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수능최저 비상'.. 중등진학연구회 33개교 가채점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한 6월모평에서도 수학 1등급의 자연계 쏠림 현상이 확인됐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3일 실시한 6월모평에 응시한 33개 고교 9283명의 성적을 가채점 분석한 결과다. 수학 1등급 인원에서 인문계(확률과통계 선택)가 차지하는 비중은 4.49%에 불과했다.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이 86.78%, 기하를 선택한 학생이 8.73%로 95.51%에 달했다. 서울중등진학연구회는 서울교육청에 등록된 교과교육연구회로, 고교교사와 교육청 교육전문직으로 구성된 연구회다. 진학지도 관련 연구와 직무연수, 세미나를 운영하고 있다. 

1등급 대부분을 자연계열 학생들이 차지하면서, 재수생들까지 합산한 6월모평 전체 통계에서는 인문계 학생들의 1등급 비율이 더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증폭된다. 인문계열 학생들이 자연계열에 비해 1~2등급을 받기가 어려워지면 수능최저 미충족으로 최종 합격을 거머쥐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어/영어에서도 인문계열 학생들이 열세였다는 분석결과도 포함됐다. 국어 1등급 인원에서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학생은 20.7%에 그쳤기 때문이다.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이 70.93%, 기하를 선택한 학생이 8.37%로 합산 79.3%였다. 영어의 경우 1등급 인원에서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학생은 29.07%였다. 미적분을 선택한 경우는 63.05%, 기하를 선택한 경우는 7.88%로 합산 70.93%였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6월모평에 응시한 33개고교 가채점 결과를 분석한 결과 수학1등급 인원 중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인원은 4.49%에 불과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6월모평에 응시한 33개고교 가채점 결과를 분석한 결과 수학1등급 인원 중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인원은 4.49%에 불과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수학 격차.. 확통(인문)42.54점 vs 미적(자연)65.59점>
인문/자연 간의 성적차도 여전했다. 확률과통계 집단의 공통+선택 합산 평균 원점수는 42.54점(공통31.65점+선택10.89점)인 반면, 미적분은 65.59점(51.64점+13.95점)으로 23점가량의 격차였다. 기하는 59.73점(46.08점+13.65점)으로 확률과통계 집단과는 17.19점의 격차였다. 표점 만점도 차이가 있다. 확률과통계를 응시한 경우 만점자 표점은 133점이었고 기하 미적분은 각 136점이었다. 

수학에서 1등급을 차지한 인원을 분석해 보면 미적분을 택한 경우가 86.78%, 기하를 선택한 경우가 8.73%로 자연계가 95.51%를 차지했다. 인문계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경우는 4.49%에 그쳤다. 2등급에서는 미적분이 70.57%, 기하가 13.6%로 합산 84.17%였고 확률과통계는 15.83%였다.

<어려웠던 공통과목.. ‘교육과정 취지 벗어나’>
이번 6월모평에서는 공통과목이 어려웠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선택과목별 유불리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중등진학연구회는 “모든 학생들이 학습해야 하는 공통과목을 어렵게 출제하는 것은 수학의 학습 부담을 줄이려는 교육과정의 취지를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에서는 기하와 확률과통계에 비해 미적분의 난도가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연구회는 “수학의 교육과정 상 성취기준의 수 자체가 많아 학습 부담이 큰 미적분 과목을 어렵게 출제하는 것은 역차별을 유발해 미적분 학습이 필요한 학생이 대입의 유불리에 따라 기하로 선택을 돌리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진협 자체 3월, 4월 모평에서도 자연계열 수학1등급 비중 높아>
자연계열 학생들의 ‘수학 싹쓸이’ 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 4월 학평에서 같은 원점수를 받고도 이과학생의 표준점수가 더 높게 나타났다는 분석결과가 나오기도 했고, 전국진학지도협의회(이하 전진협)가 자체적으로 문제를 출제해 실시한 3, 4월 연합모의평가에서는 수학 1등급 인원에서 인문계가 차지하는 비율이 각6.3% 4.3%에 불과했다. 

수학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들에게 점수를 상향조정해주는 점수 보정 체계가 오히려 확률과통계 과목을 선택하는 인문계열 학생들에게 불리해지는 대신 자연계열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첫 통합형 수능으로 치르게 되면서 새롭게 점수 보정체계가 도입됐다. 점수보정 체계는 학습분량이 많고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여겨지는 선택과목을 응시한 수험생 집단의 공통과목 점수가 평균적으로 높을 경우, 선택과목 점수 역시 다른 선택과목을 응시한 수험생들에 비해 상향 조정되는 구조를 말한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의 불이익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평가원 측은 1999학년부터 2004학년까지 탐구영역이 필수과목과 공통과목으로 구분돼 있었으며, 2005학년부터 2011학년까지는 수학(가)형에 공통/선택과목 구도가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오랜 기간 검증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같은 계열 학생들끼리 경쟁하기 때문에 계열간 유불리가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는 수능최저 충족 문제나 선택과목 지정이 없는 모집단위에 지원하는 경우를 고려하지 않은 얘기다. 인문/자연 구분이 없거나, 교차지원이 가능한 모집단위에서는 인문계열 학생이 자연계열 학생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넓어지는 의약학계열 문호가 오히려 인문계에는 악재로 작용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면서 인문계 최상위권의 입지를 흔들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대성 이영덕 소장은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수학 등급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그러다 보면 자연히 미적분/기하 응시생들의 공통과목 평균점이 높아질 확률이 높다. 이 경우 점수보정 체계에 따라 선택과목에서도 확통 응시자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인문/자연 구분이 없는 의학계열에 지원하려던 인문계 최상위권 학생들도 상대적으로 자연계열 학생 대비 불리함이 커지면서 합격 가능성을 점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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