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중앙대 총장 "기여입학제 허용" 논란

[베리타스알파=김대식 기자] 서울소재 20개 대학 총장이 참여해 처음 열린 ‘서울총장포럼’에서 대학 총장들은 대학교육이 국제경쟁력이 부족하고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기는 커녕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교수들이 변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동시에 정부가 제한하고 있는 등록금 인상 상한제와 적립금 용도 제한 등에 관한 규제를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용구 중앙대 총장은 “포럼전체가 아닌 개인적인 견해”라면서 “기여입학제를 허용하고 입학정원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기여입학제는 정부가 3불정책으로 본고사, 고교등급제와 더불어 교육부가 금지하고 있는 사안이다.

포럼에는 서울지역 41개 대학 중 20개 대학이 참여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SKY’를 비롯해 절반 가량의 대학이 참여하지 않았다. 포럼 측은 “총장들과의 협의를 통해 참가교를 더 늘려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대학 수익관련 규제 풀어야>
총장들은 등록금 문제 언급을 조심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대학 재정 확충에 관한 규제 폐지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은 “우리대학의 경우 최근 7년간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했지만 경상비 상승, 우수교원 충원, 학생 장학금 확대 등 인상 요인이 많다”며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등록금 인상이 아니라 ‘등록금 회복’이라는 표현을 써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황 총장은 적립금에 대해서도 “대학들이 적립금을 쌓아놓고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 장학금, 시설 신축 등 특정 목적으로 규정돼 있어 자율적으로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유기풍 서강대 총장은 “대학 재정은 등록금, 동문과 사회의 기부, 대학연구 역량을 활용한 산학협력과 기술이전 등으로 확보된다. 등록금 의존도가 60~70%를 상회하고 경제 불황으로 기부금은 줄어 들지만 학부모의 기대수준은 전 세계 명문대 수준인 상황에서 대학의 자원 결손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오죽하면 민감한 사안인 등록금이나 적립금 규제를 풀어 달라는 이야기가 나오겠느냐”고 말했다.

정창근 동국대 총장 직무대리는 “연말정산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그나마 대학 재정의 숨통을 터줬던 기부금이 막혔다”며 “올해 기부금이 예년 대비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여 대학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포럼 초대 회장인 이용구 중앙대 총장은 기여입학제 폐지를 주장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 총장은 “개인적인 견해이지 포럼 공통 의견은 아니다”며 “등록금 책정 등 재정운영 자율권을 대학에 주고 기여입학제를 허용 하고 입학정원 제한도 폐지해야 한다”며 “대학 적립금 목적 제한 폐지를 통해 교육 재투자를 위한 수익사업 투자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대학 위기 직면.. 변화 필요>
서울지역 대학 총장 포럼은 창립 취지문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국내 대학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며 “우리나라 대학 교육 체계가 여전히 구시대적이어서 국제경쟁력이 약하다는 것이 위기의 출발점이다. 그간 우리 대학들이 사회변화를 이끌어가기 보다는 변화에 제대로 따라가지도 못해 자초한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용구 중앙대 총장은 “ICT 기술 발전 등으로 ‘대학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며 “우리 대학들이 다소 안이한 생각으로 상황 변화에 대처해오지 않았나 자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 초대 포럼 회장을 맡은 이용구 중앙대 총장은 교수들의 자성을 촉구했다./사진=중앙대 제공

이 총장은 IMD 세계경쟁력 평가에서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 이수자가 60% 이상으로 세계 2위를 차지했지만 대학 교육 질적 경쟁력은 조사 대상국 60개국 중 53위임을 지적하며 “우리나라 대학 교육은 국가 경쟁력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구조개혁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학내 상황에 대해 거론하며 교수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 총장은 “대학 개혁에 대한 구성원 공감대 확보가 어렵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 “학과 존폐가 불가능할 정도로 폐쇄성이 강하다. 경직된 학사구조의 원인은 학과이기주의다. 전문가인 교수들이 오픈마인드를 갖고 시대적 필요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장은 “교수들에게 단과대학, 나아가 중앙대 학생 전체에 강의를 오픈하고 ‘내 강의 안 듣고 졸업하면 평생 후회한다’고 당당히 선언하라고도 이야기했다”며 “미국 MIT의 인지과학, 뉴욕대의 디지털미디어 전공 등 선진국 대학들은 융합학문 분야를 개설하고 있다. 학과제가 학고한 국내대학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다는 식의 폐쇄적 학과 구조가 문제다. 교수들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도 자성론을 폈다. 황 총장은 “학사 개편을 반대하는 교수들의 주된 논리는 학교가 취업양성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반절이 백수가 되는 상황을 보고만 있는 것이 올바르냐”며 “숙명여대도 지난 1년간 공과대학 설립 추진 문제로 많은 대립이 있었다. 교수들이 추상적/원론적 반대에서 벗어나 대학교육의 방향과 혁신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기풍 서강대 총장은 ‘한국 대학의 외부 환경’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해외 명문대가 제공하는 온라인 대중강의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를 예로 들며 변화를 촉구했다. 유 총장은 “MOOC가 영어권 국가에서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국내 대학들은 언어장벽 때문에 버티고 있는 것이다”며 “내부 요인뿐 아니라 글로벌화가 우리대학에겐 큰 위기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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