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서강대 수학과 학부생 3명이 공동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SCI급 국제 학술지에 실렸다.

17일 서강대에 따르면 수학과 학부생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2 또는 3의 지표를 갖는 유한체 위에서 정의된 마방진의 차수’(The dimension of magic squares over fields of characteristics two and three)의 연구결과를 수학분야의 권위있는 학술지인 ‘선형대수와 그 응용’(Linear Algebra and its Applications, SCI) 13일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학부생들의 연구결과로 논문이 SCI급 국제학술지에 실리는 일은 굉장히 드문 경우다. 특히 이번 연구성과는 해당분야에서 저명한 수학자 팀이 풀지 못한 난제를 명확하게 풀어 SCI급 학술지의 초고속 검토로 이어져 6개월만에 온라인 게재승인 및 출판을 받아 학계에 놀라움을 주고 있다.

▲ 서강대 수학과 학부생 3명이 공동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SCI급 국제 학술지에 실렸다. (정우석 김종락 김연호 이기선 저자순)/사진=서강대 제공

n차 마방진(魔方陣, Magic Square)이란 1부터 n2까지의 정수를 n행 n열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나열하여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이 모두 같아지도록 만든 숫자의 배열로서 모든 행이나 열의 숫자를 합치면 같은 값이 나온다. 이러한 마방진에 대한 연구는 매우 오래된 역사를 가진다. 마방진은 기원전 중국 하나라 시대에 발견된 거북의 등껍질에 그려져 있는 3행 3열의 방진에서 유래하여 인도 및 아랍 국가들에까지 퍼졌다. 그 후 유럽에도 소개되어 프랑스의 천재 수학자 페르마(1601~1665), 정치가 벤자민 프랭클린(1706-1790)을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마방진에 대하여 연구를 해왔다. 우리나라도 조선시대에 영의정을 지낸 바 있는 유학자이자 수학자인 최석정(1646~1715)이 저술한 ‘구수략’이라는 책을 통해 마방진이 소개되었고, 그가 고안한 9차 마방진은 오일러(1707~1783)가 발명한 라틴 방진보다 61년이나 먼저 개발되는 등 탁월한 그의 수학적 천재성을 보여주어 마방진 연구에 큰 공헌을 했다. 이렇듯 일정한 규칙을 가진 숫자들의 배열을 보면 참으로 신비롭다.

김종락 교수의 지도로 서강대 수학과 아너클럽(Math Honor Club) 2기인 정우석, 김연호 및 이기선 학부생들은 현재 펜실베니아 주립대 수학교수로 재직중인 유한체(finite field) 분야의 최고수학자 게리 물렌(Gary Mullen) 교수와 후(X.-d. Hou)교수로 이루어진 연구팀이 풀지 못한 미해결 문제를 지난해 4월부터 8월말까지 5개월간 노력으로 해결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 논문은 기존 마방진에서 각각의 원소가 다르다는 조건 대신에 중복을 허락하고, 대각선의 합 뿐만 아니라 범대각선의 합까지 일정한 수를 갖는다는 조건을 넣은 마방진을 연구하였다. 또한 이때 사용되는 숫자는 0에서 p-1 (단 p는 소수)까지만 사용하고 합이 p보다 크면 p로 나눈 나머지가 그 합이 된다. 이렇게 생긴 n차 마방진들을 서로 더하여도 또 다시 n차 마방진을 이루게 된다. 물렌과 후의 연구팀은 2013년 ‘선형대수와 그 응용’ 저널에서 p가 3보다 큰 경우 모든 n차 마방진의 총 개수를 구하였지만 p가 2이거나 3인 경우는 해결하지 못하였다. 지도교수의 소개로 이 문제에 접하게 된 김연호, 이기선 학생은 p가 2인 경우 기본적인 수학을 쓰면서 해결했고, 제1저자인 정우석 학생은 p가 3인 경우를 독창적인 접근 방법을 고안하여 이 난제를 해결했다.

국내 부호론과 암호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종락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마방진을 단순 호기심의 대상에서 벗어나 수학 연구의 중요 주제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고 설명하며, 이렇게 구해진 마방진들이 통신상의 오류를 잡는 오류 정정 부호의 생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서강대 수학과 Honor Club은 수학전공 학생들의 자발적인 연구력 향상을 위해 2013년에 발족하여 현재 3기가 활동하고 있다. 이번 연구성과를 계기로 서강대 수학과 학부생 및 석박사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열정이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될 전망이다.

한편 정우석 학생과 김연호 학생은 각각 서울대와 카이스트 대학원에 진학했고, 이기선 학생도 대학원에서 계속 수학 공부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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