 서울대 웹진 ‘아로리’를 통해 ‘입학사정관제 안정화를 위한 대입 3년 사전 예고제를 위한 연구’ 보고서에서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인 준정부기구인 ‘대입위원회’ 설치를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대는 “서울대 공식 의견이 아닌 연구진 개인견해”라고 밝혔지만 전반적인 흐름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보여 실현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보고서의 핵심내용은 대입전형 3년예고제 시행, 대입위원회설치, 수능12월시행, 수시4회제한, 수능최저 없이 학생부중심전형으로만 치르는 수시, 교육과정 내용만으로 출제하는 논구술 등 대학별고사, 수능과 함께 대학별고사로 치르는 정시 등이었다.

보고서 내용 중 깊고 신선한 의미를 담았던 내용이 ‘대입위원회’의 설치다. 정권 차원에서 민감해 보이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당시에도 과연 실현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명분은 분명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정부는 대입의 가장 큰 축인 수능을 변화시키며 생색 내기에 급급했다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첫 도입된 94학년에 2회에 걸쳐 치르던 수능은 바로 이듬해 1회 시행으로 바뀌고 ▲97학년엔 200점 만점이 400점 만점으로 ▲99학년에 사탐 과탐의 선택과목제 적용과 표준점수제 도입 ▲2001학년 제2외국어 2교시 선택과목 추가 ▲2004학년 문항별 배점을 정수로 변경 ▲2005학년 시험영역과 과목을 고르는 선택형 도입, 원점수가 아닌 표준점수와 등급 통보, 사탐과 과탐 중 하나만 선택 ▲2008학년 성적표에 등급만 표기 ▲2009학년 성적표에 등급과 표준점수 다시 표기 ▲2011학년 EBS교재 70%연계출제 ▲2012학년 영역별만점자 1% 목표출제 ▲2014학년 A/B선택형 수능 실시와 만점자 1% 목표포기에 이른다. 현 정권에 들어서는 ▲2018학년 절대평가 도입 ▲쉬운 수능 기조 등이 꼽힌다. 정권이 바뀔 때마 제도는 통과의례처럼 바뀌었고, 동일 정권에서도 장관교체를 이유로 바뀌곤 하던 것이 우리나라 '국가시험' 수능의 현실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정치적 이슈와 현안에 급급한 행정으로 정책이 좌지우지되어서는 곤란하다”며 “안정적인 대입정책을 유지하고 현장의 경험과 고민이 담길 수 있는 초정권적인 교육위원회 설치가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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